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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79화 (79/227)

#79화 저는 좋게 생각합니다

강현과 김종석,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재료를 가지러 향했다.

분주한 손길.

둘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둘을 바라보는 방청객 대부분은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아니, 몇몇은 요리가 아닌 다른 쪽에 관심을 보였다.

“…잘생기긴 잘생겼네.”

여자 방청객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방청객과 달리 둘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강현, 저 친구. 실력이 녹슬진 않았군.”

“오히려 외모 때문에 가려졌지.”

한 노인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이십 대 중반의 나이로 파리 국제 요리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요리계의 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대로 성장했다면 요리계의 한 축을 담당했을 인재.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과한 관심 때문에 피어 보기도 전에 저 버렸다.

“이제 괜찮은 건가?”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심사위원 몇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 역시 소문은 들었다.

곧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반대쪽에 있는 김종석에게 향했다.

소의 안심을 다듬는 김종석.

“…샤토브리앙?”

“푸아그라도 있어.”

심사위원 중에 양식 요리사 출신은 한 사람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양식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음식에 해박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김종석이 무엇을 만들지 짐작하지 못했다.

넷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유일한 양식 요리사 출신인 심사위원.

“안심과 푸아그라라. 도네로 로시니군.”

도네로 로시니.

작곡가 로시니의 이름을 딴 요리.

안심 스테이크에 푸아그라와 송로버섯, 마데이라 소스를 곁들인 고급 요리였다.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푸아그라와 송로버섯도 고급 식자재였다.

하지만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그만큼 향과 맛도 개성적이었다.

균형을 잡기 더욱 힘들다.

“칼을 갈았군.”

설명을 들은 한 심사위원이 혀를 찼다. 다른 이들도 그 의미를 이해했다.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은 친구인데.”

“욕심이 너무 많지.”

“눈앞에 큰 벽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벽이란 강현이었다.

그때, 한 심사위원이 부루퉁하게 입을 열었다.

“욕심이 있으니 성장도 하는 거야.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

“그 욕심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니 문제 아닌가.”

심사위원 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다른 둘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심사위원 눈에 고기를 두드리는 강현의 모습이 보였다.

고기를 두드려서 얇게 펴는 강현.

옆에는 빵가루도 놓여 있었다.

“…커틀릿?”

포크커틀릿. 한국인에겐 돈가스란 이름이 더 친숙했다.

나쁜 요리는 아니었지만, 다른 이들이 선보였던 요리들과 비교하면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한 심사위원의 얼굴에는 불쾌함마저 떠올랐다.

“상대를 무시하는 건가?”

그리 말했지만, 자신들을 무시하냐는 물음이었다.

“파리 대회에 비하면 놀이 같겠지.”

그냥 쇼 프로였으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거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한민국 요리계의 거장이라고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었다.

자신들의 후배들을 위해서 이 자리를 허락한 것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지켜보세. 무언가 생각이 있겠지. 그리 생각이 없는 청년은 아니니.”

바로 황대길이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만 있던 이들도 황대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 * *

스테이크를 굽던 김종석은 힐끗 강현을 살폈다.

그리고 심사위원처럼 강현이 만들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눈치챘다.

얇게 민 돼지고기.

‘…지방에 있다더니 머릿속까지 태평해졌나 보네.’

아니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인가?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하긴, 익숙한 게 낫겠지.’

지방에서 고급 요리를 만들 경험이 얼마나 있겠는가.

강현이 서울을 떠나고 반년이나 지났다. 하루라도 칼을 잡지 않으면 요리사의 손은 무뎌진다.

그를 모를 강현이 아니었다.

필연적인 선택.

김종석은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만든 요리가 포크커틀릿에 밀린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멍청하긴.’

여기에는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보기 힘든 재료들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포크커틀릿을 선택한 거다.

하지만 덕분에 자신이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되었다.

‘오늘로 너와의 악연도 끝이야.’

