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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74화 (74/227)

#74화 낚시에는

란돌프가 세 마리를 연속으로 낚는 동안 강현은 한 마리를 잡고 씨름했다.

가죽 장갑을 꼈는데도 손바닥이 찢어질 것 같았다.

“크윽.”

그러나 어느 순간, 버티던 녀석이 쑥 딸려 왔다.

‘힘이 빠진 건가?’

다행이었다. 슬슬 강현도 한계이기 때문이었다.

겨우 잡아 올린 강현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작 이십여 분. 그러나 체감은 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여긴 다 이런 겁니까?”

그렇다면 바다는 대체 어떤 곳일까.

강현의 물음에 물고기의 입에 걸린 바늘을 빼던 란돌프가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이 숲이 특별한 걸세.”

란돌프의 시선이 놀고 있는 늑대들로 향했다.

거대한 늑대들.

“다른 곳에선 마수라고 부르기 충분한 녀석들이지.”

늑대들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걸 알아챘는지 슬쩍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강현이 탄성을 뱉었다. 이세계의 모든 동물이 저런 건 아니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마수들과는 달라. 마수는 불길한 존재라 먹지도 못하거든.”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차이가 그뿐인가?’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러나 그만큼 구분하기 쉬운 건 없었다.

“다행이라면 이곳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서 마수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대신 저런 녀석들이 있는 거고.”

강 너머에 비치는 그림자를 가리켰다.

늑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생물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수나 다름이 없을 거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잡은 물고기를 살폈다.

‘생각보다 크네.’

직접 잡았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응?”

“왜, 무슨 문제가 있나?”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강현. 물고기를 살피니 이빨 자국이 보였다.

강현에게도 익숙한 모양.

‘설마.’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물에서 놀고 있는 설기가 보였다.

놀다가 강현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하긴, 그럴 리가 없지.’

고개를 끄덕인 강현.

그리고 강현의 얼굴에서 피로함을 읽은 란돌프가 낚싯대를 거뒀다.

“슬슬 그만하겠는가?”

“예.”

먹을 물고기는 충분하다 못해서 넘쳤다.

그리고 이제 남은 체력도 없었다.

강현의 대답에 란돌프가 낚싯대를 정리했다.

“자, 해 보니 어떤가?”

강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성취감은 있는데, 힘을 더 길러야겠어요.”

힘들긴 했지만, 잡은 녀석이 육지로 올라왔을 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솔직한 대답에 란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쉽지 않지. 다음번에는 마을 근처에 있는 강에 데려가 주겠네. 거기서라면 이 녀석들로도 충분할 거야.”

란돌프가 강현이 가져온 낚싯대를 가리켰다.

강현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사장님께 추천받아서 산 초보용 낚싯대로는 그게 한계였다.

‘사장님도 이런 걸 몰랐으니….’

어쩔 수 없을 거다. 강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운동, 아니…. 낚시도 끝났으니 이제 먹을 시간이네.’

강현이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배낭에서 장비를 꺼내고 있자 시야 한쪽에 하얀 털 뭉치가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어미를 쫓아오듯 설기 뒤를 꼬물꼬물 따라오는 새끼 늑대들.

“밥때는 정확하게 찾아오는군!”

옆에 있던 란돌프가 감탄했다. 강현 역시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양은 많았다.

강현이 생선들을 손질하고 있자 란돌프가 슬쩍 다가왔다.

“난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겠네.”

“아, 감사합니다.”

“아니야. 공짜로 먹는데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

란돌프가 웃으며 장작을 주우러 나섰다.

이미 강현의 옆에서 몇 번이나 봤기 때문에 익숙한 것이었다.

‘…공짜는 아닌데.’

한 마리를 제외하면 전부 란돌프가 잡은 것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수월해졌다.

원래 있던 보조가 지금 아이들과 놀아 주느라 바쁘기 때문이었다.

옆에 뒤엉켜서 구르고 있는 설기와 새끼 늑대들을 보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젖은 털에 흙과 나뭇잎들이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흉포한 늑대라고 해도 새끼 때는 모두가 귀여웠다.

