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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98화 (198/227)

198화 천천히 먹어

“그러니깐, 우리 애들이 강현 씨네 환경을 변화시킬까 걱정이란 거죠?”

“예.”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강현이 가져온 식물들은 여기의 식물들과 비교해서 생명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당연했다.

여긴 마력뿐만 아니라 신력과 정령들까지 깃든 세계였다.

같을 수가 없었다.

“이해해요. 저희도 마을 밖으로 식물을 옮길 때는 충분히 주의하고 있어요.”

마구잡이로 옮기다 보면 그쪽 생태계까지 무너질 수 있었다.

식물을 다루는 요정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확실히 강현 씨가 주신 식물들 보면 지력이 약한 땅에서 자란 것 같아요. 여기의 식물들은 위협이 되겠죠.”

“씨앗을 퍼트리는 아이들은 안 되겠네요.”

“우왓.”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강현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아우라가 옆에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에밀리야와 마찬가지로 반짝이고 있었다.

‘…요정은 요정이네.’

식물 이야기에 저렇게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다.

에밀리야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턱을 괸 아우라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관다발…. 양치식물은 어떤가요?”

관다발? 양치식물?

강현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에 눈을 껌뻑였다.

그러나 에밀리야는 아우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강현 씨가 제어하기 힘들 거예요. 그는 요정처럼 식물의 뿌리를 읽지 못해요.”

“아.”

아우라가 탄성을 뱉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차라리 나무과 식물에 원하는 특성을 넣으면 어떨까요?”

“그건 가능하긴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에밀리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강현도 이해할 수 있었다.

‘…허브를 나무처럼 만든단 소린가?’

원래 식물이 그런 식으로 커스터마이징이 되는 것이었나?

전자 기기도 아니고.

사람의 편의상 식물이라고 부를 뿐이지, 제각각 다른 생물이었다.

강현은 상식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곧 에밀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요.”

에밀리야의 말에 아우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십 년도 안 걸릴 텐데요?”

아우라의 말에 강현이 숨을 삼켰다.

그리고 에밀리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우라를 바라보았다.

“아우라. 인간에게는 십 년은 길어요.”

에밀리야의 말에도 아우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째서 고작 십 년도 못 참아?

그런 눈빛이었다.

“결국, 번식 기능을 없애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네요.”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뇨.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한번 물어본 것이지, 그러면서까지 키울 생각은 없었다.

번식 기능을 없애다니.

듣기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강현의 반응에 에밀리야가 살포시 웃음을 흘렸다.

“장생의 식물 중에는 번식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특별한 상황에만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이죠.”

옆에 있던 아우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 중에도 있습니다. 불새도 죽을 때가 되면 제 몸을 태워서 알을 만들어요. 그렇기에 영원을 산다고 말해지죠.”

‘불새? 불사조 같은 건가?’

불사조에 대해서는 강현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용과 같이 전설 속의 존재.

비슷한 존재가 이 세상에도 있는 것 같았다.

“강현 씨는 잘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사랑받고 자라면 그 아이들도 행복하겠죠.”

싱그럽게 웃는 에밀리야.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강현의 표정은 더 어색해졌다.

결국, 먹기 위해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밀리야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금방 준비할 수 있어요. 다음 주에 오시면 건네 드릴게요. 강현 씨가 요리할 때 쓰던 아이들 맞죠?”

“아, 예.”

역시 식물을 좋아하는 요정답게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다.

쓴웃음을 삼킨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자 에밀리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벌써 가세요?”

아직 밥도 먹지 못했다.

강현이 놀라서 묻자 에밀리야가 아쉬운 듯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다음 주에는 같이 먹어요.”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나 란돌프도 안 보이는 걸 보면, 둘 역시 바쁜 것 같았다.

그런 에밀리야를 따라서 일어나는 아우라.

그러자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아우라는 일이 없지 않나요?”

“예?”

놀라서 눈을 껌뻑이는 아우라를 향해 에밀리야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모처럼이니 강현 씨와 같이 식사하고 오세요. 장로님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미소에 아우라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

곧 화들짝 놀라서 입을 열었으나 이미 에밀리야는 숲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음….”

“….”

에밀리야가 사라지자마자 어색해지는 분위기.

꼼지락거리는 아우라의 손가락.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여기서 떠나면 에밀리야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에밀리야가 애써 배려해줬는데 거절하긴 쉽지 않았다.

설기와 토리가 그런 아우라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쓴웃음을 흘린 강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밥이나 먹을까요?”

아우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토리와 놀아주던 아우라는 텐트를 설치하고 장비를 꺼내는 강현을 힐끗거렸다.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강현.

그때, 강현이 아우라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아우라.

아우라의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던 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매운 거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아우라의 말에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반말이었지만, 어느새 존대로 바뀌었다.

‘나이를 생각하면 반말해도 이상하지 않지.’

적어도 강현보다 나이가 많았다.

강현은 아우라에게서 시선을 뗐다.

실제 나이는 어떨지 몰라도 정신 연령은 중고등학생 정도였다.

그리고 강현이 이제부터 하려는 요리 역시 그 나이 또래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강현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강현을 올려다보고 있는 하얀 털 뭉치.

