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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95화 (195/227)

195화 이게 없으면 안 되지

주말이 되자 강현은 나물들을 잔뜩 짊어진 채 이세계로 향했다.

“컹! 컹! 컹!”

지난주에 쉬었던 탓인지 이세계에 도착하자 설기의 기분이 평소보다 좋아 보였다.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리는 꼬리.

땅을 한 번 구르더니 그대로 울음을 토했다.

“아우우우우우.”

그러고는 강현을 돌아보는 설기.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후다닥 숲을 향해 달려 나가는 설기.

순식간에 하얀 그림자라 멀어졌다.

“저리도 좋나.”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늘 한결같은 설기였다.

마치 이 숲처럼.

“오늘은 급할 게 없으니.”

짐은 많았지만, 정작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강현은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설기가 떠나간 후 뒤늦게 들려오는 풀벌레와 동물의 울음소리.

설기가 있을 때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얘들이 반가워질 줄은 몰랐는데.”

강현은 눈앞에 날아다니는 벌레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자연의 일부 아니겠는가.

걸음을 옮기다 보니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새들도 보였다.

작지만 화려한 깃털.

시골에서 보던 새들과는 달랐다.

부스럭, 부스럭.

그때,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강현은 소리만으로 주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

“바아아압!”

거친 포효와 함께 나타난 모나.

곧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설기의 울음을 듣고 달려온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설기가 보이지 않으니 당황한 것이었다.

강현은 그런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기는 잠깐 산책하러 갔어. 금방 올 거야.”

강현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던 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현은 피식 웃고는 모나의 손을 잡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살짝 허리를 굽혀야 맞았는데, 지금은 서 있는 상태로도 손이 닿았다.

성장한 것이었다.

‘바뀌지 않는 것도 있지만.’

쪽쪽쪽.

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나를 보자 입꼬리가 부드러워졌다.

‘현대였으면 슬슬 초등학교 다닐 나이겠네.’

언젠가는 모나도 사춘기가 올 거다.

그때부터는 이렇게 같이 다니기도 힘들겠지.

그 생각을 하니 아우라가 떠올랐다.

그쪽은 사춘기가 몇 년은 더 이어질 거다.

“그러고 보니 하만이 대단하네.”

내성적이긴 하지만, 배려심이 깊었다.

수인답지 않은 성격.

강현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모나가 걸음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응? 왜 그래?”

강현의 물음에 자세를 낮추는 모나.

귀와 꼬리가 쫑긋 올라왔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풀 사이로 하얀 그림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설기야, 벌써 돌아온 거야?”

생각보다 일렀다.

하지만 강현은 그게 아니란 걸 알아챘다.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새끼 늑대.

꼬리의 움직임조차 우아했다.

그걸 깨닫자마자 모나를 돌아봤다.

“모나야, 걔는….”

하지만 늦었다.

모나는 이미 새끼 늑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무심한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는 새끼 늑대.

그리고.

퍽!

“깨갱!”

어딘가 익숙한 비명과 함께 날아가는 모나.

새끼 늑대가 달려오는 모나를 앞발로 후려친 것이었다.

“아차.”

강현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럴 줄 알았다.

그러나 모나는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데구루루 굴러서 일어난 뒤에 멍한 눈으로 새끼 늑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마에는 빨갛게 앞발 모양이 찍혀 있었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선명한 모양.

‘그래도 발톱으로 하지는 않았네.’

강현이 쓴웃음을 흘렸다.

나름대로 배려한 것이었다.

곧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렸다.

아픔 때문이 아니었다. 배신감과 서러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강현은 황급히 모나에게 다가갔다.

“잘 봐. 설기가 아니야.”

“…으엉?”

강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나.

흘러내리는 콧물을 들이마시더니 킁킁, 냄새를 맡아 본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모나가 새끼 늑대에게 다가갔다.

경계하듯 털을 세우고 새끼 늑대의 주변을 도는 모나.

모나의 코가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끼 늑대는 강현이 있는 자리까지 사뿐사뿐 걸어왔다.

“잘 지냈어, 설탕아?”

강현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설탕.

그 모습까지 도도했다.

그리고 뒤늦게 설탕이 설기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나가 이를 드러냈다.

“꺄아아아.”

살쾡이처럼 위협하는 모나.

하지만 설탕이 노려보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설탕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은 게 분명했다.

‘현명하네.’

설기조차 쉽게 제압하는 설탕이었다.

성격도 설기보다 가차 없었다. 모나와 놀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모나가 얌전해진 걸 확인한 강현이 쭈그려 앉았다.

설탕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설기가 또 올라갔어?”

강현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 설탕.

그럼 무슨 일이지?

하지만 설탕은 턱을 세울 뿐 알려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강현도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산책 나온 거구나.’

설기와 마찬가지였다.

모나처럼 설기의 하울링을 듣고 놀러 와 본 것이었다.

“잘 왔어. 모처럼이니 같이 밥 먹자.”

강현의 권유에 멈칫한 설탕이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진 않지만 부탁하니 같이 먹겠다는 뜻이었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네.’

강현은 피식 웃고는 다리 몸을 일으켰다.

그러기 무섭게 흔들리는 수풀.

아까보다 거셌다.

동시에 수풀을 가르고 나타난 하얀 털 뭉치.

“바압!”

모나가 반가움에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설기였다.

“컹!”

해맑게 짖은 설기는 강현 옆에 있는 설탕을 보더니 멈춰 섰다.

“낑?”

움찔.

