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8화 (2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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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끼리 풀어야지.

‘의심을 피한 건 좋은데.’

강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요리 잘해요?”

“무슨 요리 잘해요?”

“햄버거! 햄버거 만들 줄 알아요?”

“난 피자!”

“...나는 떡볶이가 좋은데.”

한 번에 너무 많이 떠드니 정신이 없었다. 그런 강현을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설기였다.

강현 옆에서 하품하던 설기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에 띈 것이었다.

“와. 멍멍이!”

“귀여워!”

쪼르르. 설기를 향해 달려드는 아이들.

전에 윤섭이 담당하던 아이들을 봤을 때도 담담했었으나 어린애들은 달랐다.

아이들의 손길을 피한 설기가 강현을 돌아보았다.

도와달라는 눈빛.

그러나 강현이 손쓸 새도 없었다. 금새 아이들이 설기를 포위했다. 결국, 도망치듯 슈퍼를 빠져나가는 설기.

그 뒤로 아이들이 뒤따랐다.

강현은 그런 아이들을 보다가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고맙다. 설기야.’

너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야생에서 살아남은 설기였다.

신의 후예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 손에 잡히진 않을 거다.

‘설령 잡혀도 해코지는 하지 않을 테니.’

나중에 맛있는 걸로 달래주면 되었다.

이제는 멀어진 아이들. 강현은 그제야 시선을 뗐다.

모든 아이가 설기를 따라간 건 아니었다.

상후는 남아서 강현을 반가워하고 있었다.

“삼촌, 여기에 어쩐 일이세요?”

“장 보러 왔어.”

“진짜요? 아, 저 자전거 아버지가 타던 거 맞죠? 저거 타고 왔어요?”

타지에서 같은 마을 사람을 만난 게 반가운 건가.

평소보다 밝았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잘 타고 있어.”

“그래요? 잘됐다! 그럼 같이 타고 가요! 저도 자전거 타고 왔어요!”

상후의 말에 강현의 눈이 커졌다.

“자전거로 출퇴···. 아니, 등하교해?”

무심코, 출퇴근이라고 뱉으려던 걸 넘겼다.

‘...학교 다닌 지 너무 오래됐어.’

다행히 상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뇨! 음.”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비나 눈 올 때나, 너무 더울 때는 마을 아저씨들이 태워줘요.”

그럼 그 이외에는 자전거를 탄단 말이었다. 매일 타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언덕을 말이지.’

기뻐하는 상후를 보며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상후가 탄성을 뱉었다.

“아, 오늘은 안 되겠어요. 다 같이 문성이네, 놀러 가기로 했어요.”

아쉬워하는 상후를 보며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같이 타자.”

어차피 기회는 또 있을 거다. 그러자 상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약속이에요!”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상후. 서울행에 이어서 또 다른 약속이 생겼다.

그때, 강현의 눈에 한 아이가 들어왔다.

슈퍼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이.

상후보다 한두 살 어려 보였다. 상후도 뒤늦게 아이를 발견했다.

“어, 미영이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 상후. 그러나 아이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자리를 도망쳤다.

상후가 멋쩍게 손을 내렸다.

“아는 아이야?”

“네. 3학년 다녀요. 여기 살아요.”

“여기?”

이 마을이란 뜻은 아니었다. 강현은 아이가 떠난 자리를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는 여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퍼에 사는 아이였다.

아이들과 달리 혼자 다니고 있었다.

강현이 아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상후가 돌아보았다.

“그럼 삼촌! 전 친구들한테 가볼게요! 담에 꼭 자전거 타요!”

“그래, 담에 또 놀러 와.”

강현의 말에 상후가 히힛, 웃더니 뛰쳐나갔다.

마을에 있을 때와 달리 활기가 넘쳤다. 강현은 그렇게 상후를 보내고 다시 장을 봤다.

오해가 풀린 덕분에 마음 편히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살 것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자 여인이 어색하게 웃었다.

의심한 게 미안해서였다.

‘그럴 수도 있지.’

강현이 봐도 수상할 만했다. 강현은 어색하지 않게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할머님이 어디 가셨나 봐요?”

“아, 남편이 병원 데려갔습니다.”

어딘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한국어로 여인이 말했다. 병원이란 말에 강현이 놀라자 여인이 손을 저었다.

“그냥 검사입니다. 아픈 것 아닙니다.”

안도한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검진 같은 건가?’

그렇게 계산을 끝내자 여인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리사라고 들었습니다.”

“예.”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망설이던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요리를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여인의 말에 강현은 눈을 깜빡였다.

예상치 못한 부탁이었기 때문이었다. 강현의 반응에 여인이 말을 이어 나갔다.

“딸이 있습니다. 다른 애들은 친구네 집도 놀러 갑니다. 제 딸은 안 그럽니다. 제 탓입니다.”

그리 말한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본 강현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 베트남 음식만 할 줄 압니다. 언니들한테 한국 음식 배웠지만, 아직 잘못합니다. 곧 딸 생일입니다.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했더니 싫다 합니다.”

그때,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었다.

딸의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올 수 있도록.

사정을 들은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면 상관없었다. 그러나 남들을 가르칠 자신은 없었다.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는 강현의 머릿속에 란돌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가치를 낮추지 말게나.’

강현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할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필요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낯선 이에게 이런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어머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입을 열었다.

“...아이, 생일이 언제죠?”

