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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왕자는 세계정복을 시작한다-101화 (101/214)

제101화. 변태 흑마법사는 제자를 원한다

네드리안은 도매상인이 배달한 시가 상자를 열어보고 품질을 확인했다.

“보관 상태가 좋네요. 잎도 잘 말랐고, 향도 좋고. 최상품은 아니고 상품(上品)과 중상품(中上品) 사이군요.”

그녀의 평가에 도매상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네드리안 양의 안목은 오늘도 훌륭하군요. 11만 3500듀플입니다.”

“은화로 지불할게요.”

네드리안은 천 듀플짜리 소은화가 담긴 자루를 건넸다.

114개나 담긴 은화 자루는 꽤나 묵직했다.

“여기 잔돈, 보자…. 이런! 100듀플 동화가 3개밖에 없네요. 죄송하지만 나머지는 10듀플 동화로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어차피 잔돈도 필요하니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건 신품종인데 한번 사용해 보시죠.”

도매상인이 묵직한 잔돈이 담긴 자루와 시가 케이스를 건넸다.

“하여간, 장사도 잘하시네. 한번 보고 괜찮으면 주문할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도매상인이 떠나고 네드리안은 상자를 가게 안으로 들였다.

“앗! 저도 도와드릴게요!”

선반 청소를 하던 로니아는 걸레를 내려놓고 쪼르르 다가왔다.

“괜찮아. 로니아는 내가 옮겨 놓으면 명주실로 시가를 묶어서 케이스에 넣어줄래?”

“네! 알겠습니다!”

활기하게 대답한 로니아는 네드리안이 옮긴 상자를 열고 10개비씩 나눠 소분했다.

“잘하네. 그런데 그 변태 마법사가 또 찾아오지는 않았지?”

네드리안의 물음에 로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시장분들과 경비병분들께 쫓겨나고 찾아온 적은 없었어요.”

“그래? 그럼 안심이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마법사란 족속들은 끈질기니까.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길버트가 슬퍼할 거야.”

어려서부터 극단적인 교육을 받아온 네드리안은 다소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경고했다.

어리지만 똑 부러진 로니아는 그 경고를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새겨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경비대장 아저씨가 무슨 일이 있으면 불라고 호각도 주셨어요!”

호각을 자랑하는 로니아의 모습에 네드리안은 흐뭇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정리를 하다가도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면 네드리안은 반사적으로 인사부터 했다.

문이 열리며 흑발의 아름다운 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네드리안과 로니아는 감탄했다.

딸랑-!

손님의 미모에 넋을 잃었던 네드리안은 문이 닫히며 울리는 종소리에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미녀에게 물었다.

“아…!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담배와 약초 둘 다 팔고 있습니다.”

“약초는 뭐가 있, 아니, 아니지.”

자연스럽게 약초를 찾으려던 흑발의 미녀는 고개를 젓고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혹시 여기 로니아 아산이라는 아이가 있나요?”

그녀가 로니아를 찾자 네드리안은 자연스럽게 몸으로 로니아를 가리며 물었다.

“로니아는 왜 찾으십니까?”

네드리안의 경계에 흑발의 미녀, 예카트리체는 품 안에서 편지를 하나 꺼냈다.

“오빠인 길버트 경의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서요. 은공 일행은 아마 지금쯤 이동 중일 거라 전서구 대신 제가 왔습니다. 이동 중이면  답장을 보낼 수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네드리안은 미심쩍어하며 말했다.

“제가 로니아의 보호자입니다. 편지는 제게 주시죠.”

“아! 당신이 네드리안 씨군요. 편지 여기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자 네드리안은 더욱 더 경계하며 편지를 받고 열어봤다.

편지를 읽어보고 냄새도 맡아본 네드리안은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편지는 이게 다인가요?”

“네, 은공께서 길버트 경에게 가족 외에는 한 줄로 줄이라 꾸중하셨거든요.”

