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역린
인간사냥꾼이 사진을 찍은 장소는 추정이 가능하다.
탁 트인 농지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엔 곡식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곳이었다.
내 땅마냥 지목이 산, 임야도 아니고 엄연히 답(畓)으로 기재된 곳인데 땅을 파헤치고 공사를 한다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일대를 자주 오가던 나는 어떤 공사의 징후도 본 적이 없다.
인간사냥꾼은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광교 주변에 있다는 걸 어필하기도 했고 주구장창 올린 살인 인증 사진 속에 비친 풍경은 그가 울창한 산림이 우거진 산악 지형에 살고 있다는 걸 암시했다.
어쩌면 인간사냥꾼 이 친구, 뻔질나게 돌아다니는 유형이 아닐까?
다만 차량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같진 않다.
내 사륜차가 남긴 궤적 주변에서 내가 찾은 건 남성 사이즈 운동화가 남긴 자국이 전부였다.
발자국은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어지럽게 자란 갈대숲 안에서 자취가 끊겼다.
그런데 동쪽엔 뭐하러 가는 거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방법도 없다.
문제는 이 친구의 최근 행보다.
[ Defender님이 당신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습니다. ]
비바! 아포칼립스!에 친구 기능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왜냐?
친추 요청 한 번도 못 받아봤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이 녀석일까.
솔직하게 나는 이 친구가 싫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란 건 공감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수의 사람을 죽이고 인증하는 그의 행동은 어딘가 뒤틀려있었으니까.
차단을 푼 지금도 그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 승인 ] [ 거절 ]
여기 두 개의 명료한 선택지가 있다.
어째서인지 아직 나는 거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
전쟁이 시작된 지 1년하고도 10개월.
오늘 외부 기온은 32도. 한 여름이다.
이 시기만 되면 커뮤니티엔 대한민국의 사계절의 악독함과 단군의 선구안을 저주하는 글이 상습적으로 올라온다.
나는 여름이 두렵지 않다.
실내기온 24도.
현재 내 방공호의 온도다.
그렇다.
내 방공호엔 에어컨이 돌아간다.
식탁 위엔 아까 만들어 놓은 암살자의 파스타와 방금 곱게 간 얼음에 연유와 통조림 팥을 올린 빙수가 놓여 있다.
파스타로 적절하게 따뜻해진 입안에 빙수를 한 술 크게 떠서 넣으면,
“크으~.”
머리가 찡하고 울릴 정도의 고통이 행복감과 함께 찾아온다.
여름의 즐거움이라고 할까.
나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다.
커뮤니티에 빙수 사진을 올리진 않았다.
안 그래도 이유 없이 미움받는 내가 이런 소소한 기만까지 저지른다면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은 인간사냥꾼 같은 이상한 놈밖에 안 남을 테니까!
비록 내가 게시판에서야 비인기유저라고 하지만 내 삶의 질은 상위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니, 나만큼 잘 먹고 잘사는 놈은 성채를 만든 재벌 쪽을 들춰봐야 찾을 수 있겠지.
내 럭셔리 라이프의 핵심은 무엇보다 풍부한 전력이다.
발전시설부터 다르다.
커뮤니티 유저 대부분이 가솔린, 가스 같은 소형 발전기를 사용하는 반면 나는 공장에서 쓸법한 대형 디젤 발전기를 돌린다.
스켈톤 하트라고 이름 지은 이 발전기는 여간한 방공호 하나 크기를 상회 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데 이름 그대로 내 아지트의 심장이라 부를 수 있는 놈이다.
성능은 확실하다.
기름만 있으면 엄청난 전력을 일으켜 수십 개에 달하는 축전지를 순식간에 채워 넣고도 남는 기염을 토한다.
단점은 설치비와 소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가스 배출량이다.
설치비야 싸구려 땅을 산 걸로 충당하고 소음이야 사람 안 사는 동네에 터 잡으니 문제가 안 되지만 배출가스 쪽은 방공호 건설 내내 지하수만큼이나 내 골머리를 앓게 한 골칫거리였다.
