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엑스트라 왕자는 세계정복을 시작한다-212화 (212/214)

제212화. 허수아비의 기도 (13)

내가 숲 전체에 일으킨 폭발로 숲에 가득 차 있던 음차원의 마력이 하늘 위로 솟아 올라갔다.

덕분에 음차원의 마력의 잔재였던 검은 안개가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여 평범한 숲처럼 보였다.

“주군, 듀라한이…!”

음차원의 마력이 사라지자 숲의 마력으로 유지하고 있던 듀라한의 형체가 흩어지려 했다.

“허수아비, 저거 사라질 것 같은데 아직도 넘길 생각 없어? 나나 아바스엘이라면 유지할 수 있는데.”

허수아비의 힘으로 만들어진 듀라한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도로시와 허수아비의 사역 계약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을 때나 유지가 가능했다.

“어차피 넌 유지도 못 하잖아. 그냥 소멸하게 둘 바에는 그냥 우리에게 넘겨서 전력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어? 우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깐부잖아. 봉인 안 풀 거야?”

내 능글맞은 미소에 허수아비는 갈등했다.

“네가 마력을 날려서 이렇게 된 거지 않나!”

“이거 왜 그래? 어차피 봉인을 풀려면 봉인을 유지하는 마력을 한 번은 날렸어야 했어. 내가 봉인을 풀 준비라고 말했잖아. 어어? 듀라한 이러다 다~ 죽어~.”

내 호들갑에 허수아비는 듀라한을 바라봤다.

듀라한의 영체가 조금씩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가루가 되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칫! 좋다, 넘기겠다. 대신 도로시의 봉인은 확실히 풀어줘야 할 거야.”

“하하하, 걱정하지 마. 내가 도로시를 만나러 온 거라 했잖아. 여기까지 와서 얼굴은 보고 가야지.”

허수아비는 랜턴이 달린 지팡이 끝을 땅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랜턴에서 푸른 도깨비불 32개가 나왔다.

저 창백한 화염은 허수아비가 수확한 듀라한들의 영혼이었다.

도깨비불은 잘려 나간 머리의 형태로 변했다.

듀라한들이 머리 없이 돌아다니더만 머리는 주인이 보관하는 형태였나?

하기야, 그편이 통제가 쉽긴 하겠다.

“아주 실한 놈들만 있구만.”

나는 빌리의 마도서를 들고 사령술로 마력과 영혼의 파장을 맞춰 듀라한의 영혼을 받아들이려 했다.

“쓰읍! 이 허약한 몸뚱이가 또!”

하지만 이 허약한 몸은 서른이 넘는 영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많아야 열 위(位)인가?

그것도 생전 초인의 영혼을 받아들이면 셋이 최대다.

“아바스엘,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겠어?”

“받아들이는 것만이라면 모두 받아들일 순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당장 활용이 힘들겠습니다.”

아, 그렇구나. 활용도 생각해야 되는구나. 생전 초인이었던 둘을 제외하고 남은 스물아홉도 언데드가 되면서 초인급이 되었다.

언데드가 되면 육체적으로는 약해지지만 마력이 증폭되기에 마력을 다루는 이는 어지간해선 생전보다 강해졌다.

“좋아, 그럼 내가 이놈이랑, 이놈을 가져갈 테니까 나머지는 아바스엘이 가지고 있다가 제이드에게 반 정도 넘겨줘.”

인형을 다루는 실루아에겐 언데드 부하는 필요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와 아바스엘은 듀라한의 영혼을 받아들였다.

내가 받은 건 철완 루실후르와 남자 검사 하나, 아바스엘이 전대 ‘아르카나 07, 전차’와 나머지의 영혼을 수확했다.

허수아비가 귀화를 담은 랜턴에 영혼을 보관했던 것처럼 나는 ‘빌리의 마도서’에, 아바스엘은 아공간에서 꺼낸 ‘불사조의 정장’을 얻기 전 사용하던 마법 지팡이에 영혼을 담았다.

빌리의 마도서 정도로 사령술에 특화된 마도구가 아니었으면 내 마법 실력에 생전 초인이었던 영혼은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거다.

듀라한들의 영혼을 얻은 나와 아바스엘은 바로 듀라한의 몸을 회수했다.

“끄응, 생전 초인의 영혼은 역시 부담스럽군요.”

아바스엘은 마법 지팡이에 봉인 마법을 걸고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숲 중앙에서 음차원이 해일처럼 쏟아져 숲을 다시 음차원의 마력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허수아비는 당황했다.