그 말에 네드리안은 자기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번의 편지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 은공이란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죠?”

계속된 의심에 예카트리체는 과연 들은 대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공의 성함은 유안 님이십니다. 호위기사는 프레시아 경이고, 지금 어디 계시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은공께서 함구하라 하셨거든요.”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네요.”

네드리안의 의심이 풀리자 예카트리체는 다른 편지 하나를 더 꺼냈다.

“그리고 은공께서 디비부란 분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직접 건네라 하셨….”

딸랑-!

예카트리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네드리안과 예카트리체는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들어온 노년의 사내를 포함해 모두 놀랐다.

“변태 흑마법사!”

“어?! 드미트리크론?”

“어?! 예카트리체?”

동시에 외친 세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 봤다.

“드미트리크론이 변태 흑마법사?”

“저 변태 흑마법사와 아는 사이입니까?”

당황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드미트리크론만 억울해하며 외쳤다.

“변태도 아니고! 흑마법사도 아니라고!”

드미크리트론의 외침에 네드리안은 불신의 시선으로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모를 독이 묻은 단검을 꺼내들었다.

네드리안은 드미트리크론과 지인이란 사실을 알자 예카트리체까지 경계했다.

“드미트리크론!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야!”

“억울하다! 예카트리체! 나는 그저 저 작은 아이를 내 제자로 들이려고 했을 뿐이야!”

제자란 말에 예카트리체는 놀라서 드미트리크론이 가리킨 로니아를 바라봤다.

“설마 여름의?”

“그래, 여름의!”

오랜 벗의 절실한 외침에 예카트리체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네드리안에게 말했다.

“진정하세요. 이 사람은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당신을 어떻게 믿죠?”

유안의 소개로 왔다고 했음에도 네드리안의 끝이 없는 불신에 예카트리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드미트리크론?”

“벼, 별것 안했어! 그냥 절맥증을 앓았던 흔적이 보이길래 손목을 잡고 확인해 봤을 뿐이야!”

억울하다는 드미트리크론의 말에 네드리안의 뒤에 숨어있던 로니아가 말했다.

“갑자기 제 손목을 붙잡고 흥분해서 어리고 완벽한 육체라고 했어요!”

로니아의 말에 예카트리체는 오랜 친구에게 경멸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아, 아니야! 그저 마법을 익히기 최적의 육체였다는 의미였을 뿐이야! 너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잖아!”

트미트리크론이 믿어달라고 간절한 시선을 보내자 예카트리체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오해 살 만한 말을 한 게 잘못이잖아! 이 멍청아!”

“그래서 오해를 풀어줄 사람을 데려왔다고! 야! 밖에서 듣고 있지만 말고 냉큼 들어와!”

드미트리크론이 문을 열어 재끼자 문 밖에서 사내 하나가 땅을 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크게 웃고 있었다.

“크흐흡! 푸하하하핫! 으하하하하핫! 변태 흑마법사! 크하하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음에도 땅을 뒹구는 사내의 모습에 드미트리크론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이놈아! 지금 웃을 때야! 약속한대로 죽어라 도와줬더니 처웃고 자빠졌어!?”

“크흥! 크흡! 크흐흐흐! 아, 죄송합니다.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로 어르신같이 명망 높은 마법사가 푸흐흡! 으하하하하! 흑마법사! 그것도 변태! 크하하하!”

“위즐 백작!”

드미크리크론의 노호성에도 위즐 백작은 한참을 땅을 구르며 웃고 나서야 진정하고 일어났다.

“후우~! 즐거웠다. 아, 뭐였죠? 제 권력과 권위로 작고 힘없는 어린아이를 찍어 누르고 어르신께 봉사하도록 바치면 된다고 했던가요?”

장난기 가득한 물음에 드미트리크론은 다시 위즐 백작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니야! 내 제자가 될 수 있도록 내가 흑마법사가 아니라고 설득하라고! 몇 번을 말해!”

