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고민 (5)
“헤드샷 말고는 답이 없는데.”
백승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맞춰. 몸통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인간이라면 모르겠다.
150m 거리에서 인간은 개미만큼이나 작아진 크기에 개미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그 인간도 요리저리 움직이면 맞추기가 어렵다.
150m라는 거리는 꽤 먼 거리니까.
인간조차 어려운데 저 레드라는 붉은 털을 가진 원숭이는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
긴 팔로 콘크리트 철근은 나뭇가지처럼 붙잡고 훌쩍 날아오르는가 하면 또 아래로 뛰어내리며 또 다른 철근을 잡고 다른 폐허의 뒤편으로 돌아가버린다.
움직임이 종잡을 수 없다.
중장거리 저격이 대부분 예측으로 변수를 통제된 상황에서 실시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대단히 맞추기 어려운 표적이다.
백승현이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준 사이 뮤테이션이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착지한 후 긴 두 팔을 질질 끌고 다리로는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천영재에게 접근했다.
기이한 뜀박질이지만 속도는 인간보다 빠르다.
“왜 안 쏴! 쏘라고!”
천영재가 고함을 지르며 전력으로 달려오지만 이미 레드는 그의 목전까지 따라 잡혔다.
천영재가 마체테를 뽑으며 돌아섰다.
“덤벼 새끼야.”
전의를 다지는 와중에도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 눈에 비친 백승현은 그럭저럭 믿을만 할지도 모른다.
진지한 얼굴로 총을 겨누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백승현은 망설이고 있다.
백승현의 손가락을 보았다.
방아쇠 울안의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
그러나 그 방아쇠는 끝까지 당겨지지 않았다.
도중에 방아쇠를 놓아버린 것이다.
“끼이이익!”
그와중에 레드가 난폭하게 긴 팔을 휘두른다.
붉은 털로 뒤덮인 팔 길이는 얼추 잡아 2m.
거의 소형 크레인 수준이다.
팔꿈치 부분에도 장갑을 댔다.
얼기설기 직접 철사를 꼬고 만든 맞춤형 장갑판이다.
그래도 제아무리 똑똑한 침팬지라도 해도 인간처럼 풀플레이트 메일을 만드는 경지까진 이르지 못했다.
드러난 약점이 있다.
안면부와 목, 팔목보호대가 지켜주지 못하는 팔 윗부분, 손, 그리고 발등이다.
하지만 그 드러난 부분을 백승현에게 맞추라는 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다.
우리 중에 총을 가장 잘 쐈던 김다람이라면 모를까, 나조차 저렇게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지속하는 저 녀석의 약점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이 주변은 좀비 지대.
이미 놈들은 우리가 진입한 걸 알고 있고 몸을 예열하고 있다.
총성이 지속되면 놈들은 파도처럼 나타나 우리를 밀어붙일 것이다.
작전이고 나발이고 다 끝장난다는 소리다.
이러한 악조건이 백승현이 사격을 포기하게 만든 원인으로 보였다.
아니, 하나가 더 있었지.
제주도.
백승현의 한 발엔 제주도가 걸려 있다.
그가 그토록 부러워하고 증오하던 김다람이 가지 못했던 그 약속된 대지가 말이다.
흔들리는 그의 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뭐합니까? 쏘시죠?”
“······각이 안 나와.”
“안 쏘면 저 친구 죽을 거 같은데요?”
“못하겠어.”
“왜요?”
“각이 안 나오는데 어쩌라고. 씨발!”
백승현이 고성을 내질렀다.
“저 원숭이 새끼 각도 보라고! 씨발, 다 알고 저 지랄하고 있어.”
그 말대로다.
놈은 천영재를 자신과 우리의 중간에 놓은 채 방패로 쓰고 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천영재는 마체테를 휘저으며 각을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영리하고 민첩한 뮤테이션 상대로는 무의미한 움직임이다.
놈은 마치 지금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괴상한 소리를 내며 신들린 듯한 움직임으로 우리를 농락했다.
“끼끼--잇!”
상황이 급속도로 암울해졌다.
