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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74화 (174/227)

174화 좋아, 질 수 없지

일행들의 웃음소리에 아우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포크로 빈 접시를 쿡쿡 찌르는 아우라.

일행들은 그 모습에 웃음을 삼켰다.

더 놀리면 이 자리를 떠날지도 몰랐다.

고개를 돌린 란돌프가 입맛을 다셨다.

“아쉽군.”

무엇이 아쉽단 말일까.

앤의 시선이 향하자, 란돌프가 멋쩍게 웃었다.

“아, 요리가 부족하다는 건 아니오.”

그러나 앤과 달리 강현과 에밀리야는 란돌프의 말뜻을 이해했다.

“이런 요리에 불만을 가질 순 없지.”

“죄송해요. 재료랑 장비를 챙기느라 여유가 없었어요.”

강현의 말에 란돌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저 해 본 소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네.”

그제야 앤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챘다.

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술을 떠올리는 게 애주가의 본능이었다.

“다음에는 과일주를 가져올게요.”

에밀리야의 말에 란돌프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너무 얻어먹기만 하면 안 되지. 나도 벌꿀주를 챙겨오겠소.”

“연말에 보기로 했으니 그때가 좋겠네요.”

연말이란 말에 아우라가 힐끗 에밀리야를 보았다.

불안한 눈빛. 자신을 빼놓고 놀러 가려고 하는 어른을 보는 눈빛이었다.

그 표정을 보니 모르는 듯했다.

이번 준비는 앤을 대접하기 위함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바로 연말 파티의 예행연습.

‘다행히 성공적이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일행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잘 되었네요.”

강현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모였다.

강현은 차분하게 입을 뗐다.

* * *

강현의 이야기가 끝나자 일행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그런 식으로 경쟁한다라…. 생각지도 못했군. 하지만.”

“예, 가능성은 있어요.”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앤 역시 입을 열었다.

“서로에게 위해만 가하지 않으면 신들도 제지하지 않지.”

단지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신이 벌하는 게 아니었다.

그걸 행동으로 옮겼을 때 죄가 생기는 것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에밀리야와 달리 앤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곧 앤의 시선이 강현을 향했다.

“그래서, 그 올림픽이란 걸로 전쟁을 대체하는 건가?”

앤의 물음에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어느 정도 억제는 되죠. 물론, 저희는 올림픽처럼 규모가 크지 않아서 운동회라고 말하는 게 나을 거예요.”

사실 올림픽의 유래는 종교 행사에 가까웠다.

올림피아제.

제우스를 기리는 행사로써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기간에는 전쟁을 멈췄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직접 겨루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음.”

강현은 지난번에 했던 올림픽을 떠올렸다.

“달리기나 수영, 체조나 활쏘기처럼요.”

활쏘기란 말에 에밀리야와 아우라의 귀가 쫑긋 올라갔다.

아우라 관심 없는 척을 하고 있지만 귀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본 강현이 말을 이었다.

“물론, 너무 한쪽만 유리한 경기는 피해야죠.”

활쏘기로 하면 우승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면 다른 종족에도 유리한 경기를 넣어서 균형을 맞춰야지.”

앤이었다.

역시나 정보상답게 요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너무 그런 것들만 넣으면 과열될 수도 있으니.”

강현의 시선이 옮겨갔다.

설기와 뒹굴고 있는 모나.

토리는 떨어져서 둘을 구경하고 있었다.

지친 얼굴을 보니 설기 머리에 타고 있다가 휘말렸던 게 분명했다.

“아이들도 어울릴 수 있는 가벼운 놀이도 넣으면 좋죠.”

당연히 종족끼리 나눌 생각은 없었다.

박 터트리기나 공굴리기.

서로 다른 종족끼리 팀을 맺어 주면 자연스레 친해질 거다.

안 그래도 종족 간의 자부심이 강한 이들이었다.

전투적인 부분만 넣을 순 없었다.

너무 진지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마을의 축제처럼.

“물론 이건 나중의 일이지만요.”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었다.

행사 중에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소수로 한번 해 보자는 거군?”

란돌프의 물음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괜찮으면 인원을 조금씩 늘려서.”

“나중에는 마을끼리. 맞죠?”

에밀리야가 강현을 보며 싱긋 웃었다.

싱그러운 웃음에 강현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예. 꼭 직접 싸우는 것만이 경쟁은 아니니깐요.”

“좋네요. 서로를 알아 가는 기회도 되겠어요.”

“왕도의 기사 학교에도 비슷한 걸 했었지.”

에밀리야에 이어서 란돌프까지 긍정적인 답을 줬다.

그 모습에 강현은 안도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한 일이 허황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란돌프가 강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 같군. 자네가 우리의 일을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에밀리야 역시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의 시선에 강현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훈련이 힘들어서 피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떠올렸다고는 말 못 하지.’

서로 알아서 경쟁할 수 있게.

셋의 경쟁심이 치열해지면서 강현의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물론 시작이 그럴 뿐이지 지금의 생각은 달랐다.

‘훈련도 이제 적응이 되었고.’

처음에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훈련도 점점 줄었다.

