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93화 (93/183)

50. 거목 (2)

사람의 본성이란 건 어디 가지 않는다.

당장 이 박규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머나먼 타향을 가더라도 박규는 박규다.

존내논이란 사내도 그렇다.

그는 좋은 의미의 “관종”이었다.

비록 그 방식에 있어서 약간 비열하고 양심을 져버리긴 했지만 그는 최대 다수에게 이로움을 주는 방향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대가로 유명세와 돈을 얻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존내논 안티의 말에 의하면 존내논은 돈을 벌기 위해 우리 커뮤니티를 이용했다고 하지만 그건 존내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인터넷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지켜본 결과 존내논은 돈보다는 갈채를 원하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다수의 타인에게 떠받들어지는 상태 그 자체를 즐기고 갈구했던 사람이다.

존내논이 페일넷이라는 역작을 만들었을 때 그는 모든 걸 다 이룬 사람처럼 행동했다.

빛 속에 선 채 두 팔을 벌리던 그 모습은 확실히 결말에 다다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러고도 그는 몇 달을 더 살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선고 기한을 넘겼을 때 느끼는 감정이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왜 안 죽느냐라는 의문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당장 오늘내일할 것 같던 존내논도 의문을 느꼈을 것이다.

왜 안 죽을까?

징하게도 안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연장되는 생존은 그에게 아마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그가 예전에 잃어버렸던,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

즉, 네임드 존내논을 그리워한 걸 아닐까?

171cm54kg13c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걸로 존내논님의 기분이 풀릴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SKELTON : (제갈스켈톤) 제 말대로 하면 됩니다.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

내가 게시판에서야 이상하고 덜떨어진 취급을 받지만 현역에 있을 땐 장기영의 업그레이드 판 소리를 듣던 사람이다.

그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얼토당토않은 전략을 짜는 대신, 현실과 데이터에 기반해 보수와 혁신 사이에서 보다 혁신에 가까운 참신한 전략을 여러 개 창안, 우리 올드스쿨 헌터의 수명을 연장했다고 자부한다.

그런 스켈톤의 의견이다.

통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우상 존내논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었다.

※존 내 논※(GOD) : ㅋ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인터넷에서는 내가 잘났니 마니로 옥신각신하던 페일넷 게시판에 괴인이 나타났다.

그 유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일반 유저와 궤를 달리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크기다.

일반 유저가 10pt 정도의 크기의 폰트를 쓴다면 갑자기 나타난 괴인은 그보다 10배는 큰 100pt 정도의 크기의 폰트로 무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닉네임은 네온사인처럼 무지개빛으로 끊임없이 반짝였다.

상상해보자.

모두가 같은 색의, 같은 크기의 폰트로 글을 쓰는 게시판에 갑자기 남들보다 10배나 큰 폰트에 그것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다채로운 반짝임을 가진 유저가 등장했을 때의 파급력을.

한 유저가 -아마도 벌벌 떨며 - 그에게 물었다.

ㅇㅇ(A13) : GOD....? 누, 누구세요?!

※존 내 논※(GOD) : ㅎㅎ

그의 웃음 직후 페일넷에 접속한 모든 유저는 화면 전체를 덮는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존 내 논※(GOD) : 안녕하세요? 페일넷 설립자 존내논입니다 ^^

거인이 나타났다.

*

존내논의 재림은 페일넷은 물론이고 그를 배출한 비바! 아포칼립스! 한국어 게시판도 강한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익명848 : 존내논? 그 새끼 죽은 거 아니었냐?

익명458 : 분명 죽었을 건데? 아니, 어떻게 된 거야?

Foxgames : 존내논님이 페일넷 설립자라고요? 진짜요?

berkut_break : 그 불펌한 사람이 그걸?

unicorn18 : 우와...

Dolsingman : 사칭은 아니겠지?

RokaGG : 누가 그런 사람 사칭을 하겠어?

...

...

여전히 존내논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만이 있던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눈치다.

뭐, 이해는 한다.

솔직히 존내논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층이었던 나조차 존내논이 페일넷을 만들었을 거라고 상상 못했으니까.

하지만 페일넷에 나타난 거인은 존내논이 맞다.

John_nenon : (존 내논) 오랜만입니다. ㅎㅎ 비아게 여러분.

본인이 직접 한국어 게시판에 나타나 인증했다.

그의 귀환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게시판에 남은 수많은 생존자 중 빛이 된 남자의 글에 댓글을 달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우리가 그를 쫓아냈다.

그를 시기했고 그의 흠을 잡아 게시판에서 몰아냈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그의 공을 기억하지 않고 수시로 그의 가치를 폄하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SKELTON : (스켈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존내논님!

존내논의 마지막 충신인 바로 이 스켈톤이다.

존내논의 미소가 눈에 스치듯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에게 답글을 달아주었다.

John_nenon : (존 내논) 스켈톤님······.

SKELTON : (스켈톤) 존내논님······.

다분히 연출된 상황이고 그전에 남들이 아는 것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보다 더 감동적인 해후의 순간이 있겠는가?

