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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59화 (159/227)

159화 내가 무심했구나

셋은 설탕을 빤히 쳐다보았다.

설탕은 그런 셋의 시선이 귀찮았는지 몸을 돌려 버렸다.

“보면 볼수록 똑같이 생겼네.”

다른 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장만은 눈살을 찌푸렸다.

“뭘 똑같이 생겨. 저리 다른데.”

툴툴거리는 이장. 삼인방과 강현은 그런 이장을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도 한눈에 알아보긴 했지만.’

강현은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현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설기와 가장 친한 이는 이장이었다.

알아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둔한 것 같으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 날카로운 이장이었다.

“그래서?”

이장이 강현을 보며 다시 물었다.

아까의 물음이었다.

“설기는 가족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정확히 뭘 하는지는 강현도 몰랐다.

강현의 말에 삼인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새끼이니 부모가 필요하긴 하지.”

“대신 저 녀석을 맡긴 건가? 친절도 해라.”

맡긴 게 아니라 찾아온 거긴 하지만 다르진 않았다.

다들 의심하지 않고 넘기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저 아이 이름은 뭔가?”

“설탕이요.”

“…음.”

강현의 말에 셋이 동시에 침음성을 뱉었다.

무언가 잘못된 건가? 셋의 심정을 대신해서 황대길이 입을 열었다.

“…백설탕이겠군.”

“예.”

“설마 자네가 지은 건가?”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셋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주인이 그 이름을 허락하다니, 성격이 좋나 보군.”

“강현과 닮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비슷한 성향의 친구끼리 모이는 걸세.”

“설마. 저런 성격이 또 있을까.”

“본가에서 키우는 걸 수도 있지 않은가.”

“아.”

이정환의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었다.

셋은 강현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못 보는 건 아니었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예전의 강현만 해도 요리 빼고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러한 속삭임을 듣지 못한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심 설탕이란 이름에 만족하고 있던 강현이기에 셋의 시선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셋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강현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다는데 그만 관심 가지고 밥이나 먹어.”

이장의 말에 삼인방은 설탕과 강현에게서 시선을 뗐다.

강현 역시 웃으며 주문을 받았다.

* * *

파스타에 막걸리. 안 어울릴 듯하지만, 넷은 거리낌이 없었다.

넷의 웃음소리는 점심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황대길 선생님까지 마시는 건 의외인데.’

강현이 알기로 황대길은 음식과 술의 궁합도 중요시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강현이 바뀐 것처럼 황대길도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집착을 놔 버린 것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을 거다.

남들이 보기에는 매번 고민하는 쪽이 피곤해 보이겠지만, 강현은 달리 생각했다.

일평생을 그리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만한 각오와 함께 노력도 필요할 거다.

그렇게 넷을 배웅한 강현은 매장 옆에 놓인 토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줘도 된다고 했는데.”

이 녀석은 또 어디서 잡아 온 걸까.

설탕이었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식사를 줄 때마다 사냥해 왔다.

빚지기 싫어하는 성격.

강현도 비슷한 성격이기에 뭐라고 할 순 없었다.

강현은 토끼의 사체를 들어다가 창고에 넣었다.

창고에 넣어 놓으면 토리가 알아서 묻어 줄 거다.

그렇게 매장으로 돌아온 강현.

주방에서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한적한 마을 풍경.

‘역시 겨울은 한가하네.’

평소에도 바쁜 건 아니었지만 겨울은 더 했다.

그러나 강현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시골의 소문은 새벽 신문만큼이나 빠르다는 것을.

* * *

딸랑, 딸랑.

“설기 동생이 왔다고?”

“동생 아니라 형제.”

“그게 그거지.”

오후 무렵부터 사람들이 매장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설탕을 구경하러 오는 것이었다.

이 작은 시골에서는 대사건이나 다름이 없었다.

강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했다.

“지금은 잠깐 나갔어요.”

손님들이 찾아와서 관심을 보이자 도망친 것이었다.

이런 면은 설기와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설기는 먹을 것으로 유혹할 수 있지만, 설탕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현의 말에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이 떠올랐다.

“어쩌지?”

“뭘 어째. 기왕 만났으니 한잔해야지. 토마토 피자? 그거랑 소주 하나 부탁해. 피자는 매콤하게. 알지?”

“예.”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앉자 테이블은 다 찼다.

만석.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추워서 집 밖으로도 잘 안 다니는데, 다들 어떻게 아는 거야.’

주방으로 들어간 강현의 손이 분주해졌다.

점심에 손님이 없던 걸 고려해서 준비를 많이 해 놓지 않았다.

재료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건, 매장 안의 사람들이 다 아는 이들이었다.

“동생들. 안주 나올 때까지 이것 좀 가져가서 먹어.”

“어이쿠, 감사합니다. 이럴 게 아니라 한잔 따라드릴게요.”

서로 뒤섞여서 술잔을 나눴다.

슬그머니 그 광경을 본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이래 봐도 레스토랑인데.’

홀의 광경은 술집 회식 자리였다.

‘뭐, 상관없나.’

음식을 즐기면 그걸로 되었다.

다들 한동안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던 것이었다.

강현은 스토브에 불을 켰다.

* * *

몰려오는 손님.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재료가 떨어진 상태였다.

“…이걸 붙일 줄은 몰랐는데.”

