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7화 (7/183)

7. 캣맘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 가능하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고양이 세 마리 - 구찌, 에르메스, 잭필드 - 도 어떤 의미에선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

“여사님. 그 고양이한테 밥 주지 마세요.”

그 여자는 서울과 내 영역 사이 덩그러니 방치된 방대한 황야에서 홀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이었다.

핵공격 당시 화상을 입었는지 늘 얼굴을 마스크와 스카프, 선글라스 등으로 가리고 다녔는데 그녀를 알게 된 시점은 내가 서울로 정기적으로 구걸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건장한 남자인 날 발견하자 손수레를 끌고 다급히 자리를 떠나던 그녀의 등에선 섬뜩한 공포와 더불어 진한 고독이 느껴졌다.

몇 차례 지나갈 때 마다 그녀는 같은 자리에서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는데 몇 차례 관찰 결과 남편도 아이도 없어 보였다.

지금 세상엔 그리 드문 일도 아닌지라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그녀도 곧 내가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날 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보면 한 쪽이 도망가는 사이에서 서로를 무시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줄곧 평행선을 달리던 우리들의 관계는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균형이 무너졌다.

그녀의 고양이들이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커져 버린 것이다.

“저기. 제 말 안 들립니까?”

틀림없다.

뮤테이션 전조 현상이다.

지금에야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아직 중국 정부가 건재했을 땐 대한민국에서도 헌터를 파견해 몬스터 침공에 공동으로 대처했었다.

인도와 아프리카가 무너져 그 여파가 인접국에 미치는 걸 본 이상 손 놓고 있으면 다음 차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이니까.

새로, 크게, 화려하게 지었지만 정작 사람은 별로 없었던 중국의 신도시에서 비슷한 것들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의 인류는 지금보다는 무지했기에 뮤테이션과 몬스터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내가 과감하게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성장 중인 시궁쥐 한 마리를 신종 햄스터라 주장하며 포획했고 그 샘플이 뮤테이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뮤테이션이라는 존재가 밝혀지는데 내 공헌이 적지 않다는 소리다.

유전자가 결정한 성장 한계를 넘어선 과성장은 뮤테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전조현상이다.

이름 모를 여인이 밥을 주는 세 마리 고양이는 이미 그 당시 시점으로 골드 래트리버 급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고양이들. 여사님이 생각해도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렉돌이에요.”

그녀가 변명했다.

렉돌은 고양이의 품종 중 하나로 상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친구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저 삼색 고양이를 포함한 고양이 세 마리의 모습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저게 뭔 렉돌입니까? 사막의 인간 식인범 라이타라 해도 믿겠구만.”

“신경 끄세요. 댁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이에요?”

그녀는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면서도 악에 받친 목소리를 냈다.

“여사님한테 피해가 가니 그렇죠. 고양이한테 잡아먹히고 싶어요?”

“얘들은 안 그래요. 얘들은 천사예요. 날 얼마나 따르는데요?”

그녀가 손을 내밀자 세 마리 고양이는 마치 옛 서양 귀족들이 왕의 인장에 입을 맞추려는 듯 서로 경쟁하며 그녀의 손에 대가리를 비벼댔다.

“······.”

더는 말하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어르신인데 알아서 하시겠지.

나름 이기적인 계산도 내가 그녀를 무시하고 떠나는데 기여했다.

당시 나는 서울 쪽과 슬슬 연락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개인식별부호까지 받은 이상, 굳이 서울에 직접 갈 필요성도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전장에 사람이 부족하다.

나 같은 고급 인력은 언제든 갖은 구실을 대서 끌고 갈 수 있다는 소리다.

남동쪽의 미친 저격수, 남서쪽의 골드 무리와 함께 내 방공호를 지키는 새로운 이웃으로 세 마리 뮤테이션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애당초 저 여자는 내가 뭘 말해도 듣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 고양이 이름들이 어떻게 됩니까?”

떠나가는 여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요?”

“귀여워 보여서요.”

“에르메스, 구찌, 잭필드요.”

