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인증 (2)
일전에 디펜더 남매가 공사를 도와줬을 때 남매와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가끔 남는 시간엔 과거나 혹은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녀의 내공은 내가 범접할 수준이 아니었다.
“나, 초등학교부터 커뮤니티 했거든.”
“될성부른 샛노란 떡잎이었군.”
그 당시는 이른바 디펜더의 휴식기였다.
저스티스 민이라는 강적을 만나 글도 거의 쓰지 않고 인증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요즘은 인증 안 해서 좋네.”
진심이다.
인증이 적다는 건 그만큼 디펜더가 마주칠 사람이 적다는 이야기니까.
“인증은 안 하는 게 좋지.”
다정이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축 늘어진 채 먼 곳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그 모습은 아주 잠깐 백전노장처럼 보였다.
“······게시판에서 인증하는 애들은 오래 못 가 사라지더라고.”
“그래? 그 인증이 변변찮았던 건 아니고?”
“그건 아니야. 예전에 하던 사이트에선 진짜 영화에서 볼 법한 부자 애도 있었어.”
“그런데 왜 사라지는 거지?”
“글쎄. 잘 모르겠어. 그냥 사라지더라고. 현자타임이라도 온 거 아닐까?”
“흠.”
“달리 생각해보면 남들과 달라서일 수도 있겠네. 가면 무도회 알지?”
“당연히 알지.”
“모두가 가면을 쓰고 노닥거리는데, 거기에 혼자 맨 얼굴로 있으면 뻘쭘하지 않을까?”
디펜더 동생이 샐쭉하게 웃으며 날 보았다.
그녀의 말을 완벽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인증을 한 사람들이 왜 사라지는 지는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반례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그래도 너희들은 인증 그리 많이 해놓고 꽤 오래하네?”
이에 디펜더 동생은 풉하고 웃었다.
“인증도 인증 나름이야. 무거운 인증과 가벼운 인증이 있지. 우리가 한 건 가벼운 거.”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무거운 인증이라는 게 무엇인지.
사진 속엔 한 사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뚝뚝 흘러내리는 피가 사내가 앉아 있던 의자 좌석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사진만 놓고 보면 그 사내는 살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디펜더는 한 문장을 사진 말미에 추가했다.
Defender : 아직 살아 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오랜만에 피가 얼어붙는 감각과 더불어 익숙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 불쾌감은 아마 디펜더 남매를 실제로 봤을 때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리라.
지금 디펜더가 하려는 짓은 내가 중국에서 숱하게 보았던 장면의 빛바랜 재현이었으니.
중국은 정규군만으로 반란군을 처리할 수 없자 유격전 전문 부대가 진압에 나섰다.
군인이라기보다는 도살자에 가까운 그들은 반란군을 제압할 때 한두 명을 생포해 인질로 잡고 그걸 이용해서 반란군을 끌어내 일망타진 하는 방법을 즐겨 썼다.
인질에 출혈을 일으켜 방치하는 건 그들이 즐겨 쓰던 방식이었다.
양자택일의 강요라고 할까.
구하러 오지 않으면 인질이 죽고, 구하러 오면 나머지가 전부가 죽는다.
그 비슷한 방식을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나의 인터넷 친구가 쓰고 있다.
디펜더 : 영상
디펜더가 올린 영상 속엔 거꾸로 묶인 사내가 아이처럼 엉엉 울며 살려달라고 흐느끼는 음성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영상이 저화질인 건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실내를 덮은 그늘과 더불어 영상의 섬뜩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
이 상황에 내가 할 말은 별로 없다.
이건 디펜더의 싸움이다.
그가 선택하고 고른.
하지만 왜일까.
그의 방식에 이토록 강한 반감이 느껴지는 건.
이것이 다정이가 말한 무거운 인증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내 머리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은 우리 게시판의 다른 유저가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Dies_Irea69 :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게시판을 네 살인의 도구로 쓰는 건 선 좀 넘은 거 같은데?
디에스이라에.
집단생존주의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사내가 내가 잘 표현하지 못했던 불쾌감을 한 번에 해명했다.
