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테마파크 (2)
내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처럼 남매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에 편의상 그들을 디펜더, 디펜더 동생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스켈톤.”
디펜더 동생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날 부르며 손짓했다.
뭘 하나 봤더니 다름 아닌 커뮤니티다.
그녀가 새로운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Defender : (디펜더 속보) 우리 집에 스켈톤 왔다!
- 스켈톤 쏘 스윗하네. 무슨 배우가 온 줄 알았어. 그냥 걸어 다니는 조각이네. 키도 2미터에 옷도 빳빳하게 다린 턱시도에 차도 벤틀리! 나도 남자지만 한 눈에 반해버릴 정도로 멋지더라.
마우스 커서 포인트는 <전송하기> 버튼 앞에 가 있었다.
“노노노! 안 돼. 하지 마. 올리지 마.”
“······왜?”
“아니, 이런 헛소리 올려서 뭐 하려고.”
그녀가 입을 삐죽 내밀더니 갑자기 메모장을 켜서 신나게 자판을 두드렸다.
-너 인기 없잖아. 그래서.
“그래서 뭐?”
-띄워주려고
“너도 이미지 그리 좋은 거 아니잖아?
-난 그래도 네임드잖아. 스켈톤 너는 듣보고.
“······.”
-그리고 남들 다 친목 하는데 우리도 친목하면 안 될까?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냐?”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있어.
“타이핑으로는 되고?”
사람 앞에 두고 메모장으로 소통하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원래 저래. 우리 동생.”
디펜더가 탄환을 가득 채운 탄창을 주머니에 넣으며 한마디 했다.
모종의 어두운 사연이 있지는 않나 싶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니 피식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니, 별일은 없었고 어릴 때부터 말보다 자판 두드리는 걸 좋아했거든.”
철컥
능숙한 손놀림으로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며 약실을 확인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상대방 숫자가 많던데 전부 다 죽이겠다고?”
빨간 바지를 입은 건 약 스무 명.
무장 상태는 내 영역에 찾아온 최중령 무리보다 월등하다.
모두가 자동소총으로 무장했고 장갑차까지 있다.
병사 개개인의 자질은 확인해봐야겠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위협적인 전력이다.
그 쉽지 않은 싸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일단 애새끼들부터 죽여야겠지?”
디펜더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했다.
“애새끼들 죽이면 한두 놈 알아보러 안 오겠어?”
진심이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하나씩 하나씩 죽여 숫자를 줄이는 거지. 그러다 놈들이 몰려올 거 같으면 뒤치기를 해서 캠프를 싹쓸이하고.”
“장갑차는?”
“동생이 드론을 잘 다뤄. 특히 드론으로 물건 떨구기 장인이지. 폭탄 대신 벽돌을 떨궈 죽인 적도 있다니까.”
동생이 엄지 두 개로 자신을 가리켜 보였다.
“일단 거기까지 생각했어. 어떻게 생각해?”
“인상적인 계획이긴 한데 뒤가 없네.”
“싸움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어? 특히 저런 잡졸 상대로는 계획이란 게 큰 의미가 없지. 어디로 튈지 모를뿐더러 초반만 잘 세팅하면 알아서 무너지니까.”
“굳이 애들을 죽여야 하나.”
“그럼 살려두게?”
디펜더가 피식 웃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디펜더 동생도 의자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살리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왜? 내 새끼도 아닌데.”
디펜더가 동생을 바라보자 동생이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펜더가 날 다시 바라보았다.
“아니면 스켈톤 네가 데려다 가서 키울 거냐?”
“······그건.”
“네가 데려가서 키울 거라면 다시 생각해볼게.”
디펜더가 씨익 웃었고 그 동생이 차분하게 날 노려보았다.
남매가 동시에 어떻게 하겠냐고 묻고 있었다.
문득 생각해보았다.
아이의 몸무게가 얼마나 될까.