무려 일곱 개에 달하는 환기구를 뚫었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덕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발전기를 가동하면 검은 연기가 환기구를 통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분진 시설을 설치해 연기를 줄여보려 했지만 멀리서라면 모를까 육안으로 내 방공호를 관측할 수 있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일곱 개의 연기 기둥을 볼 수 있다.
해서 발전기는 보통 밤에만 가동하는데 특히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굳이 전기가 필요하지 않아도 의도적으로 가동해 축전지에 전력을 채워 넣곤 했다.
그런데 이 풍부함도 조건이 있어야 한다.
주변이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야 밤의 어둠이 가려준다지만 발전기 가동시의 소음과 땅울림을 느낄 영역 안까지 사람이 살면 안 된다.
탕! 탕!
그날 오후 남쪽에선 저격수 모녀가 신나게 총격을 가했다.
평소보다 많은 느낌.
전투라도 벌어지는 걸까.
곧 K-워키토키가 울리며 노이즈와 더불어 어눌한 한국어를 토해냈다.
-치지직! 스켈톤. 사람 다수 거기로 가는 중.
태풍이 온 날 이후, 저격수 쪽과는 데면데면한 이웃에서 느슨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손잡자는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시나브로 관계가 개선됐다.
정보 제공도 그중 하나.
쓴웃음을 머금으며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너희들이 쫓아낸 거지?”
무전기에선 대답이 없었지만 무전기 끊기기 직전에 딸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격수가 쫓아보낸 건 피난민이었다.
한때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 피난민은 최근은 보기 뜸한 귀한 손님이다.
전쟁 직후에서 1년간 많은 피난민이 팍팍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떠났지만 대부분이 실패했고 그 실패에 관한 소문이 퍼졌다.
거기다 전쟁도 안정화되고 정부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와 행보를 보이니 피난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어 최근 몇 개월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시국에 피난민이라니.
그들은 내 영역으로 직행했다.
“아, 씨벌.”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그 많은 자리 놔두고 왜 하필 내 영역으로 오는 거지?
설마 약탈자인가?
무장 상태는 썩 대단치 않다.
대부분이 판사킬러라 불리는 수제 석궁을 들었고 총기를 든 건 소수다.
그들은 내 외곽 방공호 직전까지 이르렀다.
에어컨을 끄고 총기를 꺼내 탄환을 장전하고 두 자루의 도끼를 혁대에 고정했다.
나는 저격수 모녀도 아니고 인간사냥꾼도 아니다.
가급적이면 전투를 회피하고 내 위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도청 장비와 감시장비를 전부 가동해 그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쪽으로 온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이 주변, 핵폭격 받은 곳 아닙니까?”
“저기가 미군기지였던 거 같은데. 목적을 미군기지로 선회하신다면서요?”
스피커에서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대답한 건 사제 군복을 입은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이 일대에서 여기가 지대가 높고 주변을 감제할 수 있는 낮은 둔덕이 있으니까.”
군복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시가지 수복이 실패한 이상 지금 우리 목적은 미군기지 수복으로 변경됐습니다. 바로 저기가 미군기지죠. 허나 잔류 방사능 문제도 있고 아까처럼 약탈자가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여기에 터 잡고 주변을 관측하면서 천천히 수복합시다. 알다시피, 이 주변 흉흉하잖습니까?”
그 사내의 이름은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됐는데 최중령이라는 사람이었다.
복장도 그렇고 주변인도 그렇고 현역이라기보다는 예비역처럼 보였다.
함께 한 사람은 전부 남성으로 대부분 최중령과 연령이 비슷했다.
훈련 받은 군인들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행동이 굼뜨고 불안감을 자주 드러냈다.
가급적이면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영역 안에 텐트를 치는 걸 보는 순간 나는 일이 단단히 틀어졌구나 하고 혀를 찼다.
