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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14화 (214/227)

214화 우리도 밥 먹을까?

강현이 설기의 집을 보고 있자 안에서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강현은 놀라지 않았다.

안에 있는 것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포동포동한 햄스터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강현이 웃으며 손을 뻗자 쪼르르 달려왔다.

“너도 허전하구나.”

끄덕끄덕.

토리는 강현의 손에 몸을 비볐다.

강현은 그런 토리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혔다.

그만큼 설기의 빈자리는 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

무언가를 발견한 토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고개를 돌리자 창문 너머에 둥둥 떠다니는 루리가 보였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며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손 위에 있던 토리가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피식 웃은 강현이 토리를 내려놓자 매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루리 역시 토리가 나가자마자 뿅하고 구름을 없앴다.

뒤엉켜서 노는 둘.

어려서 그런지 애교가 가장 많았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미소가 피어났다.

평화로운 광경.

그나마 루리가 있어서 조금이나마 허전함을 지울 수 있었다.

에밀리야가 말한 대로 루리가 다닐 수 있는 반경은 조금씩 늘어 갔다.

일 미터 정도에 불과했던 반경은 이제는 이미터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매장까지 들어올 수 있을 거다.

‘겨우 문턱만 밟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강현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놀고 있는 둘을 보던 강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설기의 빈집.

맡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닌가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곧 고개를 저은 강현이 식칼을 들어 올렸다.

지금은 강현도 일상에 집중할 때였다.

강현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 * *

해가 높이 뜨자 매장 문이 열렸다.

딸랑딸랑.

훈훈한 바람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어휴, 뭔 놈의 봄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듯 지나가.”

땀을 훔치며 들어오는 이는 이장이었다.

이어서 어르신 삼인방도 뒤따랐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장을 따라서 밭일을 도와주고 온 것이었다.

최근에 소일거리삼아서 이장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강현은 웃으며 넷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고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을 건넸다.

“고맙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넷.

아침과 밤은 제법 쌀쌀하지만, 낮은 벌써 여름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늘은 새참 안 드세요? 시원하게 국수 말았는데.”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점심은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넷이었다.

그래도 강현을 배려한 탓인지, 올해부터는 참 역시 이곳에서 부탁했다.

당연히 강현도 저렴한 금액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보내고 있었다.

강현의 말에 넷은 대답하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강현이 의아해하자 이장이 씩, 웃었다.

“봤제? 모를 거라 했지?”

이장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셋.

강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자 정기훈 작가가 입을 열었다.

“자네 오늘 이상한 거 없었나?”

정기훈 작가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새참을 가지러 오신 아주머니들이 유난히 웃음이 많으셨던 것 같은데.’

능글스러운 웃음.

그래, 지금 딱 저 넷처럼.

강현이 볼을 긁자 넷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놀리지만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강현의 말에 그제야 넷은 웃음을 멈췄다.

“오늘 태국 방송이 나오네.”

황대길이었다. 그 말에 강현의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었지.’

방송 날짜를 미리 연락받았다.

하지만 설기와 루리의 일로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였구나.’

아까 봤던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이해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그분들은 어떻게.”

“뭘 어떻게여. 내가 말해 줬지.”

당당하게 말하는 이장 뒤에 있던, 황대길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장한테는 황대길이 이야기해 줬을 거다.

“이런 건 다 같이 봐 줘야지. 안 그래도 고기도 주문했어.”

“…아.”

강현이 뒤늦게 탄성을 뱉었다.

과거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잊고 싶은 흑역사.

“원래는 자네에게 비밀로 하고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었네.”

이정훈이 입을 떼자 정기훈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 친구가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할 거라며 귀띔이라도 줘야 한다고 해서.”

정기훈 작가가 황대길을 가리켰다.

강현은 고개를 숙여 황대길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보게 된다면 정말로 심장에 무리가 갔을 거다.

아찔한 상황을 떠올린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대길이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방송 시간도 시간이니 밥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은가.”

방송이 나오는 시간은 저녁 8시였다.

그러나 황대길의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얼마든지 핑계를 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설기는 언제 오는 거여?”

이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설기의 허전함을 느끼는 건 강현과 토리만이 아니었다.

마을을 제집처럼 누비던 설기였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당연히 신경이 쓰였다.

강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곧 올 거예요.”

하지만 강현도 언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려? 에휴, 살쪄 봤자 얼마나 쪘다고 그 어린 것을.”

혀를 차는 이장.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강현도 동의할 수 없었다.

‘그건 좀 심했지.’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살을 빼야 하는 건 빼야 했다.

그러던 이장의 눈이 창문 너머로 향했다.

“저놈은 혼자서도 잘 노네.”

루리였다.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

하지만 넷의 눈에만 혼자 노는 것처럼 보일 뿐, 강현에게는 아니었다.

마치 강아지처럼 토리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암튼 알아 두라고.”

헛기침한 이장이 강현을 돌아봤다.

그리고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예능이니 좀 낫겠지.’

게다가 특집인 만큼 이주에 걸쳐서 방송한다. 요리 대결하는 편은 다음 주였다.

