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35화 (3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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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네.

자연스레 또 다른 새우를 향해 손이 갔다.

그런 란돌프를 본 강현 역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설기와 모나가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신속하고 정확한 솜씨. 재료 손질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그러한 강현도 둘의 먹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결국.

“컹!”

설기가 강현을 보며 짖었다.

“...그냥 달라고?”

끄덕이는 설기. 강현은 머뭇거리다가 하나를 건넸다.

콰드득.

맛있게 씹는 설기. 곧 설기의 눈이 반짝였다.

또 달라는 것이었다.

강현이 건네자 모나 역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모나 역시 벗기지 않은 새우를 씹어먹고는 헤, 하고 웃었다.

이 사이로 껍질이 낀 게 보였다. 인간과 달리 날카로운 이.

그러자 란돌프의 눈빛도 반짝였다.

“오, 좋은 방법이군.”

“아니, 그다지 좋은 방법은···.”

그러나 이미 새우 한 마리를 입 안에 넣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는 란돌프.

“조금 짜긴 하지만, 나쁘지 않아.”

당연히 짤 것이다. 소금에 구웠기 때문이었다. 속살이라면 모를까, 껍질에는 소금의 짠맛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셋은 껍질째로 입에 넣고 있었다.

당연히 꼬리의 움직임은 아까보다 줄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맛보다는 편의를 택한 것이었다.

“...상관없나.”

목에 상처가 날 수 있는 뿔과 꼬리는 뗐다. 껍질 역시 딱딱하기에 벗기긴 했지만, 몸에는 해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영양소가 풍부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강현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아니었다면 계속 새우를 까줘야만 했다.

‘그 전에.’

강현은 팬에 담긴 새우를 접시에 옮기고 새롭게 새우를 올렸다.

벌써 절반이나 사라졌다.

‘끊기면 안 되지.’

어차피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강현은 불을 켠 후에 새우의 껍질을 깠다.

그러나 강현의 예상보다 빨리 접시에 담긴 새우가 동이 났다.

수북하게 쌓인 새우 껍질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모나.

그러나 이성을 되찾았는지 그것까지 먹지는 않았다.

설기와 란돌프도 차분하게 새우를 기다렸다.

강현이 미리 올린 덕분에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다시 먹기 시작한 셋을 보며 강현은 아이스박스를 확인했다.

‘이제 한 번 정도 남았네.’

아이스박스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에 많은 양을 가져오지 못했다.

‘슬슬 좋은 타이밍이야.’

옆을 보니 새우를 까고 있는 란돌프가 보였다.

껍질을 계속 먹기에는 너무나 짠 것이었다. 그리고 설기와 모나도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란돌프가 새우를 건네자 차례대로 받아먹었다.

강현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팬을 닦았다.

그리고는 소금이 아니라 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마늘의 색이 갈색으로 변할 때쯤, 새우를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줬다.

금세, 색이 변해가는 새우.

강현은 그 위에 버터를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들이 보였다.

셋도 안 것이었다.

지금 하는 건, 그 전 것과는 다르다는 걸.

“그건 뭔가?”

셋의 시선에 강현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건 원래 마지막에 먹어야죠.”

아니면 맛도 제대로 못 보고 삼켰을 거다.

훌쩍.

모나가 들고 있던 새우를 슬그머니 내려놨다.

피식, 웃은 강현은 주머니에서 레몬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행들의 시선은 팬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뚜껑 사이로 올라오는 버터 냄새 때문이었다.

곧 강현이 뚜껑을 열었다.

이제까지와 다른 냄새.

홀린 듯 손을 뻗는 일행들을 강현이 제지했다.

“잠시만요.”

그리고는 자른 레몬을 새우들 위에 짜기 시작했다.

시큼한 레몬향이 올라왔다.

그렇게 골고루 뿌린 후에나 팬을 내려놨다.

소금 때와는 다르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대하들.

새우 갈릭 버터구이.

모나와 설기의 시선이 란돌프에게 향했다. 그런 둘의 시선에 란돌프가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

그러한 셋을 놔두고 강현은 배낭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그러다가 란돌프와 눈이 마주쳤다.

“아, 하나 드릴까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란돌프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이번에는 사양하지. 그보다 자네도 너무 마시지는 말게.”

강현이 의아해하자 란돌프가 말을 이었다.

“많이 마시면 훈련 때, 힘들어.”

뒤늦게 강현이 탄성을 뱉었다. 나중이라고 해서 다음에 가르쳐 준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먹고 난 뒤였구나.’

강현은 머뭇거리다가 맥주를 내려놨다.

훈련 뒤에 먹어도 충분했다. 편하게 생각하라고 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했다.

‘훈련 끝나고 마시면 되니깐.’

어차피 분위기로 마시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맛을 느끼지 못하니 청량감과 취기만 오를 뿐이었다.

몸을 움직인 후에 마시면 더욱 각별할 거다.

강현의 시선이 한쪽에 놓인 목검에 향했다.

조금 설레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강현을 본 란돌프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떠들썩한 식사가 끝났다. 남은 건 한쪽에 쌓인 새우의 껍질들뿐.

모나는 만족스러운지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란돌프가 몸을 일으켰다. 그를 본 강현이 목검을 가지러 일어나자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필요 없네.”

강현이 의아해하자 란돌프가 호쾌하게 웃었다.

