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86화 (86/183)

46. 메시아 (4)

방공호를 빠져 나와 주변을 점검했다.

특별한 징후는 없었다.

모터사이클 측면에 매달아 놓은 소총이 눈에 밟힌다.

디펜더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경쟁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다.

그쪽이 좀비보다 몇 배는 더 큰 위험이다.

최악의 가능성은 내가 아이엠지저스를 방공호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 기습을 당하는 경우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기습의 징후는 없었고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한 노파심이겠지만 느긋하게 방심하는 쪽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나와도 돼.”

사다리 너머로 후들후들 떨리는 손이 짐보따리를 내밀었다.

내용물은 위성 단말기와 노트북, 그리고 레트로 게임기다.

백승현의 모터사이클은 차체 앞은 물론 뒤와 측면에도 저마다의 수납공간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첨탑형으로 삐쭉 솟은 위성 수신 장치가 길쭉해서 차체 뒤편 수납장에 모로 세운 것만 빼면 넉넉하게 들어가고도 남았다.

“자, 어서 나오라고.”

아이엠지저스는 여전히 방공호 안에 있었다.

정확히는 방공호와 세상을 가르는 경계인 입구 쪽 사다리에 머물러 있었다.

앙상한 몸이 사다리에 매달린 꼴을 보아하니 진짜 매미 유충이 나무에 달라붙은 모양새다.

매미 유충은 매달린 채 우화를 한다지만 이 친구는 글쎄다.

뭐, 사실 어떤 의미로는 우화를 한 게 맞겠지.

“안 갈 거냐?”

저렇게 빛나는 눈을 보면 말이다.

“소, 손 좀 잡아 줘.”

아이엠지저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앙상한 손을 잡고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아이엠지저스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방공호 밖의 세상을 한참이나 돌아보았다.

“······.”

그가 진정하길 기다리며 지도를 확인했다.

교회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2km 정도.

하지만 이 일대가 좀비 구역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중심가 쪽으로 갈수록 좀비의 숫자는 많아질 테니까.

좀비가 뭉쳐 있으면 망치는 힘을 못 쓴다.

내가 괴력의 소유자라 좀비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날리는 힘이 있다면 모를까,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한 마리씩 잡는 수준으로는 다른 무기를 써야 한다.

결국은 총이다.

총은 그러나 양날의 검이다.

총으로 한 마리를 죽이면 열 마리가, 열 마리를 죽이면 수백 마리가 달려드니까.

백승현의 모터사이클이 없다면 들어갈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히익!”

경로를 점검하고 있자니 느닷없이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냐?”

뒤를 돌아보자 소스라치게 놀란 아이엠지저스가 엉덩방아를 찧은 채 손가락으로 가벽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 시체야!”

“좀비다.”

“좀비?”

“그래. 여기 들어올 때 있던 놈들이지.”

다시 손을 잡고 아이엠지저스를 일으켜 세웠다.

“서, 설마 스켈톤 네가 죽인 거야?”

아이엠지저스가 떨리는 눈으로 엎어진 두 좀비를 응시했다.

둘 다 머리를 도끼로 찍혀 회백색 점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눈을 부릅뜬 채 좀비들에게 다가갔다.

“나, 처음 봐. 좀비.”

“진짜냐?”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

그는 양복을 입은 좀비 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스, 스켈톤이 죽인 거야?”

“어. 나를 죽이려 해서.”

“너 싸움 잘해?”

“내 한 몸 지킬 정도는 되지.”

시계를 봤다.

오후 3시경.

슬슬 해가 지는 걸 걱정해야 될 시간이다.

해가 지기 전에 볼일을 보고 이 도시에서 나와야 한다.

좀비들이 야행성이라는 건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아까부터 아이엠지저스는 양복을 입은 좀비 시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뭐하냐?”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시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지 마라. 좀비는 이미 죽은 게 움직이는 망령 같은 거니까. 마음이 병든다. 좀비에 집착하면.”