그렇게 새끼 늑대들이 노는 동안 강현의 손은 분주해졌다.

구이용으로 쓸 생선은 칼집을 넣고 틈마다 소금과 후추를 뿌려 줬다.

때마침 화로에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릴 위에 생선을 턱 올렸다. 머리와 꼬리를 제거했음에도 크기가 워낙 컸지 때문에, 한 마리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조차도 그릴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리고 나머지 생선은 비늘을 벗기고 얇게 썰었다.

회로 먹기 위해서였다.

‘전에 먹었을 때도 나쁘지 않았어.’

넓은 접시 위에 회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슈퍼에서 사 온 초장과 간장, 고추냉이를 작은 접시에 덜었다.

란돌프는 앞에 놓인 회 접시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날생선이라. 오랜만에 먹는군.”

그리 말한 란돌프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먹는 방법을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두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고추냉이는 취향껏 푸시고요.”

강현은 초장과 간장에 고추냉이를 넣어서 시범을 보였다.

“오호, 취향껏이라. 그렇군.”

란돌프는 바로 풀지 않고 회를 초고추장에 찍었다.

먼저 맛을 보기 위해서였다.

“음! 달면서 맵군. 로멘 님은 못 먹겠어.”

그러나 란돌프는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간장.

그리고는 고추냉이를 조금 먹어 보더니 미소 지었다.

“나는 이쪽이 마음에 드는군.”

초고추장이었다. 초고추장에 고추냉이를 듬뿍 덜어 내더니 회 두세 점을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음!”

매운지 코끝을 찡그리는 란돌프.

콧김을 뿜더니 입안에 든 걸 삼켰다.

“좋아!”

그 모습에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많이 찍으면 생선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거다.

‘그래도 좋아하니 된 건가?’

강현은 접시에 회를 따로 덜어 내고 간장을 살짝 뿌려 줬다.

새끼 늑대들이 먹을 접시.

그리도 다른 접시에는 초고추장을 뿌렸다.

이건 설기의 몫이었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니까.’

역시나 잘 먹는 둘. 강현은 고추냉이가 들어간 간장에 찍어서 한입 먹었다. 강현은 초고추장보다 간장을 선호했다.

쫄깃쫄깃한 식감.

‘식감은 광어랑 비슷하네.’

그사이 그릴에 올린 생선이 익으면서 기름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치익, 치이익.

크기가 크니깐, 그만큼 기름의 양도 많았다.

강현은 생선을 한 번 뒤집은 후 익은 정도를 살폈다.

칼집을 넣은 덕분에 안까지 골고루 열이 들어갔다.

‘이 정도면 곧 익겠어.’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디팩을 열었다.

연 순간 차가운 공기가 손을 타고 올라왔다.

그와 함께 란돌프의 눈빛도 빛났다.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술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환하게 웃는 란돌프.

강현은 란돌프에게 소주병을 통으로 건네고 맥주를 땄다.

치익.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리고 회 한 점.

눈앞에는 거대한 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을이 지면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강.

바다와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그렇게 맥주와 회를 마시고 있으니 화로의 생선도 다 익어 갔다.

생선을 확인하는 강현.

회를 집어먹던 란돌프의 움직임이 멈췄다.

“다 된 건가?”

“예. 먹어도 되겠네요.”

강현은 생선을 꺼내서 접시에 옮겼다.

솔솔 올라오는 고소한 냄새.

란돌프뿐만 아니라 새끼 늑대들도 생선 곁으로 모였다.

“아직 뜨거우니 안 돼.”

강현은 혹시 몰라서 새끼 늑대들에게 경고했다.

똘망똘망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새끼 늑대들.

당연히 강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하긴.’

강현은 시선을 돌렸다.

“알겠지?”

강현의 말을 들은 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 믿으라는 뜻이었다.

강현은 빨리 식을 수 있게 생선 일부를 접시에 덜고 얇게 찢어 놨다.

그리고 설기에게 맡겼다.

설기에 알아서 통솔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접시로 다가가려는 새끼 늑대를 제지하는 설기.

“끼잉.”

새끼 늑대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강현은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란돌프를 돌아보았다.

