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깡패
총기는 아마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효율적인 무기일 것이다.
특히 인간 상대로 대단히 유효하다.
단지 인간을 쏴서 죽이거나 부상을 입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인간과 교류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총기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행동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겸손하게 만드는 예절 주입기라고 할까.
대인 상대 공격력은 말할 것도 없다.
애당초 총기 자체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든 무기가 아니던가.
몬스터나 좀비 상대로는 위력이 반감된다는 말이 있지만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나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겠다. 물건이란 다 쓰기 나름이다.
아무튼, 멸망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총기가 필요하다.
누누이 말했듯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니까.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총기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미국에 가서 종말에 대비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도 일장일단이 있다.
개나 소나 총기로 무장한 나라가 무너지는 거랑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가 무너지는 거랑 초반 체감 난이도는 하늘과 땅 차이일 테니까.
한때 유행했던 배틀로얄 게임을 생각해보라.
비행기에서 착지하자마자 닥 총질하면 뭔 재미가 있겠는가.
파밍도 하고 주먹질도 하며 아웅다웅하게 싸우는 시절도 있어야지.
물론 나한텐 처음부터 총기가 있어야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김노인이 살아 있을 때 일이었다.
김노인은 사냥용 엽총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평시엔 경찰서에 보관하지만 해수 구제 시즌엔 어김없이 꺼내 엉터리 사격 실력을 과시하곤 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여. 공비 새끼들이 침투했지. 내가 아카시아 덤불 뒤에 숨죽이고 숨어 있다가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공비 놈 미간에 딱하고 멸공의 탄환을 박아 넣어버렸지!”
나중에 개인적 인맥으로 알아본 결과 김노인은 방위였고 공비 토벌 작전에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김노인의 엽총 자체는 나름 쓸만한 무기다.
산탄총이라 저지력도 높고 사격에 능하지 않은 사람도 적절히 다룰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 무기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내 시선은 인근 공군기지를 늘 주시했다.
미군과 함께 쓰는 기지라 미군 장비도 있고 찌라시에 따르면 대 몬스터 특화 병종 - 헌터도 몇 명 상주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헌터 장비를 얻을 수 있다면 최상의 결과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다량의 총탄과 전투 소총 몇 정이다.
그런데 그게 녹록지 않다.
무슨 수로 국군과 미군이 함께 경비 서는 공군 기지에 침입해 무기와 탄약을 빼 올 것인가.
당초 생각한 계획은 조금은 러프했다.
중국과 전쟁이 일어나면 저 공군기지는 1순위 타격 대상이다.
주한미군 기지가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본 중국 전쟁 계획에 의하면 집 옆 미군 기지는 선제 핵 타격 대상이다.
일단 핵이 투발되고 기지가 개판이 나면 유유히 방호복을 입고 총기와 쓸만한 것을 수거한다.
이것이 최초의 러프한 계획이었다.
터무니없는 것 같지만 양질의 무기를 얻으려면 이 방법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동남아 갱이나 러시아 선원을 통해 무기를 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들이 취급하는 건 기껏해야 권총이 전부니까.
그런데 막상 부딪친 현실이 생각보다 거칠고 세상의 흐름 또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자 천하의 나, 박규도 슬슬 조바심을 느꼈다.
SKELTON : 한국이나 일본 같은 치안이 안정되고 총기가 금지된 나라에서 어설트 라이플 같은 본격적인 무기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뭐든 단톡방이니 커뮤니티를 만드는 세상이다.
다가올 멸망에 대비하는 자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존재한다.
나와 같은 세계의 별종들이 모인 멸망주의자 커뮤니티 ‘비바! 아포칼립스!’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계적 사업가 멜론 마스크가 개발한 위성 인터넷 장비 ‘갤럭시 링크’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월회비 100달러라는 거금을 내야 한다.
호화로운 사전 준비물에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꽤 많은 이용자가 있었고 한국어 게시판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유니크한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한국어 게시판에 질문 글을 올렸다.
곧 여러 개의 리플이 달렸지만 영양가 있는 내용은 없었다.
파출소나 소규모 군부대를 뜻을 함께 하는 동지와 함께 습격해서 무기고를 털라는 식의 무책임한 제안이 대부분.
내가 평소 존경하던 정신적 멘토 “존내논”의 의견도 도움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치안이 그리 녹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기야 털려면 털 수 있겠지만 길목마다 고해상도 CCTV로 도배된 나라에서 그딴 짓을 하고도 안전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월 정액 100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가입한 커뮤니티도 뾰족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던 찰나, 의외의 장소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이거, 방공호죠? 그 요즘 멸망론자들이 짓고 있다는.”
제안자의 이름은 김왕수로 첫 방공호 건설을 맡긴 건설업체 직원이었다.
그의 국적은 중국, 즉 조선족이다.
김왕수가 정체성을 밝히기 전까지 나는 그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줄 알았다.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고 옷도 더 잘 입었고 더 세련됐고 유행에 민감한 말투를 구사했으니까.
