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88화 (88/183)

46. 메시아 (6)

“크으으으으!”

바로 그 아래 제풍호 회장이 수천 마리의 좀비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장님.”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우리, 이러지 맙시다.”

제풍호가 앞장 서서 돌진했다.

뒤이어 무한에 가까운 좀비가 도로 전체를 가득 메우며 우리를 향해 육박했다.

“어떻게 안 돼?!”

다급히 아이엠지저스 쪽을 돌아보았다.

“아, 안 돼! 내 말을 안 들어!”

아이엠지저스가 창백한 얼굴에 절망을 담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힘을 쓸 수가 없어. 지금은.”

그가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충격파를 일으킬 때 그 반작용에 내가 또 다시 정신을 잃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합리적인 걱정이다.

그러나 이대로 모터사이클에서 내릴 수도 없는 노릇.

우리가 하차한다고 해서 이 친구가 진정한 좀비의 왕에게서 병사를 떼어내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니까.

어쩔 수 없이 놈들을 피해 역주행을 시도했다.

부아아아아앙---

백승현에게 조금은 고마움을 느낀다.

둘이 합쳐서 1인분인 인간과 좀비 둘을 태우고도 이토록 힘차게 질주할 수 있는 차량을 넘겨준 걸.

그러나 뒤편은 시내 중심가, 좀비의 소굴이다.

아까 머릿속에 입력했던 지도를 그려보았다.

퇴로는 없다.

퇴로라고 생각한 지역마다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좀비들이 모여 있었다.

“······.”

나 혼자라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좀비 한 마리, 인간 하나 떨구면 모터사이클에 걸린 부하를 줄이는 건 물론이고 더 적극적인 기동이 가능할 테니까.

그러나 아이엠지저스도, 그의 누나도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실은 건, 그러니까 인류의 무게다.

“어떻게 안 되겠냐?”

이제 믿을 건 아이엠지저스다.

나는 신도 구세주도 믿지 않지만 지금은 이 미숙한 친구를 믿고 있다.

“어, 어!”

아이엠지저스가 눈알을 굴렸다.

“아! 아빠 교회!”

“아빠 교회?”

“지하! 지하! 가자! 지하는 멀쩡할 거야.”

“어떻게?”

“지하 주차장이 있어! 교회 뒤편!”

부아아아아아앙---

그의 말을 듣자마자 전속력으로 교회 뒤편으로 향했다.

있다.

무너진 잔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지하로 들어가는 제법 널찍한 지하주차장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잔해를 뚫고 아래로 직행했다.

딸깍

헤드라이트를 켜고 안을 보았다.

시체가 한가득하다.

좀비가 되지 못한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아마 이 교회의 신도거나 아니면 좀비를 피해 이곳에 숨었다가 좀비가 되지 못한 채 뇌나 중추신경이 파묻힌 채 좀비가 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사람들이겠지.

“지하 3층! 지하 3층으로 가!”

“3층까지 있어?!”

“응! 내가 아는 곳이 있어!”

아이엠지저스가 말한 곳은 막다른 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잠깐만!”

그가 모터사이클에서 내려 벽을 더듬거렸다.

“있다!”

그가 숨겨진 버튼을 누르자 벽면으로 위장된 셔터가 기계음을 내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셔터 안엔 조그마한 차고와 흠집 하나 없는 벤틀리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아빠 전용 차고야.”

급히 모터사이클을 빈 자리에 갖다 대고 셔터를 닫았다.

지하 너머에서 가파른 발소리와 함께 좀비들의 울음이 들려왔다.

도끼를 빼 들고 주위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 속에서 눈빛이 번들거린다.

숫자는 대략 오십여 마리.

“······어이.”

아이엠지저스를 불렀다.

“어떻게 안 되겠냐.”

쿵!

충격파를 발하며 아이엠지저스가 손을 내저었다.

어둠 속을 밝히던 오십여 쌍의 눈동자들이 흩어지며 2층을 향해 걸어갔다.

“후우······.”

“스켈톤. 여기야. 여기.”

아이엠지저스가 차고 뒤편의 문을 열었다.

“뭐냐? 또 있냐?”

“어.”

함께 차고 너머로 들어갔다.

그 안은 침대가 있는 꽤 널찍한 방이었다.

상태는 하나 같이 최상급.

침대도 내가 쓰는 것보다 훨씬 좋은 브랜드다.