안 그래도 장갑판을 덕지덕지 붙여 사각이 안 나오는 놈이 천영재라는 방패를 추가했다.
“옆으로 비켜!”
백승현이 고함을 지르자 천영재가 고함으로 대답했다.
“페이크 쓸게!”
그거 왼쪽으로 가나 싶더니 그대로 오른쪽으로 급속으로 질주했다.
순간 사각이 생겼다.
탕!
어김없이 나온 총성.
모처럼 보는 올드스쿨 헌터의 연계다.
사격 자체는 정확했다.
뮤테이션의 몸통에 정확하게 적중했으니.
그러나, 놈은 장갑판을 두르고 있다.
깡!
탄환은 불꽃을 튀기며 거대 침팬지의 장갑판에 작은 흠집만을 남긴 채 도탄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끼익! 끼익!”
침팬지가 커다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갑자기 2미터에 달하는 양 팔을 높이 세웠다.
뭘 하려는 걸까.
“?”
백승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른바, 뻐큐다.
레드 놈이 우리를 향해 양 손으로 중지를 세워 보인 것이다.
“끼익!!!!”
중지를 내세운 그놈은 이윽고 검지를 펴 머리를 똑똑 가리켜보았다.
백승현이 이를 갈았다.
“원숭이 새끼가······.”
천영재가 질주를 시작했다.
거리는 100m 안으로 좁혀졌다.
한달음에 닿을 거리다.
거리를 주면 천영재뿐만 아니라 우리도 위험해진다.
그러나 백승현은 다음 사격을 망설이고 있다.
“쏴! 퇴물!!!!”
천영재의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레드는 바로 천영재 뒤에서 손을 뻗치려 하고 있었다.
천영재가 마체테를 적시에 휘두르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진즉에 잡혀 건물 위로 거꾸로 들어올려진 채 끌려 올라가 바닥에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쏘라고!”
거리 80m.
이제는 진짜 코앞이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백승현은 왜 자신이 김다람에게 선택받지 못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못하겠어.”
백승현이 총을 내려놓았다.
스스로 임무에서 달아난 것이다.
대신 그는 품속에서 칼날처럼 생긴 금속 막대를 꺼냈다.
미제 자폭형 블레이드 드론이다.
타겟을 설정하면 칼날처럼 생긴 드론이 날아가 적앞에서 파편탄이 섞인 폭발을 일으킨다.
아마 최후의 순간 쓰려고 챙겨왔던 모양.
하지만 나는 의문이다.
저 장난감이 저 괴물에게 통할 지.
통하는 건 둘째치고 천영재는 확실하게 죽는다.
“선배.”
그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백승현이 날 지친 눈으로 보았다.
“······박규.”
구 시대의 헌터가 지배하던 시절, 헌터의 진짜 자질이 무엇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한 적이 있었다.
내 은사의 경우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초개 같은 마음, 즉 헌터심이라는 새롭지만 고색창연해 보이는 용어까지 만들어 죽음에 대한 경시가 헌터의 최중요 자질이라고 주장했다.
그 장기영에게도 라이벌은 있었다.
한때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계파 논리에 밀려 2선급으로 전락한 고종범이다.
장기영과 달리 중국으로 건너가 K-헌터의 노하우를 알뜰살뜰하게 팔아먹은 고종범은 위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야말로 헌터의 가장 큰 자질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외에도 여러 덕목이 저마다의 논리를 가지고 무대 위에 올랐다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딱히 이론을 정립하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나도 실전을 거듭하다 보니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보이는 눈이 생겼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말하겠다.
자기를 내려놓을 수 있는가?
달리 말하자면 자기객관화라고 할까.
세상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보며 자신마저 장기 말로 쓸 수 있냐 없냐가 우리 올드스쿨 헌터들의 운명을 가른다고 생각한다.
늘 팀원에게 주입했다.
극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희생될 수 있으며 거기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나조차 버리라고 말했다.
설득력은 나 스스로 만들어냈다.
앞장 서서 가장 위험한 역할을 도맡았으니까.
나 자신을 장기 말로 써서 가장 험한 지역에 투입한 것이다.
