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61화 (61/183)

39. 유세 (2)

제풍호와 함께 몬스터 지배 구역에 진입했을 때 박상민의 위세는 대단했다.

관용차를 타고 다녔고 기사를 두었고 그를 대신해 고함을 지르고 멱살을 잡아 줄 보좌관도 거느렸다.

지금 그는 혼자고 차도 다 떨어져 가는 휘발유차다.

제대로 된 기름을 쓰는 게 아닌지 배기구에서는 산불 마냥 시커먼 연기가 고약한 악취를 풍기며 피어올랐다.

“비례대표라고 사람들이 참 우습게들 보더라고요.”

그가 몇 번이고 마른 침을 삼킨 뒤에 간신히 꺼낸 화제다.

잠자코 입을 다문 채 차량이 지나가는 방향을 확인했다.

여의도 쪽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례대표도 법과 민의에 의해 정해진 정당한 국민의 대표입니다. 독일, 북유럽 같은 선진국이 먼저 채택한 선진적인 제도로 정책의 다변화와 소수자의 이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우리 어디로 가나요?”

“아, 국회의사당 쪽입니다.”

“둘뿐인가요?”

“아니오. 의사당 앞에 지원군이 있을 겁니다.”

짧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상민은 적어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와 말을 섞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입을 꾹 다무는 걸 보면 말이다.

지붕이 절반 정도 무너진 의사당 앞엔 군인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버스를 타고 온 모양.

“의원님!”

“의원님~!”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박상민을 함박웃음으로 맞이했다.

추종자로 보였다.

남자보다는 중장년 여성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상민이 그중 한 여성에게 가서 과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렸는데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보다 몇 배는 중요한 인물이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오랜만이네요.”

나의 한 기수 선배 백승현이다.

박상민의 차를 타고 오면서 이미 내 피는 파충류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은 상태지만 그의 얼굴을 볼 땐 정말이지 얼어붙을 정도로 온도가 떨어졌다.

목례를 하는 짧은 시간 속에서 잠시 생각했다.

이 인간을 어떻게 상대할 건지.

“······.”

일단 집은 숨기자.

그래, 그게 좋겠다.

“아. 백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선배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가 내게 담배 하나를 권했다.

필터가 있는 전쟁 전의 물건이다.

그가 담배 불을 붙여주기 전까지 담배를 입에 잠시 물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구역질이 나왔다.

비흡연자는 아니다.

담배는 제법 태운 편이다.

내가 구역질을 한 건 불을 피우지 않은 담배에서 비릿한 시체의 향기가 필터를 타고 입안에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좋네요. 과거의 담배는.”

니코틴 섞인 연기로 입안에 깃든 시체 향을 몰아내며 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어렵게 구한 겁니다.”

백승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어떻게 구한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담배를 피우며 박상민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몬스터 토벌이 아니라 진짜 유세를 하러 온듯 그는 여기까지 온 지지자와 일일이 악수를 하고 포옹을 했다.

백승현이 심드렁한 얼굴로 박상민 쪽을 지켜보다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그쪽도 불려 왔어요?”

“네. 나름의 연줄이 있어서.”

“그렇군요. 여전히 방공호에 계신가요?”

“아니오. 인천에 들어갔습니다.”

“아, 저도 인천인데. 저 미추홀 쪽입니다.”

“계양입니다.”

“계양요?”

백승현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날 보았다.

“거긴 완전 전쟁통이라 됐다던데. 초대형종이 그 앞까지 밀려 들어오지 않았나요?”

“그때는 남쪽으로 피난을 갔어요.”

“그렇군요. 집은 무사하던가요?”

“확인해봐야죠. 딱히 살림이라고 할만한 게 없으니 손해 볼 것도 없을 거 같네요. 그보다 여기서 뭐 한답니까?”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꿨다.

백승현은 내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주제가 구미에 맞는 듯 은은한 미소까지 드러내며 내 물음에 답했다.

“한마디로 쇼죠.”

백승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 위엔 무심한 구름 한 줄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박씨 저 인간 국민대표를 하고 싶긴 한데 내세울 게 없으니 의사당에서 표결을 하려는 쇼를 기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의사당 안에 캡슐이 있지 뭡니까?”

“캡슐을 제거해서 치적을 쌓는다?”

“그런 이야기죠.”

“몬스터라고 들었는데.”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죠. 캡슐입니다.”

백승현이 바닥에 찍하고 침을 뱉었다.

그는 인파 구석에 자리 잡은 궁상 맞은 아이들을 보았다.

“어쩌면 본인이 갖다 놓은 건지도 모르지요.”

“광신도나 할 짓이군요.”

“하실 겁니까?”

백승현이 의사당 쪽을 보았다.

“글쎄요.”

그가 빙그레 웃었다.

곧 차량 몇 대가 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 제9 개척단 >

차에 꽂혀 휘날리는 깃발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줬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상민이 부른 게 아니라 저쪽에서 부른 사람이라서요.”