대결이 아니면 부끄러울 일도 없을 거다.

강현은 그리 자신을 다독였다.

그때, 이장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강현은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식사는 어찌하시겠어요?”

강현의 물음에 입을 열려던 이장이 슬그머니 눈치를 봤다.

그러자 정기훈 작가가 대신 나섰다.

“…새참으로 해 준 국수는 힘들겠지?”

미안하다는 듯 말하는 정기훈 작가.

이곳이 양식당이기 때문이었다. 새참으로 이미 해 줬는데 안 먹고 다시 해 달라고 말하기 민망했다.

그러나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됩니다. 마침 재료가 남았거든요.”

강현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강현과 만나기 위해서 새참을 마다하고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땡볕에서 일하다 보니 뜨거운 음식이 끌리지 않는 것이었다.

‘차가운 음식이라고 해 봤자 샐러드 정도니깐.’

강현의 대답에 넷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부탁하네.”

“시원하게!”

정기훈 작가의 말에 이장이 덧붙였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 * *

삶은 소면을 차가운 물에 바득바득 씻어 낸다.

소면을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살얼음이 올라온 동치미 국물을 큰 국자로 부어 준다.

그리고 열무김치를 꺼내서 양념장에 버무려 줬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설탕에 식초, 참기름까지.

고소한 냄새가 열무김치에서 올라왔다.

양념한 열무김치를 각각의 접시에 올려 준 후, 열무김치 국물을 한 국자만 넣어 준다.

그리고 가지런히 썬 오이와 삶은 달걀을 올려 주면 끝.

여름의 별미인 열무 김치말이 국수의 완성이었다.

국수가 나오자마자 이장은 접시 채로 들이켰다.

“크, 역시 제대로여.”

다른 셋은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가 이장이 국물을 마시는 걸 보더니 따라서 들이켰다.

“허.”

목을 타고 흐르는 시원함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한식의 대가인 황대길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그러고는 슬쩍 눈을 뜨고 강현을 보았다.

“이 열무김치 자네가 담갔나?”

황대길의 물음에 다른 셋의 눈이 커졌다.

강현은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동치미는 박 씨 할머니가 보내 주신 거긴 한데, 혹시 입맛에 안 맞으셨나요?”

사실 열무 김치말이 국수에 별다른 양념은 없었다.

동치미와 열무김치.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러자 황대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잘 익었어.”

황대길의 칭찬에 강현이 쑥스러운 듯 웃음을 흘렸다.

지난겨울.

한식에 흥미가 생긴 강현은 열무김치뿐만 아니라 배추김치나 장아찌도 직접 담갔다.

다른 이들도 황대길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면 얻어 가고 싶어질 정도네.”

“맞네, 팔아도 되겠어.”

어르신들의 칭찬에 강현이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고 탄성을 뱉었다.

“아, 잠시만요.”

주방으로 돌아간 강현.

얼마 뒤에 접시 하나를 들고 왔다.

“이건?”

“감자전입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을 보자 넷의 눈이 반짝였다.

곧 이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새참에는 없던 건데?”

“이곳까지 걸음 하셨는데, 똑같을 순 없죠.”

강현의 말에 넷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매장에 직접 왔는데 같으면 안 되지.”

“이거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야겠구먼.”

농담을 건네며 강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감자전을 먹은 이들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바삭한 겉과는 달리 부드러운 감자의 맛이 입안 가득 퍼져 갔다.

그리고 김치말이 국수의 면을 떠먹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 이장만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강현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이장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막걸리. 준비해 드릴까요?”

강현의 물음에 이장이 탄성을 뱉었다.

“아니, 내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알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르면 이상한 것이었다.

강현은 웃음을 흘리고는 막걸리와 잔을 준비했다.

금세 막걸리를 비우는 넷.

그리고 국수까지 다 먹은 이들이 떠나갔다.

테이블을 정리한 강현은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세시가 넘었다.

밥때가 한참이나 지났다.

따뜻한 온기에 고개를 내리자 토리가 강현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도 밥 먹을까?”

끄덕끄덕.

설기가 있었다면 진작에 알려 줬을 거다.

웃음을 흘린 강현은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국수와 감자전 하나를 더 만들었다.

거기다가 과일 몇 점을 같이 준비해서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다 캠핑용 간이 테이블을 설치한다.

루리를 위해서였다.

햇살이 따갑긴 했으나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얘가 좀 더 자라면 나아지겠지.’

이제는 강현 키만큼 자란 나무.

강현은 그 옆에 앉았다. 그러자 두둥실 떠오른 루리가 테이블 위로 안착했다.

과일에 흥미를 보이는 루리.

알곡은 다른 이들이 충분히 주고 있었다.

부리로 과일을 찔러 보던 루리는 곧 앞발로 움켜쥐고 먹기 시작했다.

작은 발로 움켜쥐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강현은 웃으며 소면 한 가닥을 꺼내 토리에게 건넸다.

새콤한 맛에 몸을 부르르 떠는 토리.

하지만 야금야금 면을 먹기 시작했다.

마음에 든 모양.

강현도 그제야 젓가락으로 면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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