강현은 문에 종이를 붙였다.

큼지막하게 적힌 글자.

재료 소진으로 인해 오늘 영업은 종료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읽기 힘들겠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먹던 사람들이 알아서 이야기해 줄 거다.

사실 이렇게 종이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올 사람들은 거의 다 왔다.

강현이 종이를 붙이고 매장 문을 열자 어느새 설탕이 돌아와 있었다.

언제 나갔다 왔냐는 듯이 선반에서 털을 고르는 설탕.

고개를 갸웃한 강현은 다시 매장 문을 열고 창문을 확인했다.

닫혀 있는 창문.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들에 관해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았다.

설기에게 배운 교훈이었다.

설탕을 확인한 강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비어있는 집 옆에 놓인 작은 집.

그곳의 주인은 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님이 많아서 시달린 게 아니었다.

강현은 토리를 들어 올렸다.

시무룩한 표정의 토리.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놀아 줄 상대가 없어서 심심한 것이었다.

설기와 달리 설탕은 토리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놀아 주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강현이 손가락으로 배를 간지럽히자 그제야 끼륵, 끼륵 웃기 시작한 토리.

당연히 정령이라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현의 귓가에는 그렇게 들려왔다.

그렇게 한동안 놀아 준 후에나 기운을 찾았다.

강현은 토리를 내려놓고 주방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저녁이 문제네.”

장사 때문이 아니었다. 재료가 다 소진되어서 먹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남는 재료로 무언가 만들 텐데, 오늘은 불가능했다.

‘장이라도 봐야 할까.’

강현이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매장 밖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조심스레 매장 안을 살피는 그림자.

그림자와 눈이 마주친 강현은 서둘러 매장 문을 열었다.

“어쩐 일이세요?”

“아, 다행히 계셨네요.”

매장 밖에 있는 건 수진과 민호였다.

아기를 안고 있는 수진과 달리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민호.

“이건….”

강현이 의아해하자 수진이 싱긋 웃었다.

“오늘 바쁘셨다면서요? 제대로 식사도 못 하셨을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

강현의 눈이 커졌다.

“아, 혹시 식사하셨나요?”

“아뇨. 마침 장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잘됐네요.”

수진이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수진의 품에 안긴 아기도 방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현이 민호에게서 짐을 건네받았다.

검은 봉지에 담겨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수육이랑 김치예요.”

생각보다 묵직했다.

“이럴 게 아니라 같이 드시죠.”

강현의 물음에 수진이 민호를 돌아보았다.

강현은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강현과 달리 민호와 수진은 가족이 있었다.

곧 민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진이 배시시 웃었다.

“그럼 그럴까요?”

시원시원한 수진의 대답에 강현이 더 놀랐다.

“괜찮으시겠어요? 아버님은….”

“아버님은 이미 한잔하셔서 주무신다고 하셨어요.”

수진은 말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졌다.

“아.”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그제야 강현은 낮에 온 손님 중에 민호의 아버지가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다른 어르신들에게 억지로 끌려왔던 것이었다.

“덕분에 저희도 둘이 먹어야 해서 괜찮아요.”

“예, 들어오세요.”

수진의 말에 강현이 웃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민호와 수진.

그러나 설탕의 반응은 이제까지와 달랐다.

수진을 빤히 쳐다보는 설탕.

아니, 수진이 아니었다.

수진의 품에 안겨 있는 하은이를 보는 것이었다.

“잠시만요. 금방 밥을 안칠게요.”

수육과 김치만 먹기에는 허전했다.

재료 대부분을 썼다지만, 달걀과 쌀은 좀 있었다.

금세 달걀말이와 밥을 지어서 온 강현.

거기에 김까지 꺼내자 그럴싸한 상이 차려졌다.

그렇게 상을 차린 강현이 테이블 옆에 아기 의자를 가져다 놓자 수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은이는 아직 아기 의자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선반 위에 있던 설탕이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가서 아기 의자에 사뿐, 올라갔다.

하은이를 힐끗 보더니 곧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수진과 민호의 눈이 커졌다.

“…설기도 그렇지만 이 아이도 평범하진 않네요.”

한 번에 의자 위로 올라간 것도 놀랍지만, 제집인 것처럼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도 놀라웠다.

수진의 말에 강현이 쓴웃음을 흘렸다.

당연했다. 개도 아닐뿐더러 일반 늑대와도 달랐다.

담담히 밥을 먹는 설탕을 보며 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탕이 맞죠?”

벌써 이름까지 들은 건가.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진이 귀엽다는 듯이 설탕을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설기랑 성격이 다르네요.”

수진의 말에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그런 강현의 반응을 본 수진이 오히려 놀랐다.

“설마 모르셨어요?”

“아, 예.”

뒷머리를 긁적이는 강현.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설탕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고민한 적은 많았지만,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강현의 설명을 들은 민호와 수진이 웃음을 흘렸다.

“강현 씨답네요.”

수진의 말에 민호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내가 무심했구나.’

그리고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설탕을 보았다.

설기는 남자아이였다.

밥만 먹으면 배를 까고 드러누우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설탕은 강현의 시선에 뭘 보냐는 듯이 인상을 한 번 쓰고는 식사를 재개했다.

작은 설탕이 인상을 써 봤자 얼마나 무섭겠는가.

귀여운 설탕의 행동에 일행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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