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69화 (69/183)

42. 낙원 (2)

박철주 회장의 경호원 중에 헌터가 있다는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 경호원이 나와 안면이 있다는 사람인 건 예상하지 못했다.

김필성이라는 사내가 지영희와 함께 내 방공호로 찾아왔다.

학교 출신으로 무려 동기다.

뭐, 놀랄 일은 아니다.

내 동기는 천이백 명이나 있으니.

대부분 죽긴 했지만 그래도 살아 남아 뻔뻔하게 활동하는 놈들도 꽤 된다.

“박규. 진짜 박규네.”

동기가 천이백 명 정도 되면 얼굴조차 기억 안 나는 놈도 있기 마련인데 김필성은 얼굴 정도는 기억하는 친구다.

그를 기억하는 건 냉병기를 이용한 모의전에서 나의 공격을 꽤 오랜 시간 버텨냈기 때문이다.

7.8초.

그의 무기를 떨어뜨리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씨발.”

패배한 직후 그는 욕설을 내뱉었다.

품위 없는 행위를 일절 금하는 학교에서는 금기에 해당하는 일이다.

특히 우리의 장기영 교관은 욕설을 하는 건 아주 저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 나와! 이 교양 없는 놈! 헌터는 욕설을 하지 않는다! 복창 실시!”

장기영이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그를 불러냈고 얼차려를 주었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김필성은 대대로 검도관을 운영한 검객 집안으로 본인도 검도 유단자라고.

그래서 대련에서 패했을 때 그토록 강한 분노를 내비쳤던 모양이다.

그 이후 그가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아마 중국에 있었겠지만 나와는 다른 임무를 받고 다른 전선에서 싸웠으리라.

10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두 동기가 재회했다.

깡마른 체구에 까까머리에 가까울 정도로 짧게 머리를 깎았던 소년은 검게 탄 근육질의 몸과 길게 기른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꽁지머리로 묶은 멋쟁이로 변했다.

“와~.”

김필성이 내 위장 하우스를 보자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경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보았다.

“이런 데서 사람이 살 수가 있나.”

당연히 못 살지.

하지만 사실대로 말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기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담담하게 말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 정들면 거기가 고향이지.”

원래 거짓말을 잘못하는 성격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다.

여자 행세까지 하는 마당에 이런 작은 거짓말 정도야.

“일단 이거부터 받아.”

김필성은 그래도 예의바른 친구였다.

빈손으로 오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하다.

그는 커다란 기름통을 들고 있었고 지영희도 두둑하게 담긴 검은 봉지를 들고 있었다.

검은 봉지 안엔 어제 남은 소고기와 채소, 인스턴트 밥, 즉각 취식 전투식량 등이 있었는데 별도로 정수 캡슐도 들어 있었다.

“아니, 뭘 이런 걸 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넙죽 받는 나 자신이 “프로페서”답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쩌겠냐.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이런 양질의 채소와 단백질 언제 먹겠나.

고라니 소시지를 먹으며 만 일을 살 바에 소고기를 먹으며 천 일을 살겠다.

지영희가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전에 신세도 지기도 했고, 어려우실 거 같아서 준비해봤어요.”

마음을 써준 모양이다.

목례를 하며 감사함을 표하고 있자니 김필성이 내 영역을 보며 불쑥 말했다.

“계속 여기서 살아온 거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동기라고 하지만 안부를 묻기엔 서로 접점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

말이 동기지 생판 남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그렇게 덜컥 거리를 좁힌다는 게 어색했다.

한동안 말이 없자 김필성이 날 쳐다보았다.

뭐라도 대답을 해줘야 할 거 같아 적당히 대답했다.

“드문드문. 인천에도 갔다가, 일거리가 떨어지면 다시 여기로 왔다가.”

“그렇군.”

그가 내 메인 방공호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기가 여기서 지대가 제일 높구만. 사방을 감제할 수 있겠어.”

“······.”

“그나저나······.”

김필성이 말끝을 흐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날 힐끗 쳐다보았다.

“동네 전체에 날이 서 있는 느낌이네?”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다.