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 세상엔 죽여야 할 놈이 너무 많다.

mmmmmmmmm : 지랄 똥을 싸네······.

dongtanmom : 냠냠... 왜 저런데... 게이야? 냠냠...

gijayangban : ?

m9는 둘째치고 동탄맘은 닉네임을 가려도 타인과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역겨운 인간은 분명 휴대폰으로 인터넷 같은 거 안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지만 이번 페일넷 지역코드 사건 당시 그는 자기 닉네임 옆에 이른바 귀족 코드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보란 듯이 냠냠 거리며 다른 사람의 속을 긁어댔다.

뭐, 그 냠냠거리는 정신병자가 백승현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 냠냠거리는 정신병자는 100% 백승현이다.

아니면 그 냠냠거리는 놈 전부가 정신병자이거나.

내게 가르침을 주었던 존내논의 사고회로가 나와 비슷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존 내 논※(GOD) : 거기 냠냠거리는 너!

ㅇㅇ(A02) : 냠...?

※존 내 논※(GOD) : 넌 영구차단이다.

※존 내 논※(GOD)님이 ㅇㅇ(휴대폰고유번호 35471E223)님을 영구 차단형에 처했습니다!

페일넷에서 냠냠맨이 영원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페일넷에 등장한 “신”의 첫 번째 행보였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창조주에 놀라워하면서도 이내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냈다.

ㅇㅇ(D13) : 오오! 존내논!

ㅇㅇ(E01) : 존내논! 존내논!

ㅇㅇ(A15) : 존내논님 고마워요~ 페일넷 만들어줘서~

ㅇㅇ(B22) : 존내논님 없었으면 진짜 자살했을지도 몰라요. 이 개 같은 세상 무슨 낙으로 살아 했을지.

ㅇㅇ(C13) : 존.내.논! 존.내.논!

...

...

우리 게시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일제히 존내논을 찬양했다.

그 찬양의 물결이 어느 정도인지 사고가 날 때마다 인구수가 줄어 서버 부하가 확연히 줄어든 페일넷의 고성능 서버가 부하를 일으킬 정도였다.

존내논에 비판적이던 - 아마 자기 머리로 생각을 하기보다는 관성적으로 - 우리 게시판 유저들도 천천히 그들의 생각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익명458 : 어쩌면 존내논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Dies_irae69 : 난 놈이긴 하네.

익명913 : 처음 보는 분인데 저분이 페일넷을 만드셨다니, 참 대단하네요. 이 게시판도

RKKArA : 예전에 욕질한 거 미안하긴 하네....

Defender : 존내논 좀 치네.

dongtanmom : 존내논님 차단 좀 풀어 주세요... 냠...

mmmmmmmmm : 제주도는 못 가겠네...

Foxgames : 제가 볼 땐 100%입니다. 위인 맞아요.

...

...

아마 존내논도 이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돌고 돌아 우리 게시판이 만들어 낸 거인은 그 마지막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제갈스켈톤”으로서 내가 의도한 진정한 노림수다.

존경받아 마땅할 유저의 정당한 귀환.

그는 이제 편하게 두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일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바다.

그 불안정성을 통제하는 것이 전략이고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책략은 몇 가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첫 번째 실수는 존내논의 생명력이다.

※존 내 논※(GOD) : (존내논) 오늘 저녁입니다 ㅎㅎ

※존 내 논※(GOD) : (존내논) 금일 먹은 방사능 참치 오마카세

※존 내 논※(GOD) : (존내논) 페일넷의 설립비화 제3편

....

...

안 죽는다.

존내논이.

“아니.”

안 죽는 거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게 아니다.

신이 된 존내논은 그의 게시판을 자신의 이름으로 도배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모든 글은 실시간 메시지 형태로 모든 유저에게 전송되기까지 했다.

신이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건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는데 실제로 존내논이 그러한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약간의 해프닝에 불과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ㅇㅇ(E32) : 존내논님. 부탁이 있어요.

한 유저가 존내논에게 간청했다.

그의 닉네임 옆에 있는 E로 시작되는 지역코드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페일넷에서 그다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캠프에 사는 사람이다.

그가 무슨 부탁을 할 지는 불 보듯 뻔했다.

ㅇㅇ(E32) : 대단히 죄송한데 이 코드 없애주면 안 될까요? 이 코드 생기고 솔직히 페일넷 이상해졌어요.

코드 삭제다.

정부에서 요청해서 넣은 코드를 빼달라고 한 것이다.

난감한 부탁이다.

정부의 명령을 어기면 페일넷이 어떻게 될 지는 불보듯 뻔했다.

방어병력은 전무하고 위치까지 들통난 마당에 이제는 의존당한 채 흡수되는 결말밖에 안 남은 그곳의 운명이 말이다.

그런데 존내논은 달랐다.

그는 전체 메시지를 전 페일넷 유저에게 발송했다.

※존 내 논※(GOD) : (존내논) 좋습니다. 코드 삭제 하겠습니다.

페일넷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A로 시작되는 지역코드를 가진 사람들은 창조주의 방침에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창조주의 결단에 또 한 번의 환호성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코드에 담긴 뒷사정을 잘 알고 있다.

