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38화 (138/149)

〈 138화 〉 방송 분기

* * *

뭐라 답하지?

내가 생각해도 아까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처음 마법을 쓰는 주제에 마법 리스트를 파악하고 완벽하게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파레, 너 설마..."

"..."

"이 게임 테스터야!?"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아의 장대한 헛다리에 내가 무표정하게 말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 플레이 타임 0시간이라고 적혀 있었잖아!"

"응."

"그니까 테스터 아냐? 게임에 있는 마법도 잘 알고 있고, 비밀 통로도 알고 있어! 근데 플레이 타임이 없다? 테스트용 버전으로 플레이한 거지!?"

"..."

"맞지맞지!? 세상에! 테스터가 여기 있을 줄이야...! 여러분! 제 친구가 테스터였데요! 이 게임 테스터 완전 비공개였는데...!"

성대하게 착각하고 있는 그녀의 말에 침묵하자, 멋대로 상상을 부풀려서 날뛰기 시작한다.

세희를 슬쩍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아무래도 좋아. 방금 스턴탄으로 잠깐 기절시킨 거니까, 곧 따라붙을 거야. 내가 버틸 테니 먼저 움직여."

"앗?! 우리 쫓기고 있었넹?!"

"그걸 까먹냐..."

"이번에도 통로는 3개니까, 전부 따로 움직여야겠네."

"기기 위치는 안 나오는 거야."

"같은 위치 서치는 안 돼."

"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순환시를 켜려고 하지만, 발동하진 않는 모습.

순환시는 나름 마안 류니까, 캐릭터 내 기능으로 발동할 수 없는 모양이다.

"..."

현실에 순환시 발동된 거 때문에 눈이 조금 아프지만.

"내가 왼쪽으로 갈랭!"

"파레, 너는?"

"가운데."

"오케이, 그럼 내가 오른쪽인가. 루냐, 잘 버틸 수 있겠어?"

"날 뭘로 보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서 라이플을 사라지게 하더니, 곧바로 스릉. 하고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어차피 눈만 베면 그만이야."

"와..."

"뭐, 힘내봐."

"알았으니까, 빨리 가."

쿵! 쿵! 하면서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는 소리에 우리는 재빠르게 서로 통로로 흩어진다.

얼마 가지 않아 들려오는 콰앙! 하는 폭음에 순간 뒤를 바라보지만, 자연스럽게 비행해서 나아간다.

...세희라면 별일 없겠지.

우리 전부 보고 먼저 가라고 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렌, 보고 있지."

[네, 말씀하시길.]

내가 속삭이듯 말하자, 렌의 답변이 들려온다.

...게임에 들어갔다고 해서 렌이 없을 리가 없는데, 왜 이리 말이 없나 했네.

[마스터가 나름대로 즐겁게 즐기시는 거 같아서요.]

"응."

[마스터가 이상하다고 여기는 쪽은 어떤 점인지 알 것 같군요.]

"..."

[이 세계, 분명 저희 세계를 본떠서 만든 겁니다. 저번에 관찰자였던 '사신'이 아니라 다른 관찰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

[게임이니까, 게임 제작사를 찾아가면 연결될 수 있겠죠. 일반인이라서 안 만나줄 수도 있겠지만, 관찰자는 분명 저희를 보고 있을 겁니다. 저희가 게임 회사를 찾아가면 뭔가 행동이 있을 겁니다.]

"응."

일 리가 있는 말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하아..."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비행하기 편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모습.

기나긴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에는 막힌 통로만이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가짜."

물론, 마법적 조치인 걸 깨닫고 곧바로 손을 대서 해제.

그러자 벽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왠 버튼 하나가 드러난다.

빨간 버튼이긴 하지만, 눌러야겠지...?

위잉~ 위잉~

[비상 쉘터를 개방합니다.]

버튼을 누르자 자연스럽게 뭔가 동그란 캡슐 같은 게 등장하면서 타라는 것처럼 문이 열린다.

...안전 장치 같은 거라도 되는 건가?

아무래도 뭔가 알아내려면 가야 하는 모양인데...

"다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해본다.

돌아가봤자 지금 세희한테 방해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캡슐에 눕자, 자동으로 닫히며 시야가 어두워진다.

...그렇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하는 효과도 있구나, 이거.

잠시 몸이 이동되는 느낌이 든 후.

별 생각 없이 멀뚱히 하늘을 보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캡슐의 문이 열린다.

갑작스레 들어온 빛에 눈을 살짝 찌푸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철컥. 하는 소리.

마력을 일으켜 마법을 쓰려는 순간, 누군가가 말했다.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되겠군. 루시파레 대원인가?"

"..."

"배신자 주제에 여길 잘도 찾아냈어."

주변을 보자, 이미 몇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기이한 구슬이 달린 총을 나에게 겨누고 있었다.

­­­­

"귀찮아졌잖아... 왜 스노우가 여기로 오죠? 버근가? 버그지? 버그가 틀림없어."

노트북을 보며 푸른 빛을 빛내던 소녀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린다.

화면에 비치고 있는 건, 현재 르마가 방송하고 있는 영상.

자신이 참가한 게임의 숨겨진 곳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걸 보며, 그녀는 엄지를 깨물기 시작한다.

"눈치챘을 거야, 분명. 제작 과정에 관찰자가 있을 거라고."

"뭘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아, 어, 언니... 그냥 소설 쓰다가 막혀서."