눈을 껌뻑이던 설기는 그대로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도망쳤어?”

강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설탕은 설기가 도망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품하더니 고양이처럼 손등을 핥는 설탕.

‘혼내러 내려왔다고 생각한 건가?’

그렇지 않으면 산에 있을 설탕이 내려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설탕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다.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

저 설기조차 두려운 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강현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밥때는 돌아오겠지.’

설기는 설탕이 무서운 것보다 밥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강현도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졸졸졸.

강부터 갈라져 나온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작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강현은 텐트를 설치했다. 그런 강현의 곁에 얌전히 앉아있는 설탕.

하지만 모나는 심심했는지 설탕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마다 꼬리가 움찔움찔하는 것이 다시 한번 덤벼 보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뒤.

충동을 이기지 못한 모나가 달려 들였다.

물론,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강현은 발자국이 두 개가 된 모나의 이마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설탕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구나.’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나 모나다웠다.

웃음을 삼킨 강현이 몸을 일으켰다.

텐트 정리가 끝난 것이었다.

이제는 요리할 차례였다.

스토브를 꺼내서 냄비를 올린다.

냄비에는 미리 씻어 온 쌀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쌀을 짓기 시작하자 손님들이 찾아왔다.

“세 분이 같이 어쩐 일이세요?”

강현이 놀란 눈으로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오다 만났어요.”

부드럽게 웃는 에밀리야. 그녀의 곁에는 란돌프와 노아의 모습도 보였다.

“다행히 시간을 잘 맞췄나 보군.”

란돌프가 끓기 시작한 냄비를 보며 미소 지었다.

밥 먹기 전에 딱 맞춰서 온 것이었다.

강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셋의 시선이 곧 강현의 곁에 있는 설탕에게 향했다.

“어머나.”

“호오.”

흥미로운 눈빛으로 설탕을 바라보는 셋.

역시나 한눈에 설기가 아니란 걸 알아챈 것이었다.

“설탕이에요. 설기네 누나죠.”

“예쁜 아이네요.”

에밀리야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셋의 시선에도 설탕은 도도하게 털을 고를 뿐이었다.

확실히 외견에 신경 안 쓰는 설기와는 달랐다.

곧 셋이 강현 곁에 앉았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하게.”

란돌프의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셋의 시선이 설탕에게 향했다.

강현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강현도 요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토브에 냄비를 하나 더 올린다.

물이 끓기 전에 된장을 풀어준다. 그리고 멸치와 무, 다시마를 넣은 망을 같이 넣어 준다.

이어서 다진 마늘까지 크게 한 스푼.

그리고 냄비를 끓기 전에 재료를 준비했다.

양파와 애호박, 두부를 썰어 준다.

때마침 끓기 시작한 육수.

거기다 썰어 놓은 양파에 애호박을 넣어 준다.

양파와 애호박이 어느 정도 익자 구수한 된장의 향이 솔솔 올라왔다.

간을 본 강현은 팽이버섯과 두부를 넣고 다시 한번 끓여 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리 손질해 준 달래를 넣어 주고 청양고추와 홍고추로 마무리해 주면 된다.

‘잘된 것 같네.’

달래 된장찌개.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때마침 밥도 다 되어서 불을 끄고 뜸을 들였다.

그사이 또 할 것이 있었다.

강현은 팬을 꺼내서 기름을 둘렀다.

그리고 다진 고기를 꺼내서 팬 위에 올렸다.

‘고기가 없으면 섭섭해하겠지.’

설기뿐만 아니라 란돌프와 노아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느새 셋의 시선은 강현을 향해 있었다.

란돌프와 노아는 조금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기를 잘게 다진 게 이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설기의 모습도 보였다.

혀를 빼고 헥헥거리는 설기.

역시나 밥때에 맞춰서 나타난 것이었다.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서 이쪽을 힐끗거리는 설탕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피식 웃은 강현이 고기에 양념을 부었다.

간장과 설탕, 다진 마늘과 미림, 후추까지.

미리 만들어 온 양념이었다.

순식간에 고기를 볶아 낸 강현은 물티슈로 팬을 닦아 내고 다시 기름을 둘렀다.

그리고 가방에서 팩 하나를 꺼내 왔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네.’

강현이 꺼낸 건 달걀이었다.

고기보다도 더 중요한 재료.

‘이게 없으면 안 되지.’

순식간에 달걀들이 팬 위로 떨어졌다.

치이익.

강현의 손이 분주해졌다.

그와 함께 쌓여 가는 계란후라이들.

“오오.”

뒤에서 짧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강현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깔끔했다.

“저건 안 쓰는 건가?”

지켜보던 란돌프가 불쑥 입을 열었다.

란돌프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남긴 달걀 둘 개가 있었다.

아까운지 입맛을 다시는 란돌프.

그런 란돌프를 보며 강현이 미소 지었다.

“쟤네는 따로 쓸 곳이 있어서요.”

강현의 말을 들은 란돌프가 안도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란돌프가 저러는 이유가 짐작되었다.

‘고기 양이 적어 보이겠지.’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강현이 다시 한번 팬에 기름을 둘렀다.

그리고 참나물과 부추를 꺼냈다.

송송송 잘라 준 후 애호박,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어 준다.

아까 찌개를 끓이면서 같이 준비해 둔 것이었다.

사용하는 재료가 같으니 번거롭지 않았다.

이어서 부침가루와 남겨 놓은 달걀, 물을 조금 넣고 잘 비벼 줬다.

그리고.

치이이익.

팬 위에 올리자 참나물의 향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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