김종석의 눈이 번뜩였다.

* * *

그러한 김종석과 심사위원들의 생각을 모르는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강현이 만드는 포크커틀릿은 일반적인 커틀릿과 달랐다.

새로운 시도.

하지만….

‘튀김기를 생각 못 했어.’

매장의 튀김기와 달랐다. 일반적인 커틀릿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번에 만드는 커틀릿은 아니었다.

작은 온도 차이가 요리의 성패를 결정한다.

자글자글.

떨긴 빵가루가 기름 위로 올라왔다.

튀김을 넣었을 때, 매장의 튀김기보다 작기에 온도가 떨어지는 게 빨랐다.

‘…한 번에 넣는 건 힘들겠어.’

온도를 유지하려면 두 번으로 나눠서 튀겨야 했다. 그러면 먼저 튀긴 게 식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강현이 의도한 요리가 아니게 된다.

‘시간도 문제긴 한데.’

두 번 튀기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

강현이 고민하는 찰나, 아래에서 무언가가 꼼지락거렸다.

배가 볼록 튀어나온 토리였다.

토리가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강현은 토리의 뜻을 이해했다.

‘네가 돕겠다고?’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토리가 튀김기 앞에 당당히 섰다.

강현은 그런 토리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 잘 부탁해.’

강현은 토리를 믿어 보기로 했다.

강현의 눈빛을 읽은 토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빵가루를 입힌 커틀릿을 튀김기에 넣었다.

부글부글.

단번에 올라오는 빵가루들. 그와 함께 온도가 내려갔다.

재빨리 튀김기 아래로 간 토리가 불을 뿜었다.

“어?”

떨어지던 온도가 멈췄다.

떨어지는 속도가 줄었다. 이 정도면 예상 범주.

고개를 숙이자 불을 내뿜는 토리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빵빵했던 배가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토리야, 그만해도 돼.”

강현의 속삭임을 들은 토리가 불을 멈췄다.

콜록, 콜록.

입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그와 함께 빙그르르 눈이 돌아갔다. 결국에는 비틀거리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놀란 강현이 토리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뿅 하고 사라졌다.

지쳐서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굳어 있던 강현은 곧 실소를 흘렸다.

‘나중에 칭찬해 줘야겠네.’

덕분에 온도를 지킬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올라오는 온도. 강현은 튀김의 색이 올라오자 커틀릿을 꺼냈다.

아직 덜 익은 상태.

그러나 튀김은 기름에 전부 익히는 게 아니었다.

강현은 걷은 튀김을 망 위에 가지런히 세웠다.

이러면 기름이 위에서 아래로 빠지면서 튀김 안을 마저 익혀 준다.

휴지라고 부르는 작업이었다.

‘이제 끝이네.’

여기서 실패했으면 되돌릴 수가 없었다. 휴지가 끝나자 강현은 시식용으로 넣은 커틀릿 하나를 잘랐다.

속이 익었는지 확인하고 입으로 가져갔다.

“…됐어.”

강현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러한 강현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 * *

“잘 나온 모양이군요. 이강현 셰프의 미소에 방청객 쪽에서 감탄이 들려왔습니다. 남자인 저라도 반할 것 같은 미소입니다.”

“셰프님께서는 싫어할 텐데요?”

“이런. 아쉽군요.”

MC의 말에 방청객들 쪽에서 웃음을 터져 나왔다.

“오, 김종석 셰프도 끝났나 봅니다. 플레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빠릅니다. 이러면 누가 먼저 끝낼지 모르겠는데요?”

“시간은 아직 오 분이나 남은 상황. 여유 있습니다.”

“아! 김종석 셰프가 종을 먼저 쳤습니다. 이걸로 김종석 셰프의 음식을 먼저 시식하겠네요.”

“예. 이어서 이강현 셰프도 종을 쳤습니다. 양쪽 모두 요리를 끝낸 상황. 서버분들이 나와서 요리를 서비스해 주고 있네요.”