"소설 쓰다가 막혔다고 또 미튜브 보고 있어? 요즘 르마 방송 좀 보나 보네?"

"언니랑 같이 방송하는 사람이잖아~"

"흐응? 언제부터 언니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을까?"

"꺄하하학! 하, 하지 마아~"

허리까지 오는 긴 곱슬 머리칼의 여성이 간지럽히자, 안경을 쓴 채로 중얼거리던 소녀가 한참을 바동거리다가 빠져나간다.

그리곤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다시 고민하던 소녀는 잠시 후, 눈에 푸른 빛을 일렁이면서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분명 스노우는 게임 회사 찾아갈 거야. 성격상 개판까진 안 칠 거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메일을 적기 시작하는 모습.

그 메일 주소에는 어느 게임 회사의 업무용 메일 주소가 쓰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나리오 썼던 사람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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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려는 순간 나타난 시네마에 자연스럽게 감옥으로 갇힌 나.

다른 사람들한테 귓속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메세지가 나오지 않는다.

"..."

생각해보니 굉장히 이상하다.

ㅡ언젠가부터 위화감이 없어졌다.

양손과 허리, 다리 같은 곳에 뭔가가 장착됐던 기억이 있는데, 만져도 평범하게 손목을 만지는 느낌.

로그아웃 버튼을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VR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말하면 주변 사람들도 들려야 정상인데."

그렇다고 다른 세계인가 의심하기도 모호한 게, 세희가 공간을 다루는 사신인데 위화감을 못 느꼈던 점.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는 소린데...

"...모르겠어."

[현재 현실에서는 각자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서 떨어져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죠.]

"렌이 현실에 있었지... 그래도 주변 스태프라던가 그런 사람들은 듣고 있을 거 아냐."

[지금 현실의 마스터는 아까 있던 곳과 다른 곳에 있습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이죠.]

"그렇구나, 어떻게."

[마스터가 있던 곳은 말 그대로 아바타를 제작할 때 쓰는 곳이고, 제작이 끝나고 전부 물러나니 세트장이 자연스럽게 방대한 크기로 변했습니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관찰자가 꼈다면, 기술 쪽으로도 도움을 주었겠죠.]

"...나갈 방법은."

[아마 리더로 설정된 '샤르빈'에게 묻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마스터의 생각을 읽고 어렴풋이 현황이 보입니다만, 제가 직접 보고 있는 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그래."

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치마를 툭툭 치자, 순식간에 새하얀 색으로 돌아온다.

마법 소녀 패시브도 그대로 있어.

눈 앞에 있는 철창을 보고, 슥 하고 바깥을 살핀다.

철창의 소재가 제법 믿을만한 물건인지, 딱히 간수는 존재하지 않는 모양.

그럼 소란만 안 일어나는 거로 쓰면 되겠네.

"아쿠아 커터."

허공에 물의 마력을 만들어 내고, 동시에 철창에 부딪힌다.

촤악! 하면서 형상이 일그러지는 아쿠아 커터의 모습.

...마력 무효화 효과가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렇구나."

철창에 손을 대고, 그대로 별의 마력을 일으킨다.

순수하게 마력만으로 손에 잡힌 금속을 녹이기 시작하자, 미동 없이 버티다가 티디디딩... 하면서 흔들리는 철창.

이내 팅! 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걸 보며, 조심스럽게 작은 몸을 감옥 밖으로 움직인다.

"...보호용 쉘터에 감옥까지 만들고, 생각보다 넓나 보네."

뜯어낸 철창을 바닥에 던지며 상황을 판단한다.

아무래도 괴물이 풀려나자마자 이쪽으로 피난 온 모양.

생각해보면 괴물이 연구소를 전멸시키면 시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보인 적이 없다.

그냥 게임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애시당초 싸우지도 않은 건가.

"나참, 뭔 일이 생겼다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할 때,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바로 바람의 마력을 일으켜 모습을 감추는 나.

그 순간.

"어라? 진짜 마력 쓰는 애가 있잖아?"

내 눈앞에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남자가 순식간에 나타난다!

후웅!

자연스럽게 공격을 피해내고, 곧바로 공간을 접는다.

이동 마법을 쓰기 무섭게 대쉬로 빠르게 파고드는 모습.

세르칸도, 렌도 없으니까...

"썬더 웨이브."

공격으로 막아내야 한다.

범위 공격을 퍼뜨리자, 남자는 허? 하면서 급 정지해 백스텝으로 범위를 벗어난다.

처음 보는 공격의 범위를 확실하게 알아낸 것처럼, 정확히 썬더 웨이브 범위 바깥까지만 벗어나는 모습.

그 행동에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그가 말했다.

"너... 그래, 루시파레 요원이었지? 뭐야? 배신한 건 그렇다 치고, 마법 활용 능숙해진 거 아냐?"

"..."

"말할 생각은 없다...라. 뭐, 좋아. 안 그래도 드레이크랑 못 싸우게 해서 제법 지루했었거든. 한 번 붙어보자고!"

그렇게 말하곤 붉은 기운을 피어올리는 남자.

내가 스태프를 그에게로 겨누자, 붉은 격투가는 사납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나는 이곳을 수호하는 화랑, 김 진태다!"

"별 무리의 마법 소녀, 스노우.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단 제압할게."

"이야기? 그래그래, 제압당하면 충분히 해주마!"

그렇게 갑작스러운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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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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