그런데 방 곳곳에 놓인 소품을 본 순간 나는 입맛이 뚝 떨어지는 걸 느꼈다.

방안엔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많고, 또 기상천외한 성인용품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아이엠지저스가 불을 켜자 방안의 변태적인 분위기가 배가 됐다.

조명의 색상은 핑크색이었다.

“여긴 어디냐?”

알고는 있지만 예의상 물었다.

아이엠지저스가 피식 웃으며 자조적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빠가 여자들 데려오는 곳.”

“······.”

“바깥에서 떡치다가 기자한테 걸려 기사 나온 뒤로 아예 교회 지하에 만들었어.”

“······용케 전기가 통하네.”

“보조 전력일거야. 전에 정전되서 여자랑 갇혀서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를 아빠한테 직접 들었거든.”

“그렇군.”

어메이징한 가정사긴 하지만 지금 논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좀비를 보았다.

그 좀비는 여전히 아이엠지저스의 명령에 완전복종하고 있었다.

차고에 귀를 대고 동향을 살폈다.

들려오는 소리로 판단해보건대 2층까지 내려온 놈들은 3층에서 올라온 놈들과 뒤섞여 혼란을 빚고 있다.

당분간은 안전하리라.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다.

좀비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아이엠지저스가 게시판의 광인에서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 등극하는 순간을 볼 때가 왔다.

물을 마시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누나. 원래대로 돌릴 수 있겠어?”

아이엠지저스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해서 음란한 핑크빛 조명 아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한 거사가 시작됐다.

쿵!

아이엠지저스가 충격파를 발생했다.

바로 옆에 있지 않아 충격은 덜하지만 그 파동이 몸에 닿을 때마다 나는 온 몸이 움찔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

괴롭고 조금은 공포스럽지만 나는 이것을 세례로 생각한다.

이 신에게 선택받지 못한 박규가, 신에게 선택을 받은 자의 콩고물을 조금이라도 얻어먹고 나의 적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얻는 성스러운 세례라고.

“누나.”

아이엠지저스가 엄숙한 얼굴로 좀비를 바라보았다.

무형의 기운이 아이엠지저스에게서 좀비로 전이되는 듯한 느낌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좀비의 혈색이 인간의 그것처럼 돌아오고 있었다.

회백색에서 홍조를 머금은 우유색으로.

꿀꺽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적을 지켜보며 다음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누나. 내 말 들려?”

아이엠지저스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들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여자의 얼굴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이 눈을 뜨고 그를 본 순간,

“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손길을 뿌리쳤으니까.

공교롭게도 그녀 뒤편엔 굴러다니는 성인용품이 있었고 그것이 그녀를 뒤로 나뒹굴게 했다.

“아아아악!”

뒤로 넘어진 채 여성은 버둥거리며 다가오려는 아이엠지저스로부터 떨어지려 했다.

“누, 누나?!”

아이엠지저스가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 누나가 소리질렀다.

“꺼, 꺼져! 내 옆에서 떨어지라고! 이 개새끼야!”

그 바둥거리는 움직임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경멸이 담겨 있었다.

“누나.”

아이엠지저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재수 없어! 원숭이 같이 생겨 가지고 어디서 치근덕거려! 아빠 아니었으면 쳐다도 못 볼 새끼가!”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방금 전까지 차디 찬 말을 쏟아붙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공포스러운 표정이 빈자리를 채웠다.

“목사님. 이러지 마세요.”

그녀는 허공을 보고 있었다.

“왜 이러세요. 경찰에,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러면서 생생하게 말했다.

마치 눈앞에 진짜 아이엠지저스의 부친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 돼요. 목사님. 이러면 안 돼요. 우리 이러면 안 된다고요······.”

허공을 향해 두려운 듯 손짓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폈다 울고 웃는 그녀는 이제 아이엠지저스를 쳐다 보지도 않았다.

“목사님. 이번 뿐이에요? 동필이가 알면 어쩌시려고. 걔가 나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우리가 알 수 없는 꿈속에서 그녀는 아마도 과거에 했을 말을 영혼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동필이요? 아무 생각 없어요.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이 좀비가 인간으로 돌아온 건 한때의 착각이었다.

