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낙원 (5)
군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장비는 전에 중국인과 만날 때 본 적이 있다.
전원 레이저 조준기가 달린 소총으로 무장했고 방탄 장비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수류탄을 비롯한 각종 장비도 있었다.
숫자는 열여섯 명.
전투원만 추린 것이다.
작업자들은 계산하지 않았다.
위협적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특히 위험한 건 김필성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중국에서 복무를 했다고 말했다.
전쟁 직전에 우리가 상대한 건 몬스터가 아닌 광신도다.
사람을 사냥했다는 이야기다.
이제 동기를 비롯한 훈련된 살인 기계들이 날 죽이러 온다.
끔찍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랄까.
비슷한 상황을 몇천 번이나 상상했고 그 안에서 죽고 죽이고 또 죽였으니.
이웃에겐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내가 자초한 싸움이다.
내 미련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물론 당사자인 우민희에겐 지원 요청을 했다.
군단파들이 나를 찾아내고 죽이려고 하니까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헬기가 떨어진 이후 그녀와 교신이 되지 않았다.
전파 방해? 간섭?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가 연락을 안 받는 것일수도 있다.
그녀의 오랜 정신병이 발작하면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 여자는 비극을 즐기니까.
없으면 직접 만들어내서라도 슬픔을 마약처럼 흡입하려 한다.
그 슬픔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그 여자가 가진 질병의 본질이다.
물론 이 모든 악담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나 혼자 버텨야 한다.
“4인 1조로. 사주경계를 하며 하나씩 의심 가는 곳을 뒤져. 저쪽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반격은 기습뿐이다. 기습 각만 주지 않고 구덩이 안에 몰면 끝이다. S급 헌터라고 해봐야 인간일 뿐이야. 어웨이큰처럼 총알을 튕겨내는 재주는 없다.”
김필성은 노련한 지휘관으로 보였다.
“한 곳엔 뭉치지 마라. 고화력 병기를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느슨하게 늘어선 병사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며 내 영역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저벅-
발자국이 내 메인 방공호 바로 위로 들려온다.
언덕 위로 가려는 건가.
“정확한 위치는 모릅니까?”
병사 하나가 내 머리 위에서 소리쳤다.
“언덕 아래 있다고 들었어. 아래쪽을 뒤져봐.”
내 메인 방공호 입구 앞엔 커다란 바위를 놓아두었다.
나조차 방공호 입구를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단지 바위만 둔 게 아니라 삽질을 해서 흙까지 퍼서 간격을 메꿨다.
눈썰미가 좋지 않으면 찾기 어려우리라.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그들이 더미 방공호를 찾아내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언덕 아래 내 본거지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그들은 끈덕지게 메인 방공호 주변만을 수색했다.
“있다! 여기 환기구 같은 게 있습니다!”
드디어 찾았나.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맞네. 환기구네. 이렇게 생긴 건 처음보는데.”
“최루가스 흘려 넣어.”
병사들이 최루탄을 던져넣었다.
어림도 없지.
그들의 술책은 버튼 하나 누르는 걸로 해결된다.
환기구 조작 배전반에 배연(排煙)이라고 적힌 커다란 붉은 버튼을 누르면,
위이이이이잉-
덕트에 부착된 프로펠러가 풀가동을 하며 내 방공호로 들어오려는 해로운 공기를 역으로 적을 향해 토해낸다.
“콜록! 콜록!”
“시발! 뭐야?!”
병사들의 격렬한 기침은 그 반작용이겠지.
“물러나. 물러나.”
동작센서가 점멸했다.
수많은 센서가 동시에 점멸하지만 아까부터 점멸하지 않는 센서가 있다.
내 메인 방공호 남서 방면이다.
그쪽엔 적이 없다.
철컥-
총기와 무반동총을 들고 비상 통로 쪽을 향했다.
정문 뒤편엔 수많은 더미 방공호로 연결되는 비밀 통로 터미널을 마련해놓았다.
