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36화 (136/149)

〈 136화 〉 방송 분기

* * *

"이런 곳까지 쳐들어오다니, 제정신이 아니군요."

눈앞에 나타난 소녀는 푸른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른 신비한 분위기의 여성.

...이쪽 현실에서도 원래 세계에서도 연을 쌓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르마, 이건..."

"...모... 몰?루?"

"그래, 일단 스토리 보자."

시네마틱 영상이 나타나면서 미류가 천천히 우리에게로 걸어오다가 일정 거리에서 발을 멈춘다.

전투 태세고 뭐고 내가 몸을 움직여도 캐릭터는 자기 할 일만 하는 게, 현재 상황에선 움직일 수 없나 본데...

"여기는 봉인된 괴물이 있는 곳, 당신들이 함부로 움직였다간, 괴물이 깨어나고 맙니다."

["웃기지 마."]

["괴물? 괴물이 있는 곳에 너희 반란군이 있는 게 더 문제 아닌가?"]

["괴물, 들은 적은 있어."]

미류의 3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딱히 선택 시간이 없는 걸 보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여기선 3번이라고? 반란군 루트 처음이니까? 에이, 근데 반란군이 해먹은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새 스토리를 보고 싶으면 하는 게 맞아. 어차피 새 루트 보고 싶은 거였잖아?"

"으으음...! 루냐 말이 맞긴 해...!"

세희의 가벼운 대답에 일리가 있다 생각한 듯 미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흠. 하면서 고민하듯 선택지를 보는 샤르빈.

...샤르빈 말 한 번에 엎어질 수도 있으니까, 나도 보태기로 할까.

"새로운 걸 봤으면, 새로운 걸 하자."

"아, 과반수네. 그럼 그러자."

고민하던 샤르빈이 양손을 올리곤 망설임 없이 꾹. 하고 선택지를 누른다.

그러자 다른 이들 역시 같은 선택지를 누르고, 진행되는 이야기.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편하겠네. 괴물이 깨어나면 이쪽만 위험한 게 아냐, 정부에서 방치하고 있던 거니까... 최소한 지키는 걸 방해하진 마."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옆에 금발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

마치 엔지니어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가진 소녀.

다른 사람들은 처음 보는 건지, 그저 멀뚱거리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한창 수리 중이었는데 왜 불러~! 방해하기 없기로 했잖... 아, 뭐야? 누구 쳐들어왔어? 죽일까?"

"마릴다, 물러나게 할 거니까..."

[아니, 우린 물러날 생각 없는데.]

"아니, 우린 물러날 생각 없는데?"

메세지가 나타나자마자 상혁이가 먼저 나서 그렇게 소리친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대사창.

르마가 채팅창을 보고 있는지, 허공을 주시하는 동안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된다.

"방해하겠단 의미?"

"아니, 방해가 아니라 협력하고 싶어."

그의 말에 미류가 인상을 찌푸린다.

...도와준다는데 왜 저래?

"정부군인 너희가 뭘 협력하겠단 거야. 방해나 하지 마."

"괴물을 불러내서 쓰러뜨리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지는 거 아냐?"

"괴물이 잡기 쉬우면, 봉인 당해 있지 않겠지? 방법은 있고?"

"모르지, 어떤 괴물인지도 모르니까."

"그럼..."

"그래도 알려주면 알아낼 방법 정도는 있지 않겠어? 물론, 네 말이 옳다는 전제하에."

"..."

고민하듯 입술을 매만진 그녀가 말했다.

"그러네, 딱히 우리로선 손해 볼 일은 아니긴 해. 그런데 무슨 꿍꿍이야?"

"너희가 지키는 건 순수하게 인류의 적이잖아. 그런 걸 반란군 정부군 나눠서 생각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뿐이니까."

"말은 아주 청산유수시네~ 괴물 막으려고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막을 때마다 방해한..."

"마릴다."

"쳇."

미류의 말에 혀를 차곤 물러나는 마릴다.

선택지에는 ......라는 말만 떠있다.

침묵하란 소린가?

"그럼 우리가 믿을 수 있게 해줘. 솔직히 너희 정부군은 못 믿겠거든."

"말해봐."

"일단 선금으로 말하지만, 여기 봉인된 괴물은 만티코어. 그 정도만 말해둘까. 그리고... 너희가 정말로 인류를 위한다면, 당장 전주에 있는 해방 작업부터 멈춰."

