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09화 (209/227)

209화 요리는 요리사를 따라간다

“전문 시설에서 깨끗하게 키운 것이라 먹어도 된답니다!”

즐거운 듯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결.

분명 중요했다. 하지만 출연진들의 귀에는 닿지 못했다.

강현은 한 마리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입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강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나 그리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이어서 톡 하고 터지는 느낌과 함께 아릿한 신맛이 퍼져 나갔다.

그런 강현을 본 소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개미 한 마리를 집어서….

“히잉.”

말 울음소리를 내더니 입 안에 넣었다.

“윽.”

울상을 지으며 먹는 소현.

그를 본 강현이 피식 웃었다.

‘저럴 거면 먹지 않아도 되는데.’

저렇게 오만상을 찡그리고 먹으면 맛도 잘 모를 거다.

게다가 저 얼굴도 카메라에 다 잡히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윤섭의 얼굴 역시 일그러진 소현의 얼굴만큼이나 구겨졌다.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게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강현의 시선이 개미에게 향했다.

비주얼은 그렇다 쳐도 맛까지 이상한 건 아니었다.

만일 예전의 강현이라면 생소했겠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세계에서 이런 맛의 향신료를 먹어 봤어.’

식감은 다를지 몰라도 맛은 비슷했다.

많은 식재료를 먹어 본 게 도움이 되었다.

‘좋아. 이제 구상을….’

툭툭.

몸을 돌리려는 강현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고개를 내려보니 토리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강현과 눈이 마주치자 토리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개미 상자의 안.

자세히 보니 개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하얀색 밥알 같은 것.

‘…알인가.’

왜 안 보였던 거지.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다시 토리를 바라보자 토리가 두 손을 휘적거렸다.

“…얘는 맛이 다르다고?”

끄덕끄덕.

별미라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안 먹어 볼 수는 없었다. 한숨을 내쉰 강현이 손을 뻗었다.

상자의 벽을 타던 개미들과 달리 알은 안쪽에 있었다.

강현이 손이 다가오자 개미들이 공격하려고 했다.

그때.

“…!”

토리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모나의 흉내라도 내듯.

강현의 귓가에 어흥이란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개미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역시 정령!’

강현은 놀란 눈으로 토리를 보았다.

귀엽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토리의 도움으로 강현이 알을 들었다.

“그, 그건 뭐예요?”

뒤늦게 강현을 돌아본 소현이 물었다.

“알입니다.”

“…걔도 먹어요?”

먹지 못할 거면 주지 않았을 거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이 몸서리를 쳤다.

“소현 씨는 괜찮아요. 개미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어차피 소현이 먹어도 의미는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미로 이미 한계였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강현은 그런 소현을 뒤로 하고 알을 입에 넣었다.

알이 톡하고 터졌다.

개미를 먼저 먹어서인지 전보다 거부감이 없었다.

짧게 고개를 끄덕인 강현.

그리고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유충을 향해서였다.

이왕 버린 몸,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리고 먹다 보니 나쁘지 않았다.

‘재미있는 식자재야.’

단순히 프로그램의 재미만을 생각한 게 아니었다.

식자재로서도 매력적이었다.

생각에 잠긴 강현. 소현은 그런 강현을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러한 강현을 본 일본 사내 역시 개미를 향해 손을 넣었다.

옆에 있던 여배우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현처럼 할 용기는 없었다.

그러나 사내는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개미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강현처럼 눈을 감았다.

강현의 머릿속에 수많은 레시피가 떠올랐다.

‘디저트? 아니야 너무 단조로워.’

그때, 강현의 시선이 심사위원들에게 향했다.

한중일의 심사위원이 아니었다.

현지의 심사위원들.

기대 섞인 그들의 얼굴을 보자 무언가가 떠올랐다.

‘좋아. 해 보자.’

강현이 식자재가 있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 셰프님?”

강현의 눈이 빠르게 식자재를 훑었다.

‘있다.’

강현은 빠르게 재료를 챙겼다.

“제가 들게요.”

강현의 짐이 많아지자 따라온 소현이 짐을 챙겼다.

덕분에 강현은 한 번으로 원하는 재료를 전부 챙길 수 있었다.

개미를 먹고 메뉴를 구상하느라 오 분 가까이 흘렀다.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소현 씨. 큰 냄비에 물 올린 후에 얘들 좀 씻어 줄 수 있어요?”

“예! 셰프!”

강현의 부탁에 소현이 눈이 반짝였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싱글벙글 웃으며 냄비를 꺼내서 물을 담는 소현.

‘…크게 걱정할 필욘 없겠어.’

고개를 끄덕인 강현은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

볼에 밀가루를 담는다.

강현이 이번에 할 요리는 면요리였다.

아시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것.

강현의 손이 분주해졌다.

* * *

고요한 경기장.

가끔 파트너에게 부탁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관중들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요리사들의 진지함에 압도된 것이었다.

단순한 여흥 거리로 생각했던 이들도 요리사들의 눈빛을 보고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요리사들에겐 이곳이 전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보여 주는 존중이었다.

소현의 걱정과 달리 일본과 중국 여성 참가자들은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기껏해야 재료를 씻고 옮기는 정도뿐이었다.

사실 그들의 경력은 지금 요리하고 있는 셋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로는 셋의 움직임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그나마 방송이란 걸 알기에 한 번씩 무언가를 맡기는 정도에 불과했다.