13개의 문이 있다.
12개는 더미 방공호, 나머지 하나는 차고로 통한다.
5라는 숫자가 적힌 문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연 다음 속보로 내가 직접 굴삭기와 불도저로 판 갱도를 따라갔다.
또 다른 철문이 있다.
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망설이지 않고 열어젖히며 총기를 겨눴다.
아무것도 없다.
센서는 틀리지 않았다.
방공호의 관측창을 통해 주변을 감시했다.
적들은 메인 방공호 능선 위에 느슨하게 진을 짠 채 역으로 연기가 흘러나오는 환기구 쪽을 보고 있었다.
“수류탄 까 넣어.”
“구멍이 작습니다. 샤워헤드마냥 촘촘하게 구멍을 뚫어놨네요.”
김필성은 아쉽게도 사각에 있다.
방공호 앞 높게 쌓인 폐기물 더미 옆에 몸을 붙이듯이 서 있었다.
헌터의 습관은 아니다.
병사의 습관이다.
나에겐 그 장면이 김필성이라는 헌터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프로필처럼 보였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엄폐물 너머에 혼자 서 있는 김필성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뭉쳐 있는 병사를 노릴 것인가.
전자는 한 명만 확정적으로 죽일 수 있지만 후자는 최대 다섯 명 정도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헌터 하나냐. 병사 다섯이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적들의 위치를 머릿속에 새긴 뒤에 방공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며 즉시 무반동총을 발사했다.
내가 방공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병사 최소 두 명 이상을 날 발견하고 조건반사적으로 총을 겨누었다.
“저기!”
늦었다.
짤막한 외침과 동시에 내 뒤에서 강렬한 후폭풍이 먼지와 풀을 쓸어내리며 검은 포탄을 토해냈다.
“엎드려!”
찢어지는 고함과 함께 폭발이 그들을 덮쳤다.
쾅!
폭발은 환기구 측면에 서 있던 지면을 강타했다.
화염이 어슬렁거리던 병사들을 삼켜버렸고 뒤이어 먼지와 바람이 그들을 덮어버렸다.
툭- 투툭-
자갈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는 무반동포를 내던지고 뿌연 흙먼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타탕!
한 놈만 맞아라.
두 놈이 맞으면 더 좋고.
세 놈이 맞는다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탄창이 떨어지자마자 총기를 내던지고 다시 더미 방공호로 뛰어들었다.
쿵-
문이 닫히고,
쿵-
또 다른 문이 닫히고,
쿵-
메인 방공호로 통하는 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머리 위에서는 억지로 눌러 참는 듯한 신음말고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 모두 포복을 한 채 상황을 정리하고 있겠지.
김필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건 1분 가량이 지나서였다.
“박규.”
K-워키토키가 울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거 알지?”
대답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었고.
내가 주목하는 건 아까 점멸하지 않았던 남서쪽 센서가 쉬지 않고 점멸하고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다.
놈들이 내 더미 방공호로 향했다.
3명이나 들어왔군.
더미 방공호 안에 설치한 유일한 영상장비를 보고 하는 말이다.
병사 하나가 싸구려 캠 하나를 보고 손가락질했다.
꾸욱-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그들의 모습은 화면에서 지워졌다.
쿠구궁!
지축이 흔들리며 방공호 하나가 무너졌다.
세 명을 더 처리했다.
아까 다섯을 죽였다면 여덟 명인가.
이제 절반이다.
아직 절반이 남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
무반동포의 전과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니까.
“입구가 어딥니까? 네? 입구를 말해주세요. 지금 제 부하가 여럿 당했습니다.”
김필성의 다급한 외침이 도청장치를 통해 들려온다.
누구랑 대화를 하는 걸까.
“죽은 나무뿌리가 드러난 틈새요? 네.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한숨을 내쉬었다.
김다람이다.
