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0화 (30/183)

25. 씨몽키파파

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다.

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뮤테이션을 자주 상대하다 보니 동물이라는 걸 좋게 볼 수 없었다.

실제로 전쟁 경험 있는 헌터 출신 중에 동물을 키우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한편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소수의 유저가 동물을 키운다.

적극적으로 동물을 육성하는 건 집단 생존주의를 택한 친구들이다.

익명424 : 우리 견공들

Dies_irae69 : 우리 개들 보고 가라

뜻이 맞는 친구나 가족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 이 친구들은 방공호보다는 바깥에 노출된 가옥을 주축으로 꽤 넓은 영역을 지배하려는 성향이 있다.

입이 많다 보니 식량 비축분이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하니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사라는 게 필연적으로 넓은 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잘 훈련된 개들은 넓은 영역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계를 세울 수도 있고 뜨내기 외지인을 위협해 쫓아낼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전투에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Dies_irae69 : 우리 개들. 전부 죽였다······. 내 손으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뮤테이션으로 변하기 시작한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는 건 자살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니.

이렇듯 멸망기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건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변해버린 동물을 죽일 수 있는 각오가 있거나,

아니면 변해버린 동물을 품을 수 있는 더 큰 각오가 있거나.

여기 더 큰 각오를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씨몽키를 키웠다.

*

씨몽키파파를 알게 된 건 멸망기의 삶에 점점 익숙해지고 멸망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나는 꽤 빡빡했다.

지평선에 의심스러운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총기를 든 채 몇 시간이고 대기 태세를 유지했고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장비를 점검했다.

헌터가 아닌 개인으로 처음 겪는 멸망이다 보니 날이 잔뜩 서 있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버린 상황에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자 여유가 생겼다.

커뮤니티 눈팅 유저였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당시 씨몽키파파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비인기유저였다.

나름 창조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며 주목을 끌어보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 같은 경우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지만 씨몽키파파는 노선부터 잘못 잡았다.

세상에 누가 씨몽키 같은 걸 보고 귀여움이나 감동을 느끼겠는가.

그의 게시글을 처음 본 사람은 대체 씨몽키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클릭한 게 태반이고 그 씨몽키가 수조 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벼룩 같은 녀석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그들의 마우스는 일말의 미련 없이 뒤로 가기를 클릭했다.

씨몽키의 정식 명칭은 브라인쉬림프로 말 그대로 새우 비슷한 놈들이다.

환경 적응력이 강해 잘 죽지 않고, 사육난이도가 낮고, 활동이 활발해서 20세기 말에 관상용 동물로 각광을 받았지만 빠르게 인기를 잃었고 이제는 어린이들이 교재용으로 잠깐 키우다 전부 죽이거나 죽기 전에 변기에 흘려보내는, 그러한 필멸의 존재로 전락했다.

< 씨몽키들이 아주 활발하게 헤엄을 치고 있군요! 이 녀석들은 높은 염도의 물에서 살 수가 있어서 죽음의 바다라 불리는 사해!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물!!에서 키우면 죽습니다!!! 당장 안 죽는 거 같아도 결국 죽어요!>

씨몽키파파는 동영상 편집에 일가견이 있었는데 올리는 영상마다 정성 들인 설명과 사육정보를 포함해 우리가 잘 모르는 씨몽키라는 존재를 널리 알리려 했다.

그는 느낌표를 높은 빈도로 구사했다.

당연히 인기는 밑바닥인데 씨몽키파파도 그 사실을 아는지 회심의 역작을 준비했다.

그것은 여러 번거롭고 기술적인 작업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야광사료를 먹여 어둠 속에서도 씨몽키를 빛나게 하기, 어둠 속에서도 빈약한 카메라가 흐릿하지 않게 씨몽키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세삼한 빛조절을 하는 것, 아름다운 뉴에이지풍 클래식 음악, 발광(發光)하는 씨몽키들이 유영, 다각도, 슬로우모션, 정성들인 자막과 과할 정도의 느낌표.

