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06화 (106/183)

57. 판결 (2)

탄통 하나를 꺼내 절반을 덜어내 디펜더에게 내밀었다.

“뭐야? 나 주는 거야?”

“그동안 답례도 못했잖아.”

“답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닌데.”

“아니, 총알은 많아. 그동안 고맙기도 하고.”

한사코 거절하는 디펜더에게 탄통에 담긴 총알의 반을 선물했다.

당연한 대가다.

위험한 놈들과 거래하는데 따라와 주고 트럭까지 끌고 온 건 물론이고 짐 싣는 것까지 도와준다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뭔가를 부탁할 땐 반드시 답례를 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해주는 거 없이 부려먹기만 하면 결국은 다 떨어져 나간다고.

“개포동 만석이라는 놈 아냐?”

조수석에 타 총기를 창틀에 걸쳐놓은 채 주위를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알지.”

“어떤 놈이야.”

“흔한 개자식이지. 군인이랑 짜고 군납품 시중에 내다 팔고 겸사겸사 포주도 하고,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놈이야. 전형적인 갱단 두목이랄까. 그런데 깡패 주제에 가방끈이 길고 수완이 좋다고 하더라고. 특히 군인들한테 예쁨을 받았다나.”

“그래?”

간판을 들고 서 있던 앙상한 사내가 무심코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상한 광고 모델을 쓰고 있던데.”

“경쟁자 아닐까? 본보기 보이는 거 좋아하잖아?”

“판사라던데.”

“판사? 아, 판사. 오랜만에 들어보네.”

타타탕!

멀지 않은 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디펜더는 그러나, 차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를 보니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먼저 말했다.

“우리를 노린 건 아니야. 거리도 있고. 굳이 반응할 필요는 없어. 괜히 한 패로 오인받으면 이쪽만 총격을 받을 뿐이니.”

확실히 강심장은 강심장이다.

나 같았으면 차량을 멈추고 총성이 들려온 곳을 신중하게 정찰하고 안전이 확보가 된 이후에 다시 차량을 운행했을 거 같은데.

스타일의 차이겠지.

이 박규는 필요하다면 무모할 정도로 거칠게 나갈 때도 있지만 불필요한 상황에서는 겁쟁이로 보일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니.

나름의 이유는 있다.

죽어도 될 상황에 죽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죽을 필요가 없는 상황에 죽는 건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서다.

이후에 한 차례 사건이 더 있긴 했다.

건너편 도로에서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우리를 지나갔다.

디펜더도 그것들을 보고 차를 멈추고 전투 준비를 했었는데 오토바이 무리는 우리를 무시하고 곧장 남쪽으로 치달렸다.

그 이후엔 특별한 위험은 없었다.

멀리 옛 고속도로 휴게소와 그 앞에 컨테이너 박스로 쌓은 성채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기 전에 무전기로 연락을 취했다.

“어제, 총알과 기름 바꾸기로 한 사람인데.”

“아! 어제 그 손님!”

만석이가 갑자기 탄식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생겼지. 일단 들어와 봐. 앞에서 경적 3번 빵빵빵 울리시고.”

디펜더와 시선을 교환하고 자리를 바꿨다.

디펜더는 차에서 내렸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거래를 한다 해놓고 공격을 가하는 건 너무나도 뻔한 레퍼토리니까.

공격을 받으면 나야 즉사하겠지만 차량안엔 폭탄이 있다.

디펜더가 복수를 해줄 것이다.

그렇게 사전에 기획했다.

멸망기의 보험이랄까.

그건 그렇고 슬슬 시작이다.

차량 문 안쪽에 대어둔 방탄판의 위치를 가늠하고 권총을 준비했다.

철컥

조수석에 하나 기어 뒤에 하나, 문 안쪽에 하나.

온 몸에 긴장이라는 윤활유를 두르고 천천히 상점으로 접근했다.

빵 빵 빵

경적 3번.

곧 깡패들이 나타났다.

“오라이오라이.”

컨테이너로 둘러싼 영역 안으로 차를 몰고 갔다.

기름, 냉병기, 식량, 부품 등 잡다한 상점과 매춘부와 벌거벗은 판사가 차례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전과 다르다.

핏자국이 컨테이너 하나에 페인트를 끼얹은 것처럼 뿌려졌다.

