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10화 (110/183)

59. 오두막

최근 우민희가 이 순수한 박규를 의심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gijayangban : 엄창?

gijayangban : 엄창이지?

gijayangban : 엄······

이 교활한 여자는 내가 작성한 댓글 0개의 글을 하루 정도 묵힌 후 댓글로 위와 같은 테러를 가한다.

교묘하게도 그녀는 내가 댓글 알람이 뜰 때마다 댓글을 확인하는 것까지 아는 모양인지 댓글을 단 지 1시간 만에 자신이 쓴 댓글을 모두 삭제하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그녀가 내 정체를 알지 못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뭐, 심증이야 있겠지.

당장 짚이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하다.

게시판 닉네임과 개인식별부호의 일치.

인천에 나들이할 때 스켈톤이 게시판 활동이 일체 없다는 점.

스켈톤이 박규라는 걸 추측할 수 있을 법한 몇 가지 사례.

엄창이의 어린 듯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번뜩임.

그런데 이 박규는 한 번 오리발을 내밀면 끝까지 내미는 사람이다.

더욱이 나는 우민희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안다.

그 여자는 1할의 이성과 9할의 충동으로 살아간다.

이 박규가 끝까지 오리발 내미는 것처럼 이 여자도 한 번 꽂히면 사람을 들들 볶아대는 타입이다.

나는 이 여자와 사적인 교제를 한 적이 없지만 그녀와 교제했던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 같이 그녀의 터무니 없는 의심과 집요함에 학을 뗐다고.

이 여자가 날 엄창이라고 들들 볶는 건 당시 화려하고 빛났던 시절의 연장이리라.

무엇보다 그 여자 성격상 내가 엄창이라는 100% 의 확신이 있다면 날 찾아온다.

이건 가정이 아니다.

무조건이고, 필연이다.

계산기에 값을 넣으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땐 무시하는 게 상책이지만지만 그녀의 장난을 너무 방치하고 못 본 척 하는 것도 의심을 키울 수 있겠지.

그녀가 내가 어제 쓴 “댓글 0개의 게시글”에 댓글을 다는 걸 기다려 즉시 대댓글을 달았다.

gijayangban : 엄

SKELTON : ?

이 물음표만큼 짧지만 깊은 의미를 담긴 의사표시가 있을까?

기자 양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나와 같은 댓글 하나를 더 달았다.

gijayangban : 엄

SKELTON : ?

gijayangban : ?

“······.”

어떻게 해야 하나.

도끼를 잡고 목숨을 건 선택을 한 적은 많지만, 키보드를 잡고 목숨을 거는 선택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다시 물음표는 답이 아니다.

느낌표는 씨몽키파파의 것.

그렇다고 물결무늬를 쓰면 그녀의 분노를 돋우겠지.

그러고 보니 물음표도 시프트 누르고 쓰는 거였지.

아무튼, 여기서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학교 시절과 팀장 시절, 그리고 멸망 후에 경험한 우민희라는 인간을 돌이켜봤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타닥

SKELTON : 백호

무의식에 맡기는 수밖에.

gijayangban : ?

SKELTON : 동오의 덕왕 엄백호

gijayangban : 또 이상한 소리하네.

“······.”

이상할 거 까지 있나.

동오의 덕왕 엄백호가 뭐 어때서.

아무튼 엄백호의 덕이 2천 년이 지난 현재까지 닿은 모양인지 이 이후에 우민희는 더 이상 댓글을 달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일이 생겼거나 아마 다른 글을 보러 간 것이겠지만.

아무튼, 이 여자가 날 의심하고 괴롭히는 것과 별개로 나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툭-

장작을 패고 가지런히 쌓고,

주물주물-

겨우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만들고,

위이이이잉-

보일러와 난방 장치를 점검한다.

그렇다.

나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혹자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낮 기온 30도까지 올라가는 이 늦여름에 무슨 놈의 겨울 대비냐고.

하지만 한파는 온다.

미국 게시판에 의하면 작년보다 더한 한파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한파가 오지 않더라도 겨울은 준비해야 한다.

