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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57화 (157/227)

157화 고양이 같네

장로들의 배웅을 받은 일행들은 왔던 것처럼 강을 건넜다.

“…이건 익숙해질 것 같지 않군.”

마지막으로 내려온 로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얗게 질린 하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강현과 달리 둘은 정령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안쪽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아닐세. 여기까지면 충분해.”

에밀리야의 제안에 로멘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하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제 갈 수 있어요!”

하만은 땅 위에서라면 정령만큼이나 빨리 달릴 수 있었다.

그러한 둘의 반응에 에밀리야가 강현을 돌아보았다.

“강현 씨는?”

“저도 괜찮아요.”

이중에서는 강현이 가장 가까웠다.

굳이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때, 줄이 풀린 모나가 두리번거리더니 수풀을 향해 뛰쳐나갔다.

“앗. 저, 저는 먼저 가 볼게요!”

황급히 모나를 쫓는 하만.

일행들은 실소를 흘렸다.

“우리도 여기서 헤어지세. 요정분도 고마웠소이다.”

로멘의 말에 뒤따라온 요정 사내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일행들을 데려다주려고 온 것이었다.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인 후 강현과 로멘을 보았다.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요.”

“우리야말로 초대해 줘서 고맙네. 인상 깊었어.”

“맞습니다.”

로멘에 이어서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중에 온천에도 또 초대해 주게.”

“언제든지 오세요.”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 에밀리야가 다시 강을 넘어갔다.

에밀리야와 요정 사내가 보이지 않게 된 후에나 로멘은 몸을 돌렸다.

“그럼 강현, 다음에 또 보세.”

“정말 혼자 괜찮으세요?”

강현의 물음에 로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에게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자네뿐일 걸세.”

“아.”

로멘은 마법사였다. 그것도 뛰어난 마법사.

체력이 부족할 뿐이지, 무력은 충분했다.

곧 실수를 깨달은 강현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로멘이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산책 나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걸으면 된다네.”

그리 말한 로멘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렇게 로멘마저 사라지자 강현이 설기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설기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는 토리.

“우리도 갈까?”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힘차게 짖었다.

어서 가서 밥 먹자는 뜻이었다. 하루 동안 먹은 게 열매와 과일뿐이니 당연했다.

앞장서서 걷는 설기를 보며 강현은 실소를 흘렸다.

‘…오늘 하루는 고기가 없다고 했는데.’

벌써 까먹은 건가?

신나게 흔들리는 꼬리를 보면 벌써 잊은 게 분명했다.

걸어가던 설기가 멈춰 서서 강현을 돌아보았다.

어서 안 오고 뭐 하냐는 눈빛이었다.

설기의 재촉에 강현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번에는 넘어가 준다.’

온천에서 바구니 가지고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얌전히 지냈다.

강현은 설기의 곁으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친 손길에 고개를 흔들던 설기가 돌아봤을 때, 강현은 이미 앞으로 가고 있었다.

“컹!”

황급히 강현을 뒤쫓는 설기. 설기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 * *

푸르른 수풀을 사이를 거닐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광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이 가까워진 것이었다.

자연스레 설기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다시 강현을 재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좀 가지.”

저렇게나 좋을까.

그렇게 강현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앞서가고 있던 설기가 갑자기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귀를 쫑긋하는 설기.

“설기야?”

강현이 말을 건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우우우우우.”

멀리서 들려오는 하울링. 그에 답하듯 설기도 입을 열었다.

“아우, 아우우우.”

그리고는 강현을 돌아보았다.

쳐진 귀와 꼬리. 시무룩해 보이는 설기를 보며 강현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어?”

“끼잉. 낑.”

그러자 설기가 땅에다 무언가를 그렸다.

산 모양. 그리고 거대한 뼈다귀.

하지만 강현은 뼈다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산만한 뼈다귀는 하나뿐이 없었다.

“부모님?”

“컹!”

고개를 끄덕이는 설기. 그러더니 앞발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다녀와야 한다고?”

끄덕끄덕.

“알았어. 기다릴게. 다녀와.”

요정 마을에서 일찍 나온 덕분에 시간은 여유 있었다.

“컹!”

힘차게 대답한 설기가 뜀박질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설기. 그 모습을 보던 강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곧 적당한 나무뿌리를 발견하고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설기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 작은 손이 발을 툭툭 건드렸다.

고개를 내리자 토리가 물끄러미 강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현은 그런 토리를 올려다가 무릎에 올렸다.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강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토리.

강현은 그런 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비비는 토리.

따뜻한 온기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토리와 장난을 치다가 고개를 드니 다람쥐와 비슷한 동물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저기 멀리 토끼가 뛰는 것도 보였다.

‘토끼치고는 근육이 많아 보이지만.’

귀는 토끼의 모양이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 아니, 본 적이 있었다. 한동안 못 봤을 뿐.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기와 있어서 그렇구나.’

설기와 있으면 동물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잠깐만.”

멍하니 다람쥐를 바라보고 있던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위험한 상황인가?”

설기가 없으니 숲의 동물들도 거리낌 없이 다가올 수 있다.

그전에도 설기와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따로 있던 적은 없었다.

강현의 혼잣말에 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야.”

강현은 토리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슬쩍 주변을 보았다.

언제나 보던 숲이었지만, 오늘따라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기분 탓이겠지.’

