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67화 (67/183)

41. 꿈

이 이야기는 레베카가 그녀가 활동하는 비바! 아포칼립스! 미국 게시판에서 읽은 내용을 내 나름의 상상으로 각색한 것이다.

그녀는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식량의 부족을 호소하며 나를 그녀의 영역에 불러들였다.

식량을 넘기면서 그녀가 내게 불쑥 말했다.

“거기 빈 자리 있어?”

확답은 하지 않았다.

전부터 고민한 내용이긴 하지만 아직 마음을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

혼자 사는데 익숙한 내가 과연 바로 옆에 사는 이웃에 적응할 수 있는 것도 걱정스럽고 늘 개인 생존주의를 추구하던 내가 표변하여 집단 생존주의로 노선을 바꾼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신 그녀에게 고기를 내주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스켈톤 쥬시- 한 거.”

스우에겐 우민희에게 받은 황도 통조림을 내주었는데 레베카가 절반을 뺏어 먹었다.

레베카가 황도를 먹으면서 내게 말했다.

“전에 놀라운 이야기 있다고 했지?”

그녀가 어디선가 주워 온 기타를 마치 음유시인처럼 켰다.

실력이 형편없이 치우라고 하자 그녀는 즉시 기타를 던져버리며 스우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속삭였다.

“잘 들어. 스켈톤.”

이야기의 무대는 중국이었다.

그 중국 항주라는 곳에는 동정호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모양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엔 중국의 내로라하는 부호들의 별장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한 천재적인 발명가가 별장을 돌며 해괴한 광고를 했다.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우리 중국인을 받아 주는 나라도 몇 남지 않았고 설령 그들이 우리를 받아 준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우리만을 위한 천국을 만들어 거기에 피난을 가자고.

그 발명가가 말한 천국은 옥황상제가 있고 제천대성이 지키는 하늘 위의 나라가 아니라 코딩과 프로그램, 인력 노가다로 만들어진 가상세계였다.

서유기와 수호지, 삼국지와 서기, 김용과 고룡의 수많은 명작, 중국적인 것 그러면서도 일본적인 것, 그들이 증오하는 미국적인 요소조차 망라한, 실제 축척 144㎢에 달하는 또 다른 세계가 한 발명가의 대담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그 세계에 한복과 갓, 쌈과 파오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그 발명가는 다른 중국인보다 덜 애국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좌우지간, 그 가상세계는 발명가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정성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실처럼 거의 모든 접촉 가능한 것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각자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였다.

가령 한 유저가 길가의 꽃을 따면 그 꽃은 사라지고 대신 발아된 씨앗 상태라는 변경된 오브젝트가 남아 24시간이 지난 후 새로운 꽃을 재생성하는데 그 재생성기간 중에 다른 꽃을 심거나 씨앗을 파괴하면 그 자리엔 영영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그러한 상호작용이 144㎢ 가상세계 거의 전체에서 일어났다.

가능성은 무한했다.

농사를 지을 수도 있었고 낚시를 할 수도 있었다.

무기를 단련해 몹을 사냥해 레벨을 올릴 수도 있고 건축 기능을 활용해 성을 짓고 그 성의 성주가 될 수도 있었고 그 성을 두고 대규모 집단이 공성전을 벌일 수도 있었다.

중국의 명소와 세계의 명소, 중국인의 환상을 가미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은 이 가상세계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발명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세계에 대담하게도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유명한 꿈에서 따온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발명가의 진정한 노림수는 완벽한 가상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상세계는 하나의 재료에 불과했다.

발명가는 그다음을 보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호접지몽이란 단지 그가 만든 세계만이 아닌, 완벽하게 방어되고 자체 생존 시설을 갖춘 방공호와 결합 되어야 했다.

어떠한 외부의 위협에도 걱정하지 않고 자체 생존 시설에서 영양을 보급받으며 느긋하고 편안하게 그가 만든 가상세계에서 매일의 환상을 만끽하는 것이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한 여름날의 꿈처럼.

