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빛이 된 남자 (3)
감정의 동요가 피폐한 몸에 영향을 줬는지 존내논은 휴식을 요구했다.
방호복을 입은 안경 사내가 그 옆에서 수발을 들었다.
높은 빈도로 피를 토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손으로 방호복 사내의 팔을 움켜쥐는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존내논의 시간은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
안정제를 놓고 그가 숨을 고르는 동안 안경 사내가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먼 길 오게 해서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다니.”
“어떻게 된 건가요?”
안경 사내가 말을 머뭇거렸다.
잠시 후 그는 체념한 어조로 존내논에게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존내논님은 신형 원자력 전지 도입을 시도했습니다.”
“원자력 전지?”
“네오 알파라는 최신형이죠. 기존의 원자력 전지가 안정성과 수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반면 네오 알파 전지는 거의 소규모 발전소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단히 불안정했죠. 결국 전력 공사를 하던 중 일이 터졌습니다. 존내논님이 대량의 방사능을 그대로 뒤집어쓴 것이죠.”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전기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원은 맞다.
그런데 발전소급이라니?
멸망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할까?
“전기가 그리 많이 필요합니까?”
사내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 불쑥 물었다.
사내가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확신을 담아 답했다.
“네. 필요합니다.”
존내논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준비가 끝난 것 같았다.
존내논에게 다가갔다.
의료 장비의 역광을 받아서인지 추악하게 변해버렸던 그 얼굴은 어둠과 하나가 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두 눈동자만은 야생동물의 그것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똑바로 나를 담고 있었다.
“나 당신을 알아.”
존내논이 힘겹게 말했다.
경어에서 평어로 바뀌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는 존내논이 아닌, 나보다 연장자인 헌터 구쌍효로서 말하고 있으니까.
“철원에서 본 적이 있지. 그래, 내가 전문 과정 훈련소를 나오고 처음으로 전선에 배치됐었을 무렵일 거야.”
철원이라.
한국으로 돌아와 바짝 돈을 벌던 그 시기인가.
거기서 딱 한 번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있다.
“먼발치에서 봤어. 당신이 싸우는 장면을. 두 마리의 몬스터가 동시에 나타났었지. 하나는 댄서, 하나는 스파이더였나.”
“······.”
그 장면을 본 모양이다.
얄궂게도.
“처음 봤어. 그런 거. 영상에서 봤고 시뮬레이터 전투도 해봤지만 실제로 본 그것들은 그래. 인간이,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였어. 왜, 그것들 영혼이란 게 없어 보이잖아? 개나 고양이한테도 있는 그런 것이. 그런데 그놈들에겐 낚싯바늘에 꽂힌 갯지렁이만큼의 영혼이라도 있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인간에 비하면 허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희미하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막 어웨이큰이라는 이제 막 배치된 애송이들이 몇 있었지. 하지만 손도 못 댔어. 겁을 집어먹은 거지. 거기엔······.”
존내논이 손을 뻗었다.
마치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잡으려는 듯이.
“학교 출신 최강자. 당신만이 있었지.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과거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쉴새 없이 흔들리는 동공과 손 떨림에서 진한 감정의 동요를 느낄 수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면서 존내논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역광이 가져다준 어둠이 걷히며 붉은 반점이 난 흉한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어웨이큰.”
존내논이 이가 빠져버린 잇몸으로 아랫입술을 씹으려 들었다.
“난 그것들이 몬스터라고 봐. 힘쓰는 것도 몬스터와 판박이잖아?”
“······.”
“상향파동이라던가. 하향파동이라던가. 자기들 딴엔 나름 이론화한답시고 개소리 지껄이는데 내 눈엔 그냥 몬스터야. 아니 어쩌면 인간 뮤테이션일지도 모르지.”
그가 날 보았다.
동시에 역광이 가져다준 어둠이 얼굴을 가렸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새파랗게 어린 어웨이큰 놈들에게 사정사정해서 콜사인을 들었지.”