몬스터를 상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싸우지 않거나 달아난다는 나름의 선택지가 있겠지만 한파를 상대로 준비가 안 됐을 땐 죽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건 내 영역 앞 골프장에서 얼어 죽은 수십 구의 시체가 몸소 증명했다.

이번 겨울을 위해서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화목 보일러다.

그런데 막상 이 녀석을 설치하려고 하니 그리 간단치가 않다.

덩치가 커서 방공호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장 큰 출입구인 메인 입구를 군단파의 위협으로 봉해 놓았기에 안으로 들일 방법이 없었다.

차고를 통해서 안으로 넣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정작 차고에서 메인 방공호로 통하는 문이 작아 그것도 실패.

차고에 화목 보일러를 설치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만약 차고에 불이 나 차량과 중장비에 불이 옮겨붙는다면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결국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해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보일러를 집안에 들일 게 아니라, 보일러를 위해 집을 짓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다름 아닌 레베카였다.

“우리 가족 겨울에 나무집 지었어.”

눈이 내리는 겨울에 따뜻한 나무 오두막 안에서 겨울을 나는 건 확실히 낭만적인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멸망기엔 조금 사치스러운 경험이 아닐까.

내겐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다.

엄한 오두막을 짓느니 그걸 개조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지로 보였다.

조금 녹이 슬고 지저분하고 보는 사람마다 눈살을 찌푸리는 외관을 가지고 있긴 하나, 사람 집이라는 게 비바람만 막아주면 그만 아닌가.

레베카에게 그 컨테이너를 보여주니 그녀가 대뜸 말했다.

“나 오두막 지을 줄 알아.”

컨테이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그 생략은 그 컨테이너가 말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나 잘 지어. 아빠랑 망치 들고 만들었어.”

그나저나 레베카 녀석.

오랜만에 신이 났다.

“군대에서도 간단한 공사 도맡아 했고. 믿어도 좋아. 스켈톤.”

뭐랄까, 평소답지 않게 적극적이다.

그 좋아하던 인터넷 세계도 슬슬 질린 걸까.

뭐, 질릴 만 하겠지.

일년 내내 아무것도 하고 그것만 했으니.

일전에 스우가 냠냠 거리는 걸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레베카 녀석, 한국어 게시판도 들락날락거린다.

그 좋아하던 자기 동네 게시판에서 더 이상 할 게 없으니 다른 나라 게시판에 기웃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도움은 필요 없다.

영역을 합치는 건 맞지만 지금은 위험한 시기.

어제만 해도 도로에서 차량이 단체로 질주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총성은 없었지만 이 시기에 여러 대의 차량이 내는 소리는 총성보다 더 오싹한 의미를 가지는 법.

굳이 안전한 거점에서 나와 여기에서 다 함께 공사를 할 순 없다.

*

시험 삼아 레베카 모녀를 위한 집을 혼자 만들어보았다.

보일러의 열기를 어떻게 전달할 지는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겠지만 일단 형태는 예전에 골드에게 만들어 준 것처럼 슬레이트판 두 개를 맞배지붕처럼 맞대어 지붕이 벽도 겸하는 텐트 구조로 만들고 거기에 시멘트와 약간의 보온재를 보강했다.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저격수 모녀에게 미리 만든 가안을 보여주었다.

“오 마이 갓.”

“스켈톤. 이거 개집이잖아?”

반응이 좋지 않다.

기겁을 한다.

나름의 변명을 해봤다.

“모양은 이래도 크기가 작아야 적은 열로도 안을 덥힐 수 있고 게다가 화장실 바로 옆에 지어 화장실 쪽에도 온기를 전달하는 구조로 만들 생각이었어.”

“스켈톤. 변기 너무 좋아해.”

“변기는 중요하지.”

이런저런 변명을 해봤지만 내 안은 모녀의 결사반대로 기각됐다.

“우리가 갈게. 같이 만들자.”

결국 모녀가 오두막 건설을 거들기로 했다.

이른 새벽에 모녀가 내 영역에 도착했다.

밤새 인터넷을 하느라 아침잠이 많은 레베카에겐 힘든 일이지만 내가 새벽에 오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군복 소매를 걷어부친 레베카는 평소의 흐리멍텅한 눈 대신 처음 나와 조우 했을 때처럼 날선 야생동물 같은 시선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오더 할게. 스켈톤은 서포트 해줘.”