강현은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 애써 자신을 다독였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을 매만지는 강현.

차가운 감촉 대신 허전함만 느껴졌다.

초대받았는데 검을 들고 가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서 빼놓고 온 것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

뒤에서 들린 소리에 강현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무릎에 있던 토리가 데구루루 떨어져 내렸다.

통, 통. 마치 공처럼 튕겨 나간 토리.

하지만 토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소리가 난 방향을 응시하는 강현.

그러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착각한 건가?

강현은 곧 고개를 저었다.

풀잎 소리를 착각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풀 사이로 그림자가 보였다.

‘…커.’

긴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소동물 따위는 아니었다.

그림자도 자신이 들켰다는 걸 알아챘는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멧돼지.

그러나 강현이 알던 멧돼지와는 달랐다.

훨씬 흉포하게 생겼다.

강현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순간, 멧돼지가 뒷발을 굴렸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 강현은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들었다.

고작 돌 따위로 뭘 하겠는가 싶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그래, 배운 걸 믿자.’

일촉즉발의 순간.

멧돼지가 땅을 박찼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존재가 있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달려오는 멧돼지를 낚아챘다.

“꿰에에에에에엑!”

비명을 지르는 멧돼지. 거대한 몸이 땅을 굴렀다. 멧돼지를 물고 있던 그림자가 떨어지자마자 황급히 도망쳤다.

하지만 그림자는 멧돼지를 쫓지 않았다.

애초부터 위협만 가할 생각이었다.

“넌….”

거대한 늑대.

강에서 보았던 늑대 중 하나였다.

녀석은 강현을 힐끗 보더니 슬그머니 땅에 엎드렸다.

“설기가 보냈어?”

“….”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늑대. 강현은 그 모습에 실소를 흘렸다.

설기도 아니니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순찰하다가 왔나 보네.’

만일 설기가 보냈다면 좀 더 일찍 왔을 거다.

강현은 자리에 앉아서 늑대를 보았다.

‘지켜 주는 건가?’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토리에 대해서 깨달았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강현.

그리고 어렵지 않게 토리를 찾을 수 있었다.

늑대의 몸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리야.’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나 물은 싫어하면서 머리에 올라타는 걸 왜 저리 좋아할까.

이윽고, 머리까지 올라간 토리는 만족스러운지 늑대의 머리를 한 번 두드리고는 드러누웠다.

늑대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갔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피식 웃은 강현은 나무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해가 하늘 중심을 지나서 서서히 기울여질 때, 다시 한번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강현에게도 익숙한 소리.

‘왔구나.’

고개를 돌리자 수풀 사이로 새하얀 털 뭉치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설기를 확인한 늑대도 몸을 일으켰다.

늑대의 등을 따라 굴러 내려오는 토리.

그러나 늑대는 제 할 일을 끝냈다는 듯이 담담히 걸어갔다.

“고마워!”

강현이 떠나는 늑대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수풀로 사라지는 늑대.

강현은 그런 늑대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래 걸렸네. 무슨 일 있었어?”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강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꼬리.

호수를 닮은 푸른 눈동자.

그런 설기의 눈을 보던 강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설기가 아니네?”

설기와 닮았지만, 달랐다.

강현의 말에 아기 늑대는 눈을 껌뻑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늑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산에 함께 있던 설기의 형제들이었다.

아기 늑대는 걸어오더니 앞발로 땅을 두드렸다.

몸짓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아기 늑대.

강현은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기는 오래 걸릴 거라고?”

끄덕끄덕.

“그래서 네가 대신 왔다고?”

끄덕끄덕.

뜻은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설기가 늦어진다는 걸 말하려고 온 건 아니고.’

강현이 생각에 잠기자 아기 늑대가 앞쪽을 턱짓했다.

문이 있는 방향.

그리고는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자, 잠깐만.”

강현은 황급히 아기 늑대를 뒤따랐다.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아기 늑대.

그런 아기 늑대의 뒤를 쫓는 강현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문까지 배웅하겠다는 건가?

그러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있었다.

빼꼼, 토리가 아기 늑대 앞에 고개를 내밀었다.

심드렁한 눈빛으로 토리를 보던 아기 늑대는 그대로 토리를 지나쳤다.

‘고양이 같네.’

이 아이는 설기와 성격이 반대였다.

그런 아기 늑대를 본 토리의 어깨가 처졌다.

‘어째서 실망하는 걸까.’

사실 토리도 설기가 놀아 주는 걸 즐겼던 걸까?

강현은 시무룩해진 토리를 들어다가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걷다 보니 어느새 문에 도착했다.

아기 늑대가 멈춰 서서 강현을 돌아보았다.

“가라고?”

끄덕끄덕.

아기 늑대의 모습에 볼을 긁적였다.

‘배웅해 주러 온 거구나.’

결국, 설기는 다음에 봐야 할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삼킨 강현이 아기 늑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럼 오늘 고마웠어.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강현은 현대로 넘어왔다. 오자마자 차가운 한기가 강현을 맞이했다.

강현과 토리는 동시에 몸을 떨었다.

그때.

부스럭.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아기 늑대가 있었다.

앞발을 핥아서 털을 고른 아기 늑대가 강현을 보았다.

그리고는 강현을 지나쳐 창고를 나섰다.

강현은 그런 아기 늑대를 보며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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