“······그런가요.”
대꾸를 한 건 이 대화가 빨리 끝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슬슬 지쳐간다.
몸도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이런 상황을 꽤 많이 겪었으니까.
“그때 정모에서 나는 당신을 외면했지.”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외면받아도 싸죠. 그나저나 장비를 확인하고 싶······.”
“우상을 보고도.”
나의 말을 끊으며 존내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신은 나의 우상이었어.”
어둠 속에서 오롯이 빛나던 사내의 두 눈이 충혈되어 갔다.
희미한 목소리도 점점 잠겨 들었다.
“······.”
이 불편한 적막 속에서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다시 입을 연 건 존내논이었다.
“······인도에서 균열을 거의 닫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말투가 변했다.
헌터 구쌍효가 다시 게시판 유저 존내논으로 돌아온 것이다.
“네? 인도에서요? 거긴 멸망하지 않았습니까?”
“바다로 격리된 작은 섬에 최고의 엘리트만을 추려 모아놓고 저강도의 균열에 대한 공략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균열의 실체를 알아냈고 그걸 닫을 방법을 알아낸 모양입니다.”
믿기 어려운 정보지만 존내논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오싹할 정도로 닮은 구석이 있었다.
제주도라는 섬과 이상훈의 얼굴이 자연스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울러 그가 김다람에게 말했다던 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다는 말 또한.
“어디서 들은 정보인가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증거가 필요하다.
존내논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세상에 남은 정보의 바다는 비바! 아포칼립스! 만이 아닙니다.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있지요.”
존내논이 몸을 돌렸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안경을 쓴 사내가 그를 부축했다.
존내논의 침실 뒤에 또 다른, 납으로 된 문이 있었다.
문 옆엔 가이거 계수기가 붙어 있었는데 꽤 위험한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존내논은 개의치 않고 문을 열었다.
쿵-
문 너머에 자리 잡은 건 만연한 한기를 날려버릴 정도의 더운 공기와 무수하게 많은 점멸하는 불빛, 그 불빛만큼이나 많은 전선과 케이블의 연결이었다.
IT쪽에 관한 지식은 거의 없지만 그건 일종의 전산 시스템으로 보였다.
데이터 스토리지니, 서버니 하는 것들.
존내논이 허리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가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오세요. 스켈톤님.”
4년에서 5년 전이었을까?
존내논의 글을 보고 팬이 된 게.
한 번 나를 매료시켰던 남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그가 만든 늪 속에 빠뜨렸다.
“어서요.”
그의 부름에 이끌리듯 나는 허리를 숙이고 무수한 불빛들의 방에 들어갔다.
거기엔 전산 장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잠깐이나마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은 빛이 날 덮쳤다.
그것은 벽에 걸린 수많은 모니터였다.
그 모니터들을 보았다.
ㅇㅇ : 아니 서버 왜 아침부터 터지고 지랄이야. 마스터 존. 이 새끼 어디서 뭐하는 거야?
ㅇㅇ : 여기 부산인데 바다에 뭐냐?.jpg
ㅇㅇ : 대통령 뒤졌다는 소문 진짜냐?
“······이건?”
틀림없다.
인터넷 사이트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고 있는.
또 다른 화면을 보았다.
쌍문동조나단 : 통신 장비 세팅에 성공했습니다. 진짜 접속이 되는 군요. 반갑습니다.
변강쇠의후손 : 조나단님 반갑습니다.
히드라리스크123 : 카아아아악(조나단님 반갑다는 뜻)
저것도 인터넷 사이트다.
다른 화면을 보았다.
안 녕 하 세 요 : 엄마가 두릅 캐왔어;;; 존맛탱;;;
초코파르펫 : 요즘 서버 너무 자주 터지는 거 같지 않아?!
