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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왕자는 세계정복을 시작한다-117화 (117/214)

제117화. 주가 조작 드래곤 (1)

부웅~!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항구에서 배가 출발한다.

나와 일행들은 소용돌이 군도에서 돌아와 하루를 푹 쉬고 어촌 도시에서 휴양 도시 질리빌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암초 지역과 해양 몬스터들의 영역을 돌아가기 때문에 닷새간 항해를 해야 했다.

이곳은 행정 구역상 왕국 북부였고 질리빌은 남부라서 거리 자체도 꽤 멀긴 했다.

“도련님, 저기 보세요.”

프레시아가 가리킨 곳을 보니 아그니와 에일리가 작은 어선을 타고 배웅 나왔다.

서로 감싸 안으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 염장질을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래도록 행복할 것 같다.

“좋군요.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들 같지 않습니까?”

제이드의 말에 길버트와 실루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해피엔딩이네요!”

“오래오래 행복해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따라 손을 흔들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지.”

뭐, 무덤이라도 어떠랴. 저들만 행복하면 그만인 법이다.

나와 일행들도 손을 흔들며 두 사람과 작별을 고했다.

갑판 난간에 기대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를 구경하는데, 프레시아가 내 옆에 붙으며 머뭇거렸다.

“도련님.”

“왜?”

“이제 도련님도 체력이 꽤 붙지 않으셨습니까?”

두 뺨을 붉히며 하는 말의 서두가 굉장히 불길했다.

“제가 아무리 말해도 도련님께서는 자신의 안전을 둘째 치시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인데요.”

아니야! 누가 안전을 둘째 쳐? 내 삶의 첫째는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슬슬 본격적으로 호신술 정도는 배워보심이 어떻습니까?”

프레시아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권했다. 역시 불길한 말이었다.

나는 슬쩍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언제 안전을 등한시했던가?”

내 되물음에 프레시아는 몰라서 묻느냐는 듯이 날 바라봤다.

“크라켄의 촉수에 당한 건 갑작스러웠으니 차치하더라도, 당장 어제만 해도 홀로 암흑가 사람 열 명과 싸우겠다고 하신 분은 도련님이십니다.”

“아, 그랬지. 전혀 위험하지 않아서 깜박했네.”

그런 오합지졸 따위, 그 두 배가 있어도 길버트가 상대한 깡패 두목 하나만 못한 놈들이었다.

“도련님!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정말 위험하실 뻔했습니다!”

나는 그 쓰레기들이 절대 분열하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돌이켜보면 이 허약한 몸뚱이 때문에 기절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으음, 호신술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연공법 없이 반쪽짜리를 익히는 것보다는 하던 걸 더 하는 게 낫지 않나?”

물론 체력 단련은 계속할 생각이다. 날아오는 화살 정도는 방패로 막으며 도망칠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이미 마력회로를 개발 중이라 연공법은 방해될 것 같고.”

내 말에 프레시아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마력으로 막을 만들어 주변의 소리를 차단했다.

“그러실 줄 알고 제가 스승님께 편지로 마검사들이 익히는 연공법을 부탁했습니다!”

연공법은 쉽사리 익히는 게 불가능한 보물 중의 보물인 만큼 언급할 때 조심하는 건 당연했다.

그나저나 연공법이라니, 호레이즌이 정말로 보냈단 말이야?

아무리 보내달라고 했어도 연공법이란 게 그렇게 막 줘도 될 만한 게 아닐 텐데.

프레시아가 편지 봉투를 꺼내자 나는 일단 확인해 보자는 심정으로 연공법을 살폈다.

확실히 마력이 지나가는 자리가 마력회로 자리를 피해 가는 위치기는 한데….

“이거 정말 익혀도 괜찮은 거야?”

내가 익힐 걸 알았다면 그 제자 바보가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으려나?

분명 그 제자 바보라면 프레시아가 날 따라 싸돌아다니는 걸 싫어할 게 분명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전부 확인해 봤습니다. 정석적인 연공법에 비하면 뒷심이 부족하지만 확실히 검증된 연공법이거든요.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엔테미어의 연공법이라 했습니다.”

