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나비
ㅇㅇ : 이거 말이야. 필크럼 그림체 아니냐?
ㅇㅇ : ㄹㅇ 필크럼이 그린 거 같은데?
ㅇㅇ : 드래곤씨가 흉내 낸 거 아니야?
ㅇㅇ : 드래곤씨가 복수한 거겠지. 필크럼 이 새끼 전에 파쿠리해서 엿 먹인 적 있잖아?
SKELTON : 흠······
ㅇㅇ : 흠 ㅇㅈㄹ 하고 자빠지네 유입새끼가
드래곤씨의 신작이 엇갈린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실 그건 필크럼이 그린 거니까.
그에게 몇 가지 언질을 줬다.
그중 하나는 자신이 필크럼이라는 걸 무슨 일이 있어서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드래곤씨는 이제 작품 말고는 다른 일체의 소통도 하지 않는 신비주의적 작가로 거듭났다.
고충도 있었다.
DragonC로부터 온 메시지 : 저기, 비바 게시판 사람들이 메시지 자꾸 보내며 친한 척 해오는데 어떻게 할까요?
“흠······.”
SKELTON : 무시하거나 차단해.
DragonC로부터 온 메시지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혹시 아이나 와이프가 아프거나 바깥에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SKELTON : 나한테 메시지 보내. 진통제나 항생제 정도는 상비하고 있으니까.
DragonC로부터 온 메시지 :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무슨 말로 해야 할지······.
SKELTON :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말 그대로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것이다.
빠르든 늦든 우리의 운명은 하나의 도착점을 향해 수렴하고 있으니까.
gijayangban : 파주 게이트에서 대규모 이럽션 관측.
gijayangban : 초대형종도 목격되었다는 정보 있음
gijayangban : 추후 상황을 확인하고 추가 속보 올리겠음
모처럼 기자 양반이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그, 혹은 그녀의 정보는 그 사람 많은 페일넷에도 올라오지 않은 따끈따끈한 정보였다.
“······.”
내가 전쟁 전에 사 모은 수많은 동영상 중에 에스프레소 기계 다루는 방법이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커피를 즐겨먹긴 했지만 커피가 없으면 못사는 사람은 아니었고 믹스 커피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어서였다.
대충 감으로 조작해서 적당히 타먹고 있는데 드래곤씨가 생전에 타주던 그 맛이 안 난다.
디펜더 동생이 카페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니 한 번 정도 초대해서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설프게 탄 커피를 마시며 기자 양반의 새로운 뉴스가 뜨기를 기다렸다.
gijayangban : 초대형종 다섯 기 확인.
“야단났네.”
어떻게 보면 진즉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
균열을 지키던 군단파가 수비를 포기하고 내전을 시작한 시점에서 말이다.
과학자들이 웜홀 비슷한 무언가로 정의하려고 애쓰는 균열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구와 이계를 잇는 통로다.
글자 그대로 통로다.
균열 자체에 의지가 있어 몬스터를 토해내거나 사람들을 잡아가는 게 아니다.
균열 너머에 있는 몬스터가 그냥 통로를 지나 지구에 나타나는 것이다.
균열에 처음 배치된 헌터나 군인들은 처음은 균열의 실제 모습과 크기에 놀라고 다음은 상상 이상으로 한가하고 할 일이 없다는데 다시 놀란다.
균열이 있다고 해서 몬스터가 매일 같이 얼굴을 들이밀며 인사하는 건 아니다.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한 마리가 나타날 때도 있고 길게는 100일 이상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균열 안에 선행 정찰대를 파견하는 교리가 확립되고는 이른바 “예보”까지 가능하게 되어 균열 너머에서 하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마치 화산의 분출처럼 거대한 무리가 마치 무언가에 이끌린 것처럼 폭발적으로 균열을 통해 쏟아져나오는 일이 있다.
중국에선 이를 공세(攻勢)라고 부르지만 나머지 국가에서는 화산의 분출을 의미하는 이럽션(eruption)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좀 더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 폭발적인 기세와 자연재해를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생각하면 말이다.
균열 입구엔 킬존이라 불리는 완벽하게 방비된 몬스터 살상 지대가 있다.
주로 화력을 담당하는 건 이미 영점을 맞춰놓은 장거리 포병대로 여간한 분출은 포병대만으로 처리 가능하다.