존내논의 결단은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위험을 초래한다.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인생이 산산이 파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해서, 존내논의 수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괜찮겠어요? 나라에서 가만 안 둘 거 같은데.

171cm54kg13c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실제로 난리가 났어요. 정보통신국이라는 곳에서 계속 연락이 와요. 그쪽 방침을 거부하면 장비 전부 회수한다고.

그렇다.

존내논의 결단은 그가 만들어낸 세계 그 자체를 없애버릴지도 모를 정도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것은 존내논이 만족 속에서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내 소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었다.

시간은 흘러 하루가 지났다.

페일넷 유저들은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히던 낙인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ㅇㅇ : 뭐야? 코드 없어진 거야?

ㅇㅇ : 진짜네? 어디갔어?

ㅇㅇ : 존내논 그 새끼가 없앤다고 하더니 진짜 없앤 거야?

ㅇㅇ : 그런데 존내논 오늘은 왜 존내논 방송 안 하지?

...

...

코드가 사라졌다.

이는 페일넷을 좀먹던 서열문화의 종식과 더불어 그 세계의 창조자 존내논이 정부에게 정면으로 도전을 선언한 걸 의미한다.

걱정이 되어 존내논의 부하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설마, 군인들이 이미 그곳을 덮친 것인가.

아니면 군인들이 직접 장비를 점거하고 페일넷을 힘으로 뺏은 걸까?

병상의 존내논은 또 어떻게 될까?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그를 끌어내 바닥에 내팽개치는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페일넷 그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내가 만들어낸 작은 파문이 어처구니없는 파멸 엔딩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날, 나는 식음을 전폐한 채 답장을 기다렸다.

“······.”

아주 잠깐 고민했다.

존내논 본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하고.

언제부터였을까.

존내논 본인을 놔두고 그 부하와 소통하게 된 것은.

아마 존내논이 오늘내일하고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기에 부하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던 게 시초로 보인다.

그 이후 부하를 통한 간접연락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놓였다.

어쩌면 이는 나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숭배의 대상과 너무 가까워지는 건 오히려 신성모독으로 이어진다는 건 역사가 몇 번이고 증명한 사실이니.

하지만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내 묘한 고집을 마냥 고수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금기를 깨고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렸다.

타닥타닥

존내논 본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구헌터님. 무사하십니까?

게시판 유저 스켈톤이 아닌 헌터 박규로.

놀랍게도 바로 답장이 왔다.

John_neno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안 그래도.

John_neno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박헌터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ㅎㅎ

John_neno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제 갈 때가 된 거 같네요.

SKELTON : 구헌터님······.

John_neno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남은 세상, 잘 부탁하겠습니다. 스켈톤님. 아니.

John_neno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프로페서.

그것이 나의 롤모델 존내논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 이후 몇 번이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가 대답하는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다.

*

먼 훗날의 이야기다.

우민희에게 지역 코드의 정체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 그 코드?”

우민희가 폭소하며 한참이나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무작위로 부여한 거야. 그거. 아무 의미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급 나누고. 하여간. 서열의 민족이라니까.”

하지만 그녀도 존내논의 최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녀 뿐만 아니다.

존내논의 충직한 부하인 171cm도 존내논의 최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체중 1㎏이 빠졌는지 닉네임에 그 사실을 그대로 반영할 정도로 꼼꼼한 그는 나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171cm53kg13c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정부 관리가 찾아오는 날, 존내논님은 저보고 그동안 수고했다며 서버실을 떠나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자기가 전부 다 책임을 진다고.

그도 존내논의 최후는 알지 못했다.

다만 떠도는 이야기 하나가 존내논의 최후를 흐릿하게 묘사했다.

그 이야기에 의하면 존내논은 방호복을 입은 정부 관리가 그의 지하실에 접근하자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나는 헌터다.”

정부 관료가 납을 두른 철문 앞까지 육박해오자 존내논은 미리 준비한 원자력 전지 하나를 폭주시켰고 안 그래도 고준위 방사능으로 가득 찬 그의 공간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사능 측정기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존내논이 문을 열어 빛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군인에게 공개했다.

그 안에서 그는 빛보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나의 세계를 지킨다.”

그 앙상한 손엔 두 자루 도끼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나는 페일넷을 본다.

ㅇㅇ : 존내논 어디갔어?

ㅇㅇ : 존내논 이 새끼 설마 진짜 죽은 거냐?

ㅇㅇ : 뭐, 놔둬. 저러다 또 나타나겠지.

ㅇㅇ : ┏━━━━수집 완료━━━━┓

ㅇㅇ : 코드 돌려내! 또 거지들이랑 말 섞게 생겼네

ㅇㅇ :┗━━━━고아 수집━━━━┛

ㅇㅇ : 2차 선단 출발일 곧 발표나겠네.

존내논이라는 거목은 쓰러졌다.

그 거목이 쓰러진 자리엔 수많은 잡초와 들풀과 균사류와 이끼들이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서로를 잡아먹고 밀어내며 배척하며 때로는 서로 기대기도 하며,

번성한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