현실을 바꿀 수 없으니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자는 것이 발명가의 비전이었다.

발명가의 원대한 계획이 처음부터 성과를 거둔 게 아니다.

그가 만들려는 낙원은 너무나도 많은 돈을 필요로 했다.

처음 발명가가 고객으로 삼은 대상은 평범한 노동자 계층이었다.

당시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비바! 아포칼립스!처럼 월별 정액제 요금으로 자본을 축적한 후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을 중국 각 성에 마련한 호접지몽 센터에 대피시킨 후 영원히 이어질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 발명가의 계획이었다.

그 발명가, 장소청은 그의 롤모델인 멜론 마스크처럼 중국 SNS에서 기행을 벌이며 화제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멜론 마스크와 달리 그에겐 벌어 놓은 재산도 턱없이 부족했고 사업가로서 이룬 업적도 시원찮았다.

발명가는 일반 대중에게 처참하게 외면당했다.

그러나 한 번 실패로 좌절할 그가 아니었다.

발명가는 노선을 변경해 중국이 자랑하는 0.1% 거부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 사업도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실제 세계도 아닌 가상세계에 수십 억이나 되는 재산을 퍼붓고 통제된 상황에서 원치 않는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한다는 게 청나라 황족처럼 살던 그들에겐 스스로 유배지에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 VIP가 재떨이를 발명가의 얼굴에 던지며 그를 조롱했다.

“아파? 아프지? 네 반응이 날 즐겁게 해. 네 일그러진 얼굴에 떠오른 분노와 그 분노를 가지고도 꾹 눌러 참는 모양은 살아 있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거니까. 생각을 해보라고. 인형 상대로 백날 화풀이 해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어?”

그 발명가, 장샤오웨이는 멍든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분노와 수치심을 삭이다 섬뜩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발명가는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투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전과 다른 새로운 계획을 들고 나왔다.

이전처럼 멜론 마스크를 흉내 낸 후줄근한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 대신, 그는 과할 정도로 번들거리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온 발명가는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며 과할 정도로 비굴하게 투자자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지만 발명가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뻔뻔하기까지 한 표정을 지으며 “변경점”을 이야기했다.

“투자금을 내신 VIP분들은 호접지몽의 세계 안에서 무림인 계정을 받게 됩니다. 무림인은 말 그대로 무공의 고수로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무력과 기연을 가지고 시작할 겁니다. 그 무공 가지고 뭐하냐고요? 네. 공짜로 호접지몽에 접속한 하찮은 사람들을 밟고 죽이고 갖고 놀아야죠.”

발명가가 나비넥타이를 매만지며 덧붙였다.

“네. NPC는 공짜 접속한 친구들로 채워질 겁니다.”

그날 발명가는 인생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수백억에 달하는 투자금을 그 자리에서 모았고 그 이후에도 돈 보따리를 싸 들고 온 투자자들을 상대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북경이 무너지면서 당이 붕괴하고 당이라는 이름 아래 분열되어 있던 파벌들이 저마다의 기반을 가지고 군벌화되자 발명가는 VIP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 장소는 공교롭게도 그가 처음 홍보 활동을 펼쳤던 동정호 주변이었다.

이미 여러 군벌과도 은밀한 약조를 맺은 발명가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만든 거대한 호화 방공호를 공개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이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꿈을 꾸게 될 겁니다.”

최초 소집일에 모인 VIP들은 대부분 흡족한 반응을 보였는데 일부 VIP는 발명가에게 자신이 데리고 올 첩과 애인들을 위한 자리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발명가는 웃음을 띈 얼굴로 모두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다음으로 발명가가 벌인 일은 VIP를 위한 NPC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륙 곳곳에 무상 호접지몽 체험센터를 열었다.

시설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청나라 말기 대륙 곳곳에 창궐했던 아편굴 같은 지하 시설에 수십 대의 가상 장비를 갖다 놓고 가축 수송에 가까울 정도의 사람을 밀어놓고 호접지몽을 서비스한 것이다.