일견 허술해 보이는 내 영역에 도사린 죽음의 함정들을.

그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부비트랩 설치 했지?”

역시 전쟁 경험자라는 건가.

“함정을 좀 놓긴 했지.”

적당하게 반만 인정하자,

“역시.”

김필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분이 좋은 눈치다.

“그나저나 일본에 간다고 들었는데.”

그틈을 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김필성은 지영희 쪽을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영희씨에게 들으시고 난 잠깐 차에서 눈 좀 붙이고 있을게. 어제 경계를 서느라 한잠도 못 잤거든.”

김필성은 한 차례 내 영역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SUV 승객석에 앉았다.

닫지 않은 문 너머로 김필성의 군홧발이 쭉 삐져 나왔다.

“그나저나 아버님은 안녕하신가요?”

딱히 의도한 질문은 아니었다.

다만 김필성이라는 녀석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것 같아 약간은 시간을 벌고 싶어 한 질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영희는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박철주 회장댁에 계세요.”

그녀가 대책이 없다는 양 두 손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소원성취하셨죠.”

“소원성취요?”

“네. 그토록 원하던 재벌집 주인이 됐으니까요.”

이어진 설명에서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지영희의 부친, 지창수가 반쯤 폐허가 된 박철주의 집을 샀단다.

대체 이 멸망기에 뭘로 돈을 벌어 산 지 모르겠지만 지창수는 박철주의 재벌집을 샀고 이제 재벌가의 주인이 된 것이다.

지영희가 공개한 사진엔 널리 알려진 박철주의 폐허를 배경으로 지창수가 일단의 사람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은 어째서인지 앞치마 같은 걸 걸치고 있었는데 일부 앞치마에선 핏자국마저 묻어 있었다.

도축업으로 업종이라도 변경한 건가.

내가 알기로 지창수는 자동차 전장품을 제조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앞치마야 그렇다 치고 재벌가의 주인인듯한 당당하게 중앙에 선 모습은 조금은 어색해 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창수는 그의 회장 – 제풍호의 둘도 없는 충신이었는데.

“······아버지는 재벌이 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그런 무리한 일을 벌인 거죠. 예전에는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는데 박 회장님 집을 얻고 웃는 얼굴을 보니 그간의 모든 엉뚱한 일이 비로소 현실처럼 느껴지지 뭐예요?”

지영희가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낙원을 찾으신 거죠.”

만족인지 아니면 애증인지 알 수 없는 표정.

분명 원망도 많이 했을 것이고 실망도 많이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감정의 상실은 현재 진행 중일지도.

“일본에 가실 건가요?”

지영희가 빤히 날 쳐다보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

굳이 들을 필요는 없으리라.

하지만 들을 기회도 없었다.

서쪽에서 오래 전에 들었던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개들의 울부짖음이다.

지영희가 몸을 떨며 이를 드러냈다.

“뮤테이션!”

그렇다.

서쪽에 개들이 있다.

골드.

멧돼지 한 마리, 고라니 한 마리, 꿩과 닭 각 세 마리를 물어다 준 놈이 무리를 이끌고 이쪽을 노려보며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영희씨! 가야겠어요!”

김필성이 소리쳤다.

지영희가 뒤를 돌아보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날 보며 물었다.

“박 헌터님.”

“네.”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도와야겠다.

박철주 패거리가 아닌 골드 패거리를 말이다.

철컥-

김필성이 차 안에서 장전하는 대뮤테이션용 대구경 라이플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

박철주의 경호원들은 지창수가 데리고 온 어중이떠중이보다 비할 바 없이 수준이 높아보였다.

군인,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총기를 대하는 태도나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라든지, 전장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 특유의 화약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인간들이 날 수군거리고 있다.

“저 헌터. 장난이 아니구만.”

“그러게 말이야. 저 식인 견들이 보는 것만으로 쫄아서 달아나다니.”

“오라 같은 게 있는 건가? 마치 개장수 같은 그런 거.”

“쉿! 저분이 듣겠어!”

원치는 않는 일이지만 인정받아 버렸다.

