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방송 분기
* * *
이야기 들은 건, 세희의 말대로 버튜버 관련 이야기.
잠시 놀러 온 것뿐이라고 말하자, 어떻게든 나를 잡아보려는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이것저것 배려해줘도 나는 아예 다른 차원의 사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생각 바뀌면 말해주겠니?"
"네."
그렇게 아쉬워하는 사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켠다.
세희가 문자로 보낸 장소는... 저녁에 근처 카페인가.
아무래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사는 모양이다.
"설아아아아~ 노래방 갈래에~?"
"노래방."
"응응! 설이 노래 잘 부를 거 같다규!"
"노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솔직히 목소리만 생각하면 노래를 잘 부를 것 같지만, 노래라는 건 실제로 불러보지 않으면 모른다.
의외로 음치나 박치일 수도 있고, 고음이 안 될 수도...
"..."
그런 생각을 하다가 멈칫하면서 눈을 한 번 깜빡인다.
뭘하고 있는 거야, 나.
지금 얻어야 하는 건 정보.
미경이와 게임을 만든 관찰자한테 정보를 조합하고, 그에 따라 대책을 세워야...
"언냐? 같이 가장!"
그런 생각을 할 때, 세연이가 내 손을 꼭 잡아주면서 불안한 눈동자로 말한다.
...분명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하고 있었을 텐데, 뭔가 느끼기라도 한 걸까.
"어지간하면 같이 가자. 어차피 너 약속도 저녁에 있잖아."
"응? 약속 있어?"
"아까 너랑 미아 이야기하는 동안 스태프 쪽으로 연락 온 게 있어서."
"오~ 인기녀네."
"나 말고 설이."
"그래도 똑같지 않냐?"
그렇게 말하면서 상혁이가 웃자, 쓴 미소를 입가에 담으면서 끄덕이는 세희.
친근해보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아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진 건, 착각이었을까.
...아마도 아니겠지, 그런 세계관일 테니까.
"그래서 가는 거징~?! 혼자 빼기 없기!"
"알았어."
"미경이 너도 빼지 말라규!"
"나, 나는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어째서?!"
미아의 말에 미경이가 당황하면서도 질질 끌려가기 시작하고, 그 뒤를 상혁이와 세희가 따른다.
세연이가 내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간다.
...아직 3일밖에 안 된 사이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 친한 사람처럼 대하는 걸까, 이 애들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얼마나 걷지 않았을 때, 미아가 노래방 하나를 가리키며 먼저 들어간다.
...노래방?
"노래방은 안 열었을 텐데..."
"응? 노래방도 평범하게 낮에 장사하잖앙?"
"...그, 그게 아니라... 혹시..."
"냥?"
"그, 그러니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미경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내가 말해달라는 의미 같은데... 뭐, 상관없나.
"노래방이랑 노래 연습장은 다른 곳이야."
"엥? 그런 거냐규!?"
"평소에 코인 노래방만 가면 잘 모를 수 있어. 노래방은 보통 성인들이 가는 곳이니까, 저녁에 열어."
"성인...? 언냐, 노래 부르는데 왜 성인들만 가? 치사행!"
"아, 그게 아니라... 그... 술? 마실 수 있어서 그럴 거야! 응."
"아항?! 술도 마시는 곳이구낭!"
세연이의 순진한 질문에 세희가 당황하면서 그렇게 답한다.
상혁이는 내 이야기에 으음... 하면서 턱을 매만지더니 말했다.
"그럼 검색을 잘못했네. 미안."
"미안할 거까지야~! 노래 연습장이라 적힌 곳은 어느 쪽이야?"
"아, 그래도 가깝네. 이쪽으로 가자."
상혁이의 말에 따라 걸어가자, 평범하게 열려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간다.
...생각해보니까 여기도 코로나 같은 건 아직 없나 보네. 무슨 분기점이었던 거려나.
"설이 먼저 할래? 아니면 미아 먼저?"
"응!? 갑자기!? 먼저 할 거지만."
"응, 미아가 먼저 해."
"언냐 노래도 듣고 싶당!"
"부르긴... 할 거야."
상혁이의 말에 미아가 재빠르게 리모콘을 잡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온 이상 부르긴 불러야지.
다만 스노우 목소리에 맞는 노래가 뭐가 있으려나.
조심스럽게 내가 아는 노래 리스트와 노래방 책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솔직히 게임만 하던 인생이라 노래방에서 부른 곡이라고 해봐야 어릴 때 들은 락 발라드.
그런 곡은 스노우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다.
"이거 너 커버했던 곡 아니냐?"
"맞지롱~!"
"어지간히 좋아하네."
스티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률과 함께 미아의 노래가 시작된다.
밝고 명랑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
아까 보였던 표정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미아는 특유의 밝은 톤으로 노래를 완주한다.
"..."
잘 부르네.
버튜버라는 직종의 기본 소양이 어느 정도의 노래라는 점을 망각했다.
이어서 부르는 건, 세희.
일어나서 여러 손짓을 하며 부른 미아와 다르게 그녀가 고른 곡은 정적인 발라드.
사랑하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싶다는 마음만이 가득 담긴 곡을 들으며, 감탄하고 만다.
...전부다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는 노래들이다.
잘 부르는 것도 있지만, 여기가 게임이라고 치면... 자신의 캐릭터 송을 부르고 있는 느낌이 아닐까.
슬쩍 미경이를 보니 눈을 반짝이고 있다.
아무래도 맞나 보네.
"언냐도 최고양!"
"고마워."
"여전하구만~?"
"그래서 다음은 누구누구?"
"아, 저, 저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이크를 쥔 미경이가 능숙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원곡을 알고 있다 이거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본인도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었던 모양이다.
