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공사 (1)
전쟁이 시작되고도 2년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파멸은 어느덧 우리 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직접 본 인천 피난민들의 삶은 비참했다.
그저 살아만 있을 뿐이라고 할까.
의식주, 심지어 운명조차 누가 대표자인지 모를 정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의존적인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나마 최근 도시에서는 바퀴벌레 색깔 영양바 대신 정체불명의 영양죽을 제공한다고 한다.
맛도 영양도 영양바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문제는 그 영양죽의 성분인데 그 성분의 정체를 가지고 사람들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뮤테이션 고기라든가, 사람 고기라든가, 좀비 고기라든가.
그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도시 사람들은 그 영양죽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으니까.
그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고 버티면서 제주도로 가는 선단에 오르는 게 평범한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멸망주의자인 우리 게시판 친구들의 사정도 썩 좋지 않다.
익명424 : 식량 슬슬 떨어져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Doyourbest321 : 여기 부산인데 식량 좀 나눠주실 분 있습니까? 연료랑 교환 희망합니다.
RKKArA : 배가 너무 고프네. 보리 대체 언제 익어?
이전에도 간간이 보였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식량 사정이 나빠진 친구들이 모습을 하나둘 드러냈다.
우리 게시판 유저의 평균 식량 비축분은 대체로 3년이다. 원래는 2년이었는데 존내논이 3년이 더 안전하다고 역설해서 3년 비축론이 대세로 떠올랐고 대부분 여론에 따라 3년분 이상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거기다 식량이라는 건 의외로 빨리 상하고 빨리 소모된다.
우리 중에도 아사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전에 씨몽키파파를 봤을 때 그도 식량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식량 이외에도 외부의 위협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서울 북부 쪽에 은거하고 있던 유저들은 싹 쓸려나갔다.
남쪽에서는 더 불온한 움직임이 감돌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가 굶주린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종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몬스터와 공존과 화합을 추구하는 미친 소리를 하는 거 보면 틀림없는 만류귀종교다.
중국을 불태운 불길이 이 땅에도 옮겨붙은 것이다.
이렇게 남과 북이 전부 어려운 시국.
나 박규도 예외는 아니다.
도저히 그 거지 같은 동네에서 살 수 없어서 나의 아름다운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곳은 이제 안전하지 않다.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언제 군단파 군인들이 밀어닥칠지 모르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디펜더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진지하게 손을 얹고 네가 그 정도로 고가치 표적이야? 휴전 협상 깨고 적지에 특공대를 투입해서 제거해야 할 정도로?”
“그건 아니지.”
디펜더 말대로 나는 VIP가 아니다.
우민희 정도라면 모를까, 일개 병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헌터 하나 잡자고 정예 병력을 위험한 곳으로 밀어 넣는 건 과할 정도의 투자다.
역으로 나를 죽여서 그들이 얻을 이득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뭐 몇 가지 가정해보자.
밀고자를 죽인 것에 대한 만족감?
배신자에 대한 본보기?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화풀이?
아무리 생각해도 영양가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양가가 없는 일을 자주 벌이곤 한다.
준비는 해둬야 한다.
전쟁 전에도 생각없이 사는 놈들이 부지기수인 걸 감안하면 말이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려니 눈앞이 막막하다.
상대는 군대다.
그 군대를 상대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서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레베카? 레베카? 나 스켈톤인데. 어, 인터넷 조금 쓸 수 있을까?”
그걸 위한 커뮤니티다.
*
“싫어. 너의 것으로 해. 왜 자꾸 나의 것으로 접속하려는 거야?”
“아, 좀.”
내 주변에 비바! 아포칼립스! 계정을 가진 친구는 둘이나 있다.
저격수 모녀와 디펜더다.
그런데 디펜더는 한국어 게시판에서 네임드로 통하는 친구다.
그가 일거수 일투족을 올리는 건 그에게나 나에게나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안 그래도 디펜더는 자기보다 더 이상한 놈에게 노려지고 있으니.
