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불멸 (1)
두 명의 웹툰 작가가 있다.
한 명은 오랫동안 정상권에서 많은 수익과 인기를 누린 반면 다른 한 명은 프로의 문턱을 간신히 붙잡고 어리고 새로운 작가들이 자신을 앞서나가 그가 바라보는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한 명은 잃을 게 많았다.
죽을 때까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유지하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서른이 되기 전에 모았다.
그래서 결혼을 할 수 있었고 자산이라는 걸 운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한 명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작가라는, 예술로 벌어먹고 살아가야 하는 자들의 숙명 같은 불안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돈을 조금 모으긴 했지만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고 겨우 평생을 자기 한 몸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다.
개인적인 매력이 전자보다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했다.
인기 작가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애써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고 멸망이 온다는 인간들을 과할 정도의 경멸을 드러내며 비난했다.
필크럼88 : 요즘 세상이 망하니 마니 암울한 예측하시는 분들 참 많죠. 그냥 하루하루에 충실하세요. 자기 잃을 거나 만드세요. 남들 잃을 거 걱정하기 전에.
그가 남긴 현 세태를 비난하는 공지엔 2,3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 대부분은 그에 대한 격렬한 지지의 재확인이었다.
또 다른 작가는 암울하게 세상을 보려 했다.
때마침 그가 야심차게 올린, 그가 일생의 역작이라 생각했던 추리 서스펜스물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도 그의 절망을 부추겼다.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쓸데없이 잔혹한 묘사를 넣은 건 그의 경력을 흔들 정도의 오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는 플랫폼의 경고를 받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작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잘 안 팔리는 작가들의 운명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DragonC : 독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가 올린 마지막 고별인사에 달린 댓글은 13개였다.
그중 두 개는 불법 씨알리스 광고였다.
이토록 상반된 길을 걸은 두 작가의 운명은 전쟁이 시작되면서 완전히 뒤바꼈다.
인기 작가는 경기도 외곽의 화려한 저택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부천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선창의 비릿한 악취가 가득한 좁디 좁은 인천의 임대 주택을 간신히 마련해 아내를 달래며 고달픈 하루를 이어가야 했다.
반면 평범한 작가는 전 재산을 털어 제법 화려한 방공호를 만들었고 LPG 기반의 안정된 연료 기반과 발전시설, 위성 인터넷 장비까지 맞춰 예전처럼 웹툰을 그리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전쟁 전이 나은가, 전쟁 후가 나은가.
그들에게 묻는다면 상반된 답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우리 게시판의 보물 드래곤씨는 전쟁 후의 삶이 예전보다 나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상반된 처지가 부각된 건 역시 우리의 메시아 존내논이 몰고 온 변화의 바람덕분이다.
페일넷에서 활동하던 인기 작가가 우리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필크럼88 : DragonC님 안녕하세요? 필크럼88입니다.
그는 보았다.
라이벌은커녕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흔하디 흔한 하급 작가가 이제는 자기보다 훨씬 좋고 안전한 곳에서 배불리 먹고 안락하게 웹툰을 그리며 비슷한 처지의 멸망주의자와 노닥거리고 있는 것을.
처음 그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감정은 질투와 분노뿐이다.
필크럼88 : 그런 허접한 실력으로 작가 행세하고 계셨네요. 솔직하게 말해서 재능의 싹도 보이시지 않는데 운 좋게 멸망에 대비해서 아주 위대한 작가 행세하고 다니시는 거 참 보기 좋습니다 ㅎㅎ
필크럼88이 일개 독자라면 드래곤씨는 그냥 웃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크럼88은 인기 작가다.
전쟁 전 감히 쳐다볼 수 없었던 정상에 쭉 있던 자다.
그런 인간이 시비를 걸었다.
나는 비트박스 이외에 창작 활동을 한 적이 없기에 드래곤씨가 정확히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적어도 화가 난 건 확실해 보였다.
DragonC : 인터넷 제대로 되지도 않는 곳에서 몸 비틀며 전파 수신해서 장문의 글 작성 감사드립니다
여간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드래곤씨가 화난 반응을 보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필크럽88의 무례한 행동에 우리 게시판 친구들은 모처럼 게시판의 정을 발휘했다.
keystone : 아니, 왜 우리 드래곤씨 기를 죽이고 그래요~
익명848 : 그럼 댁도 멸망주의자 하시지. 돈도 많이 벌었으면서 각 잡고 했으면 우리보다 잘 살았겠구만.
익명458 : 꺼져 새끼야
roka3218 : 속좁은 새끼네. 니보다 안 팔리는 새끼가 잘 사니 배알이 꼴려?
SKELTON : (스켈톤 피스) 싸우지 맙시다!
unicorn18 : 필크럼88님. 저 커미션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Defender : 너 인천이냐?
그야말로 의리의 향연.
드래곤씨도 우리의 의리에 감동했는지 답례 글을 올렸다.
DragonC : 이 자식들...!!
하지만 필크럼88은 만만한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인기 작가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고 수많은 경쟁자를 깔아뭉개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작가다.