실제로 오랫동안 포병대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
놈들이 초대형종이라 불리는 거대한 방패를 내세우기 전까지 말이다.
결국 공군이 출동하고 전차가 불을 뿜었다.
전차만으로도 대응할 수 없을 때 보병대는 저마다의 신에게 기도하며 사선을 노려보고 우리 헌터들은 장비를 불출하고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이 시스템은 10년도 전에 북미에서 구축한 이래 균열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파주 방어선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방벽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북경 균열에 뒤지지 않는 최고 강도의 균열을 어렵지 않게 틀어막고 있었으니.
가끔 초대형종 한 마리가 샌 적이 있지만 그건 불가항력이다.
초대형종 한 마리에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그 아래 개미 떼처럼 득실거리는 대형, 중형종을 그냥 놔둔다면 전선 전체가 붕괴될 테니까.
이제 그 균열 너머에서 활동하며 몬스터의 분출을 예보하던 헌터들은 은퇴하거나 제주도로 떠났다.
균열 앞에서 국민과 국가를 지켜야 할 군대는 아군에게 칼날을 들이밀고 호시탐탐 정권 찬탈만을 노리고 있다.
이제 몬스터의 분출은 아무런 장애없이 서울과 그 주변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마치 용암처럼, 닿는 모든 걸 불태우고 녹이면서.
gijayangban : 초대형종 4기 남하 중.
gijayangban : 방위는 정남 둘, 동 하나, 남서 둘.
gijayangban : 예상 경로 이미지 파일.jpg
기자 양반의 글이 올라간지 1시간이 지난 후 단파 라디오에서 몬스터 경보가 울려 퍼졌다.
“긴급 재난 방송입니다. 현재 파주 쪽에서 초대형종 몬스터 다섯 기가 출현하여 한 기를 제외한 나머지가 남하 중입니다. 자세한 경로는 현재 추적 중이나 이상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가서 유관 부서의 명령에 따르시길 바랍니다. 파주, 의정부, 양주, 고양, 김포······.”
라디오를 켜둔 채 기자 양반의 경로를 보았다.
정남쪽으로 향하는 두 마리의 궤적이 심상치 않다.
서울을 통과하는 건 기정사실이고 그다음이 문제겠지.
무인지경이 된 서울을 지나 인천에 부딪칠 것인지 아니면 전처럼 기막히게 커브를 틀어 내 영역에 얼굴을 비칠 것인지. 어쩌면 그 전에 소멸할지도 모른다.
몬스터가 어디로 갈 지는 몬승터 마음이겠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파주 일대는 이제 몬스터의 영역이다.
아니 그 북쪽 전체가 몬스터의 텃밭이리라.
언젠가 본, 북한의 항공 사진처럼 지역 전체가 음울한 회백색으로 물들어있겠지.
그나저나 기자 양반.
꽤나 도움이 된다.
솔직히 김다람보다 도움이 된다.
그 기자 양반이라는 가면 너머에 뭔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설마 진짜 우민희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쟁 직후엔 모습을 내비치지 않다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후 모습을 나타낸 점, 위험으로 가득 찬 서울에서 활동을 한 점, 서울 같은 대도시에 접근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운 페일넷을 예전부터 사용한 점, 그리고 엄창이의 활약 후 우리 게시판에서 화풀이를 하던 모습.
물론 우민희가 아닐 수도 있다.
우민희와 같은 부서 혹은 같은 처지에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기자 양반의 공익성은 해만 끼치는 우민희의 개성과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삐- 삐- 삐-
K-워키토키가 느닷없이 특수한 발신음을 내질렀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개인식별번호 : REDMASK
우민희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생각하는 것만으로 연락을 해올 줄이야.
무슨 일일까.
솔직히 받기가 싫다.
받아 봐야 기분만 나빠질 테니.
어쩌면 무리한 부탁을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
내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우민희는 선배가 켕기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될 것이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아전인수를 잘하는 그녀(30세)는 곧 착한 엄창이(31세)의 정체를 추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험! 험!”
가볍게 목을 푼 뒤 교신에 응했다.
“오~ 민희냐? 무슨 일이냐?!”
“선배~.”
K-워키토키의 스피커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기분은 썩 나빠 보이진 않았다.
“라디오 듣고 있지?”
