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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37화 (137/149)

〈 137화 〉 방송 분기

* * *

"진짜 있잖아...?"

내 말을 믿고 따라왔지만, 확신은 없었던 모양이다.

"응, 있다고 말했는걸."

"그, 그러게... 실제 전주에도 이런 데가 있어?"

"몰라."

"?"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모른다.

내가 여길 알고 있는 이유는 내가 있던 세계에 있었기 때문일 뿐.

산 근처에 있는 동굴의 버튼을 누르자, 우르릉 소리와 함께 돌이 옆으로 굴러가며 철문이 나타난다.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업적에 기록됩니다.]

"우와..."

"새로운 장소래! 새로운 장소! 다들 잘 보고 있지? 미튭각! 미하!"

"비상 대피처... 같은 곳으로 알고 있어. 버려진 곳이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우연히."

"우연으로 찾아지는 거 맞아!?"

"지나가다가 찾았어."

"지나가다가 찾을 것도 아니... 아니 뭐, 됐어. 찾으면 좋은 거지."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상황에 알고 있단 사실이 이상했는지 상혁이가 말을 멈춘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기려는 건지, 나중에 물어보려는 건지.

"빨리 들어가제~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들어가자!"

"탐색부터 쓸게."

미아의 재촉에 세희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앞에 나타나는 세 줄기의 붉은빛.

"중간쯤부터 갈림길이 있어. 적은... 있긴 있는 모양인데, 인간은 아니네."

"몬스터가 있다고?"

"응."

"사람이 안 지키고 있다는 건 저쪽도 모른다는 소리라 호재긴 한데..."

"확인해보니까 전파 방해도 있어. 원거리에서 우리 위치 아는 건 보통 위성 관련이니까..."

"들어가면 적도 위치 파악 힘들단 거지?"

"응."

"그럼 좋네, 빨리 가자."

상혁이가 먼저 걸어가기 시작하자, 우리는 그 뒤를 따른다.

우리가 전부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닫히기 시작하는 문.

그걸 힐끗 본 미아가 슬며시 세희 옆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그, 근데 여기도 선이 3갠데..."

"하나는 몬스터 위치, 하나는 도시 진입로, 하나는... 뭔가 기기 위치 같아."

"기기 위치?"

"좀 걸리긴 해. 이런 건물에 스캔하면 보통 탈출구만 나오거든. 아무래도 비밀 통로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지어진 건물 같아."

"아는 거 있어, 파레?"

"...몰라."

생각해보니 전주 시에 괴물이 이 근방에서 나타났다고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만약 생각한 게 맞다면, 퀘스트 목표인 괴물이 이 건물 안에 있을 확률도 있었다.

"..."

어라? 괴물이 여기 있으면 봉인 작업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게?

"루냐, 혹시 몬스터는 한 마리야."

"응? 글쎄... 스킬 결과상 한 방향에만 있는 건 맞아. 한 마리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

그것 참 불안한 대답이다.

"정말 만약에 이야기야."

"뭔데?"

"그 몬스터가 해방 작업하던 몬스터고, 사람이 없는 이유는 전부 죽은 거라면..."

"초반부터 보스전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고인물 컨텐츠 같기도 하니까 가능할지도."

세희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총을 점검하고, 상혁이가 말했다.

"그럼 일단 몬스터 위치는 피하자."

"기기 위치도 궁금한뎅... 몬스터만 피하면 되는 거 아냥?"

"음..."

미아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이 고민하자, 나는 주저 없이 발을 움직인다.

"응? 파레, 어디 가려고?"

"기기 확인하자."

"어..."

"몬스터가 있는데, 너무 여유로워."

의외의 적극적인 행동에 당황한 듯 세희가 나를 바라본다.

...내가 있던 세계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게 굴러가고 있다면 몬스터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냄새를 맡았을 거고, 그대로 우리에게로 달려오고 있겠지.

"이, 일단 파레 따라 가볼게요! 같이 가!"

"야! 후열이 먼저 가면 어떡하냐!"

"흐응..."

그렇게 모두가 포지션을 맞춰 기기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연구실 같은 장소 같네."

방에 대한 감상은 온갖 기계로 가득 찬 장소.

알 수 없는 버튼들이 가득한 공간을 보며, 미아가 슬며시 버튼에 손을 뻗기 시작한다.

"누, 눌러보고 싶은데...!"

"눌렀다가 무슨 일 생기려고. 관찰 관련 스킬이나 과학 관련 스킬 있어?"

"찌, 찍으면 눌러도 돼?"

"그건 안돼. 너 안 좋은 거라도 누를 거잖아?"

"데헷?"

"데헷은 무슨. 안 돼!"

"여기선 세이브해서~"

"이 게임 세이브 포인트 엄청 간격 길거든?"

그러고보니 아직 세이브 포인트 같은 걸 본 기억이 없다.

세이브가 따로 있는가 했더니, 간격이 넓었을 뿐인가 보네.

딸깍.

"...응?"

"아?"

"어라?"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온 스위치 소리와 함께 우리의 시선의 옮겨진다.

보이는 건 별생각 없이 기댔다가 뭔가 누른 모습.

우리 셋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위잉! 위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 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비상 프로토콜 작동. 방벽을...

콰앙!

큰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시네마가 나타난다.

방벽을 부수면서 튀어나온 건, 생각보단 작은 크기의 괴물.

마치 드래곤과 비슷하면서도 땅을 기는...

"드레이크."

"우와, 그것도 석화 마안 가진 드레이크."