텅 빈 땅에 방공호를 만들어달라는 나의 의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다른 직원과 달리 김왕수는 방공호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중국에도 그런 사람들 많아요. 당간부, 당에 연줄 있는 자본가 애들이 앞다투어 농촌 지역에 방공호를 펴고 있죠. 사장님꺼보다 훨씬 크고 본격적인.”
관심만이 아니다.
김왕수는 상당한 지식과 식견은 물론 내가 잘 모르는 중국 쪽 정보도 갖고 있었다.
“전쟁요? 뭐, 늦으나 빠르나 언젠가는 일어나지 않겠어요? 서방측 뉴스엔 안 나오지만 내몽골쪽 주위로 인접한 성(省)은 죄다 몬스터에 먹혔거든요. 못 해도 수억 명은 죽지 않았을까요? 당이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솔직히 다 끝났죠. 시간의 문제일 겁니다.”
그는 내 방공호와 그 방공호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나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나이 차 저와 별로 안 나시는 모양인데, 돈 많이 버셨나 봐요? 이런 넓은 땅에 저런 장비까지 골고루 들이시고.”
“코인 대박이 났죠.”
사실 난 코인은커녕 주식조차 한 적 없는 극안정성향 투자자이다.
빚은 좀 지긴 했어도.
“코인. 와-.”
김왕수가 주위 눈치를 살피며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총 같은 거, 마련하셨나요?”
“총요?”
“네. 진짜로 세상이 멸망한다면 든든한 총기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훌륭한 방공호를 짓고 물자를 비축해봐야 강도한테 아사삐면 실 말, 말짱 도루묵 아니겠습니까?”
김왕수가 보란 듯이 연변 사투리를 썼다.
그것도 어색할 정도로 과도한.
아마도 자신이 그쪽과 커넥션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뜻으로 보였다.
업체 내에서 김왕수는 성실하고 싹싹하며 영리해서 신뢰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홍부장이라는 10년 경력 아웃사이더보다 더 인정받을 정도로 말이다.
확실히 영리하고 똑 부러진 사람이긴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56식 셋. 탄약 300발. 서비스 탄창 3개.”
소총만 세 정에 300발이라는 썩 괜찮은 숫자의 탄환을 제시한 것이다.
가격은 꽤 높게 불렀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준수한 총기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니까.
방공호 공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김왕수가 나를 불러냈다.
“사장님. 준비는 다 됐습니다. 날짜를 잡죠?”
그 시점 기준으로 나는 김왕수를 조금은 경계하고 있었다.
사설 탐정에게 의뢰한 결과 김왕수가 연변 조선족 깡패 출신이 아닌 본토 한족이 주축이 된 삼합회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걸 알아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 김왕수와 접선했다.
“잠깐만 기다립시다. 일행이 물건을 가지고 올 겁니다.”
산업폐기물이 가려주는 으슥한 곳에서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말없이 머물렀다.
날씨는 쌀쌀했다.
공기 자체는 차갑지 않았지만 구름이 많이 끼었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김왕수의 음울한 배경도 추위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이 길어지는 동안 김왕수는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보았다.
슬쩍 액정을 보니 그를 닮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딸인가요?”
“네. 제 딸입니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김왕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홍조와 함께 떠올랐다.
“일곱 살쯤 됐겠네요? 고 녀석, 귀엽네요.”
“하하 귀여운 건 맞지만 어찌나 별난지, 참 애를 많이 먹이죠.”
김왕수는 그 딸과 메신저를 주고받는 것으로 보였다.
익숙한 메신저 화면에 딸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모티콘이 표시되어 있었다.
펭귄 캐릭터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언제 오냐고 묻는 이모티콘.
김왕수는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간자 중국체로 대답했다.
아마 곧 돌아가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곧 덤프트럭 한 대가 덜컹거리며 김노인의 땅을 가로질렀다.
“저! 저!”
집 안에 있던 김노인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성질을 부리려 하지만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툴툴거리며 다시 집안에 들어가 버렸다.
덤프트럭엔 한 사내만이 타고 있었고 특별한 습격이나 배신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시작하죠.”
우리는 사전 약속에 따라 덤프트럭에 내 땅에 널린 산업폐기물을 적재했다.
내가 굴착기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폐기물을 덤프트럭 안에 싣는 동안 김왕수의 동료는 조수석에 있는 진짜 물건을 내려놓았다.
물건은 확실했다.
세 정의 56식 보총에 300발의 7.62mm 탄환.
보존 상태도 양호했고 작동도 문제가 없었다.
걱정했던 김왕수 일행의 배신도 없었다.
다만 마지막에 약간의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덤프트럭에 올라타려던 김왕수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위협적일 정도로 민첩한 몸놀림으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
순간 나는 급습을 예상했고 만일의 사태에 주머니 안에 숨겨진 무기까지 쥐었지만 사태는 싱겁게 흘러갔다.
“혼자 사시나요?”