백승현은 개척단과 연줄이 있었다.

연줄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한패였다.

사복을 입은 산적 같은 인간들 옆에서 백승현은 나와 있을 때보다 더 진솔하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의원님. 정찰 좀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후, 백승현이 개척단 무리와 함께 의사당에 들어갔다.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박상민이 다가왔다.

“박 헌터님.”

“네.”

“백 헌터님하고 안면이 있으신 거 같은데.”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요.”

“아~.”

“의원님은 학교 출신이 아닌가요?”

아니라는 걸 알고 물었다.

“저는 평가원 출신입니다.”

“그렇군요.”

“슬슬 작전을 시작하려 합니다만.”

“브리핑이나 들어보죠.”

나도 딱히 박상민의 놀음에 어울릴 마음은 없다.

내가 우민희에게 부탁받은 건 유세지, 당선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시늉만 하면 된다.

막말로 여기 모인 사람 전원이 박상민을 뽑아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박상민은 만면에 웃음기를 띤 채 자신의 계획을 순진하게 떠들어댔다.

“계획은 간단합니다. 저와 박 헌터님이 의사당에 함께 진입합니다. 의사당에 캡슐이 있어요. 그걸 처리하는 거죠. 어려운 일이 조금도 아닙니다. 솔직히 제풍호 회장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쉬운 일이지요.”

“의원님. 전투 경험은 있으세요?”

박상민을 향해 물었다.

박상민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을 겁니다.”

“왜요?”

“박 헌터님이 해주셔야 해요. 듣자 하니 홀로 캡슐을 격파 가능하다고 하시던데. 그것도 아주 쉽게.”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야 저렇게 실실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듯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건지.

“박 헌터님?”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대답을 요구했다.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것도 옛날이야기지요. 지금의 저로서는······.”

적당히 핑계를 대고 빠지려고 할 때였다.

“국민을 위한 일입니다.”

박상민이 내 말을 끊었다.

“네?”

딱히 이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방금 그 말을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진솔한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뭔 개소리입니까?”

꽤나 날이 선 한마디였다.

그런데 이 박상민이라는 사람.

흔들림이 없다.

“개소리가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요.”

나는 순간, 그가 말하는 국민이 “나”라는 1인칭의 박상민식 변형 형태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아니, 그게 뭔 국민을 위한 일이에요? 의원님 당선되고자 하는 일 아닙니까?”

“그것조차 국민을 위한 일이지요.”

“네?”

“지금······.”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인 모양이다.

굳이 박상민에게 화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다른 곳에서 그의 입을 다물게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건 못해!”

의사당에 들어갔던 백승현과 개척단 무리가 우르르 빠져 나왔다.

그 목소리가 워낙 크고 사나웠기에 박상민도 나도 잠시 대화를 멈추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 위험해. 캡슐이라니. 헌터 장비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없잖아?”

백승현의 목소리다.

그가 고함을 지르고 있다.

백승현과 몇 번 이야기해봐서 아는데 이건 옆에 있는 동료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조곤조곤하게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타입이고 학교 출신답게 욕설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딴 거 가지고 뭔. 씨발~~~! 뒤지라는 거야?”

즉, 백승현은 박상민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헌터 장비? 당신 하나 갖고 있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개척단 멤버가 실실 웃으며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사전에 합을 맞춰놓은 모양.

“지금 있는 건 뮤테이션 사냥용이야. 더 강한 게 필요해. 캡슐이라고 우습게 보는 거 같은데 캡슐은 알이 아니야. 소환 비컨이지. 근접전 장비가 없다면 난반사 탄환이라도 잔뜩 준비하던가. 인티미데이팅 가능한 사수 둘 정도를 붙여주던가. 조건이 많이 붙어.”

백승현이 날 지나치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보였다.

“그런 거 없이 뛰어 들어가라는 건 죽으라는 소리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전에 백승현이 내 영역 주변에 나타났을 땐 약탈자의 악취밖에 풍기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박상민에 대항하여 나를 돕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개척단 멤버가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저 인간이 클레임 걸면 어떻게 하지”

박상민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개척자 단원은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뒤에 있던 박상민의 지지자들이 그 말을 듣고 항의를 했지만 개척단 멤버는 피식 웃을 뿐이다.

그 와중에 백승현이 결정타를 날렸다.

“저 끈 떨어진 버러지 새끼가 뭘 하겠어?”

나는 박상민의 얼굴을 보았다.

뻔뻔하게 웃으면서 날 사지로 몰아넣으려던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애당초 지역구 하나 없이 빽으로 된 새낀데. 똥줄 타겠지. 뒤 봐주던 새끼들도 자기 한 몸 살기 바쁘고 애당초 지지자라는 것 자체가 없는 새낀데. 자리에 모인 새끼들 면상들을 보라고. 저게 전부라고. 저게 저 새끼가 영혼까지 긁어모은 지지자 전체라고.”