강현의 물음에 여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 * *

강현은 아이들을 상대해주느라 지친 설기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다.

매장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장사하고는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닫자마자 미리 만들어놓은 돈가스를 챙긴 후, 어디론가 향했다.

자신 혼자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요리를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강현이 향한 곳은 민호네였다.

돈가스는 이제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수진을 위해서였다.

예정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돈가스는 모두 세 개.

두 개는 민호와 수진의 것이고, 하나는 설기의 몫이었다.

반갑게 강현을 맞이한 민호와 수진은 강현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슈퍼 언니. 저도 알고 있어요.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민호와 수진 역시 생각에 잠겼다. 요리를 배운다고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학교에서 어떤지 알아야겠네요. 상후는 친구네 놀러 갔다고 했죠? 벌써 왔겠네요.”

이미 밖은 저녁이었다.

수진의 말에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학년이 달라서 잘 모르지 않을까요?”

강현의 물음에 수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살포시 웃었다.

“아, 도시에서 오셔서 모르시는구나.”

강현의 시선이 민호에게 향하자 민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만 따돌림당하는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자 수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학교 전체라고 해도 학생들이 스무 명이 안 돼요. 아마 세 반이 전부일걸요? 그렇죠, 당신?”

수진의 물음에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위해서 미리 조사한 것이었다. 수진의 말에 강현은 탄성을 뱉었다.

복식학급이란 것이었다.

여러 학년이 같은 반에서 수업한다니. 강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골이라 어쩔 수 없죠. 학교가 운영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에요.”

수진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배를 쓸어 내렸다.

“이 아이가 클 때까지 남아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읍내에 있는 학교로 보내야 했다. 그리 말한 수진은 애써 밝은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상후도 사정을 알 거예요.”

고작 세 반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했다. 강현은 그제야 낮에 봤던 아이들의 나이가 제각각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그게, 전교생의 절반이었구나.’

친한 애들끼리 놀러 온 줄 알았다.

“그럼 상후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강현이 따라나서려고 하자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얼마 안 걸리니 쉬고 계세요.”

“그래요.”

수진까지 만류하자 강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민호가 트럭을 끌고 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차 한 잔이 비워질 때쯤. 민호의 트럭이 돌아왔다.

트럭에서 내린 상후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삼촌! 이모!”

그리고 민호가 데려온 건 상후만이 아니었다.

“섭섭혀게 나를 빼고 그려?”

이장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사정은 들었어.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에 날 불렀어여지!”

이장의 호통에 수진과 강현의 시선이 민호에게 향했다.

머쓱해 하는 민호.

“데리러 가는 길에 만났습니다.”

그 뒤는 보는 것과 같았다. 수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바쁘신 것 같아서 그랬죠. 설마, 일부러 뺐겠어요?”

“그려?”

수진의 말에 이장의 표정이 풀어졌다. 강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의견이 나올 거다.

수진은 바로 상후에게 물었다.

“미영이 알지? 학교에서 어때?”

수진의 물음에 상후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용하고 늘 혼자 있어요.”

그다지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란 소리였다. 그때,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상후가 입을 열었다.

“아, 전에 철민이가 한 번 놀린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더 심해졌어요.”

“어떻게 놀렸는데?”

수진의 물음에 상후가 입을 다물었다.

어른에게 고자질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그러나 진지한 눈빛의 일행을 보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걔네 엄마가 한국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걸로, 얼굴색도 다르다고···.”

상후의 말에 일행들이 탄성을 뱉었다.

그러자 상후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 뒤로 선생님께 혼나고 사과도 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안 놀려요.”

친구를 변호해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의 실수였다. 그러나 미영이란 아이에겐 큰 상처로 남은 것이었다.

“혹시 따돌리거나 하진 않지?”

옆에 있던 민호가 물었다. 그러자 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몇 번 놀자고 말하기도 했는데. 도망치더라고요.”

그리 말한 상후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봤다.

“그런데 미영이는 왜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걔네 어머니가 걱정하시더라고.”

“아.”

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끝으로 일행들이 조용해졌다.

사정을 들었음에도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죠?”

수진의 물음에 강현과 민호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때, 이장이 나섰다.

“뭘 어떻게 해. 애들 일은 애들이 풀게 놔둬야 혀. 철민이. 갸도 선생이 사과하라고 해서 한 거 아녀?”

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자는 말인가?

아니었다.

“어른들은 애들이 풀 수 있는 장소만 만들어주면 돼. 그게 어른의 역할이지.”

그리고는 상후를 보았다.

“상후. 니 친구 많지?”

이장의 물음에 상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후를 강현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놀림 받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이장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 나이 때는 방귀 뀌는 걸로도 놀리는 거여. 그걸로 꿍해 있으면 상처만 되는 거고. 어른이 억지로 풀려고 해도 안 돼. 자기들끼리 풀어야지.”

“예. 이제는 화해했어요!”

상후의 말에 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었네. 미영이란 애 생일에 애들 좀 불러.”

“미영이가 생일이에요?”

상후는 몰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데려갈게요!”

호기로운 외침에 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장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그 짝도 할 일이 있어. 걔네 엄마가 태국인가?”

옆에서 수진이 베트남이라고 작게 말해줬다.

“그래, 베트남. 거기 요리는 한다며? 다르다고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지. 억지로 맞추려고 하니깐, 그 아이도 괜히 주눅이 드는겨. 다른 건, 다르다고 받아들이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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