“어? 어어?! 뭐야! 마력이 다시 채워지잖아!”

당황하던 허수아비는 화난 얼굴로 내게 따지듯 말했다.

“이럴 거였으면 안 줬지! 다시 내놔라!”

“응, 싫은데~”

봉인을 유지하는 마력을 이렇게 쉽게 치워버릴 수 있었으면 마녀 도로시가 봉인당하기 전에 치워 버리도록 수를 썼을 거다.

그래도 마력의 근원이 무한하지 않은 이상, 쐐기인 안전 가옥을 박살 내고 한번 마력을 싹 걷어낸 건 봉인에 큰 타격을 줬을 거다.

“야 이 사기꾼아!”

허수아비가 지팡이를 움켜쥔 채 날 노려보며 투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프레시아가 허수아비의 앞을 막아서며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당신을 도와드리는 도련님께 너무 무례하군요. 한 번만 더 도련님께 투기를 보낸다면 당신을 베겠습니다.”

프레시아와 허수아비는 서로를 노려보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전성기의 허수아비라면 프레시아라도 목숨이 위험했다.

하지만 마녀와 연결이 거의 끊긴 상대로 오랜 시간을 보낸 지금의 허수아비라면 프레시아가 이길 수 있다.

물론 만만치 않은 상대인 만큼 몇 시간은 죽어라 싸워야겠지만 말이다.

프레시아의 기백에 허수아비가 먼저 지팡이를 내렸다.

여기서 우리끼리 싸워봤자 적만 좋을 뿐이란 것쯤은 아무리 짚 대가리라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프레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허수아비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봉인은 거의 다 풀었….”

-우우우우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숲 중앙 방향에서 전신에 소름이 돋는 여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수아비도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자극받았는지 몸집을 부풀리며 살기를 내뿜었다.

“카르르르르-!!”

울음소리에 위협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주인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인지, 이성을 반쯤 잃은 허수아비가 지팡이를 거대한 낫으로 바꾸고 숲 중앙을 향해 달렸다.

울음소리를 들어보니 숲에 먼저 들어갔던 아르카나 녀석들이 숲 중앙에서 봉인을 건들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아르카나도 도로시에게 볼일이 있었군.

마침 잘됐다.

혹시라도 봉인의 틈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내가 곤란했거든.

덕분에 편해졌다.

“자, 우리도 쫓아가자.”

나는 계속해서 숲에 들어온 마법사들이 죽어라(물리) 뛰어다니도록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며 제이드에게 합류하라는 편지를 날려 보냈다.

숲에 있는 모든 이들이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응! 이걸로 서른일곱 채째에요!”

실루아는 인형들로 아르카나의 안전 가옥을 해체하고 귀화로 불태운 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뒤에서 길버트가 검기를 두른 검을 금고 문 틈에 박아 넣어 문짝을 잘라내 안에 있는 것들을 챙겼다.

콰직!

“어디 보자… 오팔은 이 주머니에, 섬광탄은 따로 챙기고….”

수첩에 노획한 물자를 기록하는 길버트의 뒤로 야드가 집중하며 마력사를 주변에 날려 보냈다.

“역시 못 찾겠군. 분명 먼저 숲 안으로 들어온 아르카나가 있을 텐데 말이죠.”

야드의 마력사는 그의 감각과 연결되어 정찰 마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스스로는 유안의 정령술에 비하면 별것 아닌 능력이라 평했지만 그의 마력사는 유안이 감지하지 못하는 종류의 것까지 감지해 낼 수 있어 낮잡아 볼 순 없었다.

“역시 숲 중앙에 있는 게 아닐까요? 제이드 오빠도 아마 그럴 거라 했잖아요.”

실루아의 추측에 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유안 군이 혹시 숲 중앙 외에 목적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니 수색해 보라 했으니까.”

야드는 마력사를 회수하며 뻐근한지 팔을 저어 어깨를 돌렸다.

아무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팔찌가 있더라도 마력 소모가 심한 탓에 오는 피로감이었다.

그때 숲 외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으앗! 깜짝이야!”

“폭발?! 이런 환경에서?”

거대한 폭발로 인해 숲에 가득 찬 음차원의 마력과 검은 안개가 상승 기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소멸해 버렸다.

비교적 중앙과 가까운 세 사람의 위치에서는 음차원의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연히 짙은 마력 탓에 느껴지던 압박감이 줄어들었다.

“설마 도련님이 일으킨 걸까요?”