설상가상으로 한 사내가 위장된 더미 방공호를 찾아냈다.
“이거 뭐야? 방공호잖아?”
그 안은 비어 있다.
안에 있는 거라고는 내가 메인 방공호 안에서 터뜨릴 수 있는 폭발물이 전부.
반 벙커식으로 만들어 안에서 총구안과 관측창을 겸하는 일자형으로 길게 늘어진 구멍이 있어 방어력은 보장되지만 주거용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 방공호 안엔 내 메인 방공호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숨겨져 있다.
총을 들고 방공호를 나섰다.
모습을 드러낸 건 그들이 최소한 약탈자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내가 나타나자 최중령을 비롯한 사람들은 적잖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여기는 사유지입니다.”
언제라도 엄폐할 수 있는 산업 폐기물을 옆에 두고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그들에게 말했다.
“나가주세요.”
사람들이 두런거렸다.
적의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으나 소수고 대부분은 총기를 든 나라는 인물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날 상대한 건 최중령이었다.
그가 날 아래위로 살피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가만 있으라는 손짓을 한 후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혁대에 권총을 한 정 차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활기차게 소리쳤다.
가볍게 목례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최혁찬 예비역 중령입니다. 국토부 허락을 받고 이 일대를 개척하러 왔습니다.”
“개척요?”
그가 내게 다가와 서류를 보여주려 했다.
총기를 겨누어 가까이 오지 말라고 신호하자 그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서류를 주머니 안에 집어 넣었다.
“아직 젊은데도 경계심 되게 많으시네. 학교 다닐 때 처 맞고 사셨나. 아무튼, 여기 계속 혼자 사셨어요?”
“그쪽과 길게 말할 생각 없으니 짧게 말하세요.”
“하하. 네. 짧게 할게요.”
사람 좋게 웃던 최중령이 갑자기 정색하며 큰 소리를 냈다.
“여기가 댁 땅이라고 했지? 그거 이제 다 옛날이야기야.”
“무슨 뜻입니까?”
“소유권 리셋됐다고. 등기부도 싹 지워졌고. 주요 대도시 제외한 지방은 이제 무주공산이야. 먼저 터 잡고 점유하는 놈이 주인이라고.”
사내가 서류를 다시 꺼내 펄럭여 보였다.
“이게 그 허가증이고.”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한동안 안 보이던 피난민이 다시 나타났는지.
순간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상황은 어쩌면 내가 보았던 것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때깔 좋은 거 보니 멸망주의자인지 뭔지 하는 인간 같은데 당신 땅은 안 건드릴게. 우리 목표는 저기니까.”
최중령이 미군기지를 가리켰다.
“저쪽 정리 끝날 때까지 이 일대 잠시 빌릴 거니까. 그 정도는 봐주겠지? 전 소유권자님~?”
최중령이 권총을 매만졌다.
잠시 고민했다.
이들을 전부 죽일 것인지 아니면 참고 살 것인지.
인간사냥꾼과 그의 살인 인증이 무심코 생각났지만 곧 머리에서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틀 정도는 괜찮습니다.”
조건부로 허락했다.
문제를 일으키기도 싶지도 않고 이들도 약탈자는 아니니까.
“이틀? 이틀은 너무 짧긴 한데, 뭐 일단 알겠수다.”
그렇게 해서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웠지만 최대의 불만은 내 영역의 심장을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축전지의 전력이 빠르게 떨어졌다.
방공호 안의 온도는 불쾌하게 치솟았고 촛불이 전등을 대체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지하 냉동고의 온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길어봐야 몇 시간.
그 안에 줄곧 영하를 유지했던 냉동고는 한여름의 더위를 머금을 것이다.
내 귀중한 식량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소리다.
커뮤니티 접속을 할 수 없는 건 또 다른 괴로움이었다.
“······.”
다시 인간사냥꾼을 생각했다.
그가 내게 친구 신청을 했고 그 신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둠 속에서 내내 떠올렸다.
