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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00화 (100/227)

#100화 그 답은 벌써 알았네

셋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서로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처음이었다.

강현은 이야기를 나누는 셋을 보며 슬쩍 자리를 빠져나왔다.

셋의 테이블 화기애애했다.

한 번씩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강현은 빵을 잘랐다.

적당한 크기로 잘린 빵을 오븐에 넣고, 방울토마토와 바질, 다진 마늘, 다진 아몬드를 한 곳에 담아 준다.

그리고 오일을 넉넉하게 부어 준 후 잘 섞어 줬다.

구워진 빵 표면에 마늘은 문질러서 향을 입혀 준 후 섞은 소를 올리고 바질을 올려 줬다.

브루스케타.

강현은 만든 브루스케타를 들고나왔다.

“서비스입니다. 같이 드세요.”

강현의 말에 셋의 눈이 커졌다.

“아니, 괜찮네. 돈을 내겠네.”

황대길의 말에 옆에 있던 정기훈 작가가 말렸다.

“그리 너무 딱딱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네.”

언제 친해진 걸까? 황대길과 정기훈 작가가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이정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친구의 말이 맞아. 이래 봐도 단골이야.”

“그럼, 단골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정기훈.

강현 역시 말을 보탰다.

“두 분의 말씀이 맞아요. 편히 드셔도 됩니다.”

황대길이기에 챙겨 주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황대길이 헛기침했다.

“그럼 감사히 먹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황대길.

그때 매장 문이 벌컥 열렸다.

“있나!?”

이장이었다. 이장은 셋을 보더니 눈을 껌뻑였다.

“아이쿠, 손님이 많네.”

곤혹스러운 표정의 이장을 본 강현이 나섰다.

“무슨 일이세요?”

“아니, 논두렁에 경운기가 빠져서….”

이장의 말을 들은 강현이 앞치마를 벗었다.

“세 분, 죄송하지만….”

“괜찮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도 같이 가지.”

정기훈 작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정환도 뒤따라 일어나자 황대길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일행들을 따라 나왔다.

논으로 가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더 당겨 봐.”

엔진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트럭에 밧줄을 연결에서 논두렁에 빠진 경운기를 빼내려고 하고 있었다.

경운기 뒤에도 두 사람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헛바퀴만 돌뿐 쉽게 나오지 못했다.

“단단히 빠졌네.”

정기훈 작가가 혀를 찼다. 논에 들어가서 경운기를 밀던 사람들이 일행들을 발견하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이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따라 사람이 없더라고.”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논으로 뛰어들었다.

종아리까지 진흙이 올라왔다.

“우리도 가지.”

정기훈 작가도 코트를 벗어서 옆에 걸어 놓고 논으로 들어갔다.

이정환도 마찬가지.

황대길이 눈을 껌뻑였다.

정기훈 작가나 이정환이나 사회적 위치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망설이지 않고 논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황대길도 코트를 벗어서 정기훈 작가의 코트 옆에 올려 놓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 박 씨. 다시 한번 해 봐!”

“알겠어!”

트럭 운전석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셋 하면 미는 거야.”

경운기 뒤에 선 중년인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밀어!”

이장의 외침과 함께 경운기를 밀었다.

웨에에에엥.

트럭의 바퀴가 돌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때렸다.

경운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더!”

하지만 올라오던 경운기가 다시 내려앉았다.

사방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다시 논으로 끌려오는 경운기를 본 이장이 외쳤다.

“다시 하는 겨! 얼마 안 남았어!”

사람들이 다시 경운기에 달라붙었다.

“하나!”

“둘!”

“셋! 밀어!”

이번에는 다 같이 외쳤다. 그리고 일행들의 외침에 맞춰서 트럭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웨에에에에엥.

서서히 올라오는 경운기.

아까보다는 많이 올라왔지만 힘이 부족했다.

“조금 더 힘내! 얼마 안 남었어.”

이장의 외침에 일행들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 경운기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설기인가?’

바퀴 한쪽이 진흙 위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이장이 외쳤다.

“김 씨, 빨리 시동 걸어!”

옆에서 밀던 중년인이 경운기의 시동을 걸고 올라탔다.

그러자 조금씩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쭉 앞으로 나갔다.

“아이쿠!”

앞에 트럭을 운전하던 이가 놀라서 핸들을 돌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트럭이 논에 빠졌을 거다.

완전히 빠져나온 경운기.

일행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길에 주저앉았다.

강현도 숨을 돌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진흙에서 허우적거리는 설기를 발견했다. 진흙이 익숙하지 않은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설기라도 짧은 다리는 어쩔 수 없었다.

설기를 건져 낸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기가 아니었나?’

곧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너구나.’

빼꼼.

방금까지 경운기가 있던 자리에서 고개를 내민 토리. 물이라도 된 것처럼 진흙 위를 헤엄쳐서 강현을 향해 다가왔다.

무를 뽑는 실력이 여기에도 발휘된 것이었다.

강현은 토리를 무릎 위로 올렸다.

진흙이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옷이 진흙투성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어이! 괜찮아?”

마을 사내 몇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이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꼭, 꼭! 아주 필요할 땐 없고, 일 다 끝나고 와.”

이장이 고개를 돌려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욕봤어. 그짝도 도와줘서 고마워.”

이장의 인사에 황대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은 그렇게 인사를 건넨 후에 옆에 있는 중년인의 등짝을 때렸다.

“으이구, 경력이 몇인데 운전 좀 똑바로 하지!”

“저라고 갑자기 고양이가 튀어나올 줄 알았습니까.”