“어, 응. 듣고 있어!”
“전에 선배 내려다 준 곳 주변으로 크라켄 타입 하나가 갈지도 몰라서.”
“설마 그거 알려주려고 일부러 연락까지 한 거냐?”
“당연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선밴데. 안 그래도 우리 형제자매 기수 다들 죽어 나가는데 선배라도 멀쩡해야지. 선배 죽으면 장례식 와줄 사람도 없잖아?”
“미, 민희야······.”
조금은 고마웠다.
이 녀석과 이런저런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 후배. 전장에서 서로를 믿고 싸운 사이니까.
이상한 녀석이긴 했지만 싸이킥 능력 개안 전엔 아주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김다람도 안 해 준 경고를 해줬다.
지금까지 악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우민희, 어쩌면 좋은 녀석일지도?
“혹시 엄창이 알아?”
“!!!”
방금 한 생각 취소.
“왜 대답이 없어?”
“어, 엄창?! 뭐, 뭐냐 그건 대체. 욕 아니냐? 갑자기 네 격조 높은 입에서 그런 상스러운 말이 나오니까······.”
“선배 인터넷 안 해?”
“인터넷? 인터넷이 뭐지?”
“응?”
“아, 인터넷! 그거 컴퓨터로 하는 거 말이지? 정보의 바다! 야후, 라이코스!”
“뭔 원시인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인터넷 안 한 지 2년이 넘다 보니 그만.”
“아하. 그렇구나.”
스피커 너머에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선배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이지? 단톡방 같은 것도 절대 안 들어가려 했으니. 뭐랄까? 참 비싸게 군다 싶었지.”
“······.”
“선배 식별번호 보니 이상한 놈 하나 생각나서 그냥 물어 봤어.”
“내 식별번호? 스켈톤 말하는 거냐?”
“응. 이상한 비트박스 하는 앤데 뭐랄까?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 흉내 내는 그런 느낌? 오십대는커녕 육십대라고 해도 무방한 인간인데. 아.”
스피커 너머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끊을게.”
교신이 끊겼다.
일방적이고 무례한 단선이지만 오히려 그 무례함은 지금 나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후······.”
즉시 노트북으로 달려갔다.
SKELTON : (스켈톤 영상) 스켈톤의 비트박스 (3)
1년도 전에 올린 영상.
<선택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
삭제는 아니다.
삭제를 하면 의심만 더 살 뿐이다.
삭제를 향한 강한 충동을 억누르며 나의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말이 영상이지 시커먼 화면에 더 시커먼 그림자만 어른거리는 가운데 스켈톤의 비트박스가 흘러나왔다.
“북치기박치기! 빱! 뿜뿜! 푸쉬~ 치카치카! 바치카! 캌!”
영상 속의 현란한 비트박스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리며 끝까지 감상했다.
결론은 이상 없음.
스켈톤에게서 박규라는 걸 추측할 단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못 보던 것이 보인다.
전에 없던 댓글이 달렸다.
설마 우리 게시판 친구들이 나의 멋짐을 뒤늦게 알고 내 글을 검색까지 해서 댓글을 달아 준 것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댓글을 읽어나갔다.
Kyle_Dos : 진짜 더럽게 못하네
mmmmmmmmm : 거지~ 거지~ 방공호에서 고독사나 할 거지~ 나는 “더 호프”로 간다 ㅋㅋㅋㅋㅋ
keystone : 주접 거리는 주둥이 한 대 때리고 싶네.
SeamonkeyPAPA : *********
익명848 : 와
DragonC : (용씨 경악)
반응이 왜 이럴까.
그래도 추억의 닉네임들이 보인다.
생사가 끊긴 친구부터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친구들까지.
잔잔한 추억들을 느끼며 차량을 준비했다.
가솔린을 쓰는 건 아깝지만 사륜차를 움직일 만반의 대비를 하고 주변에 연락을 취했다.
“디펜더. 나다.”
디펜더 남매와는 교신기가 있기에 편하게 연락할 수 있다.
“스켈톤!”
다정이가 연락을 받았다.
주로 연락을 받는 쪽은 늘 그녀였다.
“너희 오빠는 뭐하냐?”
“낮잠 자는 중. 보기보다 잠이 많거든.”
“라디오 들었지?”