아주 잠깐, 그에게서 섬뜩함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니오. 일행이 곧 올 겁니다.”
“아, 그러세요?”
“문제가 있나요?”
“아니, 혼자 쓰기엔 지나치게 넓은 방공호가 아닌가 싶어서요.”
“제가 넓은 집을 좋아해서.”
“전 고시원 한 칸도 살만한 거 같던데.”
“혹 문제가 생기면 오세요. ”
“그래도 될까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깡패라고 하나 근본은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목수 실력도 상당한 편이고 깡패까지 할 깡다구가 있다면야 같은 편으로 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다.
딸이 보낸 문자를 보고 미소짓던 그 모습은 그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다시 보게 할 정도의 따스함을 머금고 있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왜요?”
“아, 곧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거든요.”
“중국요?”
“상해입니다.”
나는 김왕수가 여전히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가 상해라는 지방을 힘주어 말할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왕수에게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3년 후다.
전쟁이 가시화되고 세상에 파국이 올 것이라는 것이 거의 명약관화해진 시점의 일이었다.
첫 번째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모르는 번호다.
첫 번째 휴대폰은 3년 이전 시점에만 사용했고 그 이후로는 계약만 유지한 채 쓰지 않는 물건이다.
한 번 끊긴 전화로 다시 한번 같은 번호로 연락이 왔다.
느낌이 싸하다.
방공호 안에 완비된 폐쇄회로 화면들을 살펴 내 영역 안에 모르는 차량이 한 대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차량 앞에 한 사내가 초조한 얼굴로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타들어 가는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를 만날 것인가, 아니면 무시할 것인가.
내 선택보다 김왕수의 선택이 빨랐다.
그가 차량의 문을 열고 안이 보이지 않는 내부를 향해 뭐라고 말한 후 방공호 쪽을 향해 무시무시한 민첩함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의 손엔 가죽 케이스에 쌓인 도끼가 들려 있었다.
그건 그렇고,
하필 도끼라니.
“······.”
첫 번째 휴대폰을 들어 두 번이나 착신음을 울린 번호를 향해 전화했다.
“오. 사장님?”
김왕수가 살갑게 전화를 받았다.
전력으로 달리는 중에도 그는 호흡 하나 흐뜨러지지 않았다.
“김왕수 선생님 아니세요?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한국을 떠나기 전에 잠시 인사를 드리려고요.”
“인사요?”
“어디세요?”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김왕수가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시원한 마스크로 환한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그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10보 거리.
그가 갑자기 발을 박차고 쇄도했다.
나처럼 팔목 안에 숨겼던 도끼가 드러나며 날을 감싸고 있던 가죽케이스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포물선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도끼를 보며 나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푹!
도끼가 사람의 어깨와 목 사이에 깊숙이 박혔다.
김왕수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다.
김왕수는 경악한 얼굴로 자신의 몸에 도끼날을 박아넣은 나를 향해 가까스로 고개를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목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근육이 움찔거릴 때마다 도끼가 파헤쳐놓은 살점과 육괴 사이에서 선혈이 솟아 나올 뿐이었다.
그가 나를 볼 수 있게끔 도끼에서 손을 떼며 옆을 향해 한 걸음 움직였다.
김왕수가 발작적으로 움직이며 도끼를 아무렇게 휘둘렀다.
그의 도끼는 그러나 간발의 차이를 두고 내 앞으 허무하게 가를 뿐이었다.
“구, 군인······?”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 조폭?! 아니······!!”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얕은 한숨을 내쉬며 죽어가는 그를 노려보았다.
“원한다면 자리를 내어줄 수 있었다.”
김왕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쌰, 썅디메이······.”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풀썩 쓰러진 그의 주머니 위로 휴대폰이 튀어나왔다.
아직 식지 않은 그의 얼굴로 잠금을 해제하자 전에 보았던 메신저 화면이 나타났다.
중국어 간자체로 가득한 대화창은 읽을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 발매한 이모티콘은 내게 기시감을 안겨다주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언제 와? 라고 묻는 펭귄 캐릭터.
“······후.”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핵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이 고막을 찢을 듯이 포효하고 있었으니.
당시 시점으로 우리의 김노인은 살아 있었다.
*
폭풍이 지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가이거 계수기가 나가도 좋다는 수치를 삑삑거리며 알려줬다.
방공호 안에 고이 숨겨 두었던 낡은 사륜차를 타고 공군기지 쪽으로 향했다.
혹시나 해서다.
그런데.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절로 입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무너져내린 건물 너머로 총기와 무기가 한가득하다.
기대했던 헌터 장비는 없지만 이 정도만 해도 총대박. 일인군단을 꾸리고도 남을 분량이었다.
대충 세상이 망한 후 군부대에서 무기를 탈취한다는 나의 러프한 계획이 결국 정답이었던 것이다.
김왕수가 타고 온 차량이 있던 쪽을 보았다.
검게 타버린 차량이 보기 흉하게 누워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해본다.
나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그와 그의 가족은 살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