필크럼88은 같은 작가를 엿 먹이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필크럼88 : 필크럼88판 “The Remants” 연재 예고
그가 신작을 예고했다.
드래곤씨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기획한 그의 최후의 역작과 동일 컨셉, 동일 주제, 동일 제목으로 같은 작품을 연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누군가는 도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작이라는 건 베끼는 쪽이 베낌 당하는 쪽보다 못할 때 성립되는 이야기다.
더 유명하고 더 인기가 있고 더 능력이 있는 작가가 같은 이야기를 더 세련되고 재밌고 훌륭하게 만든다면 원작품은 아무래도 좋은 그런 게 되어 버린다.
필크럼88 : The Remnant 1화 “카일도스” by pilkrum88
무시무시한 속도와 작화력, 치밀한 구성과 컷 배분.
필크럼88이 다시 그려낸 드래곤씨의 역작은 예상한대로 표절을 넘어선 재해석, 아니 재창조의 영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경지를 보여줬다.
같은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걸 보는 느낌이다.
필크럼88의 작품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자부심을 담아 내어놓은 코스요리라면 드래곤씨의 작품은 인기 요리사업가가 차린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적당히 내놓은 한 끼 식사 느낌이었다.
특히 카일도스가 아내와 마지막 키스를 나누고 고귀한 결말을 맞이하는 장면의 연출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드래곤씨의 작품을 베끼는 걸 넘어 전혀 새로운 명작을 만들어낸 필크럼88은 보란 듯이 단상 위에 올라 승자의 포즈를 취했다.
필크럼88 : DragonC님 어디에 계신가요? 이야기는 좋던데 연출 부분이 너무 허접해서 제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있으면 나와서 한마디 해주세요. 원작자님의 의견을 꼭 듣고 싶습니다.
모든 면에서 압도당한 드래곤씨의 분노가 어떨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날 이후 드래곤씨는 아무 말도 없이 게시판에서 자취를 감췄다.
“······허, 참.”
이것이 다른 주제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면 우리가 개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두 작가의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경기장에서 두 작가가 싸움을 벌였다. 필크럼88의 체급이 더 높았고 드래곤씨가 패배했다.
일주일 후, 드래곤씨가 내게 연락을 취해왔다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전에 네가 보내 준 프로필. 진짜냐?
SKELTON : ?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 가드 수석 졸업이니 S급이니 뭐? 콜사인 프로페서? 아무튼 네가 전에 나한테 보낸 지원서 내용 말이야.
“아.”
큰일났다.
*예전 같았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을 것이다.
무료함이 내 영혼을 갉아먹는 상황 속에서 약간이나마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장기 생존을 희망하는 내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
우민희, 혹은 정부 쪽 인물이 우리 게시판에 활동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를테면 기자 양반이라든가.
호시탐탐 감시하는 눈이 있는 곳에서 내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엄창이를 애타게 찾는 우민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착한 엄창이(31세)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드래곤씨를 응원하는 마음은 진짜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우리가 무료함과 권태에 삼켜지지 않게끔 마음의 비타민을 제공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그 드래곤씨를 외면하는 건 적어도 게시판에서는 의리의 남자로 알려진 스켈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조금은 어중간한 선택지를 골랐다.
SKELTON : 약간 과장이 있긴 한데, 내가 헌터였던 건 사실이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존내논보다 낳아.
거짓말은 안 했다.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너 진짜 컨셉 한 번 확실하네.
SKELTON : (스켈톤 머쓱)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무튼 진짜 헌터면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SKELTON : 도움? 내가?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다시 필크럼한테 도전할 거야.
SKELTON : ?!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런데 평범한 작품으로는 안 되겠지? 솔직히 메카닉 차이가 꽤 크니. 해서 생각해봤는데 결국 나 같은 메카닉이 딸리는 애는 소재와 구성에서 승부를 봐야 해. 그걸 위해서 진짜 헌터 이야기를 그려보려고.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해서 몇 가지 묻고 싶은데 협조 가능 하지?
뭐야.
그런 거 였나.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영광이다.
페일넷에서 댓글 만 개를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게시판에선 작은 유저인 내가 네임드인 드래곤씨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SKELTON : 탁월한 선택이군.
그렇게 해서 스켈톤과 드래곤씨의 역사에 남을 협업이 시작됐다.
솔직하 말하자면, 드래곤씨는 초반에 나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필크럼이라는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뻗치다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내가 덜컥 응해버려서 그도 사실은 원치 않은 협업을 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드래곤씨의 의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박규는 진짜니까.
그가 생각하는 올드스쿨 헌터 중에서도 정점을 찍었던 사람이니까.
나는 어웨이큰이 출현하기 전 헌터들의 전술과 문화, 전투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적당한 가공을 거쳐 드래곤씨에게 아낌없이 전달했다.
드래곤씨는 나의 발언을 처음엔 의심했지만 나중엔 놀라면서, 혹은 감탄까지 하면서 내 의견을 경청했다.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야, 너 진짜 헌터였나?