“응. 그런데 여기까지 오겠어? 파주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작년엔 이 앞까지 왔어.”
“그래? 그거 위험해?”
“엄청 위험해.”
“어떻게 할까?”
“차량을 준비하고 그 괴물이 나타나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도망치는 게 좋겠지.”
“킥보드 있어.”
“킥보드는 좀.”
이쪽은 딱히 걱정하지 않는다.
돌아다니는데 능한 친구들이니.
슬슬 끊으려고 하니 다정이가 새로운 화제를 꺼내왔다.
“아, 스켈톤. 드래곤씨 최신화 봤어?”
“응.”
“그거, 어떻게 생각해? 드래곤씨가 그린 거 같진 않던데. 필크럼 그 새끼, 아니 그 사람 그림체와 닮았더라고. 설마?!”
“글쎄. 협업을 할 수도 있겠지. 둘 다 작가잖아.”
“으음. 진짜 받아준 걸까? 드래곤씨가 필크럼을?”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아직 드래곤씨에게 생긴 일은 디펜더에겐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친구니 조만간 알려줘야겠지.
안 그래도 기회를 잡고 있다.
“스켈톤!”
내 이웃 저격수 모녀와 디펜더 남매를 한 자리에 불러모을 계획을.
“그래. 스우. 엄마는?”
“낮잠 자고 있어.”
“또 인터넷?”
“엄마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인터넷에서 찾았대.”
“뭐?”
“직접 보고 말해주겠대.”
“이상한 소식은 아니지?”
“모르겠어. 쥬시- 한 거 있어?”
“쥬시- 한 게 문제가 아니라 라디오 들었지?”
“응. 그런데 여기까지 올까?”
“글쎄. 준비는 해야겠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라디오에 촉각을 세웠다.
라디오 캐스터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수시로 초대형종의 위치를 실낱같은 전파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초대형종 3호기, 서울을 지나 남쪽으로 이동 중. 현재 수원 인근을 통과 중이며 수원 통과 후 소멸 예정.”
내 방공호 위를 덮은 언덕에 올라가 망원경을 들고 북쪽을 보았다.
북쪽엔 황량한 대지와 개척자들의 불빛 몇 개 이외엔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하늘 위엔 별들이 가득하다.
무한히 많은 별들 아래서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먼 곳에서 반짝이는 빛무리가 퍼져나가는 게 보였다.
라디오가 말했다.
“초대형종 3호기 소멸. 소멸 확인. 이어서 4호기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전과 달리 몬스터는 내 영역까진 오진 못했다.
아무래도 저격수 모녀와 디펜더 남매와의 대면식은 좀 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잠시 언덕 위에 선 채 멍하니 초대형종이 소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느끼지만 몬스터의 죽음, 특히 초대형종의 소멸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교신기가 갑자기 울렸다.
“스켈톤. 보고 있어? 북쪽에 엄청 예쁜 빛들이 보여!”
다정이다.
그녀는 나와 같은 장면을 보고 있었다.
“저게 몬스터의 죽음?”
“응.”
“······빛으로 이루어진 나비 같아. 셀 수 없는.”
그녀는 처음 보는 초대형종의 소멸에 매료된 것처럼 보였다.
하긴, 몬스터의 소멸을 처음 보는 사람은 모두가 같은 아름다움을 입에 올리곤 한다.
실제로 몬스터의 죽음은 이토록 아름다우니까.
치지직-
무전기가 울렸다.
“스켈톤!”
이번에는 스우다.
“보고 있어? 몬스터 죽고 있어!”
“헤이 스켈톤.”
아니, 레베카도 함께인가.
“우리 헝그리. 기브 미 초코레또.”
“······.”
잠자코 있자니 스우가 타박을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왜 자꾸 이상한 소리 해? 그러니 아빠가 집을 나갔잖아?”
“······미안. 그래도 스우. 그리고 스켈톤. 몬스터 죽는 거 예쁘지?”
“응.”
그때 스러지던 몬스터가 급격하게 기울며 수천 마리의 나비를 한 번에 토해내듯 천지 사방을 빛의 입자로 뒤덮었다.
그래서일까.
교신기에도 무전기에도 침묵이 찾아왔다.
나도 다정이가 말한 무한한 나비들을 본다.
“······.”
우리 인간들의 죽음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날 서울을 떠나기를 거부하거나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