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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영감님과 함께-156화 (151/195)

어느 날 갑자기, 영감님과 함께 156화

정소영이 태화가 있는 테이블로 간단한 먹을 것을 가지고 왔다. 이를 본 태화가 정소영을 보며 말했다.

“이거 쿠키네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간식도 챙겨주시고.”

“당연히 챙겨줘야지. 태화 너는 여기서 일했던 알바였지만 특별한 알바였어.”

“네?”

“태화 네가 일했을 때 매출이 제일 좋았거든.”

정소영의 말은 농담이 아닌 사실이었다. 태화가 그만두고 나서 카페 ‘민들레’의 월 매출은 태화가 알바했던 그 시기를 넘은 적이 없었다.

정소영의 말에 한재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태화. 너 여기서 다시 일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한재영의 말에 정소영이 반응했다.

“나야. 그래 주면 고맙지.”

정소영이 태화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즐거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좋은 일이……. 당연히 있죠.”

“오. 그래? 나한테도 알려주면 안 돼?”

“그야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태화는 정소영을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서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해왔다. 그건 정소영도 <내 복권 내놔!>를 제작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정소영은 태화를 카페에 채용을 해주었고 여러 가지로 태화의 편의를 봐주었다. 특히 태화가 알바를 관두고 카페 ‘민들레’에서 스태프들과 회의할 때도 여러 가지로 편의 봐줬다. 태화도 이 부분에 관해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태화는 말을 하기 전 정소영을 보았다. 정소영은 어느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표님. 제 영화 완성된 건 알고 계시죠?”

정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알고 있어. 영화 제목이 <내 복권 내놔!> 맞지?”

“잘 알고 있네요.”

“제목이 독특해서 잊어버리기 쉽지 않지.”

“하긴 그렇긴 하죠.”

“근데 네 영화 어떻게 되는 거야?”

“대표님. 혹시 부성 국제 영화제 알아요?”

“응. 알지. 꽤 유명한 영화제잖아. 역사도 있고…….”

“맞아요. 그 영화제에 <내 복권 내놔!>가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어머. 진짜?”

“네. 어제 계약서에 싸인하고 왔어요.”

“태화야. 정말 잘됐다. 아니지. 이제는 서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태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마요. 오히려 어색합니다.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이름 부르면 됩니다.”

“알았어. 나야 그럼 좋지. 그런데 정말 잘 됐다. 부성 국제 영화제 본선 진출이면 상당한 성과 아니야?”

“그렇죠. 부성 국제 영화제에서의 성과에 따라서 나중에 극장 개봉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나 되게 신기하긴 하다.”

“신기해요?”

“그래. 내가 아는 사람이 만든 영화가 부성 국제 영화제에 진출했다는 게 너무 신기해…. 내 주변엔 예술 하는 사람이 없거든. 그런데 유일하게 한 명 알고 있는 사람이 태화인데 태화가 부성 국제 영화제 진출했으니까.”

그때였다. 카페 카운터에서 일을 보던 알바생이 정소영을 불렀다.

“저기. 대표님.”

정소영은 알바생이 자신을 부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 재밌게 놀다가.”

정소영의 말에 태화가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소영이 카운터로 돌아가고 얼마 후 알바생이 태화가 있는 테이블로 약간의 쿠키를 가지고 왔다.

“이거 대표님이 갖다 드리라고 해서요.”

정소영은 뭔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태화가 대표로 고마움을 표했다.

“네. 대표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네. 아, 그리고 커피 리필 하실 거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바생은 정소영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한재영이 피식 웃으며 태화에게 말했다.

“역시. 이곳 대표님은 성격이 화끈하다니까.”

“그렇지.”

태화가 이우섭과 김현석을 보며 말했다.

“우섭이하고 현석이는 부성 국제 영화제 참석하는 거지?”

이우섭은 태화의 물음에 바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이우섭에 이어 김현석이 대답했다.

“네. 저도 당연히 참석합니다. 이런 기회 다음에 없을지 모르잖아요.”

“현석이 네 말이 맞는다.”

“근데. 정원석 님에게는 아직 이야기 안 했죠?”

“그래. 아직 이야기 안 했어. 나한테 1순위는 바로 너희들이니까.”

태화의 방금 발언은 정원석이 들으면 순간 실망할지도 모르는 발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은 태화의 진심이었고 이우섭과 김현석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태화의 말을 들은 이우섭과 김현석은 잠깐 말을 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한재영이 살짝 놀리듯 말했다.

“너희 두 사람 우냐?”

한재영의 말에 이우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울긴 누가 운다고 그럽니까?”

“지금 우섭이 네 눈가가 촉촉한데?”

한재영이 시선을 김현석에게 돌리며 말했다.

“현석이도 마찬가지고.”

김현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감정이 올라오긴 하네요.”

태화는 이우섭과 김현석의 심정을 이해했다.

[영감님. 아마도 이우섭과 김현석의 머릿속엔 <내 복권 내놔!>를 참여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이 영화처럼 지나가고 있겠죠?]