강현의 말에 먹지는 못하고 구운 생선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란돌프.

강현은 피식 웃은 후 잘라 온 레몬을 꺼내서 그 위에 뿌렸다.

아직 뜨거운 탓에 레몬의 시큼한 향이 올라왔다.

“그럼 이제 먹을까요?”

“그 말을 기다렸다네!”

바로 생선에 포크를 가져가는 란돌프.

한입 먹은 란돌프의 눈이 커졌다.

“이것도 좋군!”

란돌프의 외침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설기는 생선에 코를 가져다 대더니 슬쩍, 새끼 늑대들을 향해 접시를 밀어 줬다.

생선이 식은 것이었다.

허겁지겁 먹는 새끼 늑대들.

강현은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설기의 앞에 미리 덜어 놓은 생선을 건넸다.

“잘했어.”

“컹!”

씩씩하게 짖는 설기를 보던 강현.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리고 란돌프를 돌아보았다.

“아, 간이 부족하면 여기 간장에다….”

“응?”

입안 가득 구운 생선을 넣고 있는 란돌프를 보며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잘 먹고 있으니 되었다.

구운 생선을 씹어 삼키더니 소주병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벌컥벌컥.

“크으!”

그리고 터져 나오는 감탄사.

정말로 맛있게 먹어 주고 있었다.

요리를 한 사람으로서 기쁠 정도로.

강현도 구운 생선을 입에 넣었다.

처음 넣었을 땐, 바삭했으나 씹는 순간 부드러운 살과 함께 육즙이 올라왔다.

소금과 후추로 적절히 간이 밴 상태.

그리고 희미하게 올라오는 레몬의 향.

입안에서 생선 살이 부서지듯 사라졌다.

강현은 눈을 감고 그 여운을 느꼈다.

* * *

새롭게 구운 생선까지 뼈를 드러내자 새끼 늑대들은 무리로 돌아갔다.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란돌프와 설기도 처음과 달리 천천히 음미하면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새끼 늑대들과 달리 배가 부른 탓이 아니었다.

남은 요리가 얼마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란돌프의 시선이 구석으로 향했다.

“저것들은 버리는 건가?”

버리기에는 살점이 많았다. 강현이 그렇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구울 생각이었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것들은 따로 쓸 곳이 있어서 남겼어요.”

“그럼?”

란돌프의 눈빛에 희미한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건 옆에 있던 설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시선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아직 하나가 남았습니다.”

“오오!”

“컹!”

환호하는 둘을 보며 강현은 마지막 요리를 준비했다.

‘요리라고 하긴 그렇지만.’

강현은 배낭 깊숙하게 넣어놓은 걸 꺼냈다.

“그건?”

봉지에 담긴 물건은 바로 라면이었다.

매운탕이랑 고민하다가 사 온 것이었다.

즉석식품.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런 날에는 나쁘지 않았다.

‘낚시에는 라면이라고 하니깐.’

이해할 순 없었지만, 윤섭의 말에 의하면 그게 정석이라고 한다.

강현은 라면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란돌프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휴대도 편하고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식품이에요.”

“음, 전투 식량 같은 건가?”

이세계에도 전투식량이 있는 건가? 틀린 말도 아니기에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란돌프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강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군대에서 전투식량을 먹은 적이 있기에 저 마음이 이해 갔다.

그렇기에 황급히 말을 바꿨다.

“얘는 일상에서도 자주 먹어요. 그리고 낚시할 때는 꼭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러나 란돌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와 달리 라면을 먹은 적이 있는 설기는 기대감에 꼬리를 흔들렸다.

‘먹어 보면 알겠지.’

맵고 자극적인 맛이라고 하면 라면이 제일이었다.

특히나 화학조미료에 익숙하지 않은 란돌프라면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라면에 모든 걸 맡길 생각은 없었다.

강현은 가지고 온 재료들을 꺼냈다.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파와 양파, 마늘, 그리고 숙주까지.

그 모든 재료가 냄비 안에 들어갔다.

보글보글.

붉은 국물과 함께 올라오는 자극적인 향.

란돌프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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