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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46화 (146/149)

〈 146화 〉 또다른 세계의 이야기

* * *

우리가 떠나는 모습과 함께 반란군이 돌격해온다.

먼 거리에서부터 늑대형 마물들과 함께 각양각색의 색을 지닌 고블린들이 기병처럼 달려간다.

생각보다 많은 물량에 도시가 함락되지 않을까, 조금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지만...

"우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딱 맞게 온 걸까요? 스노우, 파레는 진짜 배신한 게 아닐까?"

"그럴 리가. 별의 마력은 성격이 변하면 응답하지 않는걸."

하늘에 떠있는 분홍빛과 노란빛 마법 소녀는 그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와주세요, 여러분!"

루루의 말에 마을 전방위에 빛으로 된 인간 형상이 빗어진다.

마치 군대를 연상시키는 병사들이 동시에 사격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했다가 내려간다.

피슈슈슈슝!

"울티메이트 피어스~"

무수한 빛으로 된 얇은 섬광이 반란군과 몬스터들을 꿰뚫는다!

"끄아아?!"

"커어억?!"

깨갱!

빛줄기로 빠르게 달려오던 적들이 전부 꿰뚫리면서 날아간다.

...왜 비명을 지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자기들이 죽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은 다른 마법인데.

맞았던 적들이 의아한 눈으로 자신이 맞은 부위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킬 때였다.

"골든 캐슬~"

앞으로 쏘아졌던 섬광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실처럼 모든 방위에 고정된다.

그 상태 그대로 빛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만들어지는 건 거대한 성 형태의 결계.

그제야 공격 마법 같은 방어 마법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이 능력으로 결계를 때리려는 순간.

"슈팅 스타."

분홍빛 별무리가 하늘에 새겨진다.

...와, 이건 좀 무서운데.

현재 내 스펙으로 만들어도 순간 휘청거릴 정도의 별 탄막이 하늘에 나타난다.

그럼에도 스노우의 눈에 새겨진 건 그저 평온한 모습.

이 정도 마법에는 끄떡도 없다는 것처럼, 그녀는 그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뭘 노리고 여기를 노리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에요?"

[Shooting Star unlimit]

하늘에서 별무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다시 그 자리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얼마나 빠른 건지 짐작되지 않는다.

적어도 슈팅 스타를 만드는 마력보다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빠른 건, 확실한 광경이었다.

"쯧...!"

별 탄막을 피해 전열이 무너진다.

그걸 보곤 혀를 차면서 요격하지만, 헤리어스와 몇몇 원거리 능력자만으로는 막아내기 요원.

할 수 있는 거라곤 방어 마법으로 막아내는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전부 후퇴!"

결국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헤리어스가 후퇴 명령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도시에서 사라졌던 보호막이 다시 나타난다.

"..."

그리곤 내가 사라졌던 방향을 잠시 바라보고 시네마틱은 종료.

...어쩐지 스노우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기 위한 장면인 건, 착각일까?

"우와... 저게 맞나?"

"..."

"방금 보면 아는데, 저거 스노우 전용 마법이거든?"

"...응."

슈팅 스타는 별의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만 쓸 수 있으니, 당연히 전용 마법이겠지.

"기본 마법으로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기본 마법이어도 최소한의 비용이 있을 거 아냐?"

"응."

"그 비용을 다 감수하면서도 무한으로 쏠 수 있다는 건, 플레이어랑 완전 다른 마나를 가지고 있단 이야기잖아~! 사기캐야 사기캐!"

"..."

그건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가끔 보스한테도 마력통 같은 걸 만들어놓는 게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스 몬스터들은 패턴에 따라 스킬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마나가 아니라 그냥 패턴에 따른 공격을 날린다는 이야기다.

"그냥 무한 아닐까."

"안니~ 그런 공격 무한으로 쓰면 나중에 싸울 때 어떻게 이겨!"

"..."

일 리가 있는 말이지만, 스노우가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말해줄 필요까진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일단 반란군 쪽 이야기 듣고 오늘 여기까지 할까?"

"응."

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완전히 껴안아든다.

그러자 꺄아~ 하면서 장난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그녀.

...영문을 모르겠다.

"파레, 카리스마 있어~"

"..."­­

이상한 소릴 하는 미아를 데리고 최고 비행 속도로 도시를 주파하기 시작했다.

­­­­

"...이걸 진짜 성공했네?"

감탄 반 황당함 반이 담긴 얼굴로 미류가 우리가 들고 온 서류를 훑어본다.

잠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듯 몇 장 읽어보더니, 이내 진품이라는 사실에 황당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

그 행동을 본 내가 말했다.

"네 말은 진짜였으니까."

"...진짜 여부를 떠나서 우리가 이거 가지고 이상한 짓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한 짓 할 사람의 대사는 아닌뎅~?"

미아의 말에 쓰게 웃은 미류가 말했다.

"적한테 그런 말을 듣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네. 그래서 너희도 반란군으로 들어올 셈? 어차피 이제 쫓기는 몸일 거고."

