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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18화 (218/227)

218화 문제가 있어요

설기가 앞발로 그릇을 두드렸다.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시위하는 것이었다.

강현은 그런 설기를 붙잡았다.

“끼잉.”

힘으로 버티는 설기.

그러나 강현이 인상을 쓰자 곧 힘을 뺐다.

데롱데롱.

설기가 위로 올라오자 배 밑에 깔렸던 채소들이 보였다.

하지만 설기의 밑에 깔려 있던 건 채소만이 아니었다.

작은 구멍 사이로 토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구멍 밖으로 나온 토리의 볼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에 강현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토리야, 안 먹어도 돼.”

강현의 말이 끝나자 토리가 입안에 있던 피망을 뱉어 냈다.

그 모습에 강현의 시선이 설기에게 옮겨 갔다.

“끼잉.”

불쌍한 척하는 설기.

하지만 강현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너 숨기는 건 그렇다 쳐도 친구까지 이용한 거야?”

“컹! 컹!”

강현의 말에 설기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컹! 컹! 컹!”

다급하게 짖는 설기. 강현은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토리는 네가 시킨 게 아니라고?”

끄덕끄덕.

강현이 토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토리도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기를 도와주기 위해서 스스로 나선 것이었다.

그러한 토리를 보며 강현은 말문이 막혔다.

모범생인 줄 알았던 자식이 나쁜 길로 빠지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

충격이 컸다.

“….”

토리, 너마저.

강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도 토리가 설기를 위해 나섰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설기가 그 정도로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강현이 고뇌에 빠지자 설기가 해맑게 짖었다.

“컹!”

맞지? 내가 한 거 아니지?

의기양양한 설기의 표정을 본 강현이 움켜 진 주먹으로 설기의 이마를 때렸다.

“깨개갱.”

우는 소리를 내는 설기.

“엄살 부리지 마. 그리고 뭘 잘했다고 그러고 있어.”

따지고 보면 토리가 저런 행동을 한 것도 설기의 편식 때문이었다.

강현은 떨어진 채소들을 주워서 다시 그릇에 옮겨 놨다.

“다 먹기 전에는 고기 없어.”

일부러 설기를 위해서 꼬치를 준비한 것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 먹었으니.’

기껏 돌아왔는데 다시 그 꼴로 만들 순 없었다.

“끼이잉.”

설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힐끗 옆을 보았다.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던 늑대가 움찔 굳었다.

슬그머니 입을 떼는 늑대.

“옆에 뺏어 먹으면 안 돼.”

설기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늑대도 안심하고 남은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채소를 먹기 시작한 설기.

강현은 새롭게 꼬치를 구우면서 남은 양을 확인했다.

‘아직 많이 남긴 했는데.’

강현이 늑대들을 확인했다. 빈 그릇을 싹싹 핥아먹고 입맛을 다시는 늑대들.

강현이 덜어 준 양으로는 한 입 거리도 되지 못했다.

이 정도의 양으로는 늑대들의 허기를 채워 주기 힘들 거다.

‘덩치가 있으니.’

혹시나 해서 파스타 면도 챙겨 오긴 했지만, 그걸로도 부족해 보였다.

그런 강현을 도와준 이가 있었다.

“아우우우우우우!”

늑대의 울음소리.

강현을 바라보던 늑대들의 귀가 일제히 움직였다.

움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슬그머니 일어나는 늑대들.

바로 우두머리의 호출이었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벌써 사냥 갈 시간이 된 것이었다.

어린 늑대들이 합류하자 늑대 무리가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붉은 석양 아래.

갈색 갈기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회색 늑대들은 그 모습만으로 인상적이었다.

“컹!”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설기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다 먹었다는 듯 그릇을 앞쪽에 내밀고 있었다.

피식 웃은 강현은 새롭게 구운 꼬치를 그릇에 옮겨 줬다.

그릇에 담기자마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는 설기.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강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설기였다.

그 모습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아니다. 네가 체하는 게 뭔지 알 리가 없지.”

알았다면 진작에 고생했을 거다.

“컹!”

강현의 말이 칭찬인 줄 알았는지, 설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먹기 시작했다.

강현은 멀뚱멀뚱 앉아있는 토리를 무릎 위에 올렸다.

졸린 건지 길게 하품하는 토리.

오랜만에 포식했으니 졸릴 수밖에 없었다.

강현이 토리의 등을 쓸어 주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작은 눈이 감겼다가 뜨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강현의 손길이 느려지자 눈을 감고 있는 시간도 점차 늘어났다.

그때.

“컹!”

“…알겠어. 더 줄게.”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다 먹어서 강현을 부른 게 아니었다.

설기는 강을 보며 짖고 있었다.

반갑게 흔들리는 꼬리.

자연스레 강현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무릎 위에서 졸던 토리도 어느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강 너머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현은 깜짝 놀랐다.

“…강 너머가 보이는구나.”

강 너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직 밤이 오진 않았지만, 해가 지고 있어서 어두운 상태였다.

하지만 예전에 봤을 때는 너머의 육지만 겨우 보였다.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

모르는 사이에 시력이 늘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인지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게 보이면 이미 사람이 아니겠지.’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정체는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 위에 무언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매.