김다람이 나를 죽이려는 자에게 내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다람에게 나는 이제 버려도 되는 그런 인연으로 취급된 모양이다.
“······.”
딱히 드문 경험은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떨어져나가는 건.
하지만 영원히 내 편으로 남아 있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있었다.
내 후배이자 부사수인 김다람도 그중 하나다.
부부의 연을 맺지 않았지만 우리의 손발은 세계의 기라성 같은 올드스쿨 헌터들을 가볍게 압도할 정도로 뛰어났다.
게다가 나는 그녀 결혼식에 축의금 백만 원이나 넣었다.
그녀 남편이 나를 백만 원이라고 기억하고 부를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라니······.
어두워지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스럭- 부스럭-
메인 방공호 안의 바위를 치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내 위치를 알았다.
“박규.”
김필성이 문 너머에서 말했다.
“너하고 친하게 지낸 적 없지만 너도 참 인망이란 게 없는 애구나.”
“······.”
“네 후배가 너 죽는 걸 알면서도 방공호 입구를 말해주더라고.”
“내 후배 어때?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냐?”
코웃음을 치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건너편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이 그치고 김필성이 다시 말했다.
“용접기 들고 와.”
철컥-
“그럴 필요 없다.”
자물쇠를 풀며 놈에게 말했다.
“문 열었다.”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며 방독면을 썼다.
아니나 다를까, 두 개의 최루탄이 내 영역에 떨어지며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방독면을 살짝 벗으며 기침 소리를 냈다.
“콜록! 콜록!”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쿵!
“아아아악!”
내 방공호로 들어오는 계단은 꽤 위험하다.
일부러 단차를 둬서 헛디디게 쉽게 만들었고 거기다가 정성껏 초칠을 했으니까.
원시적인 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효율적인 함정이다.
우당탕탕!
두 명 이상이 넘어졌다.
하얀 연기가 시계를 장악하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미 수천 번도 더 꿈속에서 상상한 장면이다.
타타탕! 탕! 탕! 타타탕!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를 총알로 낚는다.
그러자 저편에서 응사라도 하듯 발작적인 총성이 가파르게 내 방공호 안을 울렸다.
타타타타타타탕!
탄환은 전혀 엉뚱한, 심지어 뒤편과 천정을 강타했다.
죽은 사람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긴 모양이다.
연기가 걷히자 두 구의 시체가 보였다.
예상한 대로 한 명의 발목이 거의 부러질 것처럼 꺾여 있었다.
“대장.”
잘 들리지 않던 병사들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안에 있는 놈. 장난 아닌 거 같은데?”
기가 죽어있다.
그만이 아니다.
“뮤테이션 개가 얼굴만 보고 오금을 저린 놈이었어. 대체 누구야? 저 인간은? 설마 어웨이큰은 아니겠지······?”
병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하긴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가면 제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주눅이 들수밖에.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수신호로 의사를 교환하는 모양.
곧 김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페서.”
마치 음미하듯 그가 내 콜사인을 입에 담았다.
“우리 중에 최고였던 놈이지. 하지만 어웨이큰은 아니다.”
스르릉-
검을 뽑는 소리가 열린 문 너머로 들려왔다.
“단지, 남들보다 잘 훈련되고 잘 감정을 조절하고 잘 싸우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아.”
챙캉!
검으로 벽면을 후려치는 소리를 신호로 방공호 입구에 연막탄이 떨어졌다.
푸쉬쉬쉬--
연막탄이 회전하며 하얀 연기를 뿜어낸다.
뭘 노리는 걸까.
잠자코 보고 있자니 희뿌연 안개 너머에서 손들이 시체를 끌어내고 있다.
굳이 방해하진 않았다.
내 방공호가 더러워지는 건 딱 질색이니.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딸그락-
수류탄이 시체가 있던 곳에 떨어졌다.
숫자는 세 개.
펑! 펑! 펑!
