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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61화 (61/227)

61. 됐다.

서울을 올라갈 때는 빈손이었지만, 내려올 때까지 그런 건 아니었다.

강현은 오기 전에 백화점에 들러서 마을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샀다.

그리고 설기의 것도.

유명 매장에서 산 빵들이었다.

강현 역시 제빵은 할 줄 알았지만, 특기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설기.

꼬리도 격하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더 없냐는 듯 강현을 바라보는 설기였다.

언제 삐졌냐는 듯 입맛을 다시는 설기의 모습에 강현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 * *

서울행은 상후와 미영이에게만 좋았던 게 아니었다.

서울을 다녀온 이후 강현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오랫동안 강현을 압박하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 시간이 흘러 다시 이세계로 떠날 때가 돌아왔다.

‘레시피는 얼추 나오긴 했는데.’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세 가지. 그것도 후보를 추린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강현은 창고 앞에 볼을 긁적였다.

그 레시피의 중심이 되는 향신료들을 숲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설기에게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숲을 앞마당처럼 여기는 설기가 모른다면 숲에 없을 가능성이 컸다.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나?’

어디서 구하는지 그곳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구의 동물로만 실험해봤을 뿐, 이세계의 동물로 해보진 못했다.

“끼잉?”

강현이 들어가지 않자 보따리를 멘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 란돌프가 건네준 것.

지구의 것보다 튼튼하고 질겼다. 강현은 그런 설기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주 큰 문제이지.”

바로 모나였다.

강현은 모나가 끌려가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계속 피할 순 없었다.

강현은 자신의 가슴팍을 쓸어내렸다.

‘일단 대비는 했으니까.’

비장의 무기.

한숨을 내쉰 강현은 이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 * *

푸르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녹음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았다.

가벼운 걸음으로 숲을 거닐던 강현은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왔구나.’

빼꼼, 고개를 내미는 모나.

두리번거리더니 강현과 설기를 보고 눈을 빛냈다.

설기는 늘 있던 일이라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나의 행동은 전과 달랐다.

강현을 보면서 발톱을 세웠다.

“그르르르.”

꼬리까지 쭈뼛 올라왔다. 강현은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냥 넘어가진 않네.’

그때, 모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설기가 나섰다.

모나의 앞을 막아서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현이 그런 설기를 제지했다.

“설기야 괜찮아.”

“끼잉?”

강현을 돌아본 설기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뒤로 물러났다.

이번 일은 강현의 잘못도 있었다.

그러니 강현이 풀어야 했다.

힘으로 굴복시키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거다.

역시나 설기가 신경 쓰이는지 힐끗거리는 모나. 곧 설기가 자리를 피하자마자 슬금슬금 강현을 향해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뛰어들 기세.

강현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품으로 손을 넣는 강현.

그 순간 모나가 눈을 번뜩였다.

순식간에 강현을 향해 도약하는 모나. 그러나 강현의 손이 더 빨랐다.

길쭉한 무언가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모나는 본능적으로 그걸 낚아챘다.

툭, 땅바닥에 내려온 모나.

“...”

“...”

입안에 든 걸 오물거리던 모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이게 아닌데···.

이런 느낌. 강현을 힐끗거리더니 곧 먹는 데 집중했다.

강현이 던진 건 긴 소시지였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온 소시지.

‘...구하느라 힘들었지.’

서울에서 사 온 것이었다.

곧 소시지를 꿀꺽 삼킨 모나가 강현을 돌아보았다.

강현은 그런 모나를 보며 소시지를 새로 꺼냈다.

흔들리는 소시지. 그와 함께 모나의 머리도 같이 흔들렸다.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하나 더 줄까?”

“...”

고민하던 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강현이 안도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길 잘했네.’

야생 동물과 교감하는 법.

역시나 본능에 충실했다. 강현은 소시지를 모나를 향해 던졌고···.

하얀 털 뭉치가 낚아챘다.

“...어?”

“...!”

눈을 껌뻑이는 강현. 강현의 눈에 소시지를 꿀꺽 삼키는 설기가 보였다.

“컹! 컹!”

꼬리가 경쾌하게 흔들렸다.

“...그래, 맛있구나.”

강현은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망한 눈으로 설기를 바라보는 모나.

모나의 시선이 다시 강현에게 향했다.

그러나.

“...이제 없는데.”

강현이 손을 올렸다. 애당초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한 강현의 모습에 모나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설기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캬아아악!”

“컹!”

뒤엉켜서 바닥을 구르는 둘. 그대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둘이 다시 돌아온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텐트를 설치하고 있던 강현.

수풀이 흔들리더니 설기가 털레털레 걸어왔다. 설기는 흙과 나뭇잎으로 엉망이었다.

그러나 표정만은 위풍당당했다.

그리고 그 뒤를 모나가 뒤따랐다. 모나의 상태는 설기보다 더 심했다.

역시나 아직 설기에게는 이길 수 없던 것이었다.

울적한 표정으로 다가온 모나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현과 조금 떨어진 자리.

너무 멀지도 않고 어중간한 위치였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네.’

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가가서 설기와 모나에게 묻은 흙과 나뭇잎을 털어주었다.

설기는 간지러운지 몸을 비볐고, 모나도 얌전히 강현의 손길을 받았다.