사유를 제공한 건 역시 골드다.

헐레벌떡 김필성의 차에 올라타서 박철주의 캠프에 도착해 바이크 하나를 빌려 타고 곧장 골드에게 달려가 고함을 쳤다.

“가! 가! 새끼야! 가! 이 쪼잔한 새끼! 소고기 몇 근을 처먹였더니 고라니나 처 잡아주고. 은혜도 모르는 놈. 너나 처먹어라. 고라니.”

골드는 날 보며 으르렁거렸다.

특히 쪼잔한 새끼라는 대목에서 놈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 놈은 앞발로 날 가리켰다.

설마 나보고 쪼잔한 놈이라고 하는 건가.

상태가 조금 이상한 소고기를 주긴 했지만 그래도 소고기다.

개의 위장은 인간보다 튼튼하고 보툴리누스 균에도 강하다고 들었다.

아무튼 뜻은 통했다.

내가 뒤를 가리키며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녀석은 내 뜻을 알아듣고 무리를 이끌고 서둘러 달아났다.

김필성을 비롯한 SUV 군단이 살벌한 무기를 들고 내 뒤에 도착한 건 그즈음이었다.

“아니 씨발?!”

한 사내가 소리쳤다.

그제야 그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내가 흔한 총질 한번 없이 뮤테이션 개들을 몰아낸 걸.

내용을 따지고 보면 흥부전 류의 은혜 갚는 짐승에 해당하는 훈훈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눈에 나는 기백만으로 흉포한 살인견들을 겁먹게 하는 초인으로 비친 모양이다.

“어웨이큰이세요?”

어웨이큰에 무지한 경호원 하나가 날 보며 물었다.

순간 나는 내가 최근 자주 치는 메시지 답변을 떠올렸다.

SKELTON : 상상에 맡길게요~♥

하마터면 육성을 말할 뻔했다.

“······.”

이것이 인터넷의 폐해인가.

하지만 내 잠깐의 당황은 이미 날 경외의 눈으로 보던 경호원들에게 더욱 큰 신비로움을 가져다준 모양이다.

“박 헌터님. 장난 아니세요. 혼자 뮤테이션 수십 마리를 총과 도끼로 쓰러뜨리셨어요. 진짜, 영화도 그렇게는 못 만들 거예요.”

지영희의 입방정이 날 더욱 범접하게 어려운 인물로 코팅하기도 했다.

화룡정점을 찍은 건 내 동기, 김필성이었다.

“······내 동기는 우리 중 최고였지.”

그가 날 보았다.

“날 근접전에서 꺾은 유일한 친구니.”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나.

“······.”

침묵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 침묵이 나를 박철주라는 인물 앞에 데려다주었다.

“회장님. 박규 헌터입니다.”

미군이 버리고 간 대형 지하시설 회의실 안에 박철주는 뒷짐을 진 채 돌아서서 벽에 건 빛바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박규 헌터님.”

전쟁 전 박철주의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사돈 하나 잘 구한 게 유일한 재주고 가장 큰 업적이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정권의 비호로 큰 정경유착의 전형.

부친의 후광이 아니었다면 구멍가게 사장조차 못할 인물이다.

이 정도 악평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

제풍호와는 정반대의 유형이랄까.

실제로 멸망이 시작된 후 둘의 대처는 전혀 달랐다.

한 명은 죽어서까지 리더가 되었고 한 명은 난폭한 군인들의 조롱감으로 전락했다.

그 문제의 재벌 회장은 과연 어떤 인간일까.

“INFP? INFP?”

박철주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

“INFP 아니세요?”

“뭔 소립니까?”

“MBTI 몰라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다.

성격별 유형 검사라고 했던가.

별자리별 성격, 혈액형별 성격 분류와 다를 바 하나 없는 또 다른 유사과학이다.

적어도 재벌 회장이라는 작자가 초면부터 꺼낼 화제는 아니다.

“INFP 같은데? 맞죠?”

“아니, 그게 뭔지 모릅니다.”

“나는 ENFP입니다. 재기발랄한 활동가! 스파크! 그게 제 성격이죠.”