기이하게도 그녀는 어떤 고양이가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세 마리 고양이가 각각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

“이렇게 뜰채로 그물을 짜듯 교차해서 움직여주시면 보다 풍성한 질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즈넉한 오후.

이제는 작고한 익명337의 동영상을 보며 양모 펠트 인형을 만들고 있다.

내가 만든 피조물은 양보다는 러브크래프트의 염소에 가까운 끔찍한 형상이었지만 꾸준히 고수의 영상을 참고하며 최소한 양처럼 보이게 수정 중이다.

저기 선반 위에 있는 익명337의 작품처럼 말이다.

한창 집중하고 있자니 K-워키토키가 부저음을 냈다.

삐-! 삐-! 삐-!

이 소리 패턴은 개인식별번호로 직통으로 연락을 걸었다는 신호.

즉, 중요 연락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발신인 : 김다람

“하, 시발.”

안 받을 수도 없어 수신 버튼을 누르니 대뜸 살풍경한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흘러나왔다.

“선배. 부탁할 일이 있어.”

“또 뭔 부탁? 다시는 일 안 시키겠다며?”

“나도 이러긴 싫은데 이 어두운 시국에 돕고 살아야지. 게다가 남의 일도 아니고. 최근 선배가 산다는 골프장 주변에서 사람 다수 죽은 거 알지?”

“······루페르트 시부랄팰리스였나.”

“거 봐. 알잖아?”

이름 모를 여인이 기르던 세 마리 길천사가 괴물이 되어 아파트 단지 입주민을 진짜 천사로 만들어 준 사건은 나한텐 호재였지만 중앙 행정부에서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인 모양이다.

나라에서 에르메스, 구찌, 잭필드에 대한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

“미안한데 나 이제 뮤테이션 사냥 못해. 그럴 기량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장비도 없어.”

“선배가 하는 거 아니야. 사람을 보낼 거야.”

“사람?”

“프리랜서 헌터.”

그 프리랜서 헌터는 전쟁 전에도 보기 어려운 빈티지 모터사이클을 타고 내 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 코트와 가죽 바지를 입은 그의 체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차돌처럼 단단한 이미지였고 그 얼굴은 동안이면서도 나이가 들어 보였다.

“백승현입니다.”

첫 만남부터 그는 나를 탐색하듯 내 전신을 위아래로 스캔하고는 뭔가 알았다는 듯 야릇한 미소를 머금으며 콧소리를 냈다.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유형이라 최대한 말을 아끼고 할 말만 이야기했다.

내 조건은 세 가지였다.

“전투에 참가 하지 않을 것이고 돕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일몰 전까지만 동행할 겁니다.”

백승현은 피식 웃었다.

잠자코 있자니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학교 나온 박규씨 맞지? 전설의 13기 출신.”

“갑자기 뭔 소린지.”

“나도 같은 학교 나왔으니까. 12기.”

“······.”

“찬란하게 우뚝 선 시련의 성채~ 우리는 찬란한 옥처럼 스스로를 갈고~ 삼각산 정기를 받아 시대의 도인으로 거듭나네~”

갑자기 이 사람, 노래를 부른다.

기억에 있는 멜로디, 교가다.

반년 정도 쓰다 촌스럽다는 항의로 사라진 교가를 아는 걸 보니 마냥 헛소리를 하는 것 같진 않다.

자세히 보니 어렴풋이 기억에 남은 얼굴이다.

최소 몇 번은 교정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물론 그때는 나도 이 사람도 좀 더 미숙하고 덜 때가 묻었겠지만.

“그 박규씨가 이런 곳에 있다니. 놀랄 노자네.”

“옛날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나 같은 열등생이야 뭐 망할 거 알고 있긴 했는데. 당신 같은 우등생이······.”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강하게 주었다.

매서운 눈빛에 백승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사과했다.

“쏘리. 노 코멘트.”

그는 모터사이클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작전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미 가까이 가기도 전부터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고 현장에 도착하자 떨어져 나간 살점과 털, 핏물과 어수선한 발자국들이 혼란하게 뒤섞여 있었다.

“이건?”

백승현이 씨익 웃었다.