지금은 한 번씩 자세와 훈련 방향만 가르쳐 줄 뿐이었다. 게다가 강현 역시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강현은 조심스럽게 일행들을 보았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어요.”

“괜찮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강현의 말에 란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에밀리야 역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악의가 없으면 큰 벌은 내리시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우리의 신들은 그리 융통성이 없진 않아.”

옆의 있던 앤은 신의 이야기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웃을 수 없었다.

‘그래도 벌을 내리는구나.’

덜 아프다는 거지, 아프지 않다는 게 아니었다.

강현이 미묘한 표정을 짓자 란돌프가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아이들이라면 아직 모르겠지만, 건전한 전사라면 큰 문제가 없을 거야.”

“….”

정말로 괜찮은 거 맞나?

란돌프의 말에 더욱 걱정이 생기는 강현이었다.

강현의 시선이 모나에게 향했다.

그러자 설기와 놀고 있던 모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모나를 덮치는 설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정작, 이곳의 사람인 란돌프와 에밀리야가 괜찮다는데 강현이 걱정해 주는 것도 이상했다.

“그럼 일단은 참가할 인원을 뽑아야겠네요.”

일행들끼리 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었다.

에밀리야의 말에 뒤에 있던 아우라의 눈이 번뜩였다.

‘참가할 생각이군.’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쓴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 어떤 종목이 괜찮을지 몇 가지씩만 부탁드려요.”

강현이 생각한 종목들이 있지만, 본인들의 의견도 중요했다.

“정말 기대되네요.”

에밀리야였다.

붉게 상기된 볼. 그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경쟁인가? 좋아, 질 수 없지.”

옆에 있던 란돌프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강현은 하얀 콧김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벌써 호승심이 올라온 것이었다.

‘…잘한 거겠지?’

강현은 쓴웃음을 삼켰다.

* * *

에밀리야와 란돌프가 들뜬 걸음으로 떠나갔고 앤만 남게 되었다.

“죄송해요. 손님으로 오셨는데 저희 이야기만 했네요.”

강현의 사과에 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흥미로운 시간이었어.”

앤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현이 그런 앤을 보며 물었다.

“이제 가시게요?”

“그렇지.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어.”

정령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 예상보다 더 머물렀다.

강현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앤이 고개를 저었다.

“내 선택으로 한 일이야. 네 녀석이 미안할 필요도 없지.”

앤은 그리 말하고는 담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저기….”

조심스러운 물음에 앤의 시선이 강현을 향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운동회란 것에 나와 달라는 거지?”

“굳이 참여하지 않으셔도 돼요.”

옆에서 응원하고 구경하는 것 역시 운동회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 강현의 말에 앤이 코웃음 쳤다.

“내키면.”

그리고는 숲을 향해 걸어갔다.

곧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감추는 앤을 본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친해진 건가?”

완전한 거절은 아니었다.

그렇게 앤이 떠나가자 뒹굴고 있던 모나의 귀가 쫑긋 올라왔다.

익숙한 반응.

“…마중이 왔나 보네.”

벌써 그런 시간인가.

고개를 돌리자 수풀 사이로 익숙한 사내가 나타났다.

노아였다.

“안녕하세요, 노아 씨.”

“음!”

고개를 끄덕여서 강현의 인사를 받는 노아였다.

* * *

집으로 돌아온 강현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이야기가 잘돼서 다행이네.”

“끼잉?”

강현의 혼잣말에 설기가 돌아보았다.

“아냐.”

강현은 고개를 젓고는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기분 좋은 울음을 뱉는 설기.

마치 고양이 같았다.

그런 설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에 봤던 설탕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겠지?’

설탕이라면 어디서도 잘 지낼 거다.

강현은 설기의 둥근 엉덩이를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아 역시 강현의 이야기를 반겼다.

직접 전투만큼은 아니지만, 란돌프나 에밀리야처럼 경쟁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작 이럴 걸 그랬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걱정스러웠는데, 막상 이야기하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했다.

“그럼 이제 씻을까?”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세계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세계만큼이나 일상 역시 중요했다.

강현의 말에 슬쩍 도망치려는 설기.

하지만 바로 강현에게 붙잡혔다.

작은 발을 허우적거리는 설기. 하지만 아무리 설기라도 공중에서 강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곧 강현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설기.

“물놀이는 좋아하면서, 목욕은 싫어한단 말이야.”

강현은 설기의 시선을 무시하고 욕실로 향했다.

그러던 도중 강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저것도 있었네.”

이세계의 일로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까먹고 있었다.

송어 축제 입장권.

텐트 하나에 4인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두 장이니 총 8인.

8인을 꼭 다 채울 필요는 없지만, 혼자 쓸 수는 없었다.

“마을 사람들께 물어봐야겠네.”

다들 무료할 테니 금방 인원을 채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한 강현의 생각은 다음 날이 되자 바뀔 수밖에 없었다.

* * *

“아, 저희도 몇 번 받았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수진의 말에 강현이 탄식을 뱉었다.

‘그렇구나.’

이장이 입장권을 들고 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마을 사람들도 받아 본 적이 있었다.

“어르신들도 호기심에 몇 번 다녀오셨는데. 요즘은 번잡하다고 잘 안 가세요.”

축제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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