"음..."

[합류한다.]

[합류하지 않는다.]

선택지가 띄워진 걸 보여 미아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본다.

미아는 몰?루 하면서 어깨를 으쓱하고, 그 행동에 조금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린 우리대로 조사할 거야."

[당신은 합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중립' 세력입니다.]

[세력 우호도 : 정부군 ­12% (의심당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조력으로 적대 당하는 수준까진 아닙니다.), 반란군 ­ 20%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도와서 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양측에 전부 조금씩 적대당하는 중립이 되자, 미아는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알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미류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이중 스파이 취급받아도 이상하진 않을 텐데."

"상관없어."

"적대하지만 않는다면 좋아. 우리 측에서도 이야기는 해둘게. 알아둬, 정부 녀석들이 일어나는 괴물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걸."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종료된다.

다시 이야기를 걸어보면, '더 이야기할 점이라도 있어?'라고 하지만 딱히 중요한 정보는 없음.

그 반응을 끝으로 게임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

"오늘도 수고 많았엉~ 조아영~"

"응, 수고했어."

끝나고 당연하다는 것처럼 버튜버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하곤 미아와 함께 카페로 온다.

오늘은 채팅에 딱히 반응이 없던 거 같은데.

그런 의문을 담아 잠깐 바라보다가, 내가 말했다.

"오늘은 방송이 아니었어."

"응? 아아, 오늘은 녹화 방송이라규? 오늘 찍은 건 미튜브 업로드용! 보니까 생각보다 난이도 높을 거 같아서."

"그래도 방송하면서 하는 게 낫잖아."

"그건 그렇지만, 들어보니 시간 너무 많이 쓰면 안 된다고 하던뎅?"

"누가 말한 거야."

"세희가."

아무래도 내가 정보 얻을 시간이 필요한데, 계속 끌려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로도 그렇죠.]

"..."

렌의 말을 들으며 앞에 놓여있던 딸기 스무디를 쪽하고 빨아마신다.

그건 틀려, 렌. 만약 그랬다면, 애초에 참가하지 않았을 테니까.

...일상을 지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자각이 있지만.

"...사실 이 마을에 있는 건 잠시동안이야."

"아항? 뭔가 일 있어서 온 거구낭? 그럼 돌아가서 온라인상으로라도 이야기하면서 하는 건 어때 버튜버가 아니라도 데스코드라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있다규?"

"..."

데스 코드는 뭐야, 누구 죽이는 프로그램이야?

그녀의 말에 마음속으로만 태클을 걸고는 잠시 침묵한다.

그 침묵에 조금 뻘쭘해진 건지, 아하하... 하고 웃다가 커피를 홀짝이면서 눈치 보는 미아.

...눈치보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괜찮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원거리로도... 아마 못하지 않을까."

"그, 그런 거냐규~ 다행이당. 그래도 같이 못 하는 건 아쉽네!"

"응."

오늘까지 방송에 참여했으니까, 남은 기간은 이틀.

여기 계속 남아있을 게 아니라면, 참가하는 건 요원하다.

­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면 내 이름을 입에 담아. 네가 나를 부르면, 해결해주는 대신 이쪽 세계에서 살아야 해.

"..."

이쪽 세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 망설여지는 이야기다.

나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니고, 이방인일 뿐.

이쪽으로 넘어온다고 하더라도 원래 모습일 거고, 그러면...

"설~아?"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냐."

"에이~ 생각 엄청 많아 보였는데 빼긴! 이 언니가 들어줄 테니 말해보시게!"

"..."

"앗, 거기서 침묵하면 나 주거!?"

"..."

내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으엥~ 설이가 나 괴롭혀! 하면서 넘어지는 자세를 취한다.

...버튜버라서 과장되게 행동하는 게 몸에 밴 거 같은데, 주변 시선이 굉장하다.

[그것도 그겁니다만, 그냥 마스터 외모 때문에 시선 집중은 오래전부터 돼 있었습니다.]

"스노우도 고생이네."

[...]

"응? 스노우? 정부 쪽 최종 병기?"

"스노우가 그런 이미지구나."

"응, 걔 실제로 최종전에서 반란군이랑 몹들 쳐들어오는 거 혼자 50% 이상 막아내거든."

"엄청나네."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런 전쟁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스노우도 비슷한 성정이라서 슈팅 스타를 떨어뜨릴 때도 물리력을 굉장히 낮춘 버전으로 쏘아내고 있었고.

"그럼 이제 뭐할 거야?"

"...집 가지 않을까."

"그래? 그럼 같이 가자규!"

"...응."

원샷하듯 식은 커피를 다 마셔버린 미아가 내 스무디와 함께 카운터로 갖다 준다.

그리곤 씩씩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모습.

잠시 그걸 바라본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같이 집으로 이동했다.

­­­­

"...대체 언제 찾아올 생각이었던 거야?"

그리고 내가 자던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경이를 만났다.

어라? 왜 여깄어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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