플레이팅 된 접시들이 심사위원과 연예인 심사단의 앞에 놓였다.

김종석이 만든 도네로 로시니.

플레이팅부터 고급스러웠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

연예인들은 머뭇거리다가 심사위원들이 먹는 걸 보더니 따라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

그 소리를 들은 김종석이 미소 지었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들의 표정을 보라.

“이어서 이강현 셰프님의 요리가 올라갑니다.”

화려하지 않은 요리.

오히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돈가스. 지금까지 나온 요리 중에는 가장 수수한 모습.

당연히 김종석의 요리와 같은 놀라움은 없었다.

심사위원들과 연예인들이 포크를 들어 올렸다.

“어?”

“음?”

그리고 반응 역시 달랐다.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부터 눈을 껌뻑이는 이들까지.

지금까지 없던 반응이었다.

맛이 이상한 건가?

지켜보던 관객들까지 의아해했다.

“자, 양쪽 시식이 끝났습니다. 그럼 감상평을 들어 봐야죠. 먼저 박열 심사위원님. 김종석 셰프의 요리는 어떠셨나요?”

“훌륭한 요리였습니다. 재료부터 기술까지 흠잡을 데가 없어요.”

호평이었다. 다른 심사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황대길의 차례가 왔다.

“잘 만들었습니다.”

짧은 대답.

“황대길 심사위원님. 감상은 그게 전부인가요?”

당혹스러운 MC의 물음에 황대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정해진 조리법대로 잘 만든 요리입니다. 저만한 기량을 가진 요리사는 흔치 않죠. 하지만 같은 기량을 가진 요리사라면 누구나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황대길은 할 말을 끝냈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덕분에 MC의 표정이 밝아졌다. 황대길에게 기대했던 부분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칭찬만 많아서는 재미가 없었다.

반대로 표정이 굳어 있던 김종석은 카메라가 자신에게 향하자 애써 미소 지었다.

이어서 마이크가 마지막 심사위원에게 향했다.

양식 요리사 출신의 심사위원.

“저도 황대길 심사위원과 같은 생각입니다. 잘 만들긴 했지만, 개성이 느껴지지 않네요. 도네로 로시니를 알기에는 좋은 요리지만…. 지금까지 먹은 도네로 로시니 중에서는, 글쎄요.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찾아가서 먹진 않는다는 뜻이었다.

김종석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

다른 이도 아니라 양식의 거장이 한 말이었다.

“그럼 이제 연예인 심사단의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

두 심사위원과 달리 호평 일색이었다.

그러나 관객 대부분이 눈치채고 있었다. 연예인들이 말하는 칭찬은 전에도, 그전에도 나왔던 내용과 같았다.

그렇게 김종석 요리의 평가가 끝나고 강현의 차례가 왔다.

“음.”

김종석 때와는 달리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곤란함이 떠올랐다.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분위기.

MC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때, 황대길이 나섰다.

“제가 먼저 하죠. 이 커틀릿….”

“돈가스라고 하셔도 됩니다.”

양배추에 갈색 소스까지. 일반 식당에서 파는 돈가스의 모양이었다.

강현의 말에 황대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 돈가스를 보고 누군가가 놀러 온 것 같다고 말했는데, 맞는 말이네요.”

관객들 몇몇이 탄성을 뱉었다. 그만큼 엉망인 건가?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달랐다.

“아주 재밌습니다. 솔직히 강현 씨의 요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워요. 강현 씨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 요리의 평가를 듣고 싶어서 나온 거네요.”

황대길의 말에 강현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정곡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좋게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

황대길은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황대길의 말에 관객들과 MC들의 표정이 변했다.

황대길이 감상평 중 가장 호평이었다.

그렇지만, 의문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맛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하지만 강현의 음식을 먹은 연예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황대길이 포문을 열자 다른 심사위원도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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