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3화 (13/227)

────────────────────────────────────

────────────────────────────────────

피크닉이나 갈까?

“그, 그려?”

상후의 재촉에 머뭇거리던 점례 할머니도 햄버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입.

“...!”

평소 먹던 것과는 다른 생소한 맛. 자극적이긴 했으나 상후의 말대로 맛있었다.

점례 할머니가 햄버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고 있을 때, 강현이 주방에서 나왔다.

강현의 두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치킨과 피자.

“우와.”

그럴 보자 상후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점례 할머니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 이건 안 시켰는데.”

“서비스입니다.”

강현은 그런 점례 할머니를 안심시키듯 웃으며 말했다.

강현도 상후의 사정은 들었다. 그렇기에 준비한 것이었다.

‘이 둘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없지.’

그러나 점례 할머니의 표정은 선뜻 풀리지 않았다.

그런 점례 할머니를 본 강현은 짧게 자책했다.

‘괜한 참견이었나?’

잘못 생각하면 점례 할머니를 무시하는 걸로 비칠 수도 있었다.

자연스레 치킨에 손을 뻗으려던 상후도 눈치를 봤다.

“할머니, 나 먹으면 안 돼?”

그때, 수진이 나섰다.

“괜찮아요. 한두 번 볼 사이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많이 팔아주면 되죠.”

그리 말하고는 민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자 민호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마, 맞습니다. 어르신.”

“...그런가?”

“예.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다시 강현이 말했다. 그제야 점례 할머니의 표정도 풀어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도 돼. 먼저 삼촌한테 감사합니다. 하고.”

점례 할머니의 말에 상후가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배꼽 위로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삼촌!”

꾸벅.

그 모습에 셋은 미소 지었다. 굳어있던 분위기가 단번에 부드러워졌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힘일 거다.

“와, 뭐부터 먹지? 할머니 뭐부터 먹을까?”

아까 치킨을 먹으려고 했던 걸 까먹었는지 다시 망설이는 상후.

“도망가지 않으니 천천히 먹어.”

점례 할머니가 그런 상후를 다독였다. 수진 역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완전히 상후 생일이네.”

“네!”

기쁘게 대답하는 상후. 그런 상후를 보며 수진이 탄식을 뱉었다.

“가만 보자. 이럴 게 아니라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그리고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서울의 식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서울에 널린 게 치킨과 피자집이었지만, 이 정도의 요리는 쉽게 맛볼 수 없었다.

사진이란 말에 상후의 움직임이 멈췄다.

“자랑할 때도 증거가 있어야지. 이모가 찍어서 뽑아줄 테니깐 학교에 가져가.”

“진짜요?”

상후가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기에 직접 뽑아준다고 한 것이었다.

기뻐하던 상후가 곧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근데, 햄버거 거의 다 먹었는데.”

“원래, 자랑할 때는 먹은 흔적이 좀 있어야 해.”

태연하게 대답하는 수진. 민호와 강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러자 상후의 표정도 밝아졌다.

“예!”

강현이 수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가 찍어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까요?”

“아···.”

상후였다. 일행들이 돌아보자 화들짝 놀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촌도 같이 찍으면 안 돼요?”

상후의 말에 강현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사진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진의 말이 더 빨랐다.

“그래요. 모처럼이니 같이 찍죠. 당신, 팔이 기니깐 부탁드려요.”

“음? 알겠어.”

가만히 있던 민호가 놀라더니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옆쪽으로 길게 뻗었다. 강현만큼이나 사진과 친하지 않은 민호였으나 최선을 다했다.

“이, 이렇게 하면 될까?”

“잘 안 나오니 좀 더 붙을까요?”

“네!”

수진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상후. 강현도 어쩔 수 없이 일행을 향해 몸을 숙였다.

“하, 하나, 둘, 셋.”

찰칵.

핸드폰의 셔터음과 함께 사진이 찍혔다.

* * *

그 뒤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은 후에나 강현은 주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방의 흔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리면 해준다니깐.”

아무것도 모르는 척 허공을 바라보는 설기.

사진 찍는 사이를 못 참고 설기가 튀겨놓은 치킨을 먹어버린 것이었다.

뼈를 먹어도 괜찮은지는 둘째치고 어떻게 선반 위로 올라간 걸까?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하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설기였다. 이 정도 높이는 문제도 아닐 거다.

강현이 빤히 쳐다보자 미안하다는 듯이 앞발로 눈을 가리는 설기.

“끼잉, 낑.”

애처롭게 우는 소리에 강현의 마음도 풀렸다.

“괜찮아. 어차피 너 주려고 남긴 거니깐.”

그러자 앞발을 치우고 힐끗 강현을 보았다.

진짜?

그렇게 묻는 것처럼 보였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꼬리가 다시 움직였다.

다가와서 강현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설기의 모습에 강현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설기가 먹은 흔적을 정리하고 있자 민호와 수진이 주방으로 다가왔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일인데요.”

강현은 둘의 인사에 손사래를 쳤다. 수진이 홀 쪽을 힐끗거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정신없이 치킨과 피자를 먹는 상후. 그리고 그런 상후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점례 할머니.

민호가 입을 열었다.

“서비스는 받지 않더라도 저희가 먹은 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오픈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이장님께 들었습니다. 저희 매장 홍보해주신다고···.”

강현의 말에 수진이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뇨.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맛있어서 이야기한 것뿐인데요. 그보다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사진 보낼게요.”