나는 유년기의 기억이 거의 없고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어린아이의 몸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 무게가 느껴지는 질문에 대해 쉬이 대답할 수 없는 걸 보면 말이다.
“봐. 너도 대답 못 하잖아?”
디펜더가 정비한 무기를 테이블 위에 정렬하고는 동생 쪽을 바라봤다.
“동생 생각은 어때?”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특유의 소곤거리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이 시점에 부모 잃어버린 순간 걔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야. 재수가 없는 거지. 시대가 걔들의 편이 아닌 거지.”
순간 나는 납득했다.
디펜더는 역시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걸.
어느 누구의 독주가 아니다.
두 남매가 합쳐져 인간사냥꾼이라는 공포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간 후, 디펜더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무시하는 방법도 있어. 어차피 여긴 가파르고 길도 제대로 안 나 있어 애들이 못 올라와. 걔들은 도로 따라 움직이거든.”
“그러면 굳이 안 싸워도 되는 거 아니냐?”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내 주의다.
“그렇긴 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싸우게 되겠지? 영원히 숨을 순 없는 거니까. 게다가 그 전에.”
디펜더가 모니터 쪽을 응시했다.
“우리 친구들이 죽겠지.”
여동생이 그녀가 모니터 안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우리 게시판 친구들.”
“커뮤니티라······.”
일리 있는 이야기다.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 위험성을 경고한다 하더라도 과연 몇 명이 디펜더 같은 뱀의 심장을 갖고 있을까?
나조차도 자신이 별로 없는 판국에.
“전투 경험은?”
디펜더에게 물었다.
디펜더가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눈을 반짝였다.
“같이 싸우려고?”
고개를 끄덕였다.
“커뮤니티를 지켜야지.”
그게 가장 큰 이유긴 하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빨간 바지의 방식이 너무나 악랄하기도 했고 디펜더의 상태와 장비를 보니 의외로 쉬운 전투가 될 거라는 발 빠른 계산도 있었다. 어차피 싸울 거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나은 법이니.
물론 내 얕은 위선을 만족시키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었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래, 나도 나이를 먹은 거겠지.
*
어두운 밤하늘 위로 드론이 날아올랐다.
드론을 조종하는 건 디펜더 동생이었다.
“동생이 장갑차를 박살 낼 거야. 저놈들, 해치 늘 열어놓거든.”
디펜더의 전투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데미안04 사건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입을 꾹 닫고 있지만 헌터 출신이 아닐까.
은연중에 배어 나오는 습관과 행동이 학교에서 가르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아마 17기나 18기 그쯤일 것이다.
재학 중에 미래가 달아나 버린 저주받은 기수라면 저 친구의 삐뚤어진 인성을 소폭이나마 설명해줄 수 있을 테니까.
“저기가 여자들 가둬놓은 곳이야. 고로 저 건물이 제일 경계가 약해. 지키는 놈들은 있는데 바깥이 아니라 안을 지키지.”
디펜더는 치밀한 살인자였다.
이미 그는 적의 배치와 약점, 작은 습관까지 꿰고 있었다.
전투 직전, 디펜더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야~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좀 봐. 난 이때가 가장 짜릿하더라고.”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동생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들려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상당한 긴장과 흥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디펜더가 수신호했다.
오랜만에 보는 전투 사인을 보며 나는 시간과 바다를 건너 중국의 전장에 있는듯한 환상을 보았다.
너부러진 수천 구의 시체와 무표정한 얼굴로 폐허에 총격을 가하는 동료들, 알 수 없는 언어로 고함치며 시체에 불을 지르는 중국군과 폐허 위 어슴푸레 속에서 차례차례 윤곽을 드러내는 중형종들.
무엇보다, 약간의 두통과 권태가 느껴졌다.
“······.”
많은 동료가 영원한 잠에 빠져든 건 비단 전장의 위험성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우리는 느슨한 지옥에 있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고 지루한.
“스켈톤?”
디펜더의 목소리가 날 현실로 돌려 세웠다.