거의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호접지몽을 서비스하며 발명가가 일반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느끼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들어오세요. 이곳이 당신의 새로운 낙원입니다. 거의 공짜로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발명가가 말한 공짜 점심이 뭘 의미하는 지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끔찍한 세상을 잊기 위해 사람들은 뜨거운 음식을 허겁지겁 삼키는 굶주린 사람들처럼 호접지몽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들에게 펼쳐진 호접지몽이라는 세계는 그야말로 새로운 낙원이었다.

사냥, 집짓기, 동물 키우기, 직물 짜기, 그림 그리기, 음악 연주와 작곡 등 수십 개에 달하는 마르지 않은 컨텐츠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호접지몽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 모든 걸 잃어가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순식간에 호접지몽은 중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온라인 컨텐츠로 급부상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호접지몽 이용권을 두고 수시로 칼부림이 일어나고 갱단을 빙자한 군사조직이 호접지몽 이용 센터를 점령할 정도였다.

상해 지역을 장악한 강성파가 대만과의 전쟁을 준비하자 발명가는 조용히 VIP들을 동정호로 불러 모았다.

“이제 꿈을 꿀 시간입니다.”

그날, 호접지몽이라는 가상세계에 무림인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들은 기존 호접지몽의 만렙인 100레벨을 찍은 전사조차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초월적인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무림인들이 평범한 유저가 수백 시간을 투자해 만든 집을 부수고 유저를 죽이고 가진 걸 모조리 파괴했다.

어떤 무림인은 호접지몽의 세계에 거대한 성을 짓고 성주로 군림하던 영주를 부하들이 보는 가운데 일 장에 쳐죽인 후 그 목을 성문 위에 효수했고 또 어떤 무림인은 수많은 유저가 붐비는 시장가에 나타나 자신에게 절을 하라고 요구했고 절을 하지 않는 유저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 무림인들은 어떤 의미에서 몬스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른 오락거리도 위안도 없는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비루하고 지저분한 일반인용 호접지몽 접속센터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가상 세계의 삶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그 모습은 실로 다양했다.

무림인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며 자발적인 노예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었고 무림인의 눈에 띄지 않는 외딴곳에 그들만의 마을을 꾸리는 사람도 있었고 현실 세계의 매력과 연줄을 어필하며 뒤늦게 무림인의 대오에 합류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무림인을 죽이려는 모임도 생겨났다.

그들은 알려진 게임상의 시스템을 총동원하여 지혜를 짜냈는데 그들이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무림인이 접속을 유지한 채 장기간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 무림인을 죽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상 세계 안에서 무림인의 체력은 2,500 정도인데 일반인이 가할 수 있는 피해는 1이 고작이다.

무슨 수를 써도 1을 넘길 수 없다.

무려 2,500대를 한 대도 안 맞고 때려야 한다는 소리다.

한 유저가 계산해보니 무림인 유저를 일 대 일로 죽이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3시간 12분 동안 시종일관 두들겨 패야 간신히 무림인 하나를 죽일 수 있단다.

물론 그 무림인 계정을 가진 유저가 자리로 돌아오면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현재의 시스템 상으로 일반 유저는 무슨 방법을 써도 무림인을 죽일 수 없다는 게 알려지자 그들은 해킹 혹은 현실적인 공격이라는 제3의 선택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호접지몽의 VIP 방공호의 위치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들이 해킹으로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날아온 핵들이 주요 도시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살아 남은 일반 유저들은 몬스터 장악지대에 버려지거나 약탈자와 군벌이 지배하는 지옥에서 차례차례 사라졌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무림인을 저주하며 죽어갔다.

그런데 그들이 바라마지 않았던 무림인의 파멸은 정작 그들이 사라진 후에야 일어났다.