야웅묘웅울어요 : 정보현과 반설아 헤어졌다는 거 ㄹㅇ트루??????
여기도 인터넷 사이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지금 세상에 비바! 아포칼립스! 말고 인터넷이라니.
수많은 화면에서 눈을 돌려 존내논을 보았다.
각 모니터와 통신 장비에서 점멸하는 불빛들이 이제 존내논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별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존내논이 앙상한 두 팔을 펼쳤다.
“실패한 자들의 커뮤니티.”
야매 고깃집에서 모두를 향해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던 사내의 얼굴이 죽어가는 사내의 얼굴에 문득 겹쳐서 떠올랐다.
“페일넷!”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존내논이 은근히 날 돌아보았다.
“내가 만들었습니다!”
그렇다.
또 하나의 게시판이 있었다.
기자 양반이 주로 정보를 퍼오기도 한다는, 멸망기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인터넷 게시판이 말이다.
폐쇄적인 위성기반 인터넷인 비바! 아포칼립스!와 달리 접속할 수단만 있으면 누구나 거리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올릴 수 있는 장소라고 들었다.
“······게시판에서 쫓겨났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눈을 휘둥그레 할 이벤트를 열어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눈팅 유저로 남아 돌아가는 꼴이나 지켜보거나. 그런데 어느 쪽도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존내논이 방구석에 자리 잡은 방사능 마크가 새겨진 거대한 전력 시설을 충혈된 눈으로 응시했다.
“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비바! 아포칼립스!에 뒤지지 않는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고. 멜론 마스크처럼 말입니다.”
그의 옆을 지키던 안경 사내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한마디를 보탰다.
“페일넷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에 빠진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페일넷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희망을 얻었지요. 정부와 기관이 무책임하게 제주도로 도망간 지금, 페일넷은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은 인터넷 피난처입니다.”
사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지만 그 대가로 쌍효 형님이 크게 다쳤죠······. 솔직히 저는 형님이 멜론 마스크보다 낫다고 봅니다. 그 사기꾼이 장비와, 장비로부터 피해를 당할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방사능이 쏟아져나오는 방에 들어가 전원을 껐겠습니까?”
존내논이 사내에게 손짓했다.
“정민아. 그만하고 그거나 드려라.”
빛으로 가득 찬 방엔 이제 두 명이 남았다.
존내논이 자신의 방을 감회에 젖은 눈으로 돌아보았다.
“······이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미소지으며 그가 만들어낸 셀 수 없는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연결을 보았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경박하며 때로는 사소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살아 있다는 증거는 꽤 빠르게 움직이는 스크롤을 통해 생생히 알 수 있었다.
“대단하군요.”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정직한 감상이다.
상상도 못했다.
이 사람이, 이 조금은 경박하고 속물적인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것이라고는.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 이쪽이 주목적입니다.”
존내논이 자신의 기계를 가볍게 두드리며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곧 비바! 아포칼립스!에 복수를 할 겁니다.”
“복수요?”
“네. 나를 쫓아낸 그 은혜도 모르는 한국어 게시판 놈들에게 말입니다.”
“?!”
“아마 모두 어리둥절 해하겠지만, 스켈톤님만은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조만간 시작될 존내논의 복수를 말입니다.”
그 복수가 무엇인지 그는 말해주지 않았다.
존내논의 추종자가 내게 장비를 가져다주었다.
장비는 완벽했다.
떠나기 전에 그를 보았다.
존내논은 야릇한 여운에 잠긴 채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을 두 팔을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너무 짙어서인지 아니면 내 눈이 흐려져서인지 방 안의 존내논은 그를 둘러싼 빛과 구분되지 않았다.
*몬스터 앞에 설 때마다 나는 내 안의 해묵은 증오라는 감정이 바짝 마른 석탄처럼 불타오르는 걸 느낀다.
“······.”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소형종 몬스터 - 댄서 타입은 근거리 전투에 특화된 몬스터다.