“아하하하! 제자면 그게 그거죠 뭐. 스승의 지식을 대가로 노역하는 게 제자 아닙니까?”

“틀려! 나도 예카트리체처럼 부모자식 같은 관계를 원한다고!”

“으하하핫! 백 살도 넘게 먹은 늙은이가 부모자식이래! 고손자를 볼 나이에 무슨!”

이번에는 드미트리크론이 말없이 아공간에서 마법 지팡이를 꺼내자 위즐 백작은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진지하게 설득을 시작했다.

“나는 이 나라의 백작 가문인 위즐가의 가주이자, 마법계의 정점인 현자의 자리에 있는 마법사다. 내 말이면 당장 마탑에 있는 수천의 마법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원한다면 언제든 증명도 해줄 수 있다.”

위즐 백작은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이자 중립파 귀족의 거두였다.

그런 귀족을 이렇게 당당히 사칭할 수 있는 사람은 어지간히 미치광이가 아니고서는 없을 게 분명했다.

“쯧, 예나 지금이나 매를 들어야 말을 듣는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드미트리크론의 중얼거림에도 위즐 백작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런 내가 보증하겠다. 저 어르신께선  변태일진 몰라도 결코 흑마법사 따위가 아니란다.”

“얌마! 변태도 아니라고!”

화를 내는 드미트리크론을 보며 위즐 백작은 로니아에게 가볍게 윙크했다.

“그리고 저 어르신이 보기에는 저래도 마법계에서 굉장히 높은 사람이란다. 마음만 먹으면 이 나라의 모든 마법사를 동원해서 온갖 위세를 부리며 자랑할 수 있는데도 네가 무서워할까 봐 친구의 손자인 나만 데려와서 저리 안절부절못하는 분이시지.”

사실 마도팔현 중 한 사람이 직접 찾아온다는 상황 자체가 마법사에게는 공포 그 자체이자 강압이었다.

하지만 마법계에 대해 잘 모르는 로니아와 네드리안은 그저 높은 귀족의 대단한 마법사가 신분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안절부절못하는 드미트리크론의 모습에 로니아는 어쩌면 자신이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저분의 제자가 된다면 이 나라에서 너보다 배분이 높은 마법사는 없을 거다. 심지어 배분만은 나보다도 높겠지. 그렇기에 나는 백작으로서, 마탑의 장로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란다."

필요하다면 백작가의 모든 재산의 절반 정도는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드미트리크론의 후계자는 그만큼 중요한 위치였다.

로니아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자 위즐 백작은 싱긋 웃었다.

“신중함은 마법에 있어 중요한 덕목 중 하나지. 저 어르신도 네게 제자가 되라 강요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던 아이가 자신을 흑마법사 따위로 오해하니 낙담하시더구나. 적어도 오해는 풀어주지 않겠느냐?”

그 말에 로니아는 드미트리크론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로니아의 말에 드미트리크론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지금은 그거면 된다. 오해를 풀어주어 고맙구나.”

“에이~! 뭘 고맙기까지야. 정 고마우시면 꿍쳐놓은 마법 시약이나 주시죠.”

위즐 백작의 너스레에 드미트리크론은 보이지 않는 마법으로 위즐 백작의 뒤통수를 때렸다.

“누가 네놈에게 고맙대?”

“너무합니다! 제가 어르신이 수배되는 것도 막고, 직접 이곳 경비대까지 방문해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까지 해드렸는데 이러실 겁니까?”

“나도 네 부탁 들어줬잖아! 네가 날 며칠이나 부려먹었는지 알아?”

“크흠!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대략적인 오해를 푼 것 같자 드미트리크론은 예카트리체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내가 달랑타를 통해 그놈들이 갈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해줬잖아.”

그 물음에 예카트리체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잘 몰랐기도 했지만 이런 시장 거리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일이 우선이었으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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