중년인이 투덜거리자 이장이 눈을 부라렸다.

입을 다무는 중년인.

“이럴 게 아니라, 고생했으니 술 한 잔씩 돌려야지.”

이장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중년인이 황대길을 돌아보았다.

“어르신께서도 같이 오시죠. 보답하고 싶습니다.”

“아, 나는….”

황대길이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정기훈 작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세. 일했으면 밥을 먹어야지.”

이미 밥을 먹은 황대길이 거절하려고 하자 옆에 있던 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우리 마을 인심이 그리 야박하지 않어.”

그러자 황대길도 더 거절할 수 없었다. 뒤늦게 온 이들이 이야기를 듣더니 눈을 빛냈다.

“그럼 오늘 김 씨가 내는 건가?”

“아니, 그짝들은 뭘 했다고 얻어먹어. 먹고 싶으면 돈 내!”

이장의 호통에 사람들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나 맞는 말이어서 차마 불평하지 못했다.

이장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사람들을 볼 때와 달리 부드러운 시선.

“그짝도 올 거지?”

“아뇨. 전 매장 때문에 가 볼게요.”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대낮이었다. 벌써 매장을 닫을 순 없었다.

“…그려?”

이장이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마시고 있을 테니 일찍 끝내고 와.”

대체 얼마나 마시려는 걸까?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강현이 갈 때쯤에는 이미 다들 취한 상태일 거다.

황대길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강현을 돌아보다가 이장과 정기훈 작가에게 이끌려서 떠나갔다.

그 모습에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

‘괜찮으시겠지?’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아이도 아니고 알아서 잘할 테니 강현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떠나는 이들을 보던 강현이 설기와 토리를 돌아보았다.

“우리도 가서 씻자.”

둘도 진흙으로 엉망이었다. 이 꼴로 매장에 갔다가는 다시 청소해야 할 거다.

‘집이랑 계단은 저녁에 치워도 되니깐.’

강현은 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매장으로 돌아온 강현은 중요한 걸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빈 접시들.

“…돈을 안 받았네.”

아직 계산하지 않았다. 황대길이 말하려던 건 이것이었나?

“뭐, 상관없겠지.”

강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돈을 떼어먹을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이 없을 거다.

강현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강현이 매장을 닫았을 땐, 술자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장과 몇몇 어르신들이 술잔을 나누고 계실 뿐, 셋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황대길이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잘 돌아가셨을까?’

강현은 슬그머니 발걸음을 돌렸다. 저기에 꼈다가는 쉽게 벗어나지 못할 거다.

* * *

그리고 다음 날.

강현은 황대길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정기훈 작가와 이정환과 함께 들어왔다.

“어…. 아직 안 돌아가셨어요?”

강현의 물음에 황대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한 황대길을 대신하여 이정환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우리 집에 며칠 머물기로 했네.”

강현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한숨을 내쉰 황대길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어제 셈을 치르지 않았더군. 미안하네.”

“아니에요. 그럴 만한 상황이었잖아요.”

강현의 말에 황대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로서도 생소한 경험이었을 거다.

황대길의 옷차림도 어제와 달랐다.

조금 커 보이는 옷.

정기훈 작가의 옷이었다.

자리에 앉은 정기훈 작가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미네스트로네로 부탁하네.”

오랜만에 시키는 주문이었다. 그러자 황대길도 주문했다.

“나도 같은 걸로 부탁하네.”

그러자 이정환이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알리오 올리오로 주시게나.”

“예, 알겠습니다.”

이정환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한 강현이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접시가 올라갔다.

정기훈 작가는 미네스트로네를 먹지 않고 황대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대길은 조심스럽게 미네스트로네를 떠먹었다.

“어떤가?”

“…과연.”

고개를 끄덕이는 황대길.

“나에게도 이런 요리가 있었지. 물론, 자네처럼 특별한 맛은 아니라네. 지금도 흔하게 먹을 수 있지.”

황대길이 추억을 더듬듯이 이야기했다.

그제야 강현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기훈 작가가 황대길에게 과거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황대길은 이정환을 돌아보았다.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그냥 머물 순 없네. 내 제대로 값을 치르지.”

“또 그 이야기인가? 자네도 정말 고집이 세구먼.”

이정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기훈 작가가 나섰다.

“정 그러면 밥이라도 해 주는 게 어떤가? 자네가 해 주는 밥이라면 값은 충분할 테니. 나도 가서 먹고 싶군.”

그리 말한 정기훈 작가가 웃음을 터트렸다.

강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대길이 직접 차린 집밥이라니. 강현조차 맛보고 싶었다. 이정환도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탄성을 뱉었다.

“오, 그러면 괜찮겠군.”

“정말로 그걸로 되겠는가?”

“물론이네.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안 그래도 아내가 오기 전까지 넓은 집에 혼자 있으려니 적적했네. 게다가 매번 저 친구네서 얻어먹을 순 없으니.”

이정환이 정기훈 작가를 가리켰다.

이정환과 달리 정기훈 작가는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고용했다.

그제야 황대길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그런 황대길을 보다가 어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선생님, 어제 말씀하신 건 저도 잘 모릅니다.”

그 때문에 남는 것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황대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그 답은 벌써 알았네.”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그러자 황대길이 말을 보탰다.

“알았기에 여기 머무는 것이지.”

황대길의 시선이 정기훈 작가와 이정환에게 향했다.

둘 역시 사정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셋의 입가에 주름이 생겼다.

강현은 웃고 있는 셋을 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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