“아무리 유안 군이라도… 아니, 그 유안 군이라면 가능할지도.”

길버트의 물음에 야드는 차마 유안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지금까지 봐온 유안이라면 충분히 저지르고도 남을 일이었다.

“우리 이제 다음….”

실루아가 유안의 계획을 다 마치고 다음 안전 가옥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하려던 그때 숲 중앙에서 짙은 음차원의 마력이 해일처럼 밀려 나왔다.

-우우우우우.

마력과 함께 섬뜩하면서도 슬픈 울음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으윽!”

길버트는 그 울음소리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갑작스럽게 감정이 역류하는 현상에 분노와 우울감이 치솟았지만 전신에 마력을 순환하며 부정적인 기운을 몸 밖으로 몰아냈다.

“실루아, 야드 씨! 괜찮습니까?”

길버트가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자 실루아는 전신에 보랏빛 마력 회로가 두드러지며 몸을 보호하고 있었고, 야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라일라?”

울음소리에 담긴 분노와 슬픔이 전신을 휘감으며 정신을 매몰시키려 했음에도 야드는 그리운 목소리에 정신을 잃지 않았다.

아니, 잃지 못했다.

-도망쳐, 야드. 당장 숲 밖으로 나가.

매일같이 그리던 목소리가 그를 걱정하며 도망치라 경고했다.

-마녀가 깨어나기 전에 어서!

귓가에 울리는 음울하고 비통에 찬 울음소리에 야드는 숲 중앙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딜 가십니까.”

야드의 팔을 붙잡으며 막은 건 어느새 그들의 곁에 온 제이드였다.

“중앙, 숲 중앙으로 가야 해…!”

다급한 목소리에 제이드가 야드의 머리를 붙잡고 마력을 퍼부었다.

울음소리에 당한 줄 알고 한 조치였으나 야드의 눈은 전과 변함없이 또렷했다.

“제이드 군, 손을 놔주세요. 나는 가야만 해. 라일라가 저곳에 있어.”

그 말에 제이드는 미간을 좁혔다.

“라일라라면 당신의 연인 말씀이십니까?”

야드가 절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중앙으로 가야죠.”

“고맙다.”

“하지만 그 전에 유안과 합류해야 합니다. 유안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제이드의 말에 야드는 초조해했다.

“기다릴 시간 없어!”

“냉정해지십쇼! 당신이 없으면 누가 라일라를 알아보겠습니까? 유안은 적이라 판단하면 인정사정 가리지 않을 겁니다.”

야드는 제이드의 설득에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관리 부대가 일을 제대로 망친 것 같네요.”

‘매달린 사람’은 숲 외곽 방향을 보며 혀를 찼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천천히 봉인을 풀고 마녀를 조금씩 깨워야 했지만 봉인석에서 흘러나오는 음차원의 마력 양을 보아 하니 일을 그르쳤음을 직감했다.

마력을 숲 안에 가두는 쐐기를 파괴하는 허수아비를 막거나, 파괴된 곳에 임시 쐐기라도 박아 넣었다면 이렇게 마력이 나올 리 없었다.

봉인을 유지하는 힘의 근원이 마녀 도로시였기에 숲에 음차원의 마력이 소멸할수록 그녀에게서 힘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단순히 쐐기를 잃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평소 장난기 가득하던 자반의 목소리가 불안감에 떨렸다.

누군가가 일부러 숲의 마력을 날려버리지 않는 한 이 정도로 나올 리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봉인이 풀릴 거예요. 그럼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재앙을 불안 요소로 하나 더 추가하겠죠”

마녀 도로시의 봉인이 풀린다고 해도 이 정도로 힘이 뽑히면 당장 약해진 도로시와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약해졌다고 해도 상대는 대마녀 중의 대마녀.

아무런 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도망친다면 붙잡을 수 없었다.

“모험을 해야겠습니다. 광대, 연인, 은둔자. 준비하세요.”

그녀의 호명에 세 사람은 봉인석 앞에 섰다.

“하아…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최악.”

로우어펠과 오스먼드의 푸념에도 ‘매달린 사람’은 무시하고 마법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숲을 이루는 봉인 술식과 그녀의 지팡이가 동조하며 중앙의 봉인석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봉인석 안에서 하나의 재단이 나왔다.

둘로 갈라진 봉인석은 마력으로 흩어지더니 각각 짐승과 강철 골렘의 형태로 바뀌어갔다.

마녀의 두 사역마가 마녀의 봉인이 풀리기 앞서 두 눈을 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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