하지만 나만을 장기 말으로 쓴 건 아니다.
동료를 버린 적도 있고 희생시킨 적도 있다.
죄책감은 가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던가.
우리는 천 명이 한 명처럼 움직인다고.
그러니까 그 한 명을 이루는 부속 하나를 버린 것이다.
단지 그뿐이다.
물론 나도 그 부품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계 안에서 장군 타입에게 패했을 때였다.
온 몸의 뼈가 거의 부러진 채 이계의 구석에 처박혔다.
하얀 안개가 모든 걸 덮어버렸고 동료들은 나를 버리고 떠났다.
팔다리가 부러진 채 이계의 구석에 처박혀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몇 번의 행운과 변덕 덕분에 간신히 생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간 건 사실이다.
혹자는 그 끔찍한 경험이 나를 은퇴로 이끌었다고 수군거렸다.
그렇지 않다.
버려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원망이 없다.
단지 그 버려지게 된 사정과 과정이 내 살아온 모든 행적을 부정했기 때문에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앞에서 내 팀원이 죽는 건 보기 싫다.
급조한, 불과 몇 시간 전에 안 사이라고 해도 이 프로페서가 있는 팀이 무의미하게 쓰러지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백승현에게 말했다.
“제가 쏘겠습니다.”
그에게 총을 넘겨받았다.
백승현은 아무 말 없이 총을 내게 넘겼다.
총을 받아드는 순간 팔이 내려갈 정도의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아무리 최첨단 경량화 소재를 썼다고 해도 12.7mm 탄환을 쓰는 총이다.
줄이고 줄인 무게가 8kg다.
개인 화기는 실격이랄까.
그런 무식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게 우리의 숙명이겠지만.
“가만히 계세요.”
조용히 총을 겨눈 채 점점 커지는 천영재와 레드를 동시에 사선에 담았다.
대상과의 거리 60m.
주변 환경을 파악했다.
“쏴아아아아아아!!!”
천영재가 고함을 지른다.
55m.
레드가 손을 뻗었고.
50m.
천영재가 마체테를 휘둘렀으나 팔목 장갑판을 맞고 칼날이 튀어 나왔다.
약 48m.
천영재가 잡혔다.
“뭐 하는 거야?!”
백승현이 날 돌아보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사선만을 노려보았다.
천영재가 붙잡힌 채 놈에게 끌려갔다.
제 아무리 S급 헌터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저런 규격 외의 괴물에겐 딱히 손쓸 방법이 없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뭐하는 거냐고?! 박규!”
백승현이 고성을 질렀다.
무시하고 총을 겨누었다.
저 거대 침팬지의 움직임은 대단히 빠르고 우리가 상대했던 것과는 다르기에 예측하기도 어렵다.
거기다 대가리에 투구를 쓰고 몸통과 등짝에 장갑판을 얼기설기 엮은 갑주까지 두른 상태.
그런 놈 상대로는 어웨이큰이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게 적다.
하지만 아까 백승현에게 정보를 들었다.
“아아아아악! 살려 줘! 씨발아아아알!!!”
“박규!”
침팬지가 휘어진 가로등을 붙잡고 훌쩍 뛰어오르더니 콘크리트 철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용히 하시죠.”
담담하게 말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격발 순간, 망치로 치는 듯한 반동이 내 몸을 강하게 흔드는 걸 느끼며 사선을 노려보았다.
12.7mm라는 묵직한 파괴력을 담은 탄환은 좀비의 악취로 만연한 공기를 뚫고 나선형으로 날아가 내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박혔다.
푹!
“끼이이이이익!!!!”
탄환이 박힌 곳은 침팬지의 손등이다.
놈이 갑주로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
하지만 워낙 빠르게 움직이기에 아예 타겟으로 고려조차 않았던 부분이다.
“어, 어떻게?”
백승현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선배가 말했잖습니까?”
총기를 그에게 넘기고 천영재 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저 새끼, 사람 높은 곳에 끌고 올라가 떨어뜨리는 거 즐긴다고.”
“그럼 기다린 건가? 천영재가 잡히는 걸?”
백승현이 육중한 라이플을 들고 따라오며 물었다.
