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방송 분기
* * *
녀석들의 이빨을 아슬하게 피해낸다.
어깨가 살짝 나갔지만, 마법 소녀 특성으로 원래대로 복구.
바람의 마력이 온몸을 찢듯 스쳐 지나간다.
"어림없어."
마력을 베어낸다.
동시에 바람의 마력으로 절삭력을 늘린다.
어차피 마법을 베어낸다면, 그저 강화용으로 마력을 뽑아낸다.
카앙!
"..."
발톱을 쳐내자, 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튕겨 나간다.
발톱이나 이빨은 무기.
마력으로 강화해도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비켜."
뒤에서 날아드는 발톱을 하늘로 쳐낸다.
동시에 정면에서 물어 뜯어오는 공격을 차분하게 관찰.
한끗차로 피하자, 살갗이 벗겨지지만...
스걱!
깽!
몸통 가죽 부분을 베어내는 것에 성공하자, 흰 늑대가 물러난다.
그리곤 하늘로 아오 하고 외치자, 서서히 상처가 나아가는 모습.
추가타를 위해 달려가려 하지만, 검은 늑대의 돌진에 스텝을 밟아 피해낸다.
"..."
2마리는 귀찮아.
흰 늑대는 2초 후 회복.
검은 늑대가 멈추는 걸 눈에 담는다.
"너부터야."
그대로 일자로 돌진하자, 멈춰선 녀석이 입을 벌린다.
물어뜯을 속셈이다.
바람의 마력을 풀어낸다.
녀석의 이빨에 마법을 처박으려 하자, 내 목적을 알아챈 모양.
자리 자체를 피하려 한다.
서걱.
마력을 베어낸다.
내 휘두르기에 틈이 생겼다고 판단한 듯, 마법을 무시하고 물어뜯으러 온다.
"내 마법이 뭔지 알고 무시하는 거야."
파앙!
녀석의 얼굴이 튕겨 나간다.
뒤로 넘어가는 녀석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바람의 마력이 마치 검기처럼 넘실거린다.
스걱!
"...아."
허공을 베어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백스텝을 밟는다.
검은 늑대, 일부러 바람에 튕겨 나갔나.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를 덮친 하얀 늑대를 바라본다.
눈에 살기가 담겨있다.
"후."
마력시로 상황을 살핀다.
녀석들을 휘감은 바람은 여전하다.
...마력이 떨어질 기색도 없다.
회복 스킬에 바람 스킬, 마법 파쇄 스킬.
귀찮은 거만 골라 들고 있네.
"하아..."
숨을 가다듬는 순간, 녀석들이 동시에 나에게로 달려든다.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 건지, 공격 타이밍이 다르다.
...내가 아는 마법으로는 범위 공격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 봤자 파훼당하겠지.
해결하는 건, 바람 마력으로만.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어."
옛날에 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기술을 떠올린다.
지금의 나라면 만들어내는 것 정도는 쉬운 일.
시도 자체는 해볼만 하다.
검에 폭풍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녀석들이 달려오다가 주춤하더니, 하얀 녀석이 먼저 달려든다.
검에 담긴 마법을 물어뜯을 속셈이다.
하지만, 무르다.
"결국 이 마법의 핵은 검이야."
검을 물어뜯지 않는 이상, 이 마법의 중심점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
마법 베기를 과신해선 안 된다.
"토네이도 스플래셔."
그대로 휘둘러버리자, 늑대가 깨갱! 하면서 날아간다.
검은 늑대는 눈치 빠르게 피해내지만...
"브레이크."
그대로 마력을 폭주시켜 바람을 풀어버리자, 검은 늑대 역시 휘말린다.
천장에 머리가 세게 박히더니 그대로 기절.
피투성이인 흰 늑대가 회복하기 전에 곧바로 정면으로 달려간다.
녀석 역시 나에게 마주해 달려든다.
회복할 시간 따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바람이여."
다시 한번 검에 폭풍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녀석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한다.
각오를 다진 눈동자.
동귀어진이라도 노릴 생각인 걸까.
ㅡ안타깝게도 마법 소녀는 즉사하는 경우가 없다.
콰지지직!
복도가 칼날 바람에 갈려나가기 시작한다.
녀석이 그걸 무시하고 정중앙을 향해 돌진한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다리만 살려 그대로 직선.
제대로 된 동귀어진 수단에 나는 눈을 가라앉히며 그걸 바라본다.
녀석이 내 눈을 보고 실수했단 사실을 자각한 모양이다.
크릉...!
급하게라도 피하려 하지만, 이미 정중앙.
그건 최악의 선택이다.
"끝이야."
푸욱!
캥...!
그대로 정면으로 달려들어 검을 꽂는다.
목이 꿰뚫리지만, 동시에 녀석이 발악하듯 내 어깨를 물어뜯는다.
피가 흘러나오지만, 아무런 감각도 없다.
"후."
서걱!
검을 찌른 상태 그대로 베어내자, 녀석의 몸이 쓰러진다.
동시에 온 몸에 튀는 핏물.
내가 그걸 무감각한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오..."
"이거 찍었지? 찍혔지?!"
"당연히 찍었어."
"꺄아아아! 하이라이트야!"
"..."
튄 피를 닦아내면서 뒤를 돌아보자, 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마지막 연구소에서 템을 얻은 뒤 방송은 종료.
미아가 가르쳐주는 대로 로그아웃하자, 현실의 감각이 돌아온다.
...아, 역시 다른 육체 쓰는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비슷한 거였네.
이쪽 세계 기술, 제법 신기하다.
"우리 보물! 우리 설이!"
"..."
