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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44화 (144/149)

〈 144화 〉 또다른 세계의 이야기

* * *

"스노우 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네? 아, 그래요? 저 이 서류만 처리하고... 잠시만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인 건, 이런저런 서류를 쌓아두고 빠르게 처리하는 누군가.

새하얀 머리칼과 연분홍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한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겉보기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해맑은 미소를 보인 그녀가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끝낸다.

그리곤 들어보겠다는 것처럼 시선을 문 앞으로 보내는 모습.

그에 들어온 누군가가 말했다.

"비서님, 무슨 일인가요? 평소엔 이렇게 들어오신 적 없으셨는데."

"그, 말씀드리기 송구합니다만..."

"괜찮아요, 말해봐요!"

"루시파레 님이 반란군으로 돌아서신 모양입니다."

"...?"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스노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

...귀엽다.

"그럴 리가요?! 별의 마력 사용잔데 왜 반란군 쪽에..."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디로 갔나요?"

곧바로 변신 폼으로 변해 창문을 활짝 여는 모습.

어떻게 봐도 바로 쫓아가겠다는 행동에 비서가 말했다.

"지금 가실 건가요?"

"당연하죠!"

"서류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걸요!"

스노우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비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게 중요합니까?"

"중요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동쪽으로 이동해주시길. 아마 반란군 아지트 쪽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네! 금방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는 장면을 끝으로 시네마는 종료.

잠시 후 원래의 화면으로 돌아오자, 내 현재 위치는...

"...도시."

"아마 거쳐 가는 마을... 아니아니! 그보다 그 담담한 반응 뭐양! 파레~ 믿고 있었다규! 베타 테스터냐규!"

"아냐."

"에이~ 인제 와서 빼긴! 스노우라는 애 너랑 닮았자너~"

아니, 똑같은 사람이니까.

아마 지금 파레라는 캐릭터 모습이라 비틀어서 말하는 느낌이다.

눈동자를 보니, 엄청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해명해! 같은 느낌인데, 귀찮겠다.

"이전 스토리들엔 스노우가 안 나온 거야."

"응? 응. 스노우라는 사람에 대한 언급은 있었는데, 우리가 한창 활동하고 찾을 타이밍엔 해외로 나가 있거든."

"그래?"

내가 미국에 가서 싸우던 이야기도 그대로 적용된 모양이다.

아무튼 지금 방금 시네마틱대로라면 스노우가 우릴 찾아온다는 소린데...

[미션 : 스노우에게 들키지 않고 도시를 빠져나가십시오.]

[Tip) 스노우는 한 번씩 마력 파동으로 위치를 찾아냅니다. 지속적인 위치 이동이 필요합니다.]

"음..."

"우와, 마력 파동으로 사람 찾아낸다고? 도시 안에서?"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아포칼립스라기엔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도시의 모습.

중간중간 무언가로 부서진 건물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고층 건물도 제법 복구된 모습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염동력자들이 한몫하고 있는 모양이다.

"흠흠, 잠깐 조사 좀 해볼까낭."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슥하고 둘러보고 있을 때, 미아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뒤를 따라가자, 어느새 처음 보는 NPC를 붙잡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가까이 갔을 땐 이미 대화가 끝난 건지, 미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파레, 들어봐!"

"응."

"일단 마을 정보가 바로 들어왔어."

그렇게 말하면서 미아가 허공을 클릭하자, 내 앞에 푸른 창이 나타났다.

[현재 이 마을은 보호 결계가 펼쳐진 상태입니다. 어딘가에 있는 보호막 생성기를 무효화하지 않으면, 마력을 가진 존재가 나갈 때마다 보고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규!"

"그렇구나."

보호막 생성기를 무효화한다.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란군의 테러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일이었다.

여기는 도시다.

그것도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대도시.

수호 결계가 사라진다면 몬스터들에게 노출될 수도 있고, 반란군에게 노출될 수도 있었다.

없애는 건 도시를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

그럼 파괴하지 않고, 말 그대로 무효화시키는 방향은?

오히려 스노우를 이 도시에 묶어둘 수도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일단 위치부터 찾아야겠네."

"응? 아무래도? 일반인 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야."

"그럼..."

"여기 집무실이나 그 근방을 털어야겠징?"

데헷?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 미아.

...정말 말은 쉬운데, 어려운 미션이다.

"아, 근데 아마 소문이 맞으면 스노우, 마력 감지 능력 뛰어나니까 마법은 안 쓰는 게 좋을 듯?"

"응."

그건 당연히 알고 있다.

누군가가 마법을 쓴다면, 도시 내라는 전제하에 무조건 감지가 가능하니까.

그것도 별의 마력이 다른 마력으로 치환됐다?

그걸 모를 수가 있나.

