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49화 (149/149)

〈 149화 〉 D­Day까지 1일...?

* * *

“복사체면 마법 소녀가 추가된 거야.”

“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고민의 기색을 보인 수진이가 말했다.

"마법 소녀는 아니다. 게다가... 성별도 다르군."

"...무슨 말이야."

[설마...]

"남자인 네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

남자인 내가 돌아다니고 있다라.

아무래도 원래의 내가 돌아다니는 걸지도...

"영혼 복사체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분위기, 성격, 행동, 몸짓, 말투, 그리고 영혼의 급을 총합하면 알 수 있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

그러니까 모든 걸 고려했을 때 행동하는 방식이나 패턴이 같아서 같은 사람 같다고 추측한 거네.

영혼시가 있다든지,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뭘 하고 있는데."

"언노운 쪽에서 데려갔다."

"...응?"

"루퍼와 대립하는 세력이 들어갔다고 하더군."

대놓고 적이 된 모양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냥 내 영혼만 복사된 거라면 평범한 남자아이일 뿐이다.

프로게이머로서 실력은 있겠지만, 언노운 세력으로 전략 전술을 시도하는 정도겠지.

예측 vs 예측이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힘을 가진 내 쪽이 유리하다.

"그냥 전략 전술에 능숙한 사람일 뿐이야."

"그렇지만도 않더군."

"...수진이 넌 넘어갈 수 있는 거야."

의외의 정보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거울 세계와 연결된 문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너라면 분명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보가 느리군. 산 쪽에 있는 절에 거울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있다. 어지간한 자라면 벌려서 들어가는 건 못하겠지만... 가능하다."

"벌리면 위험한 거 아냐."

"빠르게 수복되는 데다가, 수복 타이밍 동안은 내가 가로막고 있으니 문제없다."

그건 안심되는 이야기다.

문제가 있다면 그쪽에도 수진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일까.

"그쪽 세계에는 내가 없으니까, 넘어올 녀석도 없겠지."

"어째서."

"나는 이 세계 소속이 아니니까."

"나도 이 세계 소속이 아냐."

"그건 시스템한테 물어보도록."

"..."

시련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복사하는 게 가능했던 걸까.

내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자, 수진이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검은 기류 같은 게 있었다."

"검은 기류."

[...적어도 수호자나 관찰자는 아니군요.]

"그래, 파괴자나 가질 법한 기류였다만, 본질이 좀 다른 느낌이었지. 아마 억지로 구현하다가 에러가 난 게 아닐까 싶다."

"..."

"재밌어 보여서 덤벼봤다만, 기척을 완전히 감추고 사라지더군. 암살자나 가질 법한 힘이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들어갔을 땐 주의하도록."

[제가 확실하게 막아내겠습니다. 어찌 됐건, 마력일 테니까요.]

"응."

수진이의 정보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좋다. 하면서 방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곤 마루에서 접시를 전부 정리하고 있던 상혁이에게 가더니, 뭔가 떠들기 시작한다.

"렌."

[네, 마스터.]

"검은 기류가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 거야."

[...]

내 말에 렌은 거짓을 말하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역시 짚이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알아선 안 되는 내용이야."

[그건 아닙니다만.]

"어떤 거야."

[...아마 계약이겠죠.]

"계약."

[네, 마계의 계약자한테 자주 보이는 증상입니다. 보통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보이진 않습니다만...]

"일부러 보이는 걸까."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응."

일부러 힘을 내보이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그건 지금 상대로 나온 '나'에게도 목적이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괜한 시위를 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으니까.

"아무도 오지 마. 라고 말하는 걸까."

[그렇습니까?]

"응."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말해도 돼."

[마스터는 수호자의 영혼이라 타락하기 힘듭니다만... 악마와 계약하는 건 어떤 경우입니까?]

"..."

악마가 있다는 걸 남자일 때 알았다는 가정하에 어떤 경우일까.

렌의 말에 잠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악마 같은 녀석의 말을 들을 정도라면,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

[...네? 그런 사유로 악마와 계약한다고요?]

"나는 내 실력이 뛰어나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인망은 얻지 못했으니까."

얼빠진 소리 같지만, 그 당시의 나는 분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다시 친해지고 싶다.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악마와 계약했다면 분명 목적도 달성했겠지."

[목적을 달성한 뒤가 끔찍할 터입니다만...]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았을까."

정말로 간절하거나 미쳐 있다면,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혹시 렌, 어떤 아이와 계약했는지 알 수 있어."

[...]

내 말에 렌은 침묵한다.

...짚이는 게 확실히 있다는 의미다.

"말해도 돼."

[그... 확신은 없습니다만.]

"응."

[다른 세계의 제가 아닐지...]