‘설기도 먹은 적이 없구나.’

웃음을 흘린 강현이 커다란 냄비를 잡았다.

* * *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배낭에서 떡을 꺼내서 찢었다. 그리고 물에 방울이 올라올 때 넣어 준다.

금세 잠잠해지는 냄비.

그러나 얼마 안 있어서 다시 끓기 시작했다.

그때, 양념을 풀어 준다.

양념은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과 설탕.

간은 조금 싱거울 정도가 적당했다.

어차피 재료를 넣고 물이 졸면 맛이 변한다.

그렇게 양념을 뭉치지 않게 잘 풀어 준 후에 남은 재료를 넣었다.

양파와 양배추, 파와 어묵까지.

단번에 냄비가 차올랐다.

양파와 양배추는 단맛을 올려 주고 어묵은 감칠맛을 내 줄 거다.

따로 육수를 낼 필요가 없었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지.’

강현은 미리 삶아서 껍질을 벗겨 온 달걀을 넣어 줬다.

이제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충분히 저어 주면 된다.

저을 때마다 매콤한 향이 퍼져 갔다.

그와 함께 설기의 입에도 침이 고였다.

“끼잉.”

“아직이야. 조금 더 기다려야 해.”

강현의 말에 설기의 귀가 내려갔다.

그러나 꼬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기가 없음에도 이런 반응은 드물었다.

떨어져 있던 아우라도 이쪽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피식 웃은 강현의 시선이 다시 냄비로 향했다.

점점 걸쭉해지는 국물.

곧 원하는 농도가 되자 불을 껐다.

매콤한 떡볶이의 완성이었다.

미리 준비한 널찍한 돌 위에 냄비를 통째로 올렸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을 보며 설기와 아우라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토리는 냄비 옆으로 가서 드러누웠다.

아직 열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설기야, 짐 좀 가져다줄래?”

“컹!”

떡볶이를 그릇에 푸던 강현이 말하자 설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텐트 안에서 뭔가를 물고 달려왔다.

빠르게 달려오던 설기가 냄비 근처에서 멈칫하더니 천천히 발을 옮겼다.

흙이 들어가거나 냄비가 넘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먹을 것 앞에서는 똑똑하단 말이야.’

평소에도 똑똑했지만, 주의성은 부족했다.

하지만 먹을 것 앞에서는 달랐다.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다가온 설기의 꼬리가 흔들렸다.

나 잘했지?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설기.

피식 웃은 강현이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입에 문 짐을 받았다.

짐 안에는 네모난 상자가 들어 있었다.

락앤락 통.

통을 열자 알록달록한 것들이 보였다.

어느새 아우라의 시선이 떡볶이에서 옮겨 갔다.

“김밥이에요. 같이 먹기 좋은 음식입니다.”

강현이 웃으며 김밥을 덜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떡볶이와 김밥. 한국인이라면 좋아하는 조합.

하지만 성분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좋은 조합은 아니었다.

‘탄수화물에 또 탄수화물이니.’

라면을 반찬으로 밥을 먹는 격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거다.

‘…상관없지.’

어쨌든 맛만 좋으면 되었다.

자신에게 건네준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우라.

그녀와 달리 설기는 받자마자 입을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입이 그릇에 닿기 전에 멈췄다.

강현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설기가 고개를 돌렸다.

강현의 뒤편.

곧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강현에게 익숙한 이가 나타났다.

“하만 씨?”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손을 흔드는 하만.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다.

급하게 왔는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그런 하만은 곧 강현의 옆에 있는 아우라를 발견하고 웃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있었구나. 근데 무슨 일로 날 불….”

“하만! 오랜만이야!”

“어? 으응.”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하만.

“우연이네! 강현 씨 하만도 같이 먹어도 될까요?”

누가 봐도 어색한 말투.

강현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피가 보이지 않더니.’

아우라의 정령.

언제부턴가 모습을 감춘 소피가 지금은 다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강현과 둘이 있는 게 어색한 아우라가 급히 하만을 부른 것이었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요. 오히려 좋죠.”

강현 역시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리둥절하던 하만은 곧 냄비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와, 빨갛네요!”

하만의 감탄에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한국에는 붉은 음식이 많았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가 봤을 때,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강현은 새로운 그릇을 꺼내서 하만에게 퍼 줬다.

“떡볶이에요. 그리고 이건….”

“김밥이죠? 전에 먹었어요.”

전에 해준 적이 있던가?

강현은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하만은 강현의 제자인 만큼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김밥이 들고 다니기도 편하니.’

몇 번인가 싸서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디에선가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기였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강현을 쳐다보는 설기.

강현은 실소를 흘리고는 새롭게 떡볶이를 떠 줬다.

내려놓자마자 다시 먹기 시작한 설기.

“천천히 먹어. 목에 걸린다.”

떡이 목에 걸리면 큰 문제였다.

그러나 설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강현이 둘을 돌아보았다.

하만과 아우라.

둘은 강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현이 먼저 먹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쪽도 한국과 비슷한 문화가 있는 건가.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포크로 떡볶이를 찍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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