“완성했습니다!”

가장 먼저 끝낸 것은 중국이었다.

요리를 끝마친 중국 요리사는 비릿한 미소로 강현을 돌아보았다.

강현과 일본 요리사가 고민할 동안 먼저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강현과 일본 요리사는 그쪽으로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자신들의 요리가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방송도, 시합도 중요하지 않았다.

눈앞에 요리를 완성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완성!”

일본 요리사가 외쳤다. 이제 시간은 오 분도 남지 않았다.

소현은 초조한 눈빛으로 강현을 돌아봤다.

차마 닦달할 순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강현 역시 완성된 상태였다.

“됐네요.”

“정말요?”

“예. 한번 맛보시겠어요?”

이 짧은 시간에 시음이라니.

소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만든 거잖아요.”

그러한 강현의 말에 소현이 활짝 웃었다.

작은 접시에 면을 받아 드는 소현.

곧 요리하느라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거 개미잖아.’

울상을 짓는 소현.

하지만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소현이 면을 조심스럽게 떠먹었다.

“…!”

잔뜩 커진 눈.

“어때요?”

“…맛있어요.”

소현은 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맛있는데 어째서 저런 표정일까.

하지만 강현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개미를 먹고 맛있다고 느끼는 자신이 싫은 거다.

잠시 망설이던 소현은 눈을 꼭 감더니 남은 면과 국물을 입에 넣었다.

강현은 그런 소현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그릇에 음식을 담았다.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저도 끝났습니다.”

강현의 외침과 함께 시합이 종료되었다.

* * *

먼저 나온 건 중국 요리사가 만든 요리였다.

춘권이었다.

스프링롤이나 하루마키로도 알려진 요리.

중국 춘절에 먹는 전통 음식이었다.

강현처럼 밀가루를 쓴 요리였다.

강현과 소현의 앞에도 요리가 하나씩 놓였다. 심사위원들에게 전해진 것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춘권을 본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이 벗겨지면 안에 있던 재료들의 육수과 뒤섞였다.

그리고 올라오는 시큼한 맛.

간장이나 양념을 따로 찍어 먹을 필요가 없었다.

옆에서 강현을 따라 먹던 소현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잖아?’

소현이 춘권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미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만일 재료를 알지 못했다면 모르고 지나갈 거다.

그런 소현을 뒤로하고 강현은 다시 춘권을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역시 요리는 요리사를 따라가는 건가.’

같은 걸 느꼈는지 일본 사내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맛이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훌륭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나 맛 이전의 문제였다.

요리에서 고집이 느껴졌다.

중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개미와 알, 애벌레를 모두 으깼다.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붉은 개미의 역할은 그저 소스일 뿐이었다.

춘권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

붉은 개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것이 더 나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소현과 일본 여성 출연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먹는지를 망각했지.’

먹는 이를 생각하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맛을 기준으로 만든 요리였다.

오만했다.

역시나 한중일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현지 요리사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그들 역시 느낀 것이었다.

태국 식자재의 풍미를 살리지 않고 찍어 눌렀다.

이럴 거면 중국 요리와 다를 게 없었다.

곧 점수가 올라왔다.

한중일 세 심사위원들은 고득점을 들었다.

십 점 만점에 8점 이상.

곧 각자의 심사위원들이 평을 했다.

끝나고 현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길 차례였다.

현지 심사위원들은 한중일 심사위원과 달리 5점이 만점이었다.

다섯이 합쳐도 25점. 한중일의 30점보다 낮았다.

그러나 결코 작은 점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현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들어 올렸다.

“…!”

분노해서 무언가를 외치는 중국 요리사.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점수 중에 가장 높은 점수가 3점이었다.

절반도 못 넘은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을 손가락질하는 중국 요리사.

보다 못한 중국인 제작진들이 그를 끌고 갔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상대를 맞춰 줄 생각조차 없는데 좋은 점수를 얻을 리가 없었다.

요리사는 다른 이들을 위해 요리하는 이였다.

그러한 사실을 잊은 요리사는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과거의 나처럼 말이지.’

강현은 중국 요리사에게서 시선을 뗐다.

곧 회장이 정리되고 다음 음식이 나왔다.

일본이 만든 음식.

정갈하고 깨끗한 음식.

그릇에 담긴 요리를 바라보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세련됨이 묻어나왔다.

강현 역시 자신 앞에 놓인 그릇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알과 애벌레, 붉은 개미를 다 따로따로 분류한 건가.’

이 짧은 시간에 튀긴 후에 하나하나 골라서 나눠 담았다.

가장 안쪽에는 알이.

위에는 애벌레들이 놓여 있으며 겉면에는 개미들이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꽃으로 장식까지 했다.

‘이건 다른 의미로 일본 같네.’

집착적일 정도의 섬세함.

개미라는 걸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플레이팅이었다.

강현은 티스푼으로 떠먹었다.

“음.”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저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레, 인가?’

카레와 비슷한 맛. 그러나 조금 달랐다.

이곳, 태국의 풍미가 진득하게 베여 있었다.

동시에 알과 개미의 식감까지.

서로 온도를 다르게 해서 각자의 식감을 돋보이게 했다.

알이 쌀알을 씹는 느낌이라면 개미는 바삭한 과자를 떠올리게 했다.

‘…대단하네.’

짧은 시간 떠올렸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장치였다.

강현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심사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총합 49점.

만점이 55점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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