[그럴 걸세. 이우섭과 김현석. 둘 다 자네처럼 첫 번째 작품이니까. 항상 첫 번째라는 건 그런 거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

태화는 이우섭과 김현석을 먼저 보냈다. 그리고 태화는 한재영과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자고 제안한 건 태화가 아니라 한재영이었다.

“태화야. 좀 걸을까?”

“그러자.”

태화와 한재영은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화는 한재영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가지 사실이 기억이 났다.

“그런데 재영아.”

“왜?”

“내가 부성 국제 영화제 사무국에 계약하러 갔을 때 담당자가 있었어.”

“누군데?”

“안주원 팀장이라고. 사무국 기획팀장이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박지형 팀장님 알던데?”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래?”

“응. 박지형 팀장님은 너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계에 발이 넓어.”

“발이 넓다?”

“그래. 태화 너도 겪어봤지만, 박지형 팀장님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격이 아주 좋잖아.”

“응. 박 팀장님 성격 아주 좋지.”

“그래서 박 팀장님 주변엔 박 팀장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적을 만들지 않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너도 알겠지만, 영화판이라는 곳이 몇 다리만 건너가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

“하지만 내 느낌은 단순히 몇 다리 건너서 아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럼. 나중에 박 팀장님한테 한번 직접 물어봐.”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해야겠다.”

“그런데 너 영화제에 누구 데려갈 거야?”

“글쎄. 나도 고민 중이긴 한데…….”

“너 고민할 필요 없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대부분 스태프는 차기작 때문에 시간이 대부분 안 될 거야.”

태화가 한재영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 또 나 모르게 일을 진행했구나.”

“뭐. 피디로서 당연한 거 아니냐?”

한재영은 태화에게서 어제 소식을 듣자마자 단체 문자를 돌렸다. 그 결과 대부분 스태프 일정이 차기작 문제로 영화제 참석이 어려웠다.

한재영이 태화를 향해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철이 형이나 민석이 형은 가능하다는 거야. 물론 윤주 누나도 가능하고.”

“그 세 사람이 영화제 참석한다면 일단 오케이다. 주요 스태프가 다 참석하는 거니까.”

“그렇지. 일단 그림은 만들어진 거잖아.”

이한철과 정민석은 카메라와 조명을 담당했던 스태프고 영화에서 기술 스태프로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

며칠 후

태화는 영화제 참석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영화제 참석하는 데 무슨 준비가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의외로 부성 국제 영화제 사무국에선 태화에게 여러 가지 사안에 관해서 태화와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 GV 행사와 관련해선 아직 사무국 차원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은 상태였다.

어쨌든 태화는 라이브 바 템플로 향했다.

[부성 국제 영화제 사무국에서 GV와 관련해서 뭔가 결정이 난 후 자네가 밴드 엔을 만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사무국 측에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하니까요. 그렇다고 밴드 엔과의 미팅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네. 어쨌든 신뢰의 문제니, 말일세.]

태화는 라이브 바 템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태화가 템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템플 바는 아직 영업 개시 전이어서 손님은 없는 상태였다. 대표인 함지훈과 밴드 엔의 멤버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박수 소리와 함성은 꽤 컸다.

태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는 한 수십 명이 저를 열렬히 환영하는 줄 알았습니다.”

태화의 말에 함지훈이 대답했다.

“그랬다면 다행이군요. 감독님.”

“네?”

“저희가 의도했던 결과니까요.”

함지훈이 벤드 엔의 멤버들을 보며 말했다.

“제대로 텐션 한번 발휘해 보자고 이 녀석들하고 이야기했었거든요. 뭐, 양보다는 질이라고 봐야죠.”

“아. 그랬군요.”

“저기 성관이는 드럼까지 치는 거 어떠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건 말렸습니다.”

태화가 함지훈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건 말리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독님은 우리의 환대를 받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환대받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솔직히 GV 행사와 관련해서 아직 부성 국제 영화제 측에서 연락받지 못했습니다.”

그때였다. 태화와 함지훈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리더 오창민이 발언했다.

“전 오히려 그래서 감독님이 좋습니다.”

“네? 전 아직 밴드 엔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습니다.”

“감독님은 솔직해요. 뭔가 우리한테 숨기지 않잖아요.”

오창민의 발언에 이어 밴드 엔의 김우진이 발언했다.

“나도 창민이 말에 동의합니다. 창민이가 감독님과 작업을 함께 하기로 한 것도 바로, 그 솔직함입니다. 창민이는 감독님의 솔직함에 걸었습니다. 저는 말렸지만…….”

김우진의 발언에 이어 이채연이 말했다.

“난 우진 오빠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아요. 감독님.”

이채연의 발언에 김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어련하시겠어? 너야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니까.”

이채연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여자가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 게 무슨 문제 있어?”

“딱히 문제는 없지.”

“내가 볼 땐 창민 오빠가 단지 감독님의 솔직함 때문에 걸지는 않았다는 거야.”

이채연이 오창민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지 않아?”

태화는 순간 민망함을 느꼈다. 그 민망함이란 태화 자신이 밴드 엔 멤버들 사이에 논쟁의 중심이라는 사실이었다.

[영감님.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렇지 않네.]

[뭡니까? 무슨 싸움 구경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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