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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49화 (149/227)

149화 여전히 힘이 넘치네요

카샨은 약속을 지켰다.

12시가 되기 전에 보내 준 것이었다.

할아버지 댁에 돌아온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1시 57분.

시계도 없으면서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줬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카샨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올라오는 술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 잠깐 사이에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마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아니, 잠깐이 아니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점심 지나고부터 마셨으니 잠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강현은 카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역시 체술보단 이쪽에 재능이 있어. 조금만 더 지나면 대작도 가능하겠군.’

기대된다는 듯이 말을 건네던 카샨.

이쪽은 당연히 주량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재능을 알 수 있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오늘은 꼼짝없이 여기서 자야겠네.”

지금 시간에는 택시도 오지 않을 거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서 매장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강현의 혼잣말에 옆에 있던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은 그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불부터 피우자.”

주머니에 있는 토리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강현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욕망이 절실했다.

‘그래, 내일의 일은 내일 생각하자.’

다행이라면 이제 아궁이를 피우지 않아도 되었다.

강현은 새로 산 난로에 불을 붙였다.

* * *

강현이 하품하자 옆에 있던 황대길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강현, 많이 피곤한가 보군. 아침에 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고개를 흔드는 황대길.

둘의 앞에는 식자재들이 널려 있었다.

이번에 황대길이 바닷가에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는가?”

“예, 죄송합니다.”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런 사실을 강현이 모를 수가 없었다.

숙취도 숙취였지만, 요정들의 초대도 신경 쓰였다.

‘선물 같은 건 가져오지 말라고 했지만.’

역시나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죄송할 게 뭐가 있나. 약속하고 찾아온 것도 아니니.”

강현의 말에 황대길이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

그렇게 황대길이 나가고 강현은 밑을 내려다보았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둘.

‘결국, 이 두 녀석만 만족했네.’

누워서 히죽히죽 웃는 설기를 보니 괜히 얄미웠다.

강현은 그런 둘을 놔두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단순 작업만큼 좋은 게 없었다.

‘아니, 복잡할 필요는 없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인간이나 수인과 다르게 요정들이 좋아할 만한 건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은 읍내에 다녀와야겠어.”

“끼이잉.”

너무 먹은 탓인가, 괴로운 듯 몸을 비트는 설기.

강현은 심술이 나서 그 배를 쿡쿡 찔렀다.

그리고 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 * *

“스승님!”

“갸오!”

문을 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현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강현을 반겼다.

하만과 모나.

둘의 모습을 보니 금방 온 것 같진 않았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던 거예요?”

애당초 예정보다 일찍 넘어온 강현이었다.

강현의 물음에 하만이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와 함께 쫑긋거리는 귀.

“설레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새벽부터 왔어요!”

하만의 말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그러나 그 기분은 이해가 되었다.

요정의 마을.

아니, 하만은 수인의 영역을 벗어나는 게 처음일 거다.

게다가 아직 어린 나이.

‘설레는 게 당연한가.’

수학여행 전에 잠을 못 이루는 아이와도 같았다.

그때, 옆에 작은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갸르르르르.”

“그르르르.”

설기가 나오자마자 모나가 달려든 것이었다.

금세 뒤엉키는 둘.

강현은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짐을 빼놓길 잘했네.’

만일 설기가 짐을 메고 있었다면 다 쏟아졌을 거다.

바닥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토리.

설기 머리 위에 있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현은 웃으며 토리를 주머니 위에 올렸다.

“이런.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제일 늦은 것 같구먼.”

“로멘 님.”

강현이 숲에서 걸어오는 이를 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요리사 아가씨도 있었군.”

“요, 요리사라뇨. 아직 한참 부족해요.”

로멘의 인사에 하만이 부끄러운지 몸을 흔들었다.

그런 로멘을 본 강현의 눈이 커졌다.

마법 없이도 말이 통하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만날 때마다 마법을 썼다. 그런 강현의 기색을 알아챈 로멘이 껄껄, 웃었다.

“이 녀석 덕분일세.”

손을 들어 올리자 팔찌가 보였다. 전에는 없던 것.

“통역 아이템이라네. 사람이라면 도구를 써야지.”

“아….”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서 봐도 되는데.”

“끌, 모처럼이니 함께 가는 게 낫지 않은가. 아니면 이 늙은이가 제자와의 시간을 방해한 건가?”

말이 제자지. 강현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로멘.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얘들도 있는데 무슨 소립니까.”

그리고 하만 역시 강현의 기준에서 아직 애였다.

“그렇구먼.”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는 로멘.

“강현, 자네는 나이는 젊은데 늙은이 같은 구석이 있어. 좀 더 청춘을 즐겨도 될 텐데.”

로멘의 말에 강현은 쓴웃음을 흘렸다.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어 본 적 있었다.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가?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로멘이 강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자, 약속 시간까지는 좀 이르지만 슬슬 출발해 보세.”

“예.”

“네!”

그렇게 일행들은 발걸음을 뗐다.

* * *

숲을 걷는 일행들.

새들의 지저귐이 일행들을 뒤따랐다.

강현은 힐끗 뒤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 상태로 잘도 따라오네.’

설기와 모나였다.

서로 뒤엉켜서 일행들을 쫓고 있었다. 앞은 보이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처럼 나무를 부시거나 하진 않았다.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걸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던 도중 설기의 움직임이 멈췄다.

쫑긋.

“갸오?”