캐릭터 송을 그대로 부른다는 건... 원래도 여자였던 걸까?
미경이의 캐릭터 송에 담긴 메세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력으로 서포트하고 싶다.'인 모양이다.
...전부 사랑 노래잖아.
게다가 미아랑 세희는 상혁이를 계속 보면서 부르고 있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건 맞지만, 그 정도로 빤히 본다는 건 고백에 가깝겠지.
"가,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구석에 박히듯 도망가는 미경이를 보며, 모두가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다음은... 상혁이려나. 세연이 일지도.
"설아? 신청 안 행?"
"응, 할게."
전부 자신의 메세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꼭 맞춰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나도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노래가 좋을까.
감정을 담는 건 미숙하지만, 최대한 가능한 곡으로.
내가 잘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곡을 신청하고 있자, 상혁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특유의 목소리로 제법 부르기 힘든 고음까지 구사하며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
담겨있는 의미는 '망설이고 있다'인가.
루트는 제대로 결정되지 않았네.
"꺄~ 상혁이 잘 부르자너~ 역시 샤르빈이자너~"
"땡큐땡큐. 다음은 설이네."
"어디어디... 우와, 이거 부를 수 있어?"
"..."
모두가 나한테 기대가 섞인 말을 보내지만, 세희만이 쓰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부른 곡의 의미를 알아챈 건, 세희 혼자.
마이크를 잡고, 음을 떠올린다.
가사를 떠올리고 잠시 눈을 감아 감정을 만들어낸다.
나는 항상 연기하고 있는 사람.
감정을 만들어내는 건, 익숙하다.
...아니, 만들어낸다고 하기엔 내가 현재 가진 감정을 그대로 담으면 될까.
ㅡ내가 고른 곡은 '웃으면서 이별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니까.
노래방 모임이 끝날 때 즈음.
내가 마지막 곡을 부르자, 어쩐지 미아가 나를 꼬옥 껴안으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거 그냥 노래니까.
감정을 담아 불렀지만, 3일이나 남았어.
"설아아아..."
"응."
"으응, 아냐앙... 그래도... 힘내서 살자?"
"..."
아니, 얘 진짜 무슨 착각하고 있는 건데?
상혁이도 그렇고 전부 걱정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별 곡을 너무 많이 불렀나?
그래도 중간중간에 그냥 그리움에 관련된 노래도 부른 것 같은데.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응."
"가능하면 우리도 계속 같이 있어줄 수 있으니까."
"응응! 맞아! 우리가 같이 있어줄게."
아니, 정말 영문을 모르겠는데요.
"난 약속 있어서. 먼저 가."
"언냐 같이 못 가...?"
"약속만 끝나면 집에 갈 테니까."
세연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세연이는 안심한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잠깐 미경이와 시선을 맞추자, 그녀는 입 모양을 바꾼다.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하자. 인가.
고개를 얕게 끄덕인 내가 모두와 떨어져 걸어가기 시작한다.
슬쩍 뒤를 보자,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평범한 곡들로 부를 걸 그랬나.
노래에 너무 진지하지 않아 다들?
[마스터가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겠죠.]
"그걸로 저렇게까지."
[마스터, 제가 들었을 때도 마스터가 어떤 삶을 알아왔는지 무서울 정도입니다만...]
"...별 거 없어."
그저 아군을 모두 떠나보냈을 뿐인 이야기다.
그저 아무도 남지 않았을 뿐인 사람의 이야기.
...모두 내가 프로게이머였던 시절만 들었던가.
그럴 수 있지.
"여기네."
지도를 따라 걸어온 곳은 좀 구석진 곳에 있는 메이드 카페.
...착각하지 말자. 여기서 '메이드'는 수제 케이크를 파는 카페니까.
[그렇군요.]
"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서오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인사한다.
나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나를 부르는 한 소녀.
막 일어난 것처럼 부스스한 머리카락.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고, 안경이 코에 살짝 걸려있는 소녀가 있었다.
"여기야."
느긋한 목소리로 노트북으로 뭔가를 계속 치면서 츄리닝 소녀가 말한다.
자연스럽게 앞에 앉자 보이는 건, 3단 선반으로 세팅된 케이크 세트.
...비쌀 거 같이 생겼네.
"안녕~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이네."
"응."
"관찰자들은 전부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거 같아서 나도 그래 봤어~ 너한테 있어서 '2층'이 여기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거든~"
"여기 아냐."
"그렇겠지~ 곧 있으면 벌어질 '이면 세계' 사태가 주범일 거고... 그 작은 곳을 구하는 미션일 거야~"
"응."
"좋아~ 그쪽 세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거야~?"
"말하는 건 가능한 거야."
루크를 떠올리며 말하자, 그녀는 노트북에서 손을 떼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깐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슥하고 책 한 권을 건네는 게 눈에 띈다.
"루퍼 소설은 읽어봤어?"
"읽으면 하루가 지나는 제한이 걸렸어."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제한이래~? 아마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제한 같은 거겠지~ 시간 써서라도 정보 획득 겸 읽어~ 중요한 건 ○○가 ○○라는... 우와, 검열 뭐야~ 시스템이 막고 있네~?"
관찰자가 알려주면 안 되는 정보를 말하면, 삐 소리로 치환되고 만다.
관찰자마다 제약이 다른 모양이다.
루크만 고생이네.
"천기누설 비슷한 거야~ 책 읽는데 하루 걸리는 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좋은 정보가 있어서겠지~"
"응."
"더 궁금한 점 있어~?"
"게임 속 세계, 우리 세계인 거지."
내 질문에 케이크를 합. 하고 먹고 있던 소녀의 손이 멈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포크를 내려놓더니, 한숨을 내쉬는 모습.
잠시 후, 그녀는 커피를 한 번 홀짝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 점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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