“아. 오셨구만. 박사장님.”

만석이가 양팔을 벌려 날 반겼다.

그에게 별다른 적의는 없어 보였다.

거기다가 그가 서 있는 쪽엔 여러 개의 드럼통이 가지런하게 쌓여 있었다.

조수석에 놓아두었던 권총을 숨기며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만석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하, 시발. 있었죠.”

만석이가 핏자국이 가득 한 컨테이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뮤테이션 한 마리가 밤 중에 여길 덮쳐서 제 동생 하나가 죽었어요.”

“뮤테이션. 어떤 뮤테이션인가요?”

“그게 아무도 못 봤어. 못 봤어. 여기 몇 놈이나 있었는데.”

옆에 있던, 목까지 덮인 문신을 새긴 짧은 머리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 보여. 그 새끼. 그거 안 보여. 그냥 아무런 징조도 없이, 용재 몸이 150km로 달려오는 시커먼 차에 치인 것처럼 구겨지더라니까. 시커먼 게 용재 목을 덥썩 물더니 그대로 목이 뜯겨 나갔어. 그렇게 목 없는 뒤틀린 시체가 춤을 추더니 하늘로 날아갔어. 그게 끝이야.”

말을 하는 내내 그는 실감이 안 난다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공포보다는 몰이해가 그를 지배하는 감정처럼 보였다.

나는 어제 디펜더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거 부엉이 뮤테이션 아닙니까? 요즘 말 많다는.”

이에 만석이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험상궂은 깡패들이 모두 눈을 번쩍 뜨며 날 보았다.

“그거야! 그거!”

“맞아!”

“아니, 올빼미처럼 보였는데?”

“아깐 아무것도 못 봤다며?”

“아니, 올빼미야. 눈썹 같은 게 있었다고!”

“그게 부엉이지. 병신아.”

주변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치렁치렁한 전선과 함께 전등을 달아놓았다.

부엉이 눈에는 전등이 없어도 어둠을 보는데 별 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불빛은 멀리서도 보이겠지.

그게 아마, 최근에 이곳에 “풍부한 먹이”를 찾아 나타났다는 부엉이 뮤테이션의 흥미를 끈 모양이다.

게다가 여긴 먹을 것도 특히 풍부하니.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만석이는 자신의 부하가 죽임을 당한 컨테이너 앞을 가만히 보다 내게 자리를 옮기자고 손짓했다.

거래가 시작됐다.

“보자. 5.56mm 나토탄. 상태 좋고. 이 탄통. 미군꺼네요? 와, 미군기지 건 빨리 동나서 찾기도 어려운데.”

그가 탄환을 빠르게 점검한 후 함께 합성유 쪽을 보았다.

그가 내 앞에서 드럼통 봉인 하나를 떼더니 긴 부젓가락을 안에 집어넣고 꺼내며 젓가락에 달라붙은 점액질의 기름을 보여주었다.

“보다시피 최상품입니다. 롯트 번호 앞자리 보이시죠? 숫자 4. 창원에서 만든 겁니다.”

“제일 좋은 숫자는 뭔가요?”

“3이죠. 여수 산단에서 만든 걸 최고로 칩니다. 하지만 여수에서 만든 건 죄다 제주도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나도 못 구해. 그건.”

만석이는 이어서 기름이 불에 붙는 모습도 시연했다.

연기가 적고 화력도 적당해 보였다.

불순물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마따나 대한민국 화공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까.

“자, 그럼 실어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합시다.”

“들었지? 얘들아! 기름 실어드려라~.”

나도 거들려고 하자 만석이가 날 제지했다.

“사장님은 힘쓰실 필요 없어요. 동생들한테 맡기시죠. 안 그래도 이 촌동네에선 가성비도 안 맞는 놈들인데 이런 일이라도 시켜야지.”

그는 두 다리를 턱하고 책상 위에 올리며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만석이는 하얀 연기를 탄식 같은 한숨과 함께 뿜어내고는 간판을 들고 서 있는 앙상한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판사.”

딱히 할 일도 없고 가만 있는 것도 뭣 해서 이야기를 꺼내봤다.

“나쁜 짓 했습니까?”

“나쁜 짓이야 우리 전문이죠.”

만석이가 하회탈처럼 씨익 웃었다.