“알겠어. 스켈톤.”

그에게 무기를 쥐여주려다 말았다.

권총 정도는 괜찮다 싶었는데 저렇게 심약해서야.

좀비는커녕 날 쏠 것 같은 느낌이다.

심약한 놈이 정작 자기를 죽이려는 놈보다 자기를 도와주는 놈에게 총격을 가하는 건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희극이다.

“늦기 전에 가자.”

죽은 자의 도시는 적막에 잠겨 있었다.

도로는 파편과 버려진 차로 막혀 있었지만 도로 양옆을 이루는 건물의 상태는 양호했고 거기에 딸린 어떤 상점은 전쟁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런 멀쩡한 가게들이 가득한 구역에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마저 느낄 정도였다.

거리에 하나둘 보이는 좀비들이 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도 모르게 음향기기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비트박스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이크가 안 좋으면 말짱 도루묵이니.

“그냥 오토바이 타고 가면 안 될까?”

아이엠지저스가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 한 눈으로 거리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모터사이클을 끌며 중심가로 진입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엔진음이 좀비를 부를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시내는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라 바퀴가 달린 녀석이라면 뭐든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좀비들이 소리 듣고 몰려올 수 있어.”

여기서 모터사이클의 시동을 켜는 건 두 가지 경우다.

집에 갈 때, 그리고 좀비들이 건물에서 쏟아져나올 때.

“잠깐만.”

경로상에 좀비가 있다.

학교에서 발간한 매뉴얼에 의하면 좀비는 시각이 있지만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멀리서 움직이는 걸 봐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좀비의 회백색으로 굳어버린 뇌가 공격 대상으로 인지해야 그제야 눈에 보이는 걸 쫓는 구조라고.

좀비가 공격 대상으로 인지하지 않을 때 안전거리는 약 15m 전후라고 한다.

확실히 10m 내라면 무조건 공격한다.

그런데 이 이론은 개소리다.

활동적인 좀비가 있으면 30m고 100m고 간에 인간이 보이면 멀리서부터 달려온다.

15m 밖에 있으니 안전하겠지 하고 지나가다 좀비 패밀리에 합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뭐, 그래도 아주 근거 없이 나온 이론은 아닌지라 활동적인 좀비가 없을 경우엔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 그런 케이스다.

곳곳에 좀비가 있지만 우리를 인지 못 하는 상태.

부득이하게 앞길을 막는 놈들만 처리하면서 길을 뚫었다.

퍽!

또 한 마리가 누웠다.

처음엔 깜짝깜짝 놀라던 아이엠지저스도 이제는 좀비 사냥에 적응한 눈치다.

“마치 게임 같네? 파이널파이트처럼 팍! 하고 찍는 게.”

“한 번 해볼래?”

“아, 아니!”

바깥 공기가 확실히 정신에 좋긴 좋은 모양이다.

음울하던 영혼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명랑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길. 내가 벤틀리 타고 다니던 길이야.”

아이엠지저스가 모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

“벤틀리? 그런 것도 타고 다녔냐?”

“아빠 차야.”

“아하.”

“내 차는 포르쉐.”

“오.”

“근데 그건 길가에 주차해도 사람들이 별 신경을 안 쓰던데 벤틀리는 주차하니까 전부 다 힐끔힐끔 쳐다 보더라고.”

그가 유복한 삶을 살았다는 건 방공호 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살아남고자 하는 일념으로 남들 손가락질에 가족의 반대, 경제적 빈곤, 나처럼 빚쟁이가 되면서까지 인생을 걸고 방공호를 만들었는데 아이엠지저스는 그냥 레저다.

아이가 떼쓰니 아빠가 썩어 넘치는 돈으로 방공호 체험하라고 비슷한 거 만들어 준 것이다.

방공호 위치조차 범상치 않다.

도시 외곽이라고 하나 엄연히 도시 구역에 속하는 상업지 안에 지었다.