엔테미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걸 보면 소설에 등장했던 사람이거나 설정상 나오는 인물이긴 하겠군.

바로 떠오르지 않는 나와 달리 엔테미어라는 이름에 제이드와 길버트가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200년 전 마도팔현 중 하나였던 천검(千劍)의 현자 엔테미어 말씀이십니까?!”

“200년 전 천하십검 중 하나였던 검현(劍賢) 엔테미어 말인가요?!”

현자면서 초인에 이른 사람이라고?

“아! 정의!”

“예? 정의요?”

불현듯 떠올라 외친 말에 다들 날 바라봤다. 나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그냥 혼잣말.”

‘아르카나 11, 정의’는 마검사로서 ‘천 자루 검의 마법사’ 엔테미어 아이오마이어의 후손이었다.

그는 선조와 달리 어느 쪽도 대성하지 못했지만 검과 마법의 시너지는 주인공인 제이드와 프레시아도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호레이즌 경이 엔테미어의 연공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내가 관심을 보이자 프레시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엔테미어는 스승님 가문인 그레인 백작가의 방계거든요.”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이오마이어가 그레인의 방계라고?

그 대대로 무가(武家)로 이름 높은 곳에서 잘도 현자가 튀어나왔다.

차라리 위즐가의 방계라면 또 몰라도.

아, 그 가문은 역사가 120년도 안 되었던가?

사실 엔터미어는 현자의 자리에 그리 오래 있지 못했다.

마법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입장인 현자의 직위를 지키는 건 그에게 너무 불리했다.

물론 그렇다고 엔터미어의 마법적 성취를 무시할 순 없었다. 삼일천하여도 현자란 이름은 마법계에서 절대적이다.

“음, 그 유명한 마검사의 연공법이라…. 반쪽짜리, 아니 그만도 못하군.”

마검사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는 건 마법과 검이 하나 될 때다.

엔테미어의 마법과 검술 없이 연공법만으로는 그 가치가 한없이 떨어진다.

내 짠 평가에 오히려 제이드와 길버트가 당황했다.

“무려 현자의 비전입니다! 아무리 마법외적인 물건이어도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게 아닙니다!”

“무려 초인의 비전입니다! 모든 기사들의 꿈인 초인! 이건 익히셔야 합니다!”

다른 연공법은 마법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지만, 마검사용이라면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아는가, 이 망한 몸뚱이를 쓸 만하게 고치는 데 도움이 될지?

그럼에도 망설여지는 이유는 프레시아의 강렬한 시선 때문이었다.

이거 익히면 빼도 박도 못 하고 프레시아에게 검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으흠~ 그렇게까지들 말한다면 익혀볼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프레시아가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맑다.

그 사이에 놓인 난 잠시 생각했다.

…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 * *

왕국 수도 외곽의 기사 가문, 자밀레이온가의 저택에 붉은 이빨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호레이즌이 방문했다.

“숙부님! 오랜만입니다. 바쁘시다 들었는데 이리 짬을 내셔도 괜찮습니까?”

붉은 머리의 젊은 기사이자 기사 가문의 가주인 바인드 디 자밀레이온은 웃으며 호레이즌을 반겼다.

“내가 바쁠 게 무어 있냐. 왕궁에서 전하 옆만 지키는 게 일과인데.”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지만 현재 정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었다.

은근히 귀족파에 힘을 실어주던 제국의 아사자하드 후작이 왕후 탄핵 투표가 끝나자마자 볼일을 끝냈다는 듯이 제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왕실파와 귀족파의 신경전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왕은 예전에 1왕자가 경고했던 대로 마시는 물 하나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때문에 호레이즌도 덩달아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워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프레시아에게서 편지가 또 왔다고?”

호레이즌이 방문 목적을 밝히자 바인드는 싱긋 웃었다.

“예, 실종되었다는 동생 녀석이 그래도 잘 지내는 모양입니다. 이건 숙부님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안 뜯어 봤습니다.”

편지 봉투를 건네자 호레이즌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받아들었다.

“음음… 오호! 그렇군.”