아이엠지저스의 권능은 아주 잠깐 죽은 자에게 생전의 단편적인 기억을 불어넣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사람처럼 이 좀비는 산산이 조각 난 기억의 편린을 되는대로 붙잡으며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했다.

마치 고장 난 축음기처럼.

“······.”

무심코 아이엠지저스를 보았다.

덥수룩한 수염과 치렁치렁한 머리를 기른 이 미숙한 사내는 굳어버린 얼굴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마지막 잔재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저 임신했어요. 어떻게 해요. 네? 저도 그 여자처럼 버릴 거예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너무나도 천박하고 저속한 상황을 암시하기에 나는 자리를 떠나 바깥의 동향에 귀를 기울였다.

“······어으.”

내가 시선을 떼는 순간 아이엠지저스는 주저앉았다.

그는 그의 부친과 아마 이 여자가 뒹굴었을 침대에 머리를 파묻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가 우는 동안 좀비는 원래의 색채를 되찾고 멍하니, 마치 인형처럼 우두커니 선 채 회백색으로 돌아간 눈으로 우는 사내를 무심히 응시했다.

울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엠지저스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분연히 일어났다.

“스켈톤.”

순간 나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이 사내에게서 발견했다.

“나가자.”

홀가분한 얼굴로 아이엠지저스가 말했다.

“뭐?”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네 누나는?”

나의 물음에 아이엠지저스는 쓸쓸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냥 좀비일 뿐이잖아.”

그 잠깐 사이에 소년은 성인으로 우화해 있었다.

마치 어둠에서 나온 매미가 젖은 날개를 말리고 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이제 그는 비상을 준비한다.

“맴맴······.”

아이엠지저스가 우리 사이의 밀어를 말하고는 나를 향해 수줍게 웃었다.

미소로 화답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쿵! 쿵! 쿵!

이제 그는 몬스터와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눈만이 아닌, 몸 전체를 아우르는 광휘를 발하면서.

그 앞에서 좀비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어둠 너머로 수천 개의 눈빛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고 그 위에, 불경한 신의 조각상 같은 얼굴 없는 몬스터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총기를 준비하고 아이엠지저스의 옆을 지켰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내 자리는 없겠지.

네크로맨서 타입이 파동을 발하며 팔을 휘저었다.

수천 마리의 좀비가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것과 같았다.

그 두려움 앞에서 아이엠지저스는 똑같은 파동으로 화답했다.

“돌아가.”

쉬어버린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좀비들이 방향을 바꿨고 그들의 옛 왕을 공격했다.

“키아아아아악!!!”

제풍호가 가장 먼저 이빨을 들이댔다.

콰직!

그를 필두로 수천 마리의 좀비가 몬스터에 달라붙어 살점을 씹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자랑하는 반사역장도 탄환을 터뜨리는 권능도 주변에 폭발과 전류를 일으키는 권능도 셀 수 없는 좀비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죽은 자의 도시를 지배하던 왕은 죽은 자들에게 먹혔고 도시는 죽은 자들에게 돌아갔다.

“······가자.”

왕을 죽인 자가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날 스쳐 지나갔다.

우리 앞엔 여전히 셀 수 없는 좀비들이 길을 막고 있었지만 이미 그가 다가가기도 전에 좀비들은 양옆으로 스스로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애굽의 바다처럼.

*

“처음부터 나쁜 아버지는 아니었어.”

돌아가는 길에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개척교회 때만 해도 좋은 사람이었어. 친절하고 싹싹하고 신심도 깊었지. 성경도 모르는 부분이 없었고. 엄마는 없었지만 아빠가 2인분을 했어.”

그는 짐칸을 보았다.

좀비를 태우느라 위성 장비는 버렸지만 부피가 작은 게임기와 게임팩들은 여전히 바닥에 포장이 짓눌린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게임기도 아빠가 사준 거야.”

“그래?”

“응. 초등학생 때 최신식 게임기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거든. 그 블루레이로 돌아가는 거. 그런데 아버지는 돈이 없었지. 그래서 중고도 아닌, 신도 가족이 버리는 고전 게임기를 받아서 그걸 내게 준 거야.”

그는 게임팩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다.

내가 이 친구와 친해지려 했을 때 그가 타임어택을 시도했던 왕년의 베스트셀러다.

아이엠지저스는 쓸쓸한 눈으로 그 빛바랜 게임팩을 보다 다시 짐칸에 집어 넣었다.