반면 저격수 모녀는 국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녀가 활동하는 곳은 영어 게시판이고 그녀가 사용하는 계정은 이미 죽은 선비의 것이니까.
그래서 레베카의 계정을 잠시 빌리기로 했다.
“1시간만이다?”
레베카의 차가운 시선을 뒤통수로 고스란히 받으며 차명 활동을 개시했다.
COOKIEMONSTER18 : (긴급) 군인한테 찍힌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활동명은 살려주세요.
답글이 달릴 동안 모녀의 아지트를 둘러 보았다.
탄약도 식량도 처음 볼 때와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탄약이야 요즘은 총을 안 쏘니 재고가 남았지만 심각한 건 식량 쪽이다.
“이게 전부냐?”
몇 안 되는 식량을 보며 묻자 레베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름까지 못 버티겠네.”
“응.”
“내걸 좀 나눠주긴 할 텐데.”
“우리 그냥 함께 뭉치는 게 어때? 스켈톤?”
“뭐?”
“우리, 팀을 만드는 거야!”
레베카가 모처럼 진지한 얼굴로 날 뚫어지듯이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가벼운 상황에서 가볍게 나온 말이지만 그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딸의 운명이 걸린 이야기니.
스우가 레베카 옆에 나란히 서서 날 올려다보는 걸 보면 꽤 오랫동안 함께 고민했던 모양.
어쩌면 이 말을 할 기회를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안다.
이들이 어렵다는 걸.
사실 이들을 내 영역에 받아들이는 것도 생각한 적이 있다.
쉽지 않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조차 싸움이 끊이지 않는데 각자 총기로 무장한 이웃이 함께 생활한다는 건 수많은 오해와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아마 그 싸움의 끝은 일방의 죽음이거나 양자 모두의 죽음이겠지.
입을 다물고 고민하고 있자니 스우가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모친과 같은 미군 라이플을 늠름하게 들고 서 있었다.
“스켈톤. 우리 총은 쏠 수 있어.”
스우를 가만히 응시했다.
많이 자랐다.
처음 볼 땐 내 허리보다 조금 큰 녀석이 이제는 거의 내 어깨까지 자랐다.
저 나이 때 아이는 뭘 먹어도 무럭무럭 자라는 모양이다.
아마 엄마를 닮아서 그런 것이겠지.
레베카는 181cm인 나만큼이나 키가 크니까.
어쩌면 나보다 더 크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나보다는 작은 녀석을 내려다보며 현실을 말해주었다.
“······그게 말이지.”
간략하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내가 지금 군인에게 표적이 되었고 군인들이 내 위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에 그 전투 때문?”
레베카가 날 보며 물었다.
“응.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비록 내 처지가 위험해지긴 했지만 당시 내린 결정엔 일말의 후회도 없다.
적어도 내게도 희망이란 것이 생겼으니까.
워낙 무거운 주제다 보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나도 저격수 모녀도 말이 없어졌다.
양해를 구하고 노트북을 확인했다.
댓글이 몇 개 달려 있었다.
익명848 : 군인한테 찍히면 죽지 않나?
익명1011 : 도망쳐야지. 별 수 있나?
Defender : 어떤 군인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ㅇㅇ : 군단파에 걸렸다면 죽었다고 복창해라.
Roka_hun : 탈영병 집단도 집단 나름이죠.
Dies_irae69 : 집단 생존주의를 택하면 소규모 병력 정도는 가볍게 밀어낼 수 있지. 상대방도 좆된다고 느낄 정도로 무장하면 놈들도 함부로 못 덤벼.
...
...
“음.”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다.
하긴 나도 답이 안 나오는 판국에 우리 게시판 친구라고 뾰족한 수는 없겠지.
그런데 레베카가 갑자기 나보고 비켜보란다.
“뭐야.”
“비켜 봐. 나 방법 알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타타타타타타탁---
신들린 키보드 타건음과 함께 레베카가 영어 게시판에 들어왔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숙련된 조교의 솜씨로 검색을 실시, 벽돌 같은 빽빽한 영어로 가득 찬 장문의 글을 찾아서 내게 보여주었다.