편지의 내용은 왕자 유안을 따라다니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몬스터를 토벌하고 다녔다는 내용이었다.

몬스터 주제에 초인의 반열에 오른 어느 괴물과 결투한 감상이 편지 내용의 대부분이었는데 다소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하지만 호레이즌의 직감은 이 편지가 사실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몬스터라면 역시 북방이겠지?”

호레이즌의 물음에 바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얼마 전 블란츠바그 후작의 비밀 사자가 와서 감사 편지를 전하고 갔습니다.”

“블란츠바그? 그 쫌생이가?”

호레이즌의 표현에 바인드는 사레가 들린 듯 쿨럭거렸다. 천하의 검귀를 쫌생이라고 부르는 건 그밖에 없었다.

“뭐라고 감사 인사를 하더냐?”

“콜록! 콜록! 크흠! 예, 편지에는 저희 가문의 도움으로 염원하던 대마수 붉은 눈 토벌을 이루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호레이즌은 미간을 좁혔다. 몇 달 전, 데미웨이가 자신의 파견을 요청했던 것이 떠올랐다.

“과연, 그래서 그 쫌생이가 왕실의 편을 들어줬던 건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건 그 쫌생이가 나와 은밀히 접선하고 싶다는 거군.”

자밀레이온 가문과 호레이즌이 친밀한 관계라는 것쯤은 이 나라 기사치고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니라면 공을 세운 당사자에게만 상을 내리면 될 것을 굳이 비밀 서신으로 감사 인사를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의문이 남았다.

‘붉은 눈’에게 뿔이 있고 그 뿔에 검강을 사용했던가?

데미웨이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지금 그는 왕의 곁을 오래 비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붉은 눈’ 토벌의 공훈을 핑계 삼아 그를 직접 수도로 불러들이면 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걸 노리고 한 편지일 가능성도 있었다.

“뭐, 이건 전하께서 알아서 하실 테고. 이번 답장도 왕자의 시종에게 보내면 되는 거냐?”

호레이즌의 물음에 바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숙부님께선 외부 시선이 있으실 테니 제게 주십쇼. 제가 보내겠습니다.”

왕의 최측근 호위가 왕자의 시종을 찾아가 만나는 건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래, 부탁하마. 그런데 걱정이구나.”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네 동생이 전에 내게 마검사용 연공법을 달라고 부탁했거든. 이제 와서 마검사로 갈아타려는 건 아니겠고, 아마 왕자 놈에게 가르치려 하는 것 같은데. 괜히 쓸데없는 데 신경 쓰느라 자기 수련까지 등한시할까 봐 말이다.”

그의 걱정에 바인드는 피식 웃었다.

“제 동생이지만 그 녀석만큼 독종도 없습니다. 왕자님을 가르치는 데 시간이 없어지면 차라리 잠을 포기할 녀석이니 걱정 마십쇼.”

“에잉! 그래서 걱정이란 거야. 괜히 반쪼가리 연공법으로 되지도 않는데 힘쓸 바에는 잠이나 제대로 잤으면 좋겠다.”

호레이즌은 마검사란 어중간한 존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괜히 그런 걸 요구해서 자신의 제자를 귀찮게 하는 유안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쯧쯧. 검이면 검, 마법이면 마법만 팔 것이지.”

실상은 정반대였지만 호레이즌은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곧 네 동생이 곧 열 살이 되지? 푸른 발톱 놈이 한번 방문한다고 하더구나.”

호레이즌의 말에 바인드는 환하게 웃었다.

“숙부님처럼 제자로 들인다고 합니까?”

“그건 네 동생 하기에 달렸다. 뭐, 나도 그놈도 널 제자 삼고 싶었다만.”

슬쩍 시선을 주자 바인드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는 자밀레이온의 가주니까요. 지금처럼 간간히 자세 잡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그는 동생들과 달리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물려받았다.

그걸 아는 호레이즌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검을 뽑아들었다.

“녀석 고집은. 그럼 오랜만에 몸이나 풀어 보자꾸나.”

직접적인 가르침은 주지 못해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젊은 기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집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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