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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06화 (206/227)

206화 너무 빨리 던졌나?

“반갑습니다. 연락드렸던 김 피디입니다.”

“아, 제가 요시오카입니다.”

김윤하 피디와 일본인 피디로 보이는 이가 영어로 입을 열었다.

뒤에 있는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힐끗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일행들 역시 새로 나타난 이들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본의 출연진 구성은 한국보다 많았다.

MC로 보이는 남녀가 한 쌍.

그리고 게스트 역시 둘이었다.

요리 프로라고 해도 황대길처럼 전문 요리사가 이끌지는 않아 보였다.

귀여운 인상의 여인과 구릿빛으로 그을린 사내.

강현은 슬쩍 그들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

김윤하 피디와 일본인 피디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셰프님, 셰프님.”

뒤에서 들리는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소현이 슬쩍 다가왔다.

“저 사람, 셰프님 노려보고 있어요.”

소현의 말에 고개를 돌린 강현은 구릿빛 피부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강현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 상대도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저분이 내일 대회에 나설 상대죠?”

“그런 것 같네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사내의 손은 요리사의 손이었다.

그러자 소현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요리사가 아니라 운동선수 같네요. 절대 지면 안 돼요.”

소현의 말에 강현이 피식 웃었다.

그때, 이야기를 끝마친 김윤하 피디가 일행들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들떠 보이는 얼굴이었다.

“선생님, 강현 씨, 소현 씨.”

김윤하 피디가 출연진들을 불렀다. 그러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간단한 게임을 해 보자고 하네요.”

“게임?”

“예. 저희가 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오전에 했던 임무.

강현의 시선이 일본 출연진들에게 향했다.

마침 일본인 피디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사내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내일 본 시합에 앞서서 간단하게 친목을 다지자는 제안이긴 한데.”

김윤하 피디는 그 말뜻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를 한 번 꺾겠다는 거죠. 알아보니 저 요리사, 일본에서는 몸짱 요리사로 유명하더군요.”

“…피디님.”

뒤에서 있던 작가가 침음성을 흘렸다.

요즘 누가 저런 말을 쓰겠는가. 하물며 트렌드를 이끌어 갈 방송 피디가.

하지만 의미는 전달되었다.

김윤하 피디의 말에 소현이 데구루루 눈을 굴렀다.

“그럼 불리한 거 아니에요?”

졌다가는 내일 요리 경연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러자 김윤하 피디가 고개를 저었다.

“난 우리 강현 씨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언제부터 우리 강현 씨였던가.

강현을 바라보는 김윤하 피디의 눈이 반짝였다.

방금 전까지 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 않았던가.

상대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는 요리사다.

강현 같은 이가 또 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직접 움직이는 건 여러분들이니 선택도 맡기려고요.”

김윤하 피디의 말에 일행들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사이 일본 측은 결정되었는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현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경쟁 상대를 보내는 눈빛치고는 과했다.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있던 소현이 씩씩거렸다.

“이씨, 누군 못 노려보나.”

그리고 강현 대신 사내를 쏘아봤다.

갑작스러운 소현의 행동에 사내가 움찔했지만, 곧 고개를 돌려 버렸다.

강현이 보기에는 소현을 무시한 것이었지만, 소현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이 우쭐거렸다.

그런 소현을 바라보고 있던 김윤하 피디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일행을 이끄는 건 황대길이나 다름이 없었다.

황대길은 대답하기 전에 강현을 돌아보았다.

“강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상관없습니다.”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개의치 않았다. 그러자 황대길이 다시 김윤하 피디를 보았다.

“같이 어울리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

“그림은 더 잘 나오겠죠.”

김윤하 피디의 말에 황대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러세.”

계속 함께하는 게 아니라 잠깐 함께하는 것이었다.

피할 이유는 없었다.

김윤하 피디는 행복한 표정으로 일본인 피디에게 향했다.

그리고 짐을 정리하자마자 일행들이 이동했다.

* * *

촬영 준비는 금세 되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나름대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여러 허가와 장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제작진들을 보면서 소현이 눈을 껌뻑였다.

한국과 일본 제작진 사이에 낯선 이들이 껴 있었기 때문이었다.

“쟤들은 언제 왔어요?”

바로 중국 방송국이었다.

촬영 내용이 바뀌는 바람에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중국 방송국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하더군요.”

화장을 고치러 자리를 비웠던 소현과 달리 미리 이야기를 들은 강현이 담담히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중국과 협업하게 된 이유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있는 건지, 소문을 좋아하는 건지.’

하지만 이번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일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파타야였다.

기껏 태국에 왔는데 파타야만 갈 리가 없었다.

전날은 방콕에서 보낼 게 분명했다.

당연히 촬영지가 겹쳐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때, 일본인 출연자 중 몇몇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고양이가 털을 세우듯 잔뜩 경계하는 소현.

그러나 여성 출연진은 소현을 보며 눈을 빛냈다.

“유니즈 소현, 맞죠?”

“아, 예에.”

“팬이에요.”

“정말요?!”

소현은 자신을 반기는 모습에 금세 경계를 풀어 버렸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까지 섞어 가면서 떠듬떠듬 이야기를 이어 가는 둘.

K팝의 팬이란 게 거짓말은 아니라는 듯이 조금씩이나마 한국어를 말할 수 있었다.

“…다 배운 건데.”

뒤에서 윤섭의 한탄이 흘러나왔다.