내 삼각형 슬레이트 하우스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저렇게 칼을 간 모습을 보면 말이다.

내 섭섭함과 별개로 레베카도 군인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그것도 평범한 군인이 아닌 에이스 군인.

즉, 작업 귀신이다.

아예 도면까지 그려와서 현재 내가 지은 시설과 계획을 스우의 보조를 받아가며 이해한 다음 귀에 꽂고 있던 연필로 슥슥 도면 위에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영어와 기호를 신들린 듯 짓고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스켈톤. 전기톱 있어?”

“목공톱도 있어.”

“와우. 스켈톤은 없는 게 없네.”

“기본이지.”

만석이네에서 들고 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스우가 소총과 쌍안경을 들고 언덕 위에서 경계를 서는 동안 우리는 나무를 베고 다듬고 자재를 분류하고 오두막을 세울 토대를 정리하는 등 기본 작업을 실시했다.

둘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꽤 많은 일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해가 질 무렵, 그러니까 퇴근하려는 그녀에게 나의견을 말했다.

“예쁘게 짓는 것도 좋지만 눈에 안 띄는 게 가장 중요해.”

“응. 알겠어.”

다음날 그녀가 도면을 수정해왔다.

새롭게 만든 화장실 뒤에 있는 더미 방공호를 중심으로 주변의 언덕과 경사를 이용해 마치 외부에선 땅이 파묻힌 것처럼 보이는 안을 그려온 것이다.

엉성한 듯하면서도 핵심만 담은 그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스우가 내게 다가왔다.

“엄마. 어제 밤 새서 그렸어.”

레베카를 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하루 정도 안 자도 끄떡없어.”

그렇다면 봐줄 필요는 없겠지.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

스우의 날카로운 경계의 비호 아래 우리들은 빠르게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었다.

여전히 여름의 우거짐이 남은 언덕 위에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새로운 오두막이 형태를 갖췄을 때 우리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서로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내가 그 오두막 옆에 지낼 거라는 이야기를 하자 약속이 다르다고 가볍게 다투기도 했다.

“벽을 사이에 둘 거야.”

“그럼 도면 다시 그려야 하잖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 집은 골드 하우스로 지을 거야.”

“골드 하우스?”

“그런 게 있어.”

처음 레베카 모녀에게 보여주었던 그 조잡한 삼각형 집이다.

아무튼 작업이 진전될수록 우리는 여전히 경계심이 남았던 우리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폐급 군인으로 보였던 레베카는 의외로 작업 반장이었고 스우도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날카롭고 냉철한 주시자의 역을 충분히 했다.

총성이 울려도 놀라기는커녕 차분하게 교신기로 말하는 걸 보면 벌써부터 싹이 보인다.

“냠냠. 동북쪽 3km 방향. 무시해도 좋음. 냠냠.”

그 말을 듣고 레베카를 보고 말했다.

“제발. 자식 교육 제대로 시키자?”

“······.”

“남편 여기 온다며? 어떻게 올 건진 모르겠지만 온다며?”

“아, 알았어.”

이렇게 우리가 겨울이라는 만물에게 공평하게 무자비한 거대한 적을 상대로 준비를 차곡차곡 하는 동안 나는 문득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혼란스러운 게시판을 보며 뭐랄까, 나름의 사명 같은 걸 느꼈다.

겨울 준비라는 게 말 그대로 나나 내 소중한 사람이 겨울의 한기로부터 안락하게 살아남아 곧 다가올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행위인데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 하나가 나에게 무거운 의문을 던져준 것이다.

나만 살아 담는다면. 아니, 우리만 살아 남는다면 곧 다가올 봄은 과연 따뜻할까?

페일넷 친구들이 얼어 죽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나름 미래에 대비했고 좀 더 오래 살고자 우리 게시판까지 가입한 친구들이 이번 겨울을 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해서 썰렁해진, 헐빈한 게시판을 내년 봄에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레베카.”

가끔 이 스켈톤도 게시판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비트박스도 좋지만, 드래곤씨, 익명337, 그리고 위대한 존내논처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그 선한 영향력을 다른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한국어 게시판에 글 좀 써줄 수 있어?”