“실은 당신 만나기 전에 그것들이랑 한바탕 어우러졌거든.”

백승현은 바이크에 실린 육중한 무기를 손으로 툭툭 쳤다.

21식 대구경 헌터 라이플.

말 그대로 헌터 장비로 몬스터 - 뮤테이션 사냥용이다.

“전에 사람 피맛을 봤는지 적극적으로 달려들긴 하던데 엄살이 심하더라고. 찰과상 몇 개 입혔을 뿐인데.”

솔직히 프리랜서 헌터라고 해서 우습게 보았다.

정정하겠다.

백승현은 강하다.

분석이고 관찰도 없이 야지에서 굼뜨고 느린 볼트액션 소총만으로 뮤테이션 3마리와 붙어 박살을 냈다는 건 어지간한 배짱과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최소 A급이다.

나라면 A급 평가를 줄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어서 당신과 접선한 거지. 짐승 주제에 피를 지우고 도랑으로 이동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나.”

그가 날 찾은 목적은 하나다.

상처 입힌 고양이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

그런데 내가 어떻게 아나.

고양이 탐정도 아닌데.

가만, 떠오르는 얼굴 하나가 있긴 하다.

구찌, 에르메스, 잭필드에게 밥을 주던 이름 모를 여인이 해묵은 숙제처럼 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

버려진 독채 아파트는 쓰레기와 낙엽으로 가려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리창이라는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구식 베란다에서 흘러나온 붉은 물이 피눈물처럼 아파트 곳곳을 섬뜩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싸구려 아파트네. 연식은 못해도 40년은 훌쩍 넘겼겠어.”

백승현이 날선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마트도 없고 상가도 없어. 온통 논밭뿐. 여기 사는 사람 전부가 농사 지을 정도로 주변 농지가 넓지도 않아 보이는데.”

그는 묻지도 않은 감상을 보란 듯이 떠들고는 아파트를 가늘게 뜬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이 주변에 사람이 살만한 곳은 여기뿐이네.”

과연 그 아파트엔 얼굴을 가린 여인이 숨어 있었다.

백승현은 사람을 잘 다뤘다.

정확히는 사람을 가축처럼 잘 모는 재주가 있었다.

“아줌마.”

백승현이 휴대폰 액정을 내밀었다.

“이것들 알지?”

“······.”

“아줌마. 입 꾹 닫고 있지 말고 말해 보라고. 이것들이 몇 명이나 죽인 줄 알잖아?.”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없기는.”

“우리 아가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요!”

백승현이 코를 킁킁거렸다.

그는 아파트 뒤편으로 돌아가더니 피 묻은 옷가지 하나를 들고 나왔다.

“죽은 사람 중엔 내 와이프도 있었어.”

그가 든 옷은 어째서인지 남자 옷이었지만 그 시점에서 여인이 울음을 터뜨렸기에 대화는 중단됐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괜찮습니까?”

내가 먹으려고 챙겨 왔던 캔커피까지 내밀었다.

선물이란 건 시대를 불문하고 여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인 모양이다.

마냥 흐느끼던 그녀가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입을 열었다.

“······그날 아파트 사람들이 저만 쏙 빼놓고 자기들끼리 방공호에 들어갔어요. 새마을 운동할 때 지은.”

그녀가 방공호 쪽을 가리켰다.

“뒤늦게 도착했을 땐 문이 닫힌 상태였죠. 두드리고 소리쳐도 문을 안 열어줬어요. 밖에서 죽으라는 소리였죠. 평소 고양이 밥 준다고 사이가 나빴거든요. 그런데 그때 잭필드가 야옹! 하고 나타난 거예요.”

그녀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눈물을 닦았다.

“그 녀석이 지하실로 안내하듯 앞서가더라고요.”

눈썹마저 녹아버린 그녀의 눈가는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흉했지만 그 눈망울은 동물을 따르게 하는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그 아이들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거죠. 아이들도 저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거고요.”

“방공호에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안 봐도 뻔할 것 같다.

환기구 쪽에 검은 그을음이 망령처럼 새겨져 있는 걸 보면.