그리고 털이 깨끗해지자마자 슬그머니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에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만일 강현이 싫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강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둘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사냥해서 먹자. 둘이 먹고 싶은 걸 사냥해오면 그걸로 밥을 해줄게.”

강현의 말에 설기와 모나의 귀가 쫑긋 섰다.

반짝이는 눈동자.

사냥이란 말에 반응한 것이었다. 우울해하던 모나의 눈빛이 바뀌었다.

힐끗, 설기를 보더니 각오를 다지는 모나.

그리고 뭘 사냥할지 고민에 빠진 설기.

둘의 모습을 본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러나 주의를 잊지 않았다.

“뱀은 안 돼. 새나 짐승 종류로. 생선도 가능해. 물론, 너무 큰 녀석도 안 돼.”

움찔.

강현은 설기의 몸이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또 뱀을 잡으려고 했구나.’

어지간히 뱀이 먹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요리해줄 생각은 없었다. 강현은 혹시 몰라서 덧붙였다.

“경쟁이 아니라 먹고 싶은 걸 잡아 와야 해.”

작은 머리 두 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다지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현의 눈짓에 둘이 수풀을 향해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두 개의 그림자.

강현은 떠난 둘을 보다가 기지개를 켰다.

“그럼 난 준비를 해야겠네.”

사냥이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서둘러야 했다. 강현은 불을 피울 나뭇가지를 줍기 시작했다.

* * *

장작에 불을 피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설기가 돌아왔다.

물고 있는 건 생소한 녀석이었다.

‘...쥐? 아니, 두더지에 가까워.’

무려 강현의 머리만 한 녀석.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그다지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다.

오히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었다. 한숨을 내쉰 강현은 녀석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기보다 늦게 모나가 도착했다.

모나가 물고 온 건 새였다. 강현에게도 안면이 있는 새.

작고 통통한 새.

‘사냥 시합 때, 있었던 거네.’

고양이와 비슷한 수인이 잡은 녀석. 그걸로 제일의 사냥꾼이란 명예를 가져갔다.

내심 신경 쓰였는데 여기서 다시 볼 줄은 몰랐다.

“잘했어.”

강현의 칭찬에 모나의 어깨가 올라갔다. 그리고 설기를 돌아보는 모나.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이미 사냥 대회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는 사냥감이었다.

이보다 좋은 사냥감은 없을 터.

모나의 시선을 받은 설기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강현은 피식 웃고는 새의 털을 벗겼다.

그리고는 어째서 카샨이 이 사냥감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린내가 안나?’

신기하게도 피비린내는 물론이고 잡내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심지어 새의 살에서 상큼한 과일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

이것 자체로 특별한 식자재였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고기는 아니네.’

이걸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와 달리 설기가 잡아온 사냥감은 강현의 목적에 적합했다.

적당한 잡내.

이 세계에서도 흔하게 맡을 수 있는 고기였다.

강현의 시선이 설기에게 향했다.

‘설마, 알고 잡은 건가?’

곧 고개를 저었다. 우연일 거다.

‘알고 했으면 뱀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아까 설기가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면 강현의 의도를 읽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강현은 배낭에서 양념통들을 담은 가방을 꺼냈다.

작은 가방을 열나 양념통들 안에 색색의 향신료와 조미료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들고 다니는 것과는 달랐다.

바로 이 세계의 마을에서 사 온 향신료들이었다.

오늘은 이것만으로 요리할 것이다.

이 세계의 고기를 가지고.

강현의 눈이 반짝였다.

* * *

한쪽에는 물을 올리고 다른 한쪽에는 팬을 달군다.

채소는 어쩔 수 없이 지구의 것을 가져왔다.

마을에서 가져온 건 이미 다 써버렸거나 상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양파와 파, 피망.

하지만 숲에서도 얼마든지 대체품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맛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

이번에 할 요리는 세 가지.

구이와 볶음, 그리고 찜이었다.

설기가 잡아 온 정체 모를 고기를 셋으로 나눴다.

그리고 구이용에는 미리 양념을 치고 비닐에 담았다.

‘문제는 얘네.’

모나가 가져온 새고기.

강현은 일부를 그릴 위에 올렸다. 구워졌을 때, 어떤 맛을 내는지 모르기에 어떻게 양념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과일 향이 나는 고기 따위 먹어본 적이 없어.’

과일 향을 입힌 고기라면 모를까.

얇게 썬 탓에 금방 익는 고기.

강현은 익은 고기를 입을 가져가려다가 내려놨다.

“...”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한숨을 내쉰 강현이 고기를 세 등분으로 잘랐다.

어차피 맛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입에 넣고 음미했다.

“...그렇군.”

마치 레몬에 재운 고기를 먹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통으로 구워도 다른 고기보다 누린내가 적을 거다.

“얇게 썰어서 구우면 거의 없겠네.”

대체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걸까? 정말 신기했다.

그러나 누린내만 없을 뿐, 고기 특유의 감칠맛도 적었다.

역시나 설기와 모나도 흥미를 잃었다.

그런 강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생고기를 한 점. 입으로 가져갔다.

혀를 타고 올라오는 신맛. 구웠을 때보다 강렬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강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건, 굳이 다 익히지 않아도 되겠어.’

신맛만 날려 보내면 되었다. 강현은 새의 살점을 썰기 시작했다.

설기와 모나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 강현이 하는 요리들은 그동안 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둘이 지쳐갈 때쯤, 강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됐다.”

강현의 말에 둘의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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