돌아오자마자 가슴으로 나를 짓누르는 미아의 행동에 밀어내지만, 힘이 약해서 실패.
그렇다고 이런 거로 마력을 쓸 수도 없으니...
"보물 아냐."
"으응~ 썸네일 각도 뽑아주고! 영상 각도 뽑아주고! 완벽했다규!"
"자기 영상 아닌데 올리는 거야."
"아, 안 돼...?"
"상관없어."
어차피 올라가면 올라가는 거니까.
그래도 미튜브 영상에 자기 영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 영상이 올라가는 건 미튜버로서 어떨까 싶은데...
"우리 쪽도 제법 재밌는 거 이것저것 발견했으니까!"
"...응."
내 의문을 알았는지 그렇게 답해주는 미아.
그 때, 갑자기 상혁이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잠시 이야기 좀 하려는데, 괜찮아?"
"응? 모야모야~ 우리 빼고 무슨 이야기 하냐규~ 그치, 상혁아?"
"어? 뭐, 그럴 수도 있지."
"상혁이 너무 착해~"
"아하하..."
"이야기 끝나면 우리 쪽도 이야기 괜찮을까?"
"..."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 촬영진에 있던 한 성인 남자 역시 다가와 그렇게 말한다.
난 아직 대답 안 했는데... 뭐, 대화는 할 수 있으니까.
먼저 세희를 따라 이동하자, 사람이 적은 복도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낸다.
마시겠냐는 것처럼 건네주는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자, 휙하고 던지는 모습.
자신 역시 커피를 딴 그녀가 말했다.
"내 쪽으로 연락 왔어."
"무슨 연락."
"게임 회사 쪽에서 연락 와서 제작자가 만나고 싶어 한다더라. 미아네 스태프가 말해줬어."
"...그렇구나."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마력 사용 공식이라든지, 내가 있던 세계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시스템이라든지.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패러렐 월드에서 따온 게임인 모양이니까, '나'라는 존재 자체가 껄끄러웠겠지.
아예 게임 안에 내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좋아, 만나고 싶었으니까.
"만날 거야?"
"응."
"...정보 때문에?"
"...응."
"네가 전투하는 걸 봤어. 몸을 아끼지 않더라."
"마법 소녀는 HP가 제로가 되지 않는 이상, 죽지 않으니까."
"흐응... 그러셔. 그래서 실제로 그러면 안 아파?"
"실제론 거기까지 다칠 일 없어."
[그건 거짓말이군요. 첫 층에서 다친 적 있었죠.]
"..."
렌의 말에 세희의 시선을 피한다.
그러자 내 뺨을 잡더니 고개를 다시 눈을 맞추는 그녀.
"아파."
"아프라고 하는 거거든? 어휴, 이 꼬맹이를 어떡하면 좋을까..."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럼 그렇게 전달해둘게. 그리고..."
"응."
"아까 그 분 사장님이니까, 아마 스카웃 제의일 거야. 알겠지만..."
"응, 거절할 거야."
"...그래그래, 잘해 봐."
그렇게 말한 세희가 캔을 구겨 쓰레기통으로 던지곤 먼저 걸어간다.
...굳이 따로 나와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마 말하려던 게 다른 내용이지 않았을까.
그런 의심을 담은 채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세계는 오랜만이로고. 나의 친우도 즐기고 있구나."
마을 공원.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고스 로리 드레스의 소녀가 양산을 펼친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평범하게 공원을 구경하는 모습.
그런 그녀의 앞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나타난다.
"언니, 이런데서 마법 소녀 복장하고 있으면 곤란한데!"
"흐음? 그대는 대체...?"
새하얀 드레스의 소녀가 등장하자, 주변 사람들이 멀어지는 걸 깨닫고 링이 날개를 펼친다.
명백한 적대적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푸른 대낫을 꺼내 드는 새하얀 드레스의 소녀.
미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입을 열었다.
"왜 적대하는 거야? 그냥 언니랑 이야기하려고 온 건데."
"...생각 이상의 괴물이로구나. 죽음의 인도자여. 암흑 여제인 여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더냐?"
"...우와, 중2병."
"...여는 중2병이 아니라 진짜 암흑 여제이니라."
"그래영~ 그런 걸로 하자구영~"
"열받는 인도자로고."
"그래서? 언니가 이번 도우미인 거지?"
"도우미라니, 무슨 말이더냐?"
"스노우랑 동료 아냐?"
"나의 친우와는 맹약으로 다져진 동료니라."
"그럼 됐어영~ 배제하진 않을게요!"
"흐음~? 배제라고 말한 거시더냐?"
"불안 분자는 잡아야 하니까?"
"그럴 실력은 되느냐?"
링이 싸울 생각 만만인 얼굴로 묻자, 미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이 세계에서 저 이길 수 있는 사람 없는데영?"
"호오...? 그것참 보고 싶구나."
"기회가 있다면요. 그럼 빠이빠이~ 설이랑 빨리 합류하세요~"
링이 달려들려는 순간, 1초의 딜레이 없이 미래가 사라져버린다.
그러자 허탈한 얼굴로 그 장소를 바라보는 링.
미래가 있던 자리에 한 장의 종이가 펄럭이면서 떨어지자, 그녀는 그걸 잡아챈다.
[설이는 이 동네가 아니라 다른 동네! 언니가 해결해야 하는 일도 이쪽이 아니라 다른 곳이니까, 서둘러 가! 4일 남았어~ 장소는 휴대폰에 있어!]
"간악한 자로고."
메모의 내용 본 링이 불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지만, 곧바로 날개를 활짝 펼친다.
그리곤 어둠으로 몸을 가리며 비행.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