갑작스럽게 멈춘 덕분에 달려들던 모나가 그대로 튕겨 나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모나.

이어서 킁, 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설기가 멈춘 이유는 주변에 있지 않았다. 강현은 설기를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강현의 반응에 일행들도 무언가를 깨달았다.

“오고 있는가 보군.”

“예.”

푸르른 하늘.

그곳을 새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 * *

하늘을 날고 있는 건 소나였다.

일행들을 발견하고 빙빙 돌고 있는 소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에밀리야가 나타났다.

“다들 일찍 오셨네요.”

“컹! 컹!”

환하게 웃는 그녀를 향해 설기가 반갑게 맞이했다.

정확히는 그녀의 어깨 위에 있는 소나를 향해서.

움찔.

소나의 몸이 살짝 떨려왔지만, 곧 늠름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그러나 전처럼 달려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모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는지 에밀리야 주변을 돌면서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나를 보자 하만이 화들짝 놀라며 모나를 들어 올렸다.

“모, 모나야. 그럼 안 돼.”

“괜찮아요.”

에밀리야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데도 하만은 모나를 내려놓지 않았다. 대롱대롱 들려 있던 모나가 고개를 돌려 하만을 보았다.

“어, 응? 올려 달라고?”

하만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모나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자 모나가 하만의 머리카락을 잡고 포효했다.

“갸아아아아아!”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맹수의 모습.

“뽀, 뽑으면 안 돼.”

하만은 불안한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모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만의 말에도 여전히 머리카락을 흔드는 모나.

덕분에 머리가 엉망이 되었다.

‘저럴 거면 거절하면 되는데.’

강현은 불안해 보이는 하만의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착해서 거절을 못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 머리를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선객도 있고.’

강현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미소 지었다.

토리였다.

모나와 달리 얌전한 토리.

강현은 머리 위를 툭툭 두드리고는 에밀리야를 보았다.

“그런데 마을까지는 어떻게 가죠?”

강현이 알기로는 요정의 마을은 강 너머에 있었다.

그러한 강현의 질문에 에밀리야가 웃으며 입을 뗐다.

“한 분은 소나가 데려다줄 거예요. 다른 한 분은…. 저기, 오네요.”

수풀이 흔들리더니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바로 요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요정의 뒤에는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투명한 늑대.

위풍당당한 모습에 넋을 잃었던 강현은 옆에서 움직이는 작은 그림자를 알아챘다.

“설기야, 안 돼.”

“…끼잉?”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설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피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꼬리가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현이 말리지 않았다면 달려들었을 거다.

강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끼이잉.”

결국, 꼬리를 내리고 강현의 옆으로 돌아오는 설기.

그와 함께 정령 늑대가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은 자신이 무슨 꼴에 당할 뻔했는지, 꿈에도 모를 거다.

“호오, 새로운 정령인가 보군. 마법을 써도 되겠는가?”

“그럼요.”

로멘의 말에 에밀리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허락에 로멘이 주문을 외웠다.

그와 함께 반짝이는 지팡이.

곧 따스한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우와.”

“오오, 참으로 늠름하군.”

늑대의 모습에 감탄하는 하만과 로멘.

둘의 반응에 늑대가 턱을 세웠다.

그리고 계약자인 요정 역시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저런 건 요정이나 인간이나 똑같네.’

강현은 속으로 웃음을 흘리며 설기를 들어 올렸다.

설기의 눈이 다시 한번 반짝였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입맛을 다시는 설기.

‘위험했어.’

초대받았는데 처음부터 말썽을 일으킬 순 없었다.

그러나 강현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이 자리에서 주의할 건 설기만이 아니었다.

“으르르르르.”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몸을 낮춘 모나가 보였다.

소나와 늑대, 그리고 토리까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셋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곧 목표를 정했는지 모나의 눈이 번뜩였다.

이상을 알아챈 하만이 모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모…!”

그러나 모나는 이미 허공에 뛰어오른 뒤였다.

‘위험…!’

강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른 종족을 공격하면 천벌이 내린다.

요정과 계약한 정령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모나가 노리는 건 소나.

화들짝 놀란 소나가 날갯짓했다.

하지만 날아오르기에는 너무 늦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모나가 손톱을 세웠다.

그리고.

“…모나는 여전히 힘이 넘치네요.”

에밀리야에게 잡혀 버렸다. 모나의 옷을 잡은 에밀리야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갸아!”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는 모나.

하지만 소나는 이미 피한 뒤였다. 발버둥 치는 모나. 그러나 에밀리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에밀리야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죄, 죄송해요!”

하만이 모나를 낚아챘다. 옆에 있던 로멘 역시 사과했다.

“미안하네. 마법을 쓸 때는 좀 더 주의했어야 하는데.”

로멘은 마법을 풀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하는 모나.

사라진 정령들을 찾는 것이었다.

둘의 사과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여러분들을 초대할 때부터 이 정도는 예상했답니다. 이 정도도 대비할 수 없으면 부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일행들은 쉽사리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강현도 곤란한 눈으로 모나를 바라보았다.

‘모나를 놔두고 가야 하나.’

아직 어려서 절제하는 게 힘들었다.

“아!”

그때, 하만이 탄성을 뱉었다. 일행들의 시선이 향하자 쑥스러운 듯이 입을 열었다.

“족장님께서 이럴 때 쓰라고 주신 게 있어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 물건을 본 일행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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