"일단 설이 너 초보에 눈에 띄니까, 잠입 자체는 내가 할게. 그냥 부수고 돌아오면 되겠지 뭐!"

"...부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넹? 어째서?"

아까 내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자, 흠흠~ 하면서 잠시 생각하기 시작하는 미아.

그리곤 일 리가... 있어! 같은 소릴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거지? 보호막 생성기가 파괴되면 이 도시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거고, 그럼 완전히 틀어진다?"

"...비슷해."

게임에 대입해 생각해본 걸까.

내 말을 곰곰이 생각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 스노우는 딱히 우리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탈주했다는 사실에 놀라서 쫓아온 것뿐.

하지만 보호막 생성기를 깨서 위험에 빠뜨린다면?

정말로 제대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다면?

그 때도 스노우가 우리를 적대하지 않을까?

아니라고 본다.

"스토리 생각하면, 스노우는 적이 아냐."

"응응, 그렇네."

"정부가 뒤에서 뭐하는 건지도 모를 거고."

"맞아!"

"그럼 스노우하고 틀어지면 엔딩보기 힘들어."

해피 엔딩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스노우가 확실하게 아군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스노우가 '적'이 되어선 안 된다.

이 세계에서 스노우는 수호자니까.

"음... 그럼 무효로 할 장비가 필요한뎅?"

"마력 차단 장치 같은 건."

"초기 자금으론 못 사지? 게다가 암시장 가야 할걸?"

"..."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한다.

아무래도 파괴 외에 미아가 할 방법은 없는 모양이니까...

"그럼 스노우 시선을 끌어줘."

"응? 잠입은?"

"내가 할게."

"에엥~? 할 수 있겠어? 이겜 경비 시스템 쓸데없이 빡빡한데..."

아니, 평범하게 경비들은 빡빡하게 잡혀있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은 현실을 기준으로 잡혀 있으니까.

게다가 결계를 만들어내는 물건이라면, 경비가 빡빡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하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잠입해서 보호막 생성기를 잠깐 무효화하면 되는 거지."

"그, 글치...?"

"응, 가능해."

나를 멍청하게 바라보는 미아에게 나는 그렇게 단언했다.

­­­­

"멈추... 아, 스노우님입니까?"

"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평소랑 다르게 얌전히 정문으로 들어오시는군요. 다행입니다. 자, 들어가세요~"

나를 바라본 경비병이 친근하게 말하며 그렇게 들여보낸다.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저택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며 마력시를 눈에 담는다.

저택 지하를 기점으로 사방에 퍼져 나가고 있는 마력.

정확히 저택 지하 3곳에서 삼각형의 형태로 펼쳐진 걸 바라보며, 저택 문을 연다.

"스노우 님, 어서 오시길."

"네, 이곳은 괜찮나요?"

"...? 무슨 말이신지..."

"최근에 다른 지역에서 반란군에 합류한 세력이 생겼어요. 저도 그걸 확인하러 왔거든요."

내가 차분하게 말하자 집사는 그렇군요. 하면서 납득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네, 여기는 많은 분들을 보호하는 곳이니까요. 그냥 확인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확인입니까?"

"네, 보호막 생성기 확인 좀 해도 될까요?"

"아아~ 그렇군요, 잠시 주인께 묻고 와도 괜찮을는지요?"

"네, 물론이에요."

"그럼 응접실에 잠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말하자, 집사는 나를 응접실로 안내한다.

차와 과자를 내려놓고 그가 사라지자,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얼굴을 살짝 어루만진다.

"..."

현실 스캔으로 급하게 아바타 모습을 바꿨더니, 똑같이 스노우로 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AI를 어떻게 만들어놓는 건진 모르겠지만, 얼굴 인식 느낌인 거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가 응접실로 들어온다.

당연히 집사겠거니 하고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스노우, 무슨 일이야?"

"...루루."

어라? 미국으로 가지도 않았는데 왜 루루가 여기에 있지?

내가 잠깐 눈을 깜박이면서 그녀를 바라보자, 루루는 의아한 시선을 꺼내면서도 걸어와서 과자를 하나 입에 베어문다.

그리공 내 앞에 앉으면서 허공에 뭔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

그게 시스템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알아챌 수 있었다.

"보호막 생성기는 어차피 네 시스템 창으로 멀쩡한 거 알 수 있잖아? 그런 핑계로 왜 왔을까~?"

"그냥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왔어."

다시 이쪽 세계의 스노우를 연기한다.

원래의 스노우 말투를 확실하게 알진 못하지만, 이때까지 만났던 경력이 있으니까.

아마 이 말투가 맞겠지.

"흐응~ 그럼 궁금해서 그런데."

"응."

"하늘에 있는 스노우랑 내 앞에 있는 스노우, 누가 진짜일까?"

"ㅡ."

그녀의 말에 나는 침묵하면서 루루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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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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