"아니, 다회차여도 초기 스텟으로 잡기는 어려운데?!"

"도망치는 미션이겠지."

그렇게 회의할 때, 시점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미션이 나타난다.

[메인 미션]

[특화 드레이크을 잡거나, 연구소를 폐쇄하십시오.]

[서브 미션]

[연구소에서 일어난 진실을 파악하십시오.]

"...홀리."

"잡몹 없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응애, 나 아기 르마, 일반인으론 저런 거 몬 자바..."

"...드레이크면, 할만할지도."

"엥?"

전부 어색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게임 속 마나를 조절해본다.

전환하는 건 물의 마나.

가볍게 일으켜보자, 물의 마나가 만들어지고 정화 마법도 가능하단 걸 알아챈다.

...역시 게임 속이랑 현실이랑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같아.

"..."

이상한 일이다.

이 게임 제작자와 우리 세계가 뭔가 관련 있기라도 한 걸까.

"가능해?"

"응, 일단 석화는 정화할 수 있어."

"음, 그래도 방어력 뚫을 만한 게..."

"이거 무기가 초기치긴 해도 강화 수치는 그대로라 뚫긴 뚫을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세희가 철컥. 하고 스나이퍼 라이플을 잡는다.

그러자 미아도 으응~ 하면서 자기 창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나도 아마 가능할 걸...? 아, 태양단리더님~ 1만원 후원 감사합니당! 조아영! 드레이크 눈만 뚫으면 괜찮다고요? 그 전에 석화 당하지 않아요?!"

"음... 석화 해제가 가능하면 어떻게든 뒤집으면 가능할 지도."

슬슬 쫄아있던 걸 멈추고 합리적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는 모습.

아무래도 견적 자체가 안 나오는 건 아닌지, 고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일단 묻고 싶은데, 아까보니 너 특수 직업 같거든?"

"응."

"뭐뭐 사용 가능해?"

"...어려운 질문이야."

"응? 스킬 리스트 따로 뜨잖아."

"마법 숫자가 너무 많아."

내 말에 르마가 고민하다가 눈을 반짝이면서 달려와선 말했다.

"진짜루?!"

"응."

"혹시 라이트 퍼포먼스도 가능해?"

"그게 뭐야."

"어... 허공에 빛 터뜨리는 거?"

"...아마 가능할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빛의 마나를 허공에 띄우고 폭사시키는 걸 이야기하는 모양.

컨트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럼 충분히 가능하겠네! 그럼 필요한 건 넓은 공간인데...!"

"색적 범위 내에 홀 같은 게 있어. 문제는... 가는 길목에 드레이크가 있네."

"복도에서 우리가 드레이크 상대가 되나?"

"일자라서 브레스를 못 막아."

여기서 내가 막을 수 있다고 하면, 이상하겠지.

조용히 있자.

"그럼 어떻게든 뚫고 지나가야 하는 건데..."

"석화를 아무리 풀 수 있어도 딜레이가 있을 거야."

"그럼 샤르빈이 미끼 어때!"

"어이."

"그치만 우리 중에 기동성 가동 안 좋은 걸?"

"음... 버티기는 가능해? 공간석 인벤토리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소환할 순 있어."

"흠..."

고민하는 상혁이를 보며 미아가 말했다.

"근데 서브 미션도 깨긴 깨야 할 거 같은뎅? 내용이 딱 반란군이 좋아할 거 같아!"

"보스 잡고 나서 시간 없으려나?"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그럼 차라리 기동성 좋은 사람이 홀에서 붙들고, 다른 사람들은 힌트 찾는 게 좋을 거야. 내가 할까?"

"정화 때문에라도 파레도 남아야겠네."

"아니, 그냥 버티는 거면 석화 정도는 피하니까."

"이미 왔어."

"그럼 그러... 응?"

열심히 회의하는 세 사람을 보며 내가 말하자, 모두 눈을 깜박이면서 바라본다.

시선을 옮긴 곳에 있던 건, 눈을 붉게 물들인 드레이크의 모습.

상혁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더니, 세희에게 말했다.

"루먀."

"칫...!"

"피해!"

드레이크의 석화의 마안이 발동한다.

범위는 우리 전체.

복도가 그렇게 넓진 않아서 전부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계산한다.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프로텍션, 불가능.

전격계와 화염계, 바람계도 불가능.

빛의 마력을 일으킨다.

"나의 하수인이여, 눈앞의 적을 먹어치워라."

빛의 괴물이 나타나 석화의 마안이 뿌리는 마력을 먹어치운다.

"저건 무슨 마법이야?!"

"지금."

"달려!"

놀라는 미아의 팔을 잡고 상혁이가 급하게 뛰기 시작하자, 그제야 움직인다.

나 역시 마안을 쓰고 딜레이가 생긴 드레이크를 밟고 뛰어가다가, 그대로 비행한다.

다행히 회전이 느린 드레이크라 쫓아오는 데는 시간이 있는 상황.

세희가 몸을 돌려 회전하며, 드레이크의 위에서 탕! 하고 총탄 한 발을 박아넣는다.

그리고 반동으로 살짝 솟아올라 넘어간 뒤 달려간다.

"와..."

묘기에 미아가 감탄.

그렇게 회피하는 것에 성공한 우리가 홀에 도착하자, 미아가 말했다.

"저기... 파레."

"응."

"방금 그거 뭐야?"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말하는 미아를 보며, 눈만 깜박이고 만다.

아, 너무 본능적으로 막아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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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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