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녀님은 이상형과 결혼하기 싫어요

“막내야.” “예, 아버지.” <조건 1. 달의 빛깔을 닮은 은빛 머리카락에 짙고 푸르고 우아한 녹색 눈을 지녔을 것. 조건 2. 나긋하고 다정한 면모가 기본이지만 때로는 모두 귀찮다는 듯 권태롭고 위험한 분위기도 함께 지니고 있을 것. 조건 3. 제국 제일이라 할 만한 재주가 있을 것. 조건 4. 속내가 다 보이면 재미가 없으니 비밀도 좀 있을 것.> “이 아버지가 맹세하마. 기필코 네 이 까다롭고 복잡하고 혼란한 이상형을 찾고야 말겠다고!” “예, 아버지.” 심드렁히 대답한 제국 최고의 기사 가문 엠페르트의 셋째 공녀 키리엘 엠페르트는 생각했다. ‘애초에 결혼하기 싫어서 지어낸 이상형인데 저런 사람이 있을 리가.’ 다만 키리엘은 두 가지를 간과했다. 첫 번째는 이 낭만적인 아버지가 자식의 일이라면 지나치게 투지에 불탄다는 점과, 두 번째는 조건 3의 재주가 무엇인지 정확히 적어 놓지 않았다는 점. “막내야! 이 아버지가! 10년 만에 드디어! 네 이상형을! 찾고야 말았지 뭐야!” 그것도, “비록 300년 전 성전에서! 기사들의 적이었던 소서러지만 말이다!” “환장하겠네.” “응?” “아닙니다.” 내가 벌인 일, 내가 해결해야 한다. “르를, 르를를르.” “이드윈 솔리테 를르-지-외즈라 읽습니다.” “를르지……. 아무튼 여긴 왜 들어와 있습니까?!” 일단 저 이름 어려운 인간 먼저 쫓아내고. 가짜 이상형을 내세운 여자와 그 가짜 이상형으로 행세하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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