그렇다.
디펜더는 우리 게시판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들의 고단한 휴식처이자 삶에 재미라는 윤활유를 주던 생명의 땅에 그는 자신의 전쟁을 끌고 온 것이다.
아마 디펜더는 적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저스티스 민의 본거지는 물론이고 그들의 패턴과 습성까지도.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한 번의 기회를 잡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함정을 파놓았다.
그 함정으로 이끄는 미끼로 우리 게시판을 선택한 것이다.
일전에 디펜더가 보여준 저스티스 민의 문자를 떠올렸다.
JUSTICE_MI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디펜더. 니가 비바! 아포칼립스!의 미친 놈이라며? 사람 막 죽이고 인증하고 ㅋㅋㅋㅋ 시발 ㅋㅋㅋㅋㅋ
JUSTICE_MI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제 내가 널 알았어. 이 정의의 용사가 널 알았다고. 오늘부터 널 사냥할 거야. 널 사냥해서 “인증” 할 거라고. 기다려. 그리 오.래.걸.리.진.않.을.테.니······!!!
글만 봐도 나대는 걸 좋아하는 친구다.
뭐가 그렇게 디펜더를 사냥하고 싶게 안달을 내게 한 걸까.
디펜더 동생은 저스티스 민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말했다.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진 애지.”
“소속감?”
“응. 자기는 대페일넷 출신이고 거기서 거들먹거리는 사람인데 우리 게시판 같은 하찮은 겁쟁이들의 쉼터를 보니 대페일넷 성골 출신으로 참을 수 없었떤 거겠지.”
내가 저스티스 민에 대해 아는 건 그가 약탈자 출신이고 집단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아마 그가 죽인 사람 중에 우리 게시판 유저도 적어도 하나 이상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위성 장비를 탈취한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디펜더의 방식이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Defender : 두 번째 영상
디에스이라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번째 영상을 올렸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그 영상 속엔 거꾸로 묶인 사내가 작살을 맞은 물고기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살려줘, 제발, 으허허허, 형! 형! 제발 구해줘, 제발······.”
영상의 끝엔 무자비한 각목이 그의 얼굴을 후려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디에스이라에가 정확히 보았다.
디펜더는 저스티스 민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
그럼에도 저스티스 민이 움직임을 취하지 않으면 더 끔찍하고 잔혹한 영상을 올리겠지.
“······.”
오늘, 교신기는 디펜더 남매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한해서 켜려고 했었다.
이제는 아니다.
교신을 할 필요성이 생겼다.
말려야 한다.
저스티스 민을 능지처참을 하건 고기 분쇄기에 갈아 넣든 그건 오프라인에서 하면 될 일이다.
우리 게시판 최대의 금기.
그건 이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게시판”에 가지고 오는 것.
익명848 : 이거 좀 불쾌한데.
익명458 : 디펜더가 하는 짓거리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데. 뭐? 그래서 뭐?
익명1131 : 이런 분이었나요? 디펜더님은?
Foxgames : 좀 아닌 거 같아요.
Berkut_Break : 네임드 강박증인가?
dongtanmom : 중국 애들이 하는 짓 같은데. 냠냠...
mmmmmmmmm : 지금 무슨 소리 이야기 하는 중?(진짜로 몰라서 물음)
...
...
게시판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일부는 노골적인 반감마저 드러내고 있다.
뭐, 디펜더가 그런다고 눈 하나 깜짝할 놈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Defender : 영상 3
세 번째 영상은 나조차 재생하지 않았다.
보나 마나 고문과 협박 살려달라는 애원이겠지.
볼 필요가 없는 영상이다.
봐 봐야 디펜더에 대한 반감만 늘어날 테니.
아니나 다를까.
결국 한 유저가 총대를 멨다.
Dies_Irea69 : 경고한다. 디펜더. 니 좆같은 영상 보기 싫으니 그만 올려라. 분명히 말했다. 경고다.
디에스이라에다.
그는 뭐랄까.
네임드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르는 유저가 없고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는 존재감을 구축했다.