그러한 것들이 합쳐진 수고로운 영상이 게시판에 올라갔다.

SeamonkeyPAPA : 스스로 빛나는 씨몽키들의 화려하고 장엄한 야간 군무 “danse en groupe”

비슷한 시기에 게시글을 올리려던 참이라 그의 글을 클릭해봤는데 씨몽키파파는 그 영상을 촬영하고 준비하는데 18시간을 꼬박 투자했다며 멋쩍은 감회를 덧붙여 놓았다.

18시간이라.

내 영상은 겨우 1분 걸렸는데.

놀라운 정성이다.

늘 그렇듯 현실은 냉혹하다.

당시의 장면을 재연하자면 아래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unicorn18 : 레드 아카이브 호타루쨩.jpg

SUNBI : 므흣한 서양처자의 아슬아슬 엉덩이골

SeamonkeyPAPA : 스스로 빛나는 씨몽키들의 화려하고 장엄한 야간 군무 “danse en groupe”

Defender : 인증

익명118 : 슈퍼 마리아 노설치 실행버전

SKELTON : (스켈톤 영상) 스켈톤의 비트박스 (3)

제목들만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조회 수 보기 기능을 누르면 어두운 진실이 드러난다.

unicorn18 : 레드 아카이브 호타루쨩.jpg (22회)

SUNBI : 므흣한 서양처자의 아슬아슬 엉덩이골 (93회)

SeamonkeyPAPA : 스스로 빛나는 씨몽키들의 화려하고 장엄한 야간 군무 “danse en groupe” (8회)

Defender : 인증 (232회)

익명118 : 슈퍼 마리아 노설치 실행버전 (1,023회)

SKELTON : (스켈톤 영상) 스켈톤의 비트박스 (3) (5회)

그렇다.

씨몽키파파 회심의 역작의 조회 수는 단 8회다.

단 8회.

18시간을 투자했는데 8번의 조회수 밖에 얻지 못했다는 소리다.

조회 수가 한 유저가 중복해서 올릴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8명 이하가 그의 글을 클릭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씨몽키파파라고 해도 절망했을 것이다.

디펜더나 익명118(현 Foxgames) 같은 네임드에겐 질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은 고인이 된 선비가 대충 야한 폴더에 저장한 사진 한 10초 정도 고민해서 업로드했을 뿐인 천박한 엉덩이골 보다 조회 수가 형편없이 뒤처지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도 나 스켈톤에겐 이기긴 했지만 그건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씨몽키파파는 상당한 실의에 잠긴 듯 그 이후엔 글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가끔 드래곤씨의 만화에 반응을 보이는 게 전부.

내가 비인기유저에서 악명 높은 유저로 탈바꿈하는 동안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흐릿한, 없어져도 잘 알지 못할 그런 유저로 남았다.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를 앞둔 현재.

씨몽키파파가 느닷없이 인기글을 만들어냈다.

SeamonkeyPAPA : 씨몽키들이 커졌어요!

그의 글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살아 있었군.”

것보다 뭐지?

제목 느낌이 이상한데.

호기심에 글을 클릭해보았다.

“······?”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장소는 저수지였다.

내 영역 주변에 있는 저수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어두컴컴하고 탁한 물 속엔 붉은 눈을 가진 하얗고 크고 긴 꼬리를 가진 무언가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SeamonkeyPAPA :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커져서 더는 감당이 안 돼서 저수지에 넣었는데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커지더군요 ㅎㅎ

처음 보았다.

씨몽키 같은 원시적인 동물에게 뮤테이션이 발생한 건.

카일도스 웹툰에 가재가 회백색으로 변했다는 묘사가 있긴 한데 어디까지나 만화적 가장일 것이다. 회백색 대지에 있는 인간 눈엔 모든 게 회백색으로 보이는 법이니.