"해방 작업...?"

"정부에서 진행 중인 봉인 해제 작업."

"뭐?"

"몰랐나 봐?"

마치 비웃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더니, 손을 저으며 몸을 돌리는 미류.

"이봐, 이름은?"

"...희령. 마 희령이야. 막으면, 이쪽으로 돌아오도록 해. 소식은 우리가 바로바로 들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이 떠나고.

그제서야 몸이 움직이는 걸 확인한 내가 입을 연다.

"이거..."

"쩔어어어어어어!"

"..."

"뭐야뭐야뭐야! 진짜 반란군 루트냐규! 미쳤냐규!"

미아가 흥분해선 허공을 향해 날뛰기 시작한다.

왜 저러냐는 얼굴을 하자, 상혁이가 말했다.

"이거 지금 최초 공개라서 미튜브 확정이거든."

"다 같이! 미하!"

"지금까진 안 켜둔 거야."

"녹화는 시작부터 하고 있었는데, 확실하게 다른 루트인 게 확정 났으니까."

"이거 타임 리미트 걸려 있는데?"

갑작스런 세희의 말에 우리의 시선이 푸른 창으로 집중된다.

"타임 리미트... 7일?"

"7일이면 얼마나 걸리는 건데."

"우리가 지역 이동할 때마다 하루 걸려. 지금 지역에서 전주까지 가려면..."

"5일 소모네. 전주에서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면, 2일 안에 클리어하란 소리야."

"빡세!? 미션 짱 빡세!"

"그렇긴 한데, 어떨까. 의외로 설득해서 멈출 수도 있는 노릇 아니겠어."

"근데 왜 해제하는 거징? 괴물 나오면 손해 보는 거 아냐?"

"잡을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조종하는 방법이 있다던가."

"응? 잠깐만 미수들이 아는 정보 있다는뎅?"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을 잠시 바라보던 미아가 말했다.

"정부군 퀘스트 중에 이상한 거 있었나 봐!"

"정부군? 찜찜한 퀘스트 많긴 하지."

"반란군 측에 괴물이 나타나서 괴멸하고, 그 괴물이 진격하는 걸 막는 퀘스트."

"아~ 그런 것도 있었지. 그게 정부군 소행이란 거려나?"

"근데 결국 반란군 목표는 정부 터뜨리는 거 뿐이라규?"

"그렇게 인식당한 거 아냐?"

"...처음하지만, 방금 정보들 종합해보면 정부가 많은 걸 숨기고 우리한테 명령하는 거야. 그 결과는 정부에게 이득을 줄 거고, 이미지도 좋아질 테니까."

내 말에 머리를 긁적인 상혁이가 말했다.

"길게 말하는 거 처음 보네. 얼추 생각하면 그런가? 원래 이 게임 정부 루트에서 엔딩 분기들 보면 전부 정부 득세하면서 끝나긴 하거든. 주인공들 명성이나 위상만 바뀌는 거지."

"그거 때문에 말 많긴 했지. 반란군 간부도 1명 빼곤 제대로 안 나오고 전멸당했으니까. 게다가 반란군 전멸하고 최종전 때 전부 원망하면서 슬퍼하는 장면도 나오거든."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 그런 녀석들한테 모두 쓰러지다니, 우리는... 뭘 위해서...'라는 대사만 남기고 쓰러졌지."

"찜찜하긴 했는데, 반란군이 반란 실패했으니까 대의가 있었겠거니­ 하고 넘어갔었다규?"

"그 대의가 안 밝혀진 거 자체가 이스터 에그였네."

"뭐, 게임이니까, 진지하게 생각 안 해서 그런 거겠지~"

"게임은 하나하나 파고드는 게 재밌어. 그런 정보 하나하나가 모여서 또 다른 정보를 만드는 게, 가장 재밌는 일이야."

미아의 가벼운 말에 내가 말하자, 그녀는 아하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후.

방장인 상혁이가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하자, 주변 배경이 변하더니 온 사방에 새파란 아지랑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제야 허공을 보는 걸 멈추는 미아.

주변을 슥 하고 살핀 그녀가 곧바로 소리친다.

"잠깐 마이크 껐어! 근데 방금 그거 미류 맞지?! 확실하게 미류 모습이었지!?"

"그렇긴 해. 겹친 거려나."

"아무리 겹쳤어도 그 정도는 심한데!?"