“어차피 놈이 건물을 타고 오르는 지점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콘크리트 철근 말이다.
아무리 변화무쌍하게 움직여도 경우의 수가 제로로 수렴하는 구간이 있다.
나는 천영재를 미끼로 세웠고 그 변수를 통제했다.
침팬지가 천영재와 함께 떨어진 건 그다음의 무넺다.
“하.”
백승현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 김다람 사수답네.”
레드가 떨어진 높이는 못해도 10m는 됐을 것이다.
평범한 침팬지 시절에도 떨어지면 아플 높이지만 지금처럼 덩치가 커진 시점엔 더 충격이 크겠지.
찌그러진 폐차 옆에 천영재가 신음을 하며 뒹굴고 있었다.
“씨바아아아아알! 개같이 아프네. 아아······.”
무사한 모양이다.
혈기왕성하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걸 보면 말이다.
총기를 겨누며 레드를 찾았다.
놈은 절뚝거리며 간신히 두 크고 강한 팔로 몸을 지탱하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악귀처럼 변한 침팬지의 얼굴이 날 노려보았다.
놈이 입을 열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바······. 바······.”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저 움직임.
말을 하려는 건가?
유인원에 불가능한 놈이?
“바······박규.”
“?”
내 이름?
뮤테이션이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겠지.
놈이 날 향해 중지를 내세운 걸 보면 말이다.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발성 기관과 혀를 굴려 전하려는 말은 아마도 “뻐큐”였으리라.
아무튼 놈은 살아 있다.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
큰 상처를 입었고 절뚝거리긴 하지만 여전히 놈은 위협적인 사냥감이다.
스르릉--
이제는 내 차례다.
“와라. 원숭이.”
도끼를 꺼내며 녀석의 측면으로 돌아가 놈을 향해 위협적으로 도끼를 휘둘러 보였다.
레드는 날 경계하면서도 뒤따라온 백승현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딜 보냐.”
도끼를 던졌다.
제법 빠른 투척인데 역시 뮤테이션의 반사신경은 몬스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끼이이익!”
피가 철철 흐르는 손을 휘저어 내 도끼를 바닥에 쳐내는 걸 보면 말이다.
“선배!”
하지만 지금은 내겐 믿을 만 한 동료가 있다.
탕! 탕! 탕!
백승현이 총을 뿜었다.
지근거리의 사격이지만 장애물이 없는 그의 사격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끼이이익!”
탄환은 갑주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목과 겨드랑이 한, 턱 아래를 정확히 꿰뚫었다.
뮤테이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털썩
괴물이 쓰러졌다.
“후우······.”
백승현이 질린 얼굴로 날 보았다.
“씨발······.”
그가 내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나 또한 엄지로 그에게 보답했다.
오직 단 한 명, 바닥에 처박힌 천영재만이 우리 둘에게 쌍 뻐큐를 날렸을 뿐이다.
그를 보며 한마디 했다.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자 천영재의 쌍 뻐큐가 쌍 좋아요로 바뀌었다.
“······.”
색깔 하난 확실한 친구네.
우우우우우우---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세 발 룰을 어긴 대가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의 백승현은 세 발이 아닌 네 발을 쐈으니까.
“어떻게 할까? 어이. 영재 혼자 걸을 수 있어?”
“······쌍! 다리가 부러진 거 같아.”
“차 불러야겠네요.”
“오케이.”
백승현이 교신기로 차분하게 연락했다.
“여기는 레이저. 여기는 레이저. 방금 프라이머리 타겟을 처리했다. 부상자 한 명 발생. 회수를 위한 지원 바란다.”
트럭이 굉음을 내며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내 도끼를 주웠다.
죽은 뮤테이션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이 몬스터에게 감흥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뭐랄까, 내 미래가 보인다.
앞으로 이런 생활을 하겠지.
그 거지 같은 집에서 유쾌한 이웃들과 함께 아웅다웅 살며 구 시대의 헌터들과 함께 목숨을 건 사냥을 끝도 없이 해야겠지.
“······.”
내 고민은 의외로 빠르게 끝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