세 개가 터진 후, 다시 세 개가 들어왔다.
펑! 펑! 펑!
무의미한 일이다.
메인 방공호 입구는 대단히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입구에서 수류탄을 던져봐야 각은 한정되어 있다는 소리.
거기다 마지막 층계 앞엔 꽤 기울어진 사면을 조성했고 그 안에 흙과 모래를 넣은 일자로 된 수류탄 방지공을 만들었다.
확실히 하기 위해 아예 입구 쪽에 수류탄 그물까지 미리 설치했다.
이 방벽을 뚫으려면 최소한 다이너마이트는 들고 와야겠지.
정적이 흐르는 입구 쪽에서 반짝이는 게 슬그머니 사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거울인가.
탕!
즉시 총격으로 거울을 부셔버렸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김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꽤나 질려 있었다.
“잘.”
총기를 겨눈 채 담담하게 답했다.
그러자 김필성이 한숨을 내쉬며 묻는다.
“결국은 우리가 이기는 거 알지?”
대답하지 않았지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 막아내고 있지만 막아내는 거에 불과하니까.
게다가 이쪽은 혼자고 저쪽은 군대다.
장비, 병력이 올 수 있고 심지어 시간과 생리현상마저도 그들의 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필성은 그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전략이다.
교착 상태의 유도.
방어군을 갉아먹고 제풀에 쓰러지게 만드는 유서 깊은 전략이다.
부시럭
포도당 캔디를 입안에 털어 넣으며 몸을 이완했다.
갖가지 생각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눈을 크게 뜨고 상황이 바뀌는 걸 기다렸다.
혹시 모를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어째서인지 졸음이 느껴졌다.
중국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졸음이.
아마도 수많은 죽음을 본 내게 있어서 잠을 잔다는 행위는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부우우웅--
잠시 후, 트럭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이 멈추고 열 명이 넘는 발소리가 가파르게 들려왔다.
지원군인가.
현재의 나로서는 추측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작업은?”
김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완료됐습니다. 탄두만 적재하면 하면 모든 게 끝납니다.”
작업자인가.
공항에 있는 작업자까지 끌고 온 모양이다.
“회장은 탔나?”
“네.”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김필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활주로 쪽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권총의 격발음.
이건.
내가 가지고 있던 권총의 총성이다.
철주에게 금괴 1kg에 팔았던.
탕!
“아아아악!”
구슬픈 비명이 기지 쪽에서 울려 퍼졌다.
내 앞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대기하던 군인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그들은 앞다투어 언덕으로 올라 공항 쪽을 주시했다.
나도 잠망경 쪽으로 가 상황을 확인했다.
박철주다.
박철주가 작업자를 쏴 죽이고 있었다.
이미 세 명이 엎어졌고 마지막 한 명이 무릎을 꿇은 채 목숨을 애원하고 있었다.
박철주의 사위 구성준이다.
“······.”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부외자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사위와 장인의 이야기는 비극적인 형태로 결말을 고하려 하고 있었다.
탕!
용서 없는 탄환이 구성준의 이마를 관통했다.
네 명째를 쓰러뜨린 박철주가 비행기에 탔다.
위이이이잉---
비행기의 엔진이 힘찬 고동을 울렸다.
“막아!”
김필성이 소리쳤다.
“막으라고! 씨발!”
부우우우웅--
내 앞에 도착했던 차량이 다시금 활주로로 향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또 다른 굉음에 묻혔다.
쐐애애애애액-
“?”
이 소리는?
쐐애애애애액----
틀림없다.
이 공기를 찢는 듯한 굉음.
전투기의 소리다.
제트 전투기가 고공을 가르며 나는 소리다.
“누구냐?! 어느 쪽이야?”
병사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그때 긴 침묵을 지키던 무전기가 울렸다.
개인식별번호 : REDMASK
우민희다.
“선배, 살아 있어?”
그녀가 마침내 내 부름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