"음..."

아마 99.9% 확률로 실제 미류를 모티브로 만든 적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는 건, 이 게임을 만든 사람과 관찰자가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고.

"...일단 전부 클리어해보고 생각해보자."

"미류한테는 끝나고 물어보면 알잖아? 오늘은 이거 켠왕해야지!"

"설이 네가 강제로 끌고 온 건데 켠왕까지 시키게? 게다가 지금 미경이랑 세연이도 같이 있다?"

"으엑..."

"뭔 으엑이야. 어차피 루트 진입 조건 안 밝혔잖아. 루트 다 깨고 밝히면 되지."

"으으... 어쩔 수 없네."

아쉬워하면서도 아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미아.

그 사이 푸른 아지랑이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우리가 있던 위치가 바뀐다.

[ ­ 전주 ­ ]

도착하자마자 진행되는 행동.

상혁이를 필두로 한 명씩 걸어나온 우리는 품에서 꺼내 든 검은 후드를 얼굴에 낀다.

...검은 후드를 끼는 건 좋은데, 무기랑 복장이 안 바뀌는데?

­ 작전 부대, 응답하라. 작전 부대! 왜 전주로 이동한 거지!? 너희에게 내린 임무는...!

콰직.

무전기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무전기를 터뜨리곤 던져 버리는 상혁이.

잠시 후. 하고 한숨을 내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어."

"뭔가 심어진 걸까?"

"글쎄. 어느 쪽이든 불쾌하네."

미아의 말에 상혁이가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답한다.

그리곤 내 앞에 나타나는 메세지 창.

...성격 같은 게 어떻게 정해진 건지, 내가 할 법한 대사가 적혀 있다.

"아무래도 좋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구하는 거뿐이니까."

"하여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리더."

세희가 평소와 다른 말투로 말하자, 턱을 만지던 상혁이가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도 찾을 수 있을까?"

"있지 않을까? 마법 공학 무기도 보급하니까 말야~ 어디서 주워온 건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들킨 이상 어쩔 수 없네. 강행돌파다. 전주 안에 분명 숨겨진 지역이 있어. 그걸 찾아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들 찌푸둥하다는 것처럼 몸을 한 번 젓는다.

그리곤 세희가 허공을 가리키자 보이는 세 가지 루트.

각각 '하수구', '건물 위', '숲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르마, 여기선 루트 3개인가 본데?"

"3만원 후원 감사감사! 루트 시작 조건이요? 이거 영상 올라가면 알려 드릴게요!"

"...르마."

"응? 아, 그러네? 루트 3개나 되는 거 보니까 난이도 달라지려나?"

"너도 슬슬 제대로 템 끼지 그래? 어떤 애 나올지 모르니까."

"하긴, 정부군에도 짜증나는 애들 많긴 했었징~! 오키도키!"

그렇게 말한 르마가 낀 템은 왠 찬란한 금빛을 휘날리는 하프 플레이트 메일과 하나의 창.

...직업은 시작할 때 정해지면 고정으로 보이니까, 일반인 그대로일 텐데 굉장히 강해 보인다.

"그래서 루트 어디로 갈 건데뎅? 난 준비 됐다규!"

"여기선 주택가로 다이렉트가 나을걸. 사람 많은 곳이면 정부군도 사기 생각해서 제대로 공격 못할 테니까."

"나는 건물 위. 밧줄 아이템 넘치게 들고 있으니까, 충분히 이동 가능할 거야. 파레가 조금 스펙 떨어질 수 있겠는데... 내 생각대로면, 비행할 수 있지?"

"응."

"에에엥?! 비행이 왜 있어? 모야모야~ 능력이 비행이야? 아닌데? 아까 이상한 마법도 썼는데?"

"..."

능력이 마법 소녀고 그게 진짜 나랑 연관됐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두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세희는 알아챈 모양이지만.

"르마 넌?"

"나? 둘이 주택가랑 건물 위했으니까 숲길로 할까!"

"그래... 그럼 파레는?"

모두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한다.

내 선택을 따르겠다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다.

"루트 아닌 쪽으로 가도 되는 거지."

"응? 어... 가능은 하지? 지금 나오는 경로는 세희 스킬로 합리적인 루트로 나오는 거거든."

"응, 그럼..."

내가 경로를 말하자, 세 사람이 얼굴이 이상해졌지만, 그래도 따라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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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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