뮤테이션은 뇌와 척추가 있고 폐로 호흡하는 고등 동물에게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거대 쥐, 고양이, 개, 돼지는 봤지만 거대 바퀴벌레, 지네 같은 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통설이 한 장의 사진에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여러 개의 혐오스러운 다리와 긴꼬리로 저수지 안을 유영하는 어린아이 크기만 한 괴생물체의 정체는 틀림없다.

뮤테이션화된 씨몽키다.

“······.”

잠시 망설였다.

이 충격적인 발견을 알려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뮤테이션이 저런 하등 동물한테 퍼질 수 있다는 건 균열이나 몬스터 보다 수천 배는 심각한 사안이다.

어쩌면 인간이 균열이나 몬스터보다 먼저 뮤테이션에게 멸망할 수 있다는 소리다.

지금 내 인맥은 우민희 한 명뿐이다.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지만 사감이 개입될 사안이 아니다.

개인식별번호 : REDMASK

김다람이 사라진 후 개인식별번호로 연락을 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처럼 우민희는 연락을 재깍재깍 받았다.

결점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라고 할까.

“어머. 선배. 웬일이야? 선배 쪽에서 날 찾다니. 나 같은 못된 애한테는 영영 연락 안 할 줄 알았는데. 왜? 먹을 거 다 떨어지기라도 한 거야?”

사람 성질 긁는 것도 여전하지만 말이다.

“···무척추동물에게 뮤테이션이 발생했다.”

“무척추동물?”

“그래. 무척추동물. 새우 유생 같은 놈이다.”

“씨몽키?”

“!!!”

순간 대단히 위험한 가정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 라니. 그냥 해본 소린데. 나 초등학교 때 씨몽키 키웠거든. 다 죽어버렸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그런데 씨몽키한테 문제 있어?”

“그 씨몽키가 거대해진 걸 발견했다. 뮤테이션이야. 틀림없어. 무척추동물에게도 뮤테이션이 발현하고 있다고.”

“아, 그래? 알려준 건 고마운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래?”

내 공백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백은 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나의 충격이 그녀에겐 당연한 일이 된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지금 할 일이 있어서.”

스피커 너머엔 둔탁한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부두에 있는 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물을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

우리들의 관계는 엄밀히 말하면 악연이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선배.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아직 3일이나 남았는데?”

“언제 연락하겠냐?”

“그건 그렇네. 선배도 메리 크리스마스.”

교신을 끊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방금 전 있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무엇보다 씨몽키? 라고 하던 우민희의 즉답이 기억에 남는다.

“······.”

설마, 우연의 일치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럴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경계를 늦춰서도 안 되겠지.

우민희라는 녀석은 예전부터 커뮤니티 같은 걸 좋아한 녀석이니.

정작 나는 단톡방조차 들어가지 않는 놈이었고.

그런데 내가 우민희와 연락을 하는 동안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벌어졌다.

Defender : 아니, 그거 그냥 전부 죽이라고. 딱 봐도 위험해 보이잖아? 그거 뮤테이션이라고.

SeamonkeyPAPA : 닥쳐 애미애비없이 자란 살인마 새끼야! 못 배워 처먹은 하류종자새끼가 뭔데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지랄병이야! 내 새끼야! 내가 키운 놈이라고! 내 새끼라고!

디펜더와 씨몽키파파.

접혀 접점이 없던 두 유저가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둘의 키보드 배틀을 보던 나는 의아함에 잠겨 들었다.

뭐랄까.

좀 깬다.

나는 지금까지 씨몽키파파를 그저 씨몽키를 좋아할 뿐인 점잖고 조용한 중년 신사 정도를 생각했다.

목소리도 점잖았고 중후한 느낌에 이지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겼으니.

선뜻선뜻 비치는 방공호도 꽤 넓어 보였고.

50대 초중반의 여유 있는 전문직 출신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키보드 배틀에서 드러난 씨몽키파파의 민낯은 전혀 달랐다.

추악하다기보다는 유치하다고 할까.

그는 차마 글로 옮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천박하고 저열한 욕설을 연거푸 쏟아냈는데 그 욕설의 30%는 성기를 의미하는 비속어였고 나머지 30% 남의 부모를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그 나머지는 개와 씨몽키파파가 좋아하는 느낌표가 차지했다.