백승현이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돌아섰다.

박상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무력한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듯 개척단원들이 백승현에게 따라붙으며 아부하듯 말했다.

“백형. 팩트폭력 너무 과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팩트로 패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비웃음이 뒤를 이었지만 박상민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작은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이 저 오만했던 사내의 현실이다.

곧 개척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 의원님.”

경의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껄렁한 태도와 도전적인 눈빛.

“우리 쪽 헌터가 못하겠대요.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나는 박상민의 얼굴을 보았다.

짐짓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까진 의지로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그냥 가세요.”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박상민이 말했다.

개척단 사내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섰다.

“야. 일 끝났다. 가자!”

여러 대의 차량이 경쟁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조잡한 깃발이 엔진의 떨림을 받아 덧없이 흔들렸다.

독일군 헬멧에 고글을 쓴 백승현이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빈티지한 모터사이클을 몰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박 헌터님!”

“네.”

“개인식별번호 있으세요?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시죠.”

“아니오. 개인식별번호가 없어요.”

“있지 않았나요?”

“있었는데 없어졌죠. 그동안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그 와중에 박상민이 날 이상한 눈으로 보았지만 그 표정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런가요? 아쉽네요.”

“그쪽은 뭔가요?”

“저요?”

“네. 백선배님 식별번호요. 나중에 혹시라도 식별번호를 취득하면 연락을 할까 싶어서요.”

내가 알기로 백승현은 나와 달리 개인식별번호를 부여받지 못했다.

지금은 있는 모양이다.

저렇게 당당하게 있는 걸 강조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그가 대답할 거라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백승현이 어른 같지만 동시에 아이 같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해맑게 대답했다.

“DARAM입니다.”

“다람?”

“아, 제가 다람쥐를 좋아해서요.”

“네?”

정색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백승현이 내 표정을 살피다 곧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며 대답했다.

“······실은 김다람 헌터님에게 받은 겁니다.”

거짓말이다.

그 소유욕 강한 여자가 그걸 왜 당신에게 넘겨 주겠나.

“아, 그렇군요.”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죠. 계양이라 하셨죠? 시간 나면 찾아뵙겠습니다.”

묻고 싶은 건 많지만 그가 나보다 친구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것도 총기를 든 십수 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인해보고 싶었다.

“김다람 위원. 소식 아는 거 있습니까?”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

“글쎄요.”

백승현이 액셀을 움직여 부르릉하는 엔진음을 강하게 울렸다.

“군단파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날 응시했다.

“베팅을 잘못한 거죠.”

과연 그럴까.

김다람은 똑똑한 여자다.

내 주변 사람 중 그녀만큼 똑 부러지는 사람은 없다.

난 그녀가 죽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백승현을 태운 모터사이클이 굉음을 내며 자리를 떠났다.

박상민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다가왔다.

“하하······. 박 헌터님.”

이제 그가 기댈 건 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 많던 지지자도 권력도, 나의 멱살을 잡으며 충성심을 과시하던 보좌진도 모두 잃었다.

남은 건 무력한, 한 줌의 지지자뿐이다.

“박상민 화이팅!”

한 아낙네가 눈치 없이 응원구호를 외치자 나머지 아낙네들도 덩달아 따라 했다.

“박상민 화이팅!”

“박의원님 힘내세요!”

“우.유.피.부 박상민!”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유행어까지 섞어가며.

“······.”

뜨겁다기보다는 미지근한 응원을 입은 채 박상민이 내 앞에 섰다.

“박 헌터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대충 좋게 타일러서 떠날 작정이다.

어차피 이 양반이 차를 태워줄 리 만무하고 우민희 쪽 사람들이 오길 기다려야겠지만.

그런데 박상민 이 친구.

백승현한텐 안 그러더니 나한텐 질척거릴 기세다.

그가 뒤편 지지자의 눈치를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제풍호 회장 때는 진짜 잘못했습니다. 제가 학교 출신이 아니라 인맥 풀이 좁아서요. 박 헌터님 같은 훌륭한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 예전 같지 않아요. 전장에 선 지 4년도 더 지났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떠나려는 날 그가 막아섰다.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네?”

이 사람.

“국민을 위해서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부탁인데 의사당 안까지만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그가 뒤편을 의식하는 시늉을 했다.

한 줌도 안 되는 지지자가 그의 등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됩니다.”

박상민이 갑자기 벌 받는 아이처럼 울먹였다.

“여기 제 어머니도 있어요······.”

군중에 섞여 있던 한 장년 여성이 칼칼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민아! 그만하고 이리 와라!”

아까 박상민이 과할 정도로 고개를 조아리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박상민의 모친인 모양이다.

“오라고!”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의 용감무쌍한 헌법의 수호자 박상민 의원은 두 번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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