그야말로 럭셔리 캠핑의 방공호 버전이라고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레저스러운 느낌 덕에 이 친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어? 여기는?!”

아이엠지저스가 한 가게 앞에서 멈춰섰다.

꽃가게였던 것 같다.

유리창이 전부 깨지고 안은 폐허가 되고 간판마저 싸구려를 썼는지 금세 더러워져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아는 가게냐?”

“응. 누나가 여기서 일했어.”

“친 누나?”

“아니, 교회 누나.”

아이엠지저스가 갑자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도끼를 들고 그의 뒤를 바짝 쫓아야 했다.

다행히 가게 안엔 좀비가 없었다.

“조심해. 건물 안에 좀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미안.”

날 지나치는 아이엠지저스의 얼굴을 보았다.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카락에 얼굴이 절반 이상 가려졌음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조급함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소중한 사람이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엠지저스가 가게 안에서 액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

“누나야!”

액자 속에 젊은 여성의 사진 한 장이 담겨 있었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얼굴.

단정한 옷을 입었음에도 맵시가 사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나한테 엄청 잘해줬어!”

그런데 교회 누나라.

이 친구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별로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정상적인 교회라면 모를까, 그의 부친이 운영하는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곳이었으니.

뭐, 그 소돔과 고모라를 만든 원흉이 그의 부친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도를 확인했다.

코앞이다.

모퉁이만 돌면 그 성채 같은 교회를 볼 수 있다.

망치를 들고 모퉁이를 조심스레 돌았다.

시커먼 인영이 날 덮쳤다.

퍽!

한 놈을 끝장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다.

뒤이어 한 마리가 나란히 덮쳐온다.

“키이이이익!”

뒤로 물러서며 망치자루로 놈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빡!

놈의 대가리가 꺾인 걸 확인하고 자세를 잡으며 힘껏 정수리를 후려쳤다.

퍽!

망치의 손잡이에 박이 깨지는 느낌이 전달되야 확실히 죽였다고 말할 수 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바닥에 누운 좀비의 시체를 확인했다.

젊은 여성들이다.

이 동네 여성들은 왜 이리 원피스를 좋아할까.

아까 죽인 좀비도 이 좀비들도 모두 원피스를 입고 있다.

“······.”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아이엠지저스는 가게에 미련을 가진 듯 여자의 액자를 손에 쥔 채 가게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움직이자. 해가 지면 여길 떠나야 해.”

“응! 알았어!”

그와 함께 모퉁이를 돌았다.

“아······.”

아이엠지저스의 깡마른 신형이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그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성채처럼 우뚝 선 교회가 선 자리에 남은 건 이제 을씨년스러운 폐허 뿐이었으니.

정황을 보니 중국군의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은 모양이다.

그것도 꽤나 묵직한 놈으로.

운수 하나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의도된 일일지도 모른다.

왜, 공산당은 종교를 부정한다고 하지 않나.

일종의 상징 혹은 교훈을 남기기 위해 저 건물을 특정해 파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

어느 쪽이건 아버지의 교회가 개박살이 난 건 현실이다.

“아, 망했네.”

놀랍게도 아이엠지저스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교회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병신새끼, 씨발놈, 개새끼.”

뒤이어 상스러운 욕이 덥수룩한 수염이 뒤덮은 입에서 흘러 나왔다.

“꼴 좋네. 내 말 안 들으니 그렇게 된 거잖아. 그 머리 벗겨진 병신이. 내가 전쟁 나서 다 죽는다고 해도 말을 안 들어요. 말을.”

숱하게 본 광경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욕하는 건.

그가 떠들게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산 사람의 마음이 후련해질 수 있다면 죽은 사람이 욕 먹는 건 값싼 장사니 말이다.

잠자코 있자니 아이엠지저스가 은은한 광휘를 머금은 눈으로 날 보았다.

“우리 애비, 개새끼라는 거 알고 있지?”

“너네 아빠?”

“알잖아?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 하나도 없던데.”

그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렴풋이 들었다.”