도저히 그냥 볼 수 없어 비속어 필터를 씌워보니,

SeamonkeyPAPA : 개**!! 개****!!! 미***** !******* ******야! *********!! ********!!

이렇게 변한다.

반면 디펜더는 차분하게 대꾸했지만 그의 인내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Defender : 걱정해줘서 하는 말인데. 뒤지고 싶으면 알아서 하던가. 그런데 우리 부모 욕 한 거. 그건 취소해줬으면 하는데?

Defender : 네 사진에 나온 저수지 말이야. 아는 저수지야. 너 어딘지 알 거 같다고.

순간 내 눈앞에 디펜더, 특히 오빠 쪽의 싸늘한 눈빛이 그린 듯이 떠올랐다.

이거, 좀 위험한데?

나만 아니라 게시판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지금 디펜더는 진심이라는 걸.

내가 씨몽키파파라면 사과를 하거나 최소한 키보드에서 손을 뗐을 것이다.

하지만 씨몽키파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SeamonkeyPAPA : *********!!!!

“아.”

Defender : 죽는다?

SeamonkeyPAPA : 개*****!!!

SeamonkeyPAPA : 개********!!!!

“이건 아니지.”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아무리 디펜더가 게시판 친구들한테 손을 안 댄다 하더라고 이건 아니다.

즉시 씨몽키파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디펜더가 애가 그래도 말은 맞는 말이잖아. 그거 위험하다고. 사과하고 끝내. 뭐 애들처럼 유치하게 싸우고 있어?

나름의 중재다.

씨몽키파파가 원한다면 디펜더를 달래줄 용의도 있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 같은 시간을 한 동료이자 게시판 유저 하나 더 사라지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니까.

잠시 후 씨몽키파파에게 답장이 왔다.

SeamonkeyPAPA님으로 온 메시지 : *******!!!!

비속어 필터를 씌워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에게 일어난 일과 그의 이미지 변화가 지나치게 커서 그런 것일까.

내게 메시지를 보낸 유저는 씨몽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았다.

SeamonkeyPAPA님으로 온 메시지 : 노잼****낳*낫******

SKELTON : ********

*

Defender : 인증

이틀 뒤, 디펜더가 올린 글은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하는 섬뜩함과 미스테리로 버무려져 있었다.

디펜더가 저수지를 좌표 삼아 씨몽키파파의 거주지를 찾아갔다.

진심인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디펜더는 거기서 씨몽키파파가 사과하면 사이좋게 악수하고 사과 인증을 올릴 생각이었단다.

디펜더는 어렵지 않게 방공호를 발견했다.

방공호 안의 문은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엔 씨몽키파파의 것으로 보이는 씨몽키 세트와 낡은 노트북, 기타 잡다한 장비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씨몽키파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씨몽키파파 뿐만이 아니었다.

방공호 안엔 결핍이라는 가난과 궁핍의 그늘이 우울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Defender : 그 인간, 식량도 물자도 거의 다 떨어졌더라고. 보일러 상태를 보니 불을 안 땐지 난방은 안 된 지 오래인 거 같고. 게시판에 글 쓴 거 자체가 용하네.

디펜더가 발견한 씨몽키파파의 식량은 곰팡이 핀 건빵 일주일 분과 소주 두 박스, 뚜껑이 열린 채 바닥에 엎어져 있던 17년산 위스키 반병이 전부였다.

디펜더는 씨몽키파파가 올렸던 인증을 기억해내고 저수지의 물을 빼냈다.

그 혐오스러운 뮤테이션을 전부 죽이기 위해서다.

물을 전부 빼냈을 때 씨몽키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질퍽거리는 진창 안엔 백골이 된 시체 한 구가 차렷 자세를 한 채 느낌표처럼 누워 있었다.

씨몽키는 민물에 넣으면 죽는다는, 정성들인 자막이 무심코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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