일반유저라는 장난감을 잃은 무림인들은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 발명가가 만든 가상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유흥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1년 정도는 그 불안한 동맹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알량한 컨텐츠는 곧 바닥이 났다.

무림인들은 사람만 한 컨텐츠는 없다는 걸 깨달았고 자기들끼리 싸움을 시작했다.

그 싸움이 현실로까지 이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탕! 타타타탕!

방공호 안이 전쟁터로 변했다.

경비원을 데리고 온 VIP가 유리한 위치를 점했으나 군인 출신 VIP가 생존자를 규합해 반격을 가하자 균형이 금세 뒤집혔다.

피로 피를 씻는 전투가 이어지던 중 발명가는 마치 운명에 이끌린 듯 방공호 밖으로 나왔다.

온 세상이 회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하지만 무엇인지 그 정체를 익히 알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가 그를 힐끗 돌아보더니 회백색 세계 어디론가 유유히 걸어갔다.

발명가는 그를 위해 미리 만든 방공호 안의 방공호 - 관리자 쉘터에 틀어박혔다.

그 안에서 발명가는 자신의 롤모델이 만든 비바! 아포칼립스! 영어 게시판에 접속했다.

당에서 금지한 통신 장비라지만 당의 비호를 받는 그는 전쟁 전에도 암암리에 미국 게시판에 접속하며 그가 젊은 시절에 사용한 영어를 사용하며 미국인 이용자와 어울리곤 했었다.

xiao837 : 이 세상은 누군가의 꿈이 아닐까?

소통도 공감도 동정도 요구하지 않는 그는 마치 산속의 새처럼 일방적인 메시지를 적의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올렸다.

이른바, 꾸준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게시판 이용자들은 중국적인 닉네임을 가진 그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한국 게시판만큼이나 기상천외한 정신병자가 많은 곳 답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을까.

모두가 죽어버린 방공호 안에서 발명가는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에 접속해 그가 만든 환상을 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죽은 채 누워 있었다.

범인은 일반인 유저였다.

그는 나무 몽둥이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정지한 채 굳어버린 무림인을 나무 몽둥이로 반복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1! 1! 1! 1!

겨우 1밖에 나오지 않는 피해량을 띄우면서 말이다.

발명가가 다가오자 일반인 유저가 음성 채팅으로 말했다.

“너 하나 남았냐? 쓰레기 자식.”

그건 틀림없는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였다.

VIP의 노리개로 전락한 평범한 유저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그 헤아릴 길 없는 분노가 3시간 12분을 내리 두들겨패야 죽일 수 있는 무림인 아바타를 연거푸 죽인 것이다.

발명가가 뭔가 말을 꺼내려고 했을 때 일반인 유저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세계의 창조자인 발명가는 그 일반인 유저가 <접속 종료>를 눌러 가상세계에서 로그아웃 했다는 걸 인지했지만 이미 지치고 죽어가는 그는 자신이 본 현상을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그의 눈에 비친 건 일반인 유저가 아닌, 한 마리의 몬스터였다.

발명가는 비바! 아포칼립스! 영어 게시판에 접속해 그가 겪었던 이야기를 담담한 필체로 술회했다.

그 마지막에 발명가는 아마도 자신이 느낀 마지막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 올렸다.

xiao837 : ······그렇게 우리의 꿈은 몬스터에게 먹히고 말았다.

무슨 생각인지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사진 속의 사내는 짙은 음영에 가려진 데다 저화질 저용량 탓인지 노이즈가 많아 상세한 판단이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그가 드러낸 하관의 피부는 회백색이었고 고목처럼 단단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스켈톤은 어떻게 생각해?”

스우가 그 명백히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얼굴을 보여주며 물었다.

“몬스터 같네.”

“그치?”

인천에선 첫 피난 선단이 뱃고동을 울리며 출항해 제주도에 도착했다고 한다.

제주도 정부는 그들을 따뜻하게 성대하게 맞이했다고.

어째서인지 그 소식은 내게 먼 세상의 꿈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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