“무슨 글?”

“이 오두막 작업 과정 및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걸 연재하는 식으로 올리는 거지.”

“내가? 스켈톤 아이디 있잖아?”

“음. 있긴 한데 그 아이디로 올리면 안 되는 일이 있어.”

“왜?”

“좀. 그래.”

이튿날.

비바! 아포칼립스! 한국어 게시판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COOKIEMONSTER123 : 갓댐! 한국 겨울에서 살아남기 (1)

레베카가 올린 겨울 준비를 하는 간단한 연재글이다.

인터넷을 하루종일 해서 그런지 문장이 어색하지만 컷 배분이나 센스는 꽤나 수준급.

인터넷 폐인답게 역추적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오두막 이외에 다른 모든, 특정할 수 있는 배경을 하얀 색으로 덮어버리는 개인기도 구사했다.

그 반응은 그리 뜨겁다고 할 수 없었다.

댓글이 2개에서 3개 정도 달리는 정도.

ㅇㅇ : 뭔 벌써부터 겨울 준비를 하고 자빠지냐?

익명921 : 오두막? 위험하지 않을까? 눈에 띄면 어쩌려고.

unicorn18 : 흠

달린 댓글 내용도 시원치 않다.

하지만 댓글을 바라고 한 글은 아니다.

한 명이라도 우리의 글을 보고 겨울을 준비해 내년에도 다시 이 게시판에서 보았으면 하는 게 이 박규의 작은 소망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인터넷과 현실의 작업을 병행했다.

그리고 낮 기온도 더 이상 덥다고 느껴지지 않는 시점에 마침내 오두막을 완성했다.

“스우. 이거 봐.”

미국인답게 레베카는 쇼를 좋아했다.

우리를 위해 항상 경계를 서느라 작업 과정을 보지 못했던 스우를 위해 그녀는 내가 예전에 공장에서 일할 때 쓰던 공업용 비닐로 오두막을 덮어놓고 스우가 나타나자 쨘~ 하며 비밀의 집을 공개했다.

“여기가 우리 새 집?”

스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레베카가 웃으며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스우는 조금은 꺼림칙해 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스켈톤도 겨우내 우리 옆에서 산다며? 스켈톤은 어디에 살아?”

나는 레베카 모녀 하우스 옆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골드 스타일 하우스를 가리켰다.

“개집?”

*

COOKIEMONSTER123 : 갓댐! 한국 겨울에서 살아남기 (FINAL)

나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레베카의 게시글은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처음엔 댓글 3개가 달렸지만 그 이후부터는 하나에서 둘, 최신 2화는 아예 댓글이 달리지조차 않았다.

그걸 본 순간 나는 회의를 느꼈다.

어쩌면 우리의 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메아리가 아닐까 하는.

그러나 가끔은 선의가 보답받는 일도 있다.

마지막 연재를 올리는 날, 무려 댓글 스무 개가 쏟아지듯 달렸다.

ㅇㅇ : 근성 있는 친구네.

익명931 : ㅅㅅ

berkut_break :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게시판 글이네

SKELTON : (스켈톤 감동) 누가 지었길래 저렇게 예쁘게 지었지?

Dies_irae69 : 보기와 달리 드론으로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설계네. 구력이 느껴진다.

gijayangban : 선비?

...

...

틱틱거리는 놈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고했고 잘 했다는 반응이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와 레베카, 스우의 겨울을 나기 위한 합작품의 완성을 나름의 기대를 안고서 말이다.

이중에 겨울에 대비하겠다는 글을 적은 녀석은 없다.

그래도 그들의 마음에 겨울이라는 단어를 심어줬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겠지.

그것만으로 이번 우리의 행적은 충분히 보답받은 게 아닐까?

“그런데 스켈톤. 왜 자기 닉네임으로 안 올린 거야?”

스우가 교신기로 질문을 던져왔다.

“그게 말이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스켈톤이라는 걸 들키면 안 되는 사람이 있어.”

“왜?”

“왜라니. 음, 그런 사정이 있어.”

“스켈톤이 부끄러워?”

“······.”

최근 들어 느끼는 생각인데 레베카보다 의외로 스우가 복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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