실제로 디펜더가 장기간 침묵에 접어든 이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우리 게시판의 한 축을 이끄는 주류라는 걸 끊임없이 어필했다.
아이엠지저스 쟁탈전에서 그 강력한 경쟁자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고 진솔한 장점을 말하던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 그 디에스이라에가 경고했다.
나는 이 인간이 허투루 말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아울러 그가 살인자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Defender : 신경꺼라.
여간해서 타인의 말에 반응하지 않던 디펜더가 디에스이라에에게 반응했다.
아마 디펜더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디에스이라에가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Dies_Irae69 : 지금 우리와 척지자는 거냐?
디에스이라에가 즉답했다.
디펜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디에스이라에가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Dies_Irea69 : 솔직히 말해서 너,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세상이 세상이고 나름 이유가 있으니 그냥 놔뒀는데, 이번은 도가 지나치네. 저스티스 민. 처음 보는 사람이긴 한데 이 사람도 우리 게시판 유저 아니냐? 너는 네 입으로 네 맹세를 깨고 있다고.
그 글을 본 순간 나는 강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건 내가 디에스이라에의 본질을 알기 때문이리라.
직접 봐서 안다.
싹이 노란 놈들이라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일말의 자비도 없이 전부 죽여버리는 것도 모자라 그 죽음을 자신의 선전을 위한 기회로 삼던 모습은 뭐랄까, 어른이다.
나이만 먹은 애어른도, 타의모범이 되는 어른도, 아닌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 말이다.
Dies_Irae69 :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네 싸움 이야기. 한 번만 더 여기 끌고 오면 우리도 행동에 들어간다.
그런 그가 아무 이유 없이 디펜더에게 시비를 걸리 없다.
디펜더를 “발판” 삼아 자신이 원하는 더 큰 목적을 달성하려고 움직이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는 순간 내가 취한 선택은 단순했다.
“디펜더.”
즉시 교신기를 켰다.
“대답해라.”
타타타탕!
교신기 너머에서 총성이 나왔다.
“키보드 치는 거 다정이냐?”
“?!”
놀란 숨소리가 교신기 너머에서 나왔다.
“디에스이라에한테 대꾸하지 마라.”
그녀에게 이렇게 강하게 말해본 건 첫 만남 이후 처음이리라.
“스켈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는 주눅이 껴 있었다.
“보면 모르겠냐? 저 새끼가 어떤 놈인지.”
“어떤 놈인데?”
다정이가 주눅이 들었음에도 은근한 항의를 담아 물었다.
“죽을 수도 있다.”
“저, 저런 새끼가 우리를 죽인다고?”
“응. 죽어.”
“스켈톤.”
“그러니 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 놈의 뜻대로 움직이지 마라.”
탕!
총성 한 방이 교신기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곧 거친 숨소리와 함께 디펜더의 잦아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다. 전부 죽였어.”
“수고했다.”
“그런데 스켈톤. 방금 뭐라고 했냐? 아무리 네가 우리 친구라고 해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말을 한 거 같은데?”
“네가 들은 대로다.”
“스켈톤.”
디펜더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그는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
“응. 하지 마라.”
하지만 목소리에 날이 서 있는 건 그만이 아니다.
이건 경고다.
“하지 말라고 말했다.”
“······.”
불쾌감을 담은 침묵이 저 너머에서 느껴진다.
조용히 기다렸다.
내 인터넷 친구의 답을.
잠시 후, 체념한 듯한 한숨이 저 너머에서 들려왔다.
“······알았어.”
“잘 생각했다.”
정말로 잘 생각한 거다.
방금 디펜더는 저스티스 민이라는 숙적을 죽여 운명의 장애물을 걷어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운명의 칼날은 하나만 오는 게 아니다.
때로는 쌍으로, 때로는 피할 수 없는 빽빽한 궤적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저스티스 민보다 디에스이라에가 훨씬 더 위험한 칼날로 보인다.
“······인증 할 거냐?”
조금은 목소리에 힘을 풀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들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잠시 후, 교신기 너머에서 디펜더 동생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번 인증.”