“이거.”
“나 해석은 가능한데 좀 느려.”
“있어 봐. 번역해줄게.”
레베카가 자동 번역 기능을 누르더니 스우에게 손짓했다.
스우가 자동 번역 된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담더니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빠른 손놀림으로 어색하거나 이상한 문장을 고쳤다.
그래도 모르는 단어가 있는지 종종 사전을 찾기도 했다.
잠시 후, 스우가 자신이 직접 교정한 문제의 글을 내게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이거 봐. 스켈톤.”
Callum : 대규모 약탈 집단에게 방공호가 적발당했을 때 우리가 대처한 방법
제목부터 끌린다.
완전히 내 이야기 아닌가?
알고 보니 영어 게시판에 인기글까지 올라 온 유명한 글이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존내논이 생각났다.
존내논 같은 인재가 남아 있었다면 우리 게시판에도 번역에서 정보를 제공했을 텐데.
이제는 빛이 된 위대한 유저의 빈자리를 느끼며 문제의 글을 정독했다.
-내 방공호는 꽤 규모가 커. 동료도 셋이나 있고 중장비도 있지. 경험 있는 목수도 있고. 나야.
놈들의 정찰대가 내 방공호를 찾았을 때 동료들과 함께 놈들을 전부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그놈들이 증원을 요청했어.
놈들은 조직원 삼백 명 가까운 준군벌로 사실상 군대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는 놈들이지.
장비가 좋아. 드론은 기본이고 헬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놈들이 우리를 죽인다고 마음 먹는다면 무조건 죽어야 하지.
그런데 우리가 여기를 떠나서 살 확률은 많지 않아.
멸망주의자인 우리 세 명이 거의 모든 걸 투자해서 이 방공호를 만들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방공호를 숨겼지.
“흠······.”
꽤 괜찮은 발상이다.
이미 들킨 방공호를 다시 숨긴다니.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다.
이 글의 뒷부분은 방공호를 숨기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공사를 했단다.
가지고 있는 중장비로 아예 지형을 바꿀 정도로.
물론 조건이 많이 붙긴 한다.
상대방이 이쪽의 위치 정보를 어렴풋이 알고 있어야 하고, 우리가 이 지역에 있을 지 없을 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일뿐더러 공사를 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보통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이 글을 쓴 미국인은 집단 생존주의자이며 그가 살짝살짝 공개한 방공호의 규모도 내 것만큼이나 크고 잘 완비되어 있었다.
“어때? 스켈톤?”
레베카가 내 표정을 살피며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괜찮아. 아주 괜찮은 거 같아.”
실로 오랜만에 커뮤니티의 순기능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만 그 칼럼이라는 유저의 방식을 내가 그대로 적용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야 워낙 땅이 넓어 정보를 안다고 해도 사막에서 바늘 찾기인 반면, 내 방공호는 미군기지와 골프장 사이에 있는 언덕 아래라는 구체적인 정보가 있으니까.
내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는 김다람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러므로 완전히 숨길 순 없다.
하지만 궁리를 해봐야 한다.
내 방공호와 나는 이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니까.
“나,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
“어? 스켈톤. 댓글 하나가 더 달렸어!”
스우가 환하게 웃으며 노트북을 가리켰다.
“혹시 서프라이즈한 의견일지도?”
그런데 내가 노트북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전에 스우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왓더······.”
이유는 뻔했다.
dongtanmom : 냠냠... 뒤졌네 냠냠....
“시발련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깜짝 놀란 스우와 레베카가 날 동시에 쳐다보았다.
“스켈톤······?”
평소 화를 안 내던 놈이 화를 내서 더 놀란 모양이다.
즉각 양해를 구했다.
“아, 미안. 진짜 미안. 그런데 이 자식 정말로 나쁜 놈이거든.”
“그럴 거 같아. 왜 저래? 저 사람? 왜 글로 뭔가를 먹는 표현을 하는 거지?”