“뭐든지 기본이 중요하지. 강현, 기본이란 무엇이겠는가?”

“...마음가짐이요?”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

훌륭하군. 짧게 감탄한 란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란돌프를 보며 강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체력이지. 바로 이 하체.”

란돌프는 허벅지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산뜻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까 보니 자네는 너무 하체가 부실해. 우리 가볍게 이 근처 한 바퀴만 돌아보세.”

“...”

이 근처. 어디서 어디까지란 걸까? 한 바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강현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빽빽하게 차오른 나무들.

곧 강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몸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다음부터 하면 안 될까요?”

“하하하하핫.”

강현의 말에 란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땀을 흘리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다 보면 몸도 좋아질 거야!”

그리고는 강현의 어깨를 잡았다.

“받은 게 있으면 보답해야지. 내 책임지고 자네를 단련시켜주겠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자네는 나만 믿게나.”

듣지 않고 있었다.

열의로 번뜩이는 눈을 보니 강현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식후의 뜀박질이 시작되었다.

“거기, 바닥에 나무뿌리 조심하게나!”

푸르른 숲속을 달린다. 옆으로 나무들과 작은 동물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함께 숨도 턱 끝까지 차올랐다. 숲에는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뛴 적은 처음이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갑옷을 입은 란돌프가 뛰고 있었다.

그리고 양쪽에는 설기와 모나가 함께 뛰고 있었다.

강현과 달리 둘의 표정은 밝았다. 오히려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꺄르르. 옆에서 모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나무를 타고 넘어 다니고 있었다.

“집중하게!”

란돌프의 호통. 그제야 강현은 란돌프가 술을 먹지 말라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먹었으면 다시 나왔겠지.’

식사를 조금만 한 것이 다행이었다.

“호흡은 길게. 호흡이 무너지면 자세도 무너지네.”

강현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려고 하면 어김없이 질책이 날아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텐트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달리니 좋군! 아주 상쾌해! 안 그런가?”

“컹!”

“아우!”

설기와 모나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나 강현은···.

“...”

강현은 대꾸할 힘도 남지 않아서 겨우 손을 내저을 뿐이었다.

당장 입을 열면 아까 먹은 새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대신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그러나 란돌프가 그런 강현을 일으켜 세웠다.

“바로 누우면 안 되네. 근육을 풀어줘야 해.”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자 란돌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풀지 못하면 며칠을 고생할 걸세.”

거듭되는 권유에 강현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란돌프를 따라서 여러 자세를 취했다.

지구의 스트레칭과도 비슷한 자세.

한참을 따라 하다 보니 호흡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어떤가?”

란돌프의 물음. 힘들다.

힘들긴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현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란돌프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하네. 오늘은 잘 따라왔어.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걸세.”

그리 말한 란돌프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강현을 보며 웃었다.

“땀을 흘린 후의 술은 각별하지. 그럼 좋은 저녁 되시게. 난 이제 업무로 복귀하겠네.”

그리 말한 후 떠나가는 란돌프.

금세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에 강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치지도 않나.’

강현은 맨몸이었지만 란돌프는 갑옷을 입은 채로 뛰었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었다.

“...이쪽도 만만치 않지만.”

금세 뒤엉켜서 구르고 있는 설기와 모나가 보였다.

둘을 보며 웃음을 흘린 강현은 아까 내려놓았던 맥주를 떠올렸다.

그러나.

“윽.”

다시 주저앉는 강현. 다리가 풀린 것이었다.

놀란 설기와 모나가 달려왔다.

“끼잉.”

걱정스러운 둘의 눈빛에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마지막에 풀어주지 않았다면 더 심했겠지.

그러자 설기가 다가와서 강현의 다리를 할짝거렸다.

의아해하던 강현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지.’

요즘은 잊고 있었지만 설기의 침은 천연 회복제였다.

설기 덕분에 팔목도 다 낫지 않았던가.

할짝, 할짝.

그와 함께 다리의 아픔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을 빤히 바라보는 모나가 있었다.

멀뚱멀뚱.

곧 무언가를 결심한 모나가 반대 다리를 핥았다.

“자, 잠깐만···.”

설기를 힐끗거린 모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설기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맹렬하게 움직이는 모나.

설기가 핥는 것이라면, 모나는 침을 바르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축축하게 젖어가는 바지.

혹시나 했던 강현이었지만, 모나가 핥은 곳은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악취만 올라오고 있었다.

실소를 흘린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맘대로 해라.”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설기가 강현을 올려다보았다.

나 잘했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모나가 제 머리도 강현 쪽으로 쭉 밀었다.

“그래, 너도 고맙다.”

강현은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기분 좋은 듯 울음을 터트리는 설기와 모나.

이럴 때는 정말 남매 같았다.

강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설기가 핥은 쪽과 달리 모나가 핥은 쪽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는 아까 꺼내둔 맥주를 가져왔다.

치익, 소리와 함께 거품이 올라왔다.

강현은 급히 입을 가져갔다. 이제는 미지근해진 맥주.

탄산의 맛과 알코올의 향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시원하네.”

얼음을 넣은 냉수를 먹은 것처럼 청량감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운동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강현 곁으로 설기와 모나가 파고들었다.

충분히 놀았는지 피곤한 눈으로 강현의 몸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꼼지락거리던 둘의 숨소리가 작아졌다.

강현은 그런 둘을 바라보다가 맥주를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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