최중령 일행은 처음 하루 동안은 내 영역 주변엔 접근하지 않았지만 하루가 지나자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내 영역 곳곳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은 내가 나타난 더미 방공호 쪽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때마다 나는 총기를 들고 막아섰지만 공포라는 건 쉽게 희석되는 법이다.
처음엔 날 보고 놀란 사람들도 이제는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여기서 뭐 먹고 살아요? 먹을 거 있어요?”
냉동고의 온도계가 영하 1도를 가리키고 있을 때 최중령이 날 찾았다.
“우리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남는 식량 좀 내줄 수 있어요?”
“식량요?”
“있을 거 아닙니까? 멸망주의자잖아요? 방공호 안에 잔뜩 쌓아두고 있을 거 아닙니까?”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왜 줘야 합니까?”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지.”
최중령이 그들의 무리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그쪽이 아무리 젊다고 해도 혼자신 거 같은데, 우리 전부 감당 가능하세요?”
약속한 날이 지났지만 최중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틀 뒤에도 그와 그의 무리는 태연하게 내 영역을 활보했다.
그날 오후, 일은 벌어졌다.
내 메인 방공호의 비상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내가 직접 만든 12개에 달하는 더미 방공호로 통하는 통로의 입구다.
“어이. 여기 문이 있는데?”
그들이 발견한 것이다.
내 생명과도 같은 메인 방공호를.
“밀어 봐! 밀어보라고!”
“영! 차! 영! 차!”
악몽 같은 아우성이 지나간 후 잠시 정적이 찾아왔고 뒤이어 최중령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철문을 사이에 두고 울려 퍼졌다.
“거기 있지~? 응~? 그 너머에 있지~? 얼굴 벌겋게 익어서! 앙~!”
조롱하는 듯한 최중령의 도발을 들으며 나는 하나의 결심을 굳혔다.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그들 앞에 비무장으로 나타났다.
내 손에 들린 건 담배였다.
“지금 햇볕이 강하니 더우시겠지만 저 방공호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술과 식량을 내오겠습니다. 일단 담배들부터 하세요.”
최중령이 씨익 웃으며 반말조로 말했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그가 내리깐 눈으로 날 보며 은근하게 몰아세웠다.
“그 철문 너머에 자네가 사는 방공호가 있는 모양이지? 다 알아. 다 안다고.”
그는 한껏 승리감에 취해 있었다.
그가 내 어깨에 허물없이 손을 걸치며 담배를 볼이 쭉 들어갈 정도로 강하게 빨았다.
“자네 집은 안 뺏을게. 힘들게 준비했을 거 아냐? 딱 봐도 그리 보이는데. 우리도 약탈자는 아니야. 어차피 미군기지에 자리 잡으면 이웃 사인데. 안 그런가? 혼자 사는 거 같은데 나중에 우리 가족들 불러오면 좋은 여자 소개해줄게. 이 친구 딸들 다들 예쁘거든. 아이돌급이야 아이돌!”
그의 친구 신청은 폭발로 끝맺었다.
나는 총기를 들고 폭발을 비껴간 사람을 사냥했다.
그중엔 최중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그의 죽음은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서둘러 발전기를 켜고 전원을 공급했다.
꺼졌던 냉동고에 냉기가 돌아오고 무더위에 찌들었던 방공호에 쾌적함이 돌아왔다.
에어컨 바로 앞에서 신선한 차가운 바람을 쐬며 나는 실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서일까.
[ Defender님의 친구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
미뤄두었던 친구 신청을 받아들였다.
인간사냥꾼은 크게 기뻐하는 눈치였다.
Defender : (디펜더 감동) 스켈톤 이 친구, 앙칼지게 튕기더니 드디어 친추 받아주네! 고마워!
“······.”
잠시 잊고 있었다.
나와 인간사냥꾼은 멸망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역린을 가지고 있고 역린을 건드리면 꿈틀거린다.
다만 인간사냥꾼의 역린이 내 것보다 조금 과하게 클 뿐.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