“일종의 정신병이지.”
레베카 모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며 자리를 떠났다.
빌딩을 내려가는 날 향해 레베카가 말했다.
“사람 필요하면 불러. 우리도 도와줄게.”
“어. 필요하다 싶으면.”
백승현의 모터사이클에 올라타고 가만히 계기판을 응시했다.
“니 주인. 대체 왜 저리 사냐?”
기계가 대답할 일은 없겠지.
그래도 모터사이클 자체는 대단히 편리하고 좋은 교통수단이다.
자전거와 달리 속도도 유사시 180km까지 낼 수 있어 들키면 끝인 자전거와 달리 인간 상대로도 유효하다.
재블린 같은 유도 무기가 아닌 이상, 100km 넘게 달리는 운동체에 총탄을 맞춘다는 건 운에 의지해야 하는 영역이니까.
백승현 말대로 정성스럽게 썼고 잘 정비했다.
여러모로 나와 안 맞는 인간이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이지만 적어도 이 모터사이클만큼은 그의 몇 안 되는 장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보였다.
모터사이클로 한달음에 내 영역에 시원스레 도착한 후 뒷짐을 지고 내 방공호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흠······.”
어떻게 개조할까.
일단 입구는 무조건 바꿔야겠지?
아니, 그냥 놔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지도.
그런데 혼자 궁리한다고 해서 최적의 방법이 나오는 건 아니다.
내겐 또 다른 친구가 있다.
“어이.”
디펜더다.
“스켈톤이냐?”
“소환권 지금 써도 되냐?”
“무슨 일이냐?”
“전투는 아니고 잠깐 상의할 게 있어서.”
“뭐? 상담이냐? 소환권은 넣어 둬.”
“동생도 같이 데리고 와라.”
“갑자기?”
“음?”
“설마 진짜 스서방이 되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 하나라도 더 있는 쪽이 좋을 거 같아서.”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게시판 네임드 아니랄까봐 디펜더가 오기 전엔 나름의 징조가 있다.
동생이 조종하는 드론이다.
그 드론이 일대를 돌며 주변을 정찰한다.
문제가 없으면 남매가 나란히 오는데 동생은 높은 확률로 킥보드를 타고 온다.
킥보드를 타기에 좋은 도로가 아닌 지라 절반은 킥보드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하는데도 기어코 그걸 끌고 오는 걸 보니 정말로 좋아하는 모양.
“안녕 스켈톤.”
고작 킥보드 탄 주제에 고글을 벗으며 다정이가 손을 흔들었다.
“그래.”
다정이와 인사를 주고받고 디펜더와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켈톤. 무슨 일이냐? 상담할 일이라는 게.”
“그게 말이지.”
디펜더에게도 내 고민을 공유했다.
아울러 그 고민을 해소할 방법도.
“방공호를 숨긴다고?”
“전쟁터에 있었던 놈 눈엔 뭐라도 보일 거 아니야?”
“그래. 어디 한번 보자고.”
디펜더는 동생과 함께 사단장처럼 내 영역을 시찰했다.
잠시 후 그가 메인 방공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 자체로 완벽하긴 한데 일단 방공호 위치가 들킨 이상, 그 장점이 아예 없어지거든?”
“그, 그렇겠지?”
나도 어렴풋이 생각했다.
방공호를 숨기려는 내 시도가 사실은 헛수고가 아닌가 하는.
“그냥 이사가는 게 낫지 않겠냐? 우리 집으로 오든가.”
“그, 그건.”
“네 후배라는 인간이 여기 알고 있다며? 그럼 바로 떠야지.”
“아,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 디펜더 녀석.
인터넷 친구라서 그런가.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마디를 안 해주네.
그게 이 친구 성격이긴 하지만.
“걍 새로 짓는 건 어때?”
디펜더 동생이 고라니 고기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택도 없는 소리.
아니, 잠깐만.
“······.”
뭔가 떠올랐다.
나의 방공호를 군단파와 김다람의 마수로부터 숨길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