“저 인간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세요?”

만석이가 웃음기를 거두며 정색한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전에 보았던 증오로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걸 보며 머릿속에 떠 오른 여러 개의 말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솔직하게 딱해 보이긴 하네요.”

여기서는 농담보다는 적당한 진심이 낫겠지.

“그렇긴 하죠.”

나름 정답인 모양이다.

만석이가 재차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평생 사람들 운명 가지고 갖고 논 놈인데, 죽기 전에 잠깐 장난감 취급 당하는 것도 인과응보 아닐까요?”

만석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야 이 새끼야! 그거 말고! 그건 다른 거잖아. 옆에 있는 거. 그래! 그거!”

깡패답게 감정의 변화가 빠른 그는 언제 고함을 질렀냐는 듯 온화한 얼굴로 돌아가 아까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가 전쟁 전에 뭐 했을 거 같나요?”

그가 불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넌지시 물었다.

“글쎄요. 관상은 볼 줄 몰라서. MBTI 결과라도 있으신가요?”

“대기업 직원이었어요.”

만석이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수 쪽쪽 빨아먹는 기생충 회사가 아닌, 수출로 돈 벌어오는 회사였죠. 거기 구매팀 직원이었죠.”

살짝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놀랄 만 하다.

웃으면서 사람 하나 죽이는 거 일도 아닐 것 같은 깡패 두목의 전 직장이 산업 역군이었다니.

“딸이 있었죠.”

사내의 얼굴에 드리운 증오의 다채로움의 원인 중 하나가 이제야 밝혀졌다.

그 증오는 가족과 닿아 있었다.

“저기 제 발로 들어간 멍청하고 이기적인 년들하고는 차원이 달랐지. 진짜 착하고 예쁘고······.”

“······.”

담배를 쥔 만석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예쁜 딸자식 가지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야. 별 거지 같은 새끼들이 달라붙으니까.”

“거지 같은 자식?”

“네, 스토커가 있었어요.”

“······.”

“아주 좆같은 새끼였지. 전과도 씨발. 다행히 원룸 앞에서 개좆지랄 트는 걸 딸이 신고해서 잡았어. 당연히 그런 개새끼는 구속해서 잡아넣어야 하는 게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것 같다.

만석이가 알몸의 사내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저 새끼가 말하길. 전문직이래. 전문직이라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대. 반성문도 썼고. 그래서 경찰이 잡은 그 새끼는 풀려났고, 뭐 그 새끼가 내 딸을 강간해 죽였지. 낮에는 반성문 쓰고 밤에는 남의 딸을 장도리로 패서 인사불성으로 만들고 그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를 강간하고 또 목졸라 죽인 거지.”

“그래서 저 사람을 묶어 놓은 겁니까?”

“그것만은 아니죠. 그것만은.”

만석이가 희게 웃었다.

“나중에 이 새끼한테 따지러 갔어요. 당신의 실수로 내 딸이 죽었으니. 잘못을 인정하고 내 딸에게 사죄하라고. 그래야 억울하게 간 내 딸이 저 세상에서라도 덜 억울해할 거 같으니. 그런데 저 새끼가, 뒤에 따까리 법관 거느린 저 새끼가 날 어떻게 보는 줄 알아? 벌레처럼 보더니 법원 경위? 그런 애들을 부르더라고. 이 외부인 쫓아내라고. 국민도 아니고! 외부인이래!”

“······.”

“이 새끼가 나중에 민사부로 가서 재판하는 걸 봤어. 뭐 모르는 할망구가 사기를 당해서 재산 다 털리게 된 건인데 무식하고 모르는 사람이 억울함 밖에 더 있겠어? 신세한탄하며 제 발 억울함 풀어달라고 읍소하는데 저 높은 곳에 앉은 새끼가 되려 할망구한테 호통을 치더라고. 기본적인 건 알고 오랍시고. 그 눈빛하고 자세, 고압적인 목소리를 듣고 알았지. 이 새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만석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가 구름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좆도 아닌 새끼가 지가 남들 위에 있는 뭔가로 착각하는 거지.”

그가 총을 들고 벌거벗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 알몸의 사내는 벌벌 떨었다.

“이런 버러지 같은 새끼가······.”

만석이가 한 차례 코웃음을 치고는 날 돌아보았다.