“가자.”
작전의 개요는 단순하다.
훈련된 살인자 두 명이 구체적인 정보와 계획을 가지고 무질서한 잡병들을 야밤에 기습한다.
처음부터 결과가 예고된 싸움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우연이 운명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우연이 날 죽이게 내버려 두진 않겠다.
빨간 바지를 입은 개척자의 근거지는 버려진 테마파크였다.
놀이기구가 돌아갈 일은 없겠지만 빈 건물도 많고 도로도 있으며 전용할 자원도 널려 있으니.
우리가 접근한 건 그들이 잡아 온 여자를 가둬놓는 직원용 숙소였다.
여성의 흐느낌과 남성의 고함을 들으며 외벽을 따라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을 육안에 담았다.
디펜더가 총을 겨누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 자루 도끼를 빼 들고 보초를 향해 나아갔다.
허리를 숙이거나 발소리를 과도하게 줄이진 않았다.
곧 한 사내가 인기척을 발견하고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푹!
사내의 목에 도끼가 박혔다.
사내가 비칠거리며 쓰러지려 하자 또 다른 보초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푹!
두 구의 시체가 바닥에 누웠다.
관자놀이를 밟고 도끼를 뽑아내고 피를 그들의 옷에 문질러 닦고 있자니 디펜더가 다가와 엄지를 치켜 세우며 속삭였다.
“스켈톤 더블 킬.”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어폰에 동생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켈톤이 죽였어? 응? 둘이나 죽였어?”
그녀의 목소리는 직접 보고 이야기할 때보다 훨씬 크고 뭐랄까, 생기가 넘쳤다.
“안은 내가 정리할게.”
디펜더가 단검을 빼 들었다.
“혼자서 충분하나?”
“한창 재미 보고 있을 텐데 나 혼자면 충분하지. 밖이나 경계해줘.”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창백한 가로등 아래 장갑차가 보인다.
곧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디펜더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디펜더가 걸어 나왔다.
“애들. 거기 있더라. 그런데 다섯이나 있던데?”
“······.”
“두 가지 방법이 있어.”
“두 가지 방법?”
“여자들을 달아나게 해서 혼란을 만드는 방법.”
“나머지는?”
“이대로 조용히 죽여나가는 방법.”
“후자로 하지.”
“너무 착한 척 하는 거 아니야?”
디펜더가 살짝 정색했다.
“이왕 착한 척하기로 했으니 반만 하긴 뭐하지 않냐?”
“이미 반만 하는 거 같은데?”
결과만 놓고 보면 내 방식이 더 현명했다.
놈들은 제대로 된 경계나 분산없이 하나의 숙소에 모인 채 술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했으니.
숙소 앞에 세워 둔 구형 장갑차가 그들의 자신감의 근원처럼 보였다.
보초를 제압하고 소탕을 준비했다.
밤하늘 위에 드론의 비행음이 은은히 들려오자 우리는 작전을 시작했다.
디펜더가 수류탄을 까 넣음과 동시에 창문을 깨고 양방향에서 십자사격을 퍼부었다.
타타타타탕!
총성을 신호로 드론이 장갑차에 접근해 활짝 열린 해치 안으로 정확히 수류탄을 떨구었다.
폭음과 함께 장갑차가 질주를 시작했다.
아마 운전수가 액셀을 밟은 상태에서 죽은 모양이다.
탕!
안에 있던 빨간 바지 몇 명이 탁자를 엄폐물 삼아 반격을 가하려 해보지만 이미 건물 안엔 불이 붙었고 연기가 빠르게 차고 있었다.
모든 변수는 배제됐다.
남은 건 하품이 나오는 지루한 학살뿐이다.
“야! 스켈톤!”
몸에 불이 붙은 채 뛰쳐나오는 빨간 바지를 보며 디펜더가 크게 웃었다.