그 말을 듣자 아이엠지저스는 코웃음을 치며 교회를 노려보며 칼날처럼 차가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애비, 예수님 말이 직접적으로 귀에 들린대.”

“대단하네.”

“대단하긴 미친 새끼지. 그냥 구라야. 개구라. 그런데 그 개구라가 돈 많고 무식한 할망구한테 통하고 그 할망구 지인에게도 먹혀서 저렇게 커진 거지. 예전엔 진짜 쥐좆만한 개척교회였거든.”

아이엠지저스가 허공을 노려보며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지가 뭔데? 응? 여중생도 강간하는 새끼한테 예수님이 왜 말을 걸어주냐고?”

“······.”

“다 내 말 안 들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내 말 안 들어서. 내가 피난하자고 했는데······.”

실컷 욕설을 늘어놓은 아이엠지저스가 쪼그려 앉았다.

망치를 든 채 그의 옆을 지키고 서며 주위에 어슬렁거리는 좀비들을 경계했다.

“시발······. 병신새끼······. 내 말을 들었어야지······.”

뒤늦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저렇게 증오하면서도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구나 하는.

“교회 앞에 가볼까?”

충동적으로 한 말이다.

충동적이라고는 하나 날카로운 계산이 숨어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

빠르게 이 친구를 진정시키고 여기서 데리고 나와야 하는 게 이 좀비 천지인 지옥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니.

아이엠지저스는 날 올려다보며 광휘와 눈물로 범벅이 된 눈동자에 날 담으며 손을 내밀었다.

“으, 응!”

다시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폐허.

우리는 무너진 교회를 동시에 올려다보았다.

흉물스러운 뼈대만 남은 교회는 성경에 나온다는 거대한 괴물 베히모스의 시체를 연상케 했다.

폐허를 보는 아이엠지저스의 눈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보인다.

슬슬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3년에 가까운 이어지는 환란 속에서 그가 알던 세계는 모조리 파괴되어 없어졌을 거라는 걸.

단지 눈으로 확인한 시점이 늦었을 뿐이다.

“스켈톤.”

그가 날 보았다.

슬슬 떠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데.

“어?”

아이엠지저스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누, 누나?”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좀비 하나가 비칠거리며 이쪽으로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틀림없다.

저 좀비.

액자 속의 그 여자다.

“······누나.”

상당한 미인이다.

좀비가 됐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를 간직한 걸 보면.

이 친구가 목을 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좀비는 좀비다.

이 좀비가 그에게 뭐든 간에 저건 죽여야 한다.

언제 죽일까.

앞장 서서 죽이기는 부담스럽다.

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잠자코 지켜보았다.

“누나?”

아이엠지저스가 좀비에게 향했다.

“크으으으······.”

좀비가 아이엠지저스를 인지했다.

그것이 이빨을 드러내며 아이엠지저스를 덮쳤다.

“크르르르!!!”

아이엠지저스가 멍한 얼굴로 달려오는 좀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누, 누나?”

“네 누나는 죽었다.”

망치를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대로 좀비의 머리통을 박살 내려 할 때였다.

차가운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얄팍한 손목에 달린 앙상한 손이.

그러나 그 손은 내가 갈구하는 힘을 머금고 있었다.

쿵!

충격파가 광휘를 머금은 눈동자를 가진 청년의 심장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순간 나는 온 몸의 내장이 전율하며 떨리는 걸 느끼며 그를 보았다.

아이엠지저스가 날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가 누나를 향해 걸어갔다.

“누나는 살아 있어.”

나는 지금 기적을 보고 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을 죽이려던 좀비가 정지했다.

정지한 채 자신에게 다가가는 인간을 보고 있다.

마치 자신이 인간인 것처럼.

쿵!

그 와중에도 충격파가 아이엠지저스의 심장에서 터져 나왔다.

그 파동은 몬스터의 파동과 오싹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

호기심이 생겼다.

이 기적의 끝을 보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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