“안에서 불이 난 거 같아요. 연기가 나며 비명이 나더라고요. 그날 내내.”

이 여자의 생존 비결이 밝혀졌다.

작은 아파트 주민이 전부 죽어버렸다.

작은 아파트라고 하나 60세대다.

60세대 분 물자가 한 사람에 귀속됐다는 소리다.

백승현이 말한 것처럼 외딴곳에 자리 잡은 쓰러져가는 아파트라 약탈자도 쳐다보지 않았던 모양.

“지금은 밥 안 주시죠?”

“네. 지금은 너무······ 커 버려셔···.”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습니까? 다음엔 저 사람보다 더 막 나가는 사람이 올지도 몰라요.”

내 재촉에 그녀는 결심하려는 듯 내게 받아든 커피 캔을 따려 했다.

알콜성 수전증 때문인지 캔조차 따지 못해 내가 대신 따주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커피를 받아들었다.

내 체온을 머금은 커피를 마시며 그녀는 먼 곳을 바라봤는데 아마도 모종의 결의를 다지려는 모양이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어요.”

그녀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버려진 논으로 통하는 도랑 쪽이었다.

그녀가 안내하며 간략하게 이 장소의 의미를 소개했다.

“제가 그 아이들을 여기서 발견했죠. 어미한테 버림받은 걸 제가 돌봤어요.”

그녀의 감은 정확했다.

핏자국이 있다.

“에르메스~ 구찌~ 잭필드~!”

그녀가 애타게 그녀의 짐승들을 불렀다.

나와 백승현은 멀찌감치 떨어진 뒤편에 서 있었다.

가급적이면 백승현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차갑게 물었다.

“굳이 이런 식으로 해야 하나?”

백승현이 여인에게 조끼를 입혔다.

폭탄 조끼를.

뮤테이션에게 산채로 찢겨 죽는 것보다 이쪽이 덜 고통스럽다는 그의 의견엔 동의하지만 이건, 인간적으로 글러 먹었다.

“그건 죽은 사람들도 저 아줌마한테 묻고 싶은 말일 거야.”

도랑 안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거대한 야수들이 나타났다.

뮤테이션이다.

백승현이 기폭 스위치에 손가락을 올렸다.

딱히 할 말은 없다.

심정적인 영역을 떠나 그의 판단은 타당하니까.

학자들은 말한다.

뮤테이션은 너무나 똑똑하기에 길들일 수 없다고.

그것이 인간을 공격하는 건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는지 알기 때문이다.

신의 가장 온순한 양이었던 인간이 가장 격렬한 신의 비난자가 된 것처럼 뮤테이션은 인간을 스스로 선택해서 증오한다.

이것이 뮤테이션의 공격성에 대한 통설이다.

그런데.

“야옹.”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뮤테이션들이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

마치 변하기 전처럼, 그녀의 손길을 다투며 엉겨 붙던 그 시절의 고양이들처럼 사자만 한 대가리를 경쟁적으로 들이밀며 폭탄 조끼를 두른 그녀의 몸에 몸을 비벼대고 있는 것이다.

“봐요. 우리 아가들이 얼마나 착한데요. 이렇게 됐는데도······.”

“······.”

부정할 수 없던 통설을 이름 모를 여인과 그녀의 고양이들이 정면에서 반박했다.

그러나 그 짧은 기적은 현실에 매몰된 사내의 손끝에서 순식간에 삭제됐다.

찰칵

단조로운 스위치 타건음이 울린 직후 폭발이 일어났고 빛과 굉음이 모든 걸 삼켜버린 것이다.

“좆같이 일하시네.”

아마 처음일 것이다.

백승현을 진지하게 쳐다본 건.

시종일관 날 빤히 관찰하던 백승현은 그때만큼은 내 시선을 회피했다.

“······좆같은 세상이니까.”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를 낸 후 그는 도망치듯 현장을 떠나버렸다.

여인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뮤테이션 한 마리만이 하반신이 날아간 채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식어가는 눈으로 날 힘없이 올려다보았다.

“네가 잭필드구나.”

세 마리 중 제일 못생긴 놈은 마치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흡을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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