애써 비싼 과외를 시켜 놨는데 나중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학부모의 심정이 저러할까.

그렇게 소현과 여성 출연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구릿빛 피부의 사내 역시 강현을 향해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소현과 여성 출연자와 달리 유창한 한국어.

사내의 말에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순간, 소현과 여성 출연자뿐만 아니라 황대길과 제작진들마저 숨을 죽이고 강현을 돌아보았다.

‘…아, 아는 사이였구나.’

그렇다면 그렇게 노려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방금 인사도 반가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필시 좋은 인연은 아닐 거다.

그러나 문제라면 그렇게 감탄하는 이들 사이에 강현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이라면 난 당신을 모른다고 답했겠지만, 이제는 강현도 사회성이란 걸 배웠다.

“…예. 오랜만입니다.”

“흥, 이번은 저번처럼 쉽게 가진 않을 거다.”

“…예. 서로 최선을 다해 보죠.”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자리를 떠났다.

자연스레 같이 온 여성 출연자도 사내를 뒤따랐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지자 일행들의 시선이 다시 강현에게 향했다.

“….”

그러나 강현은 그들의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정말로 몰랐기 때문이었다.

가슴 주머니에 들어있던 토리만이 강현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 * *

“아, 여기 있네요. 강현 씨와 같은 대회에 출전했었어요.”

사내의 약력을 찾아본 작가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이 대상을 탔던 파리 국제 요리 대회였다.

강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미적지근해졌다.

정말로 몰랐냐는 눈빛이었다.

강현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볼을 긁적였다.

그러는 사이 작가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4위 입상인데요?”

그러자 강현을 향하던 시선 일부가 사라졌다.

“2위도 아니라 4위요? 4위면….”

“장려상.”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장려상이란 말에 사람들이 흥이 식은 얼굴로 바뀌었다.

대단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대길과 강현은 달랐다.

“정말 실력이 좋나 보군.”

황대길의 말에 다른 이들이 의아해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표정을 본 김윤하 피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은 강현 씨보다 고작 세 살 많아. 그 나이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4위에 입상한 거야. 천재란 소리야.”

황대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수상자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둘의 설명을 듣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대회에서 입상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업적이었다.

하지만 운이 나빴다.

“…그럼 강현 씨는?”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일행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멋쩍게 웃는 강현.

“괴물인 거지.”

김윤하 피디가 말했다.

강현을 섭외하고자 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김윤하 피디 역시 파리 국제 대회를 조사할 때 얼마나 놀랐던가.

‘양식 쪽에서 경계할만 하지.’

김윤하 피디는 속으로 그 말을 삼켰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요리계의 보물 같은 존재였다.

“원래라면 엄청 화제가 됐어야 해.”

그만한 영예를 거뒀다.

“하지만 대상을 탄 이가 더 어렸지. 그리고 하필이면 한국인이야.”

김윤하 피디의 말에 일행 모두가 쓴웃음을 흘렸다.

한국과 일본.

그 사이를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원망할만 하네요.”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상황을 생각하면 상 탔다고 자랑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자, 자.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기다리는 분들도 있으니.”

김윤하 피디의 말에 일행들이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가 떨어졌다.

중국 제작진들이 모인 장소.

당연히 중국의 출연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이 와서 인사를 나누려고 하지도 않았다.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딱 봐도 억지로 끌려 나온 느낌이었다.

한국도, 일본과도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일행들은 쓴웃음을 흘리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중일 합방이 시작되었다.

* * *

처음 시작은 풍선 터트리기였다.

다트를 던져도 풍선을 맞추는 것이었다.

남녀 합산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시작은 한국부터 하겠습니다.”

통역의 말에 강현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손에 들린 열 개의 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 맞출 자신이 있었다. 이세계에서 하던 수련과 비교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다른 팀들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강현을 노려보고 있는 일본인 사내.

반대쪽에는 중국인 셰프가 강현을 비웃고 있었다.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눈빛.

‘…그래도 다 맞히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너무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었다. 본 경기는 내일이었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친선 경기였다.

강현은 다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팡!

분홍색 풍선이 터져 나갔다.

가장 점수가 높은 풍선.

보던 이들은 운이 좋네, 하고 애써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팡! 파방! 팡!

순식간에 터져 나가는 풍선.

마지막 다트만이 분홍 풍선 옆에 있는 파란 풍선을 터트렸다.

“아, 하나는 실수했네요.”

강현이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누가 봐도 어색한 말투.

물론, 이 역시 의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강현의 예상과 달랐다.

고요해진 촬영장.

“우, 우와!”

뒤늦게 소현의 감탄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국 제작진들뿐만 아니라 일본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박수가 들려왔다.

놀란 듯이 강현을 보는 이들.

강현은 이어서 나오는 중국 셰프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중하게 하나하나를 던지는 중국 셰프.

하지만 그때마다 분홍 풍선을 지나쳐서 다른 풍선에 맞았다.

방금 그런 묘기를 봤는데 침착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풍선 사이로 파고들었다.

“…!”

중국어로 욕설을 내뱉는 중국 셰프.

그리고 강현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어필했다.

분주해지는 중국 제작진들.

강현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이 갔다.

‘…너무 빨리 던졌나?’

고작해야 5초 남짓.

강현이 다트를 전부 던진 시간이었다.

물론, 이유는 그 하나 때문만은 아니란 걸 강현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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