곧 매가 사람의 팔을 낚아채서 날아올랐다.

사냥감을 낚아채 가는 것과는 달랐다.

부드러운 움직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을 건너는 이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 에밀리야였다.

강을 건너온 그녀가 싱긋 웃었다.

“강 너머가 소란스럽던데. 역시 강현 씨였군요.”

반가움에 환하게 웃는 에밀리야.

그녀의 말에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

“좀 시끄러웠죠?”

밥 먹을 때는 괜찮았지만, 설기와 늑대들이 어울릴 때는 조금 소란스러웠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바람이 반가워하더라고요.”

에밀리야가 부드럽게 웃었다.

바람이 반가워하다니. 강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에밀리야가 말하니 잘 어울렸다.

정말 요정다운 말이었다.

곧 에밀리야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잘 지냈지, 설기야?”

“컹! 컹!”

꼬리를 흔드는 설기.

설기와 에밀리야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에밀리야가 웃고는 바닥에 있는 토리를 들어 올렸다.

에밀리야의 손길에 몸을 비비는 토리.

요정답게 정령 다루는 것에 익숙했다.

곧 에밀리야의 시선이 꼬치로 향했다.

“혹시 저도 실례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강현이 웃자 에밀리야도 따라서 웃었다.

늑대들이 있었다면 부족한 양이었지만, 늑대들이 사라진 지금은 양이 많았다.

굳이 파스타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나와 보길 잘했네요.”

강현이 꼬치를 건네주자 에밀리야가 웃으며 꼬치를 받았다.

눈을 감고 한 입 베어 무는 에밀리야.

곧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강현 씨의 요리는 최고네요.”

“요리라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닙니다.”

강현이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아니죠. 간단해 보이는 요리일수록 정성과 기술이 중요한 법이에요!”

이번에는 강현의 눈이 커졌다. 맞는 말이었지만, 에밀리야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만 씨가 말해 줬죠.”

하만이란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하만 말고는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었다.

얌하고 다시 꼬치를 베어 무는 에밀리야.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에밀리야를 보고 강현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이제는 예전만큼의 반응은 없네.’

처음 요리를 해 줬을 때의 반응.

에밀리야뿐만이 아니었다. 란돌프나 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강현의 요리에 익숙해진 것이었다.

그런 반응이 그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요리를 즐긴다는 뜻이니.’

지금도 저리 행복한 듯 먹고 있지 않은가.

강현도 꼬치 하나를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러다가 문뜩 루리에 대해서 떠올렸다.

“아, 에밀리야 씨. 혹시….”

루리를 데리고 다닐 방법.

늘 혼자만 있는 루리가 신경 쓰여서 이제는 예전만큼 맘이 편하지 않았다.

강현의 이야기를 들은 에밀리야가 먹던 꼬치를 내려놨다.

“…사실, 방법이 있긴 해요. 정확히는 물건이죠.”

“정말요?”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지만, 진짜로 있을 줄은 몰랐다.

잠시 망설이던 에밀리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리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에요.”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에밀리야가 말을 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정령이 기원을 잃거나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죠.”

“그럼, 그들을 위해서?”

만든 건가?

그렇다면 좋은 의도가 아니라고 하진 않았을 거다.

예상대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요정이나 인간과는 달라요. 사라진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죽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죠.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행태를 바꿔서 다시 나오겠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요정들이 정령과 헤어짐을 슬퍼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말하면서 소나의 부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기분 좋은지 목을 흔드는 소나.

강현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만이 헤어지는 게 아니었다.

가족이 갑작스럽게 먼 해외로 떠나면 슬퍼할 거다.

요정들에게 정령은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였다.

“당연히 떠나는 정령을 붙잡거나 하진 않아요.”

“아.”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건 인간이 만든 물건이에요.”

“인, 간요?”

인간이 어째서 정령을?

강현의 시선에 에밀리야가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지금의 인간이 아니라 백여 년 전의 인간이죠.”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백여 년 전.

종족들이 전쟁하던 시기.

“…연구를 위해서군요.”

“예.”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지 않는 정령이란 존재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었을 거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에밀리야가 꺼리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

‘괜히 이야기했나.’

그러한 강현의 표정을 읽었는지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물건에는 죄가 없죠. 어떤 의도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해요. 그 물건도 원래의 용도보다는 강현이 써 주는 게 기쁠 거예요.”

물건이 감정이 느낄 리도 없지만, 어쩐지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의 상태도 한번 확인하는 게 좋겠죠.”

이계에서 태어난 최초의 정령.

이곳의 정령과 다를 수도 있었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강현은 힐끗 토리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갸웃하는 토리.

진짜 동물과는 다르지만, 정령도 아플 수가 있었다.

이곳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지구에서 그럴 때 그 물건이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예?”

“너무 오래돼서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럼, 한번 실험해 보면 되지 않나?

강현의 물음에 에밀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 물건은 마력으로만 반응한답니다.”

강현이 탄식을 뱉었다.

에밀리야의 말을 듣자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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