“그래도 나도 내가 잘한 거 아니라는 건 알아. 내가 좆같은 새끼인 것도 알고. 그래서 매일 기회를 주지.”

“기회?”

만석이가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권총을 갑자기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풀더니 그 총의 총구를 자신을 향한 채 알몸의 사내의 손에 강제로 쥐여주는 게 아닌가.

그가 알몸의 사내에게 호통쳤다.

“자, 니 가족 죽이고 니 새끼 이 꼴로 만든 놈이 여기에 있다. 자, 판결 내려봐.”

그가 총구에 머리를 댄 채 알몸의 사내에게 쏴보라고 종용했다.

그 모습은 내가 처음 보았던 광기 그 자체였다.

“판결 내려보라고! 어서!”

벌벌 떠는 판사의 손은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만석이는 코웃음을 치며 사내의 손에서 권총을 뺏더니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사내의 뺨을 후려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게로 돌아와 옷깃을 여몄다.

“보다시피, 무죄랍니다~.”

전쟁 전의 얽히고 얽힌 원한에 대해서 내가 할 말은 없다.

내가 알아야 할 문제도 아니고.

다만 한 가지 의문이 풀렸을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내 시선은 상점에 쌓인 다른 품목으로 향했다.

“이 배터리. 좀 봐도 될까요?”

만석이 또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특유의 호들갑을 떨며 나를 응대했다.

“아, 이거. 중국산인데 성능이 좋습니다. 옛날 중국산 생각하면 안 돼요. 국산보다 더 좋아. 내가 회사 다닐 때 엔지니어 새끼들 중국 가서 기술 전부 다 빼돌려서 팔아먹었으니까.”

“총기도 받아주나요? 신품 미제 소총 몇 정이 있는데.”

“진짜요? 진짜 미군기지 터셨나. 간도 크시네. 후하게 쳐 드리죠.”

아무래도 이 상점엔 한 번 더 들러야 할 거 같다.

이 만석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를 떠나, 그가 가진 물건들은 내 영역의 수명을 꽤나 늘려줄 것처럼 보이니까.

거기다가.

“어라. 이건?”

“아. 이거.”

만석이가 여러 개의 칼날을 머금은 파우치처럼 생긴 전투 기계를 들어 보였다.

“헌터 장비입니다.”

심지어 헌터 장비조차 가지고 있다.

블레이더, 대구경 라이플, 128mm 로켓 피스톨, 거기에 내가 중형급 이상에게 즐겨 썼던 하푸나이저까지.

거의 뭐, 백화점이다.

“아니, 이런 걸 다 어디서.”

“예전에 군인들과 연줄이 있었죠. 군단파로 다 넘어가서 나가리가 되긴 했지만.”

사람을 많이 상대하고 그들의 감정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자답게 만석이는 눈치도 빨랐다.

그가 날 보며 넌지시 물었다.

“혹시, 헌터세요?”

“······예전에 잠시 헌터로 활동하긴 했습니다.”

“역시. 처음 볼 때부터 만만치 않은 향기를 풍기더니, 헌터셨군.”

우리가 이야기 하는 동안 합성유의 적재가 끝났다.

1톤 트럭이 휘청거릴 정도로 많은 합성유가 짐칸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실린 것이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이보다 좋은 거래는 없겠지.

모양새를 보니 이대로 끝날 거 같기도 하고.

안 그래도 헌터인 것도 들켰겠다, 다음 거래도 있고 해서 만석이에게 모처럼 전문가로서의 충고를 해주었다.

“조심하세요.”

“뭘 조심하라는 겁니까?”

“뮤테이션요.”

“아, 그거요.”

“뮤테이션은 한 번 노린 곳은 또 옵니다. 자기가 생각할 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끈질기게 오죠. 그놈들은 인간의 판단력과 짐승의 집요함을 동시에 가진 놈들입니다. 어제 공격 당하셨다면서요?”

이에 만석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건성으로 내 말을 들었다.

“알아서 할게요.”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한다는 거지.

뭐, 별일 없길 바란다.

이 친구와는 또 거래를 해야 되니.

“어땠어?”

디펜더가 묻자 나는 뒤편에 가득 실린 기름을 가리키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그리고,

“보다시피.”

적어도 다음 거래까지 만석이에게 판결이 내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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