"...그런 결론이 나오는 이유는."

[마스터가 저와 계약 상태니까요. 그걸로 인해 연결 고리가 생겼다면, 우연하게 제가 흥미를 느끼고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구나."

결국 내가 이쪽으로 떨어짐으로써 발생하는 '가능성' 중의 하나라는 소리다.

"그럼 지금 여기 있는 건 짚이는 게 있어."

[저라면 이렇게 생각하겠죠. 시스템의 요청을 받고 '여자인 계약자가 있다... 흥미롭습니다.'라고 생각하고 계약 강제로 보낼 겁니다.]

"그럼 또 다른 내가 지키는 건."

[아마 그 세계의 멸망 트리거겠죠.]

생각보다 이번 사건은 빨리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렌과 대화 후 밖에서 열심히 다른 사람들이 놀고 있는 사이 책을 주파한다.

소설 자체는 원래부터 좋아했던 터라 생각보다 읽는 속도는 빨랐던 게 다행이라 해야 할지...

[네 번째 루프에선 괴물을 보고, 즉사했다.]

[다섯 번째 루프에선 쌍둥이 자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죽었다.]

[여섯 번째 루프에선 두 사람만이 동료가 되고, 다시 괴물과 대면해 죽었다.]

[일곱 번째 루프에선 또다른 자신에게 죽었다.]

[여덟 번째 루프에선 모든 사람에게 적대 받고 죽었다.]

[아홉 번째 루프에선 모두 죽이고 빠져 나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열 번째 루프에선 최대한 모두와 친해지려고 노력했으나, 또다른 자신을 뚫지 못했다.]

"...기구하네."

대체 루프를 몇 번이나 하면서 걷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전부 다른 내용으로 다양한 사유로 죽어가는 모습을 담담히 바라본다.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이 지금 몇 번째 루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죽는 루프겠네."

책과 다른 점은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합류했고, 거울 세계의 세연이가 마법 소녀의 힘을 가지게 됐다.

유린이에겐 조금 주의하라고 했으니까 조심스럽게 행동할 거고, 그 덕분에 죽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편에도 악마와 계약한 내가 있다.

"..."

또다른 자신이라.

솔직히 지금의 나와 남자로서의 내가 싸웠을 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감정이 조금 일렁인다.

[...재밌으신가 보군요.]

"응."

[자신과 싸우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건 마스터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한 사람과 뭔가를 겨루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어."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을 해내고, 모든 걸 예측해내는 능력자.

상대도 똑같은 능력을... 그것도 나 이상으로 게임을 하고 왔다면, 내가 밀릴 수도 있다.

그 사실 자체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만...]

"어쩔 수 없어. 미안."

[저한테 미안하실 일은 아닙니다.]

"응."

렌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책을 덮는다.

책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세세한 부분이 많이 달라진 만큼 어떤 식으로 전개될진 잘 모르겠다.

"내일이면 알 수 있겠지..."

아직은 밝은 밖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릴 때였다.

철컹.

ㅡ어디선가 시계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간 전체에 파동이 일어나는 걸 느끼곤, 눈을 크게 뜨면서 창문 밖으로 점프해 비행하기 시작한다.

세계가 반전되듯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결계로 보호받고 있는 세희네 집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반전한다.

"...?"

[예정보다 이르군요.]

세희네 집에서 나오는 순간, 어둠에 파묻힌 듯 그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거울 세계에서 결계의 형태만큼 지워지듯 사라진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거울 세계는 어둡네."

[...예상이 맞다면, 여기는...]

"렌."

[네. 소드 폼.]

렌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렌을 검으로 바꿔 옆으로 휘두른다.

그리고 제대로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목이 길어진 무언가가 베여 사라진다.

미래 예지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위험할 정도로 조용한 기습이다.

순환시를 켜 세계를 확인한다.

"...응, 괴물들이 많네."

[일단 처리부터 하셔야겠군요.]

허공에 떠다니는 무수한 보랏빛과 적빛의 향연에 곧바로 렌을 포격 형태로 바꿔 온 사방에 마력을 퍼뜨린다.

분홍빛 마력이 허공을 수놓고, 괴물의 사체가 갈기갈기 찢겨 떨어져 내린다.

물론, 나에게 묻은 피는 전부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듯 사라진다.

땅에서 쏘아지는 독침, 부메랑, 돌멩이등 다양한 물건들을 가볍게 방어 마법으로 흘려내고, 하늘로 손을 뻗는다.

"슈팅 스타."

수백이 넘는 별무리가 땅으로 떨어져 내릴 때였다.

푸욱!

"...?!"

"마법 소녀, 잡았어."

무수한 별무리를 떨어뜨리는 내 심장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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