“제법인데?”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가 조준 사격하자 불이 붙은 채 울부짖던 사내는 그대로 푹 고꾸라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스켈톤. 아까 나 우습게 봤지? 응. 다 알아. 이 누나 눈엔 다 보이는걸.”
동생도 흥분하긴 매한가지.
중국제 드론으로 마치 게임을 하듯 달아나는 빨간 바지를 쏴 죽였다.
“항복! 항복!”
빨간 바지 몇 명이 두 손을 들고 연기 나는 건물에서 빠져 나왔다.
디펜더가 웃으며 총을 갈겼고 그의 동생의 웃음소리가 가팔라졌다.
쿵!
먼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질주하던 장갑차가 테마파크 시설 어딘가를 들이박은 모양이다.
대수롭지 않은 우연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려는 찰나였다.
펑! 펑! 펑!
폭음과 함께 형형색색이 빛나는 것들이 하늘 위로 날아올라 폭발해 방사형의 아름다운 무늬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폭죽이다.
전쟁 전 발사관에 세팅한 다량의 폭죽이 우연한 충격에 긴 침묵을 깨고 오색의 불꽃을 하늘로 쏘아 올린 것이다.
“와! 이거 봐라! 야!”
“꺄아아아아아아악!!!”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남매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친구들에게 빨간 바지의 악행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그들은 단지 빨간 바지를 죽이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 목적을 짜릿하게 달성했다.
그 점에서 이 테마파크는 충분히 소임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 즐기러 온 사람이 왔고 그 안에서 충분히 즐겼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덮치지 않은 우연이 가져다준 기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
놀이는 끝났고 계산의 시간이 왔다.
“어떻게 할 거야? 이 사람들?”
남겨진 아이들과 여성.
얕은 위선의 대가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안 받아줄 거야. 아니, 못 받아주지.”
디펜더가 뚫어지듯 날 쳐다보았다.
“······나는.”
여러 개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고 일어났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결과만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어색한 총기를 든 채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이 하나가 날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그들의 운명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찰칵찰칵
뒤에서는 디펜더가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스켈톤.”
그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뭔가를 내밀었다.
“뭐냐? 이건.”
받아들고 보니 그림이다.
과할 정도로 미화된, 여성향 만화에서 나올 법한 미남자가 화폭에 담겨 있었다.
“동생이 그린 거야.”
과연 그림 아래엔 “스켈톤에게”라는 예쁘장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거 같기도 한데···?
“어차피 우리 집에 안 들릴 거잖아? 라고 여동생이 전해주라는데.”
확실히 디펜더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구석이 있다.
그건 동생도 오빠도 동일하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 지 궁금하지?”
“뜬금없이 웬 자기성찰이냐?”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거 다 알아.”
디펜더는 연초를 입에 물며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흩어지는 마지막 불꽃을 쫓고 있었다.
“이 공원. 어릴 때 동생이랑 온 적이 있었지. 아버지, 어머니와 손 잡고.”
그가 하얀 연기를 밤하늘에 날려 보냈다.
“참 못난 아버지였지.”
“······응.”
이어폰 너머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이야기는 좀 더 친해진 다음에.”
이번엔 디펜더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동생의 정성 들인 그림과 달리 디펜더가 준비한 건 조잡한 표였다.
<디펜더 소환권>
“뭐냐? 이건.”
“도움이 필요하면 DM 보내라.”
디펜더가 손을 흔들고는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으로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로든 가줄 테니.”
뒤이어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켈톤. 앞으로 친목하자?”
그들이 남긴 그림과 표를 든 채 한동안 멍하니 서서 침묵에 잠긴 산과 공원과 하늘을 보았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느껴지는 건 피로뿐이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실컷 놀고 오고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그런 종류의 피곤함 말이다.
그날 밤, 디펜더가 게시판에 도배를 했다.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Defender : (디펜더 고백) 스켈톤 너무 좋아!
...
...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시간으로 그 끔찍한 만행을 보진 못했다.
“뉘미······!!”
빌어먹을 좀비 놈들한테 쫓기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