수진이 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강현이 번호를 부르자 사진을 전송했다. 그리고 곧 고개를 갸웃했다.

“어머?”

“왜?”

“왜 그러시죠?”

놀란 수진을 향해 강현과 민호가 물었다. 둘의 물음에 수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설기가 찍혀있어서요. 언제 나왔지?”

수진의 말에 강현은 사진을 확인했다.

수진의 말대로 사진 한쪽에 설기의 모습이 있었다.

일행들의 시선이 향하자 태평하게 하품하는 설기.

그 모습에 일행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잘 찍혔네요. 상후네 부모님께도 보내드려야겠어요. 상후가 잘 지낸다는 걸 알면 두 분 다 힘을 내겠죠.”

수진의 말에 강현은 감탄했다. 그저 자랑하기 위해서 찍은 게 아니었다.

상후가 부모님을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속이 깊었다.

그때, 상후가 쪼르르 주방 쪽으로 왔다.

“삼촌, 정말 감사합니다!”

배꼽 인사를 건네는 상후를 보며 수진과 민호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상후가 할 말이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홀에 점례 할머니 혼자 계시기 때문이었다.

“잘 먹었어?”

“예. 맛있었어요!”

상후의 말에 강현의 입가가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환하게 웃던 상후가 곧 어두운 표정으로 변했다.

“...죄송해요. 사실은 햄버거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서울 못 가봤다고 놀려서.”

상후는 고백하듯이 말했다. 그런 상후를 보며 강현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맛있다는 것도 거짓말이야?”

“아뇨! 진짜 맛있어요!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가장!”

당황해하는 상후. 강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된 거잖아.”

이미 상후의 사정은 이장과 수진에게 들었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탓인지 또래에 비해서 의젓했다.

이런 아이가 햄버거 때문에 떼를 쓰진 않았을 거다.

강현의 말에 상후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서울에 입원 중인 상후의 어머니.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면 혹시라도 서울에 올라갈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떼를 썼다.

강현은 그런 상후를 빤히 바라보았다.

서울.

강현은 도망치듯이 떠나온 곳이지만 상후에게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소였다.

“...나중에 삼촌이 데려가 줄게.”

“예?”

“서울말이야. 롯데월드도, 병원도.”

상후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로요?”

“그래, 언제 데려가 주겠다고는 약속할 수 없지만,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같이 가자.”

강현은 그리 말하며 상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강현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약속했어요?!”

“그래. 아,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야.”

“예, 알겠습니다. 삼촌!”

상후가 배시시 웃었다. 환한 얼굴로 테이블로 돌아가는 상후.

그 모습을 보며 강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그런 약속을 했는지 강현도 알 수 없었다.

‘...상후가 아니라 내게 한 약속이겠지.’

언젠가 이 부담을 떨쳐버리고 과거와 마주할 수 있게.

그렇게 식사가 끝났다.

테이블로 다가가자 점례 할머니가 미안한 듯이 입을 열었다.

“기껏 줬는데 이리 남겨서 어떻게 하나···.”

“괜찮아요. 남은 건 싸드릴 테니 나중에 드세요.”

“그래도 될까?”

“예.”

강현이 웃으며 말하고는 피자와 치킨이 담긴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제대로 된 포장 용기가 없어서 종이 포일에 담은 후 봉투에 넣었다.

봉투를 받은 점례 할머니가 강현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옆에 있던 상후 역시 배꼽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삼촌!”

강현은 그런 상후에게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자크를 잠그듯 한 행동하는 상후.

옆에 있던 일행들이 고개를 갸웃했으나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행들이 떠나갔다. 강현은 떠나는 일행들을 보다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점례 할머니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주방에서만 일했을 때는 몰랐던 감각.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자, 정리해야지.”

매장으로 돌아온 강현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주방으로 내려간 강현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선 분홍색 고기들.

“다짐육이 많이 남았네.”

돈가스 때를 생각해서 샀는데 예상보다 빨리 완성이 되었다.

‘일부는 소스 만들 때 쓰면 되겠지만.’

모두 냉동시키기에는 아까웠다. 게다가 고기만이 아니었다.

사 온 빵도 남아있었다. 자연스레 강현의 시선이 밑으로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꼬리를 흔드는 설기.

어제 설기 몫의 햄버거까지 민호와 수진에게 건네줬다.

물론, 그 전에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쉬었으니깐, 괜찮겠지.’

설기의 식성을 생각하면 맛있게 먹을 거다. 슬그머니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뜨려면 이른 시간.

“...피크닉이나 갈까?”

“컹?”

설기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했다.

* * *

텐트와 침낭을 빼고는 그라운드시트만 챙겼다.

돗자리 대용.

당연히 조리 도구 역시 챙기지 않았다. 그렇게 배낭을 정리하던 강현의 시선이 타프로 향했다.

고민은 짧았다.

“나무 그늘로 충분하지.”

최대한 가볍게. 대신 먹거리와 마실 것을 대체했다.

바로 택시를 잡고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다시 찾은 이세계.

푸르른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강현을 맞이했다. 배낭을 짊어졌음에도 평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방방 뛰어다니던 설기가 강현을 돌아보았다.

머뭇거리는 모습.

강현은 그런 설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놀고 와도 돼. 너무 멀리 가진 말고.”

“컹!”

강현의 말에 짖은 설기는 그대로 수풀을 향해 몸을 날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