작업 중반에 갑자기 터져 나온 그 한마디가 드래곤씨의 심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SKELTON :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나의 멋짐이 바깥에 흘러나가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니.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런 거치고는 과할 정도의 컨셉 소개문을 보내주셨던데. 뭐? 13기? 콜사인 프로페서? 뮤테이션 기전 발견에 공헌? 존나 쌤?
SKELTON : (스켈톤 당황) 그, 그건 극적 재미를 위해서. 사실 13기도 아니고 걍 평범한 헌터였어 ㅎㅎ
“······.”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누가 존내논이 페일넷으로 여기 침략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아울러 저 기자 양반 정체가 우민희일지도 모른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아야 했을까.
그 모든 걸 알 통찰력이 있으면 방공호 안에 있으면 안 된다.
당장 방공호 밖에 뛰쳐 나가 인류의 지도자가 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드래곤씨는 나의 치명적인 프로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그가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DragonC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우리 실제로 볼 수 있을까?
그는 날 만나길 원했다.
놀랍게도 그는 내 영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내가 그다지 돌아보지 않았던 서쪽 황무지, 까치발로 서면 서해의 물결이 간신히 잡힐 듯이 보이는 허허벌판이 네임드 유저 드래곤씨가 선택한 은신처라는 것이다.
드래곤씨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그 디펜더가 자기 집 가까운 곳에 이사를 올 줄은.
사실 디펜더 시절에도 느낀 바지만 서쪽 해안가는 기피되는 지역이다.
중국군이 상륙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으니.
실제로 만 하나를 건너면 진짜 중국군이 지배하는 지역이 있다.
아마 무지와 무신경으로 인한 선택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위치 선정은 나만큼이나 위험하면서도 안전했다.
여기저기 들쑤시는 개척자조차 서해 바닷가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
“우리 집에서 서쪽? 거긴 아무것도 없어. 서부 해안 지역은 전쟁 시작되면서 소개(疏開) 작전을 실시했잖아? 중국 놈들이 지들 상륙할 거라고 재래식 병기 갖다 때려 부은 곳이기도 하고.”
아무튼 가깝기도 하겠다 네임드 유저 드래곤씨를 만나기로 정했다.
무지성으로 보낸 이 박규의 프로필이 걱정되는 것도 이유겠지만, 같은 커뮤니티 형제로서 그를 돕고 싶다.
단지 그뿐이다······.
*
선입견 같은 게 있었다.
웹툰 작가는 젊다는.
마치 젊음이 그들의 속성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난 드래곤씨는 거의 50대에 가까운 연장자였다.
그것도 주름이 많고 새치가 머리카락의 절반을 뒤덮었고 얼굴이 좋지 않은 의미로 검붉었다.
아마 간이 안 좋은 모양.
상당한 골초인지 입에서도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특유의 쩐내가 났다.
“안녕하세요? 스켈톤입니다.”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쓴 것도 그 때문이리라.
“우리 사이에 뭐 딱딱하게 경어 쓰고 그래. 편하게 말해. 스켈톤. 드래곤씨야.”
인상과 달리 드래곤씨의 목소리는 꽤 젊은 편이었다.
“반갑다. 드래곤씨. 스켈톤이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젊네? 글 쓰는 거만 보면 동년배라 생각했는데.”
드래곤씨가 주름진 눈에 웃음기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엔 굳은살이 나만큼이나 많이 박혀 있었다.
무기 대신 펜을 잡는 사람들도 이렇게 손이 딱딱해질 수도 있구나.
그의 방공호 주변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저기.”
드래곤씨가 쌍안경을 내밀었다.
“빨간 깃발 보이지? 중국 애들이야. 저기서 한 발짝도 못 나오고 있지. 바로 아래에 좀비 소굴이 있거든. 그 옆엔 몬스터가 있는 거 같고.”
과연 바다 건너편엔 지영희에게 들었던 대로 소규모 중국 보병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또 다른 생존자로 보였다.
총 대신 쟁기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호루라기 구령에 맞춰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드래곤씨가 의욕을 드러냈다.
“필크럼 그 건방진 어린 새끼 코 납작하게 해줄 불멸의 역작을?”
그가 내게 요구한 건 실제 헌터의 자세였다.
어떻게 총을 쥐고 어떻게 무기를 다루고 어떻게 몬스터에 맞서는지.
도끼는 내 신상과 연결되기에 대신 모조 단검과 총기로 몇 가지 시범을 보여주었다.
척! 척!
절도 있는 자세와 완벽한 구분 동작.
왕년에 프로페서라고 불릴 정도로 모범적인, 구 시대의 헌터의 기본기가 세월을 넘어 황량한 바다 앞에서 시연됐다.
“와······.”
드래곤씨의 입이 쩍 벌어졌다.
“스켈톤. 너 장난 아니다?”
“······내 콜사인은 사실 프로페서가 아니라 댄디. D.A.N.D.Y.”
“콜사인은 아무래도 좋고 진짜 장난 아닌데?”
드래곤씨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진짜,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