헌터를 잡는 몬스터라고 할까.
길이만 6미터에 달하는 거구임에도 마치 춤을 추듯 민첩한 몸놀림으로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접근전을 건 헌터들을 두 자루의 송곳 같은 팔을 휘둘러 곤죽으로 만든다.
장비가 없으면 거의 이길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장비가 있다면, 놈의 혼란한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 반응이 있다면 놈을 죽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며 내 시야를 가득 채워가는 회백색의 적을 보면서 내가 가져야 할 건 죽을 각오다.
정확히는 죽어서도 놈에게 한 발 제대로 꽂겠다는 의지.
철컥
놈의 송곳이 하늘 위로 솟았다.
그대로 날 위에서 찍어버릴 심산이겠다.
차마 시신을 보낼 수 없어 현지에서 화장한 내 동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증오의 불길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겼다.
펑!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내 몸이 뒤로 날아갈 정도로 강렬한 폭음과 함께 무식하리만치 큰 작살이 날아가 몬스터의 몸통을 꿰뚫고 들어갔다.
정타.
퍼퍼퍼펑!
작살 안의 장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놈을 안에서부터 찢어발겼다.
결국 몬스터는 두 동강이 났고 오색찬란한 색채를 머금은 재로 변해 소멸하기 시작했다.
“······후우.”
이걸로 내 영역은 안전을 확보했다.
숲 밖엔 저격수 모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스켈톤 헌터? 헌터 여써?!”
“뭐, 비슷한 거지.”
“스켈톤!”
그들은 내게 큰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특히 스우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또 이런 게 있으면 연락해라.”
“응!”
“아, 그리고 레베카.”
“왜?”
“오늘 일 게시판에 올리지 마라.”
“와이?”
“올리지 말라면 올리지 마. 인터넷 끊어버리기 전에.”
“······.”
피로에 찌든 몸을 안고 게시판에 돌아왔다.
할 이야기가 많다.
존내논의 이야기라든지, 특히 그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일단 디펜더에게만 살짝 알려줘야겠다.
디펜더 녀석.
존내논의 근황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노곤한 피로 속에서 싱글벙글 미소를 머금으며 게시판에 접속했다.
“어?”
마치 집을 잘못 찾아온 것 같은 풍경이 날 맞이했다.
ㅇㅇ : 비끼야호우~! 비끼야호우~!
ㅇㅇ :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너 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드라리스크123 : 카아아아악(비바 새끼들 반갑다는 뜻)
호두맘 : 니들끼리 이런 재밌는 거 하고 살았다 이거지?!
ㅇㅇ :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
...
대체 뭐냐 이건.
게시판이 왜 이렇게 된 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이 우리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다.
잠시 후,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Foxgames : 전부터 트래픽이 이상하게 늘어난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침입 징후였네. 이 자식들 말들이 맞아. 전부 페일넷에서 넘어왔어. 하지만 나쁘게만 볼 건 아니야.
Foxgames : 놈들이 침입했다는 건 우리도 침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거든.
Foxgames : 세계가 확장되어 버린 거지.
그 글을 읽은 순간 난 이마를 탁하고 쳤다.
이렇게 멋진 복수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경의를 담아 말했다.
“존내논.”
그는 나의 롤모델이었다.
나의 롤모델은 나를 우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그를 나의 우상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세계에 연결한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서로가 서로를 우상으로 여기는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우상의 연쇄. 거기서 나는 자신의 꼬리를 문 뱀 우로보로스를 떠올렸다.
그 영원의 상징은 단수를 뜻하지만 그 안에도 크고 작은 게 있다
큰 건 머리고 작은 건 꼬리다.
나는 머리라는 영광을 존내논에게 돌리고 싶다.
어슴푸레 속에서 빛과 하나가 된 그 남자를.
John_nenon : (존내논) 오늘 점심입니다 ㅎㅎ
그의 글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