그녀의 잦아드는 쓸쓸한 웃음이 들려왔다.
“무거운 인증이었지?”
그녀는 인터넷의 고수다.
그녀는 자신과 오빠의 또 다른 자아.
“Defender”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
ㅇㅇ : 뭐야? 디펜더 이 새끼 어떻게 된 거야? 왜 소식이 없어?
익명1131 : 디펜더님 디에스이라에님한테 쪼신 건가 ㅎㅎ 말씀이 없으시네
unicorn18 : 디펜더 진짜 물로켓이었냐?
익명848 : 디펜더 설마 죽은 건 아니지?
익명458 : 디펜더. 진짜 디에스이라에한테 쫄았냐?
RokaGG : 디펜더 의외로 영리하네. 강자를 알압네.
mmmmmmmmm : 무슨 일임? 설마 차단한 새끼 떡밥인가?(진짜로 몰라서 물음)
...
...
누군가의 몰락은 언제나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하는 주제다.
특히 그 사람이 높은 곳에 있을수록.
한때 공포의 대명사이자, 우리 게시판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한 유저로 평가받던 네임드는 모두의 비아냥과 조롱 속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인증이라는 충격 하나로 네임드가 됐지만, 이제는 그 충격이 일상이 된 현재에 그는 더 이상 충격으로 남을 수 없게 됐으니까.
“인증으로 흥한 자, 인증으로 망하는 법이지.”
디펜더 동생의 말이다.
“돌이켜보니 디에스 이라에의 말이 맞는지도.”
그들, 디펜더 남매는 우리 방공호에 와 있다.
초대한 건 나다.
그들의 위대한 인내에 대한 감사라고 할까.
모처럼 냉동고 깊숙한 곳에 고이 모셔둔 한우를 대접했다.
“······맛있네.”
디펜더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기를 씹으며 먼 곳을 보고 있었다.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일생일대의 싸움을 했는데 돌아온 건 게시판의 조롱이 전부였으니.
디펜더 동생 말로는 이제 당분간 디펜더의 활동은 없을 예정이란다.
게시판 네임드 “디펜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굳이 게시판을 떠날 필요가 있을까?”
디펜더 동생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합석했다.
머리 위엔 셀 수 없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멸망이 가지고 온 뜻밖의 선물이라고 할까.
디펜더 동생이 가지고 있는 타블렛 메모장을 켜서 그걸 내게 보여줬다.
[ 떠나는 흐름이 맞아. 언제부터인가 안티도 늘었고 우리가 책 잡힐 짓도 했고, 킬각을 재고 있던 디에스 이라에가 정확하게 저격을 했으니까. 조롱거리밖에 더 되겠어. ]
인터넷 달인의 말씀이니 맞는 이야기겠지.
그래도 유일한 탈출구는 있다.
시비를 건 당사자, 디에스 이라에를 죽이고 인증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게시판을 왜 떠나?”
디펜더 동생이 퉁명스레 물었다.
“디펜더 계정 안 쓴다고 했잖아?”
“우리 부계정 있어.”
seamonkeyPAPA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디펜더) ㅎㅇ
“이건?”
“적당히 닉변해서 쓰지 뭐. 안 그래도 요즘 유입들 많잖아?”
과연 인터넷 달인.
발상이 남다르군.
여전히 기세등등한 동생과 달리 오빠 쪽은 여전히 의기소침한 상태다.
그럴 법도 하겠지.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그가 날 보며 불쑥 물었다.
“······그렇게 위험한 놈이냐? 디에스 이라에라는 놈이?”
여전히 억울한 모양이다.
“위험한 거 맞아. 야심도 있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잔인하지. 하지만 말이야.”
머리 위에 반짝이는 셀 수 없는 별들을 보았다.
별들은 흔히 죽은 사람의 영혼에 비유되곤 한다.
멸망기에 저토록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는 건 그만큼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어서일지도.
“나는 그 친구가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왜?”
남매가 동시에 물었다.
“집 안 숨기잖아?”
모두가 별이 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들보다는 늦게 반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