“어쩌면 그때가 더 좋았을지도.”

“과거는 미화되는 법이지.”

“그럴 지도.”

우리는 아이엠지저스의 방공호로 가고 있었다.

그가 아직 챙기지 못한 물건이 있단다.

해는 떨어지고 밤의 어둠이 도시를 덮고 있었지만 걱정할 건 조금도 없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이 어린 친구의 정신 상태다.

“아빠는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 아마 지옥에 갔겠지.”

그의 목소리는 그의 심경만큼이나 불안함이 느껴졌다.

당연한 일일지도.

사람과 소통을 일체 끊은 채 어둠 속에 살던 녀석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아버지 걱정은 하지 마. 지금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쉬는데 집중해라.”

진심어린 충고다.

지나친 감정의 진폭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법이니.

특히 아이엠지저스처럼 여리고 미숙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빠.”

아이엠지저스의 눈에서는 또 다시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 있었다.

“내가, 내가······.”

이미 쉬어버린 목소리로 아이엠지저스가 중얼거렸다.

“내가 따끔하게 한마디만 했어도······.”

“그런다고 사람이 변하냐?”

“응.”

확신에 찬 얼굴로 아이엠지저스가 말했다.

“아빠는 내 말이라면 껌뻑 죽거든?”

“진짜?”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흠.”

“아빠가 주는 돈에 나도 덩달아 미쳐버린 거지. 아빠가 이상해지는 걸 알고 있음에도 눈을 감아버려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라고.”

이제 낯익은 가벽이 보인다.

아이엠지저스의 방공호에 도착했다.

“이 방공호도 아빠가 만들어 준거야.”

“그럴 거 같더라.”

그가 방공호 안에 들어간 동안 바깥에서 밤하늘을 멍하니 보았다.

나도 양반은 못 되는 모양이다.

이 순간에도 내 몸에 권능의 한 조각 떨어지지 않은가 싶어 시트지를 꺼내 입에 무는 걸 보면 말이다.

“스켈톤!”

아이엠지저스가 방공호 밖으로 나왔다.

“가자!”

그가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건?”

무려 황금으로 만든 십자가다.

“나 데리러 왔는데 이 정도는 줘야 할 거 같아서.”

“우리 사이에 뭔, 변기 보고 놀라지나 마라.”

“변기?”

“가자.”

가장 중요한 화물을 싣고 돌아가려 할 때였다.

“안 타?”

아이엠지저스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좀비다.

내가 아까 도끼로 찍어버린.

“뭐, 있냐?”

“아니, 이 좀비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어서.”

“왜? 아는 사람이냐?”

“아니, 그냥.”

모터사이클에서 내려 좀비의 시체를 뒤집었다.

도끼에 찍힌 중년 남성의 일그러진 얼굴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별 특징 없는 얼굴.

그런데 문득, 언젠가 뉴스에서 본 한 사내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아이엠지저스를 보았다.

“아빠?”

완벽한 무표정.

그러나 이내 그는 그대로 무너지듯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시체의 차가운 손을 잡고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빠.”

내가 도끼로 머리를 쪼개버린 좀비는 다름 아닌 아이엠지저스의 부친이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 스켈톤?”

스우가 젤리를 먹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통조림으로 끓인 스프가 토마토 향을 내며 익어가는 걸 큰 주걱으로 저으며 내 말을 그대로 받아적기 하는 레베카의 등 뒤를 힐끗 보며 내가 아는 아이엠지저스의 마지막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도시로 돌아갔어.”

“좀비가 득실거리는 거기로? 설마 죽으러?!”

깜짝 놀라는 스우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의 마지막을 추억해본다.

어둠 아래서 스스로 빛나는 그 사내는 양팔을 벌린 채 자신을 향해 아가리를 벌린 수많은 대중을 향해 스스로 제 발로 걸어갔다.

“······그는 좀비들을 구원하기 위해 간 거지.”

“메시아처럼?”

“아마도.”

쓴웃음을 머금으며 주머니 안에 있는 시트지를 꺼내보았다.

그 색은 여전히 검정이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적어도 나의 메시아는 아니라는 소리겠지.

이쪽에서도 사양이다.

“맴맴!”

이상한 소리를 외치며 게임팩과 오나홀을 흔들어대는 메시아는.

레베카는 그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 꿈을 꾼다.

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색채는 언제나 회백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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