헤실헤실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21세기 미신을 읊어대는 그를 본 순간 나는 이 인간이 재벌 회장 스킨을 쓴 중학생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 INFP와 ENFP는 잘 안 맞는다더니 진짜인 거 같네요. 뭔가 팍 하고 오는 게 없네.”

전날 부리부리한 눈으로 보던 눈빛은 뭐였던 걸까.

설마 날 경계하는 게 아니라 내 성격 유형 검사에 따른 타입을 재고 있었던 건가.

“잠깐 시간 내서 이거 좀 해보실래요?”

박철주가 내게 타블렛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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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세요.”

“아니오.”

“한 번 만 해보시라고요.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싫습니다.”

이 사람, 대체 왜 이러나.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자 갑자기 뒤로 몸을 빼더니 양손 검지로 날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역시 INFP네!”

이것이 박철주였다.

*

“회장님은 포격을 당한 이후부터 저런 상태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박철주의 사위라는 사람이 이어서 맡았다.

“전에도 명랑하셨지만 좀 더 밝아지셨죠.”

“명란젓을 많이 드신 거 같네요.”

“?”

“아닙니다. 계속 하시죠.”

이 박철주의 사위, 구성준이라는 사람은 제법 깐깐한 사람 같았다.

날 부릅뜬 눈으로 보며 소리 내지 않고 이 사람이? 라고 말하는 시늉을 하는 거 보면 말이다.

그런데 내 농담이 그 정도로 경기 어린 반응을 일으킬 정돈가.

적어도 옆에 있던 지영희는 풉하고 웃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 구성준이 이어서 말했다.

“중국인 접선지역까지 호위를 부탁드립니다. 뮤테이션 개만 빼면 큰 위험은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인이라.

궁금하긴 하다.

이 땅에 상륙한 중국인들이 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있기에 한국인과 거래를 하려 드는지 말이다.

“식량은 물론 연료를 보수로 드릴 생각이에요. 주 10시간.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에요. 전문의도 계세요. 이참에 검진 받아보세요!”

“전문의요?”

이건 좀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내가 제안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골드다.

김필성은 내가 알기로 구 헌터 기준 A급을 뛰어넘는 헌터다.

상당한 경험을 쌓았고 그런 인간의 손에 헌터 장비까지 있다.

함께 한 군인들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사복 아래 본색을 숨기고 있지만 나는 그들이 군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것도 전선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

아마 군단파 사병 출신이 아닐까.

그런 무리와 만나면 골드는 글자 그대로 개고기로 변한다.

물론 중국인에 대한 호기심도 내 결정에 큰 지분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SUV를 타고 접선지역으로 향했다.

접선지역은 남쪽으로는 좀비가 우글거리는 도시가, 북쪽으로는 강처럼 보이는 깊은 만이 펼쳐진 간척지대였다.

중국인들이 SUV를 개조한 차를 타고 멀리서부터 헤드라이트를 켰다.

차에 달린 붉은 깃발은 나로 하여금 권태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조심해. 저것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

두 진영에서 띄운 드론들이 서로를 살폈다.

매복이 있는지, 위험한 장비가 있는지.

오랜 탐색이 끝난 후 두 차량이 맞닿았다.

김필성은 나와 달리 유창한 중국어로 해진 군복을 입은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두 사내가 주먹을 맞부딪쳤다.

이쪽에서 식량과 기름이, 저쪽에서 지게차에 살린 묵직한 장비가 오갔다.

장비는 3.5 트럭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거웠다.

항공기 엔진이란 게 크다는 건 알지만 15인승 제트 비행기의 엔진 치고는 지나치게 커 보였다.

만에서 불어온 우연이 장비를 둘러 싼 판자를 떨어뜨렸다.

드러난 자리엔 원추형의 단순하게 생긴 쇳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엔진은 아니다.

엔진은.

“아.”

뭔지 알 것 같다.

나는 동시에 시선을